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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용대출, 투자자의 신용을 받을 수 있을까 

 

핀액셀 창업자 악쉐이 가그는 인도네시아에서 이제 막 발전을 시작한 선구매 후결제 시장을 장악할 수 있다고 자신하며 동남아시아 다른 국가로 사업을 확장할 기회를 찾는 중이다.
최근 동남아시아에서 선구매 후결제(BNPL: buy now, pay later) 시장이 성장하고 있다. 지난해 구글과 테마섹, 베인이 공동 발간한 보고서는 동남아시아 시장에서 BNPL을 포함한 온라인 대출이 2025년 920억 달러에 도달할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의 창업가 악쉐이 가그(Akshay Garg, 43)는 동남아시아 BNPL 서비스를 이끌기 위해 싱가포르에 본사를 둔 핀액셀(FinAccel)을 창업했다. 그는 핀액셀의 온라인 대출 플랫폼 크레디보(Kredivo)가 이용자 400만 명을 확보하면서 이미 인도네시아 최대 BNPL 사업자로 자리매김했다고 주장한다.

핀액셀 CEO이자 공동 창업자인 가그는 크레디보를 동남아시아 전체로 확장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지난 8월 크레디보는 베트남의 베트크레디트(VietCredit)와 파트너십을 맺고 베트남에서 서비스를 시작했다. 올해에는 태국과 필리핀에도 진출할 예정이다. 그러나 가그는 주력 시장은 동남아시아 최대 규모를 갖춘 인도네시아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다른 한편으로 그는 기업 인수합병을 목표로 한 미국의 스팩 기업 빅토리파크 캐피털을 통해 핀액셀을 이번 분기에 상장하려는 계획도 추진하고 있다. 빅토리파크 캐피털은 핀액셀에 거액을 대출해줬으며, 최근에는 신용공여 한도액을 2억 달러로 두 배 늘리기도 했다. (빅토리파크 캐피털 경영진은 이 사실을 확인하기 위한 인터뷰에 응하지 않았다.)

계획대로 계약이 진행되면 핀액셀의 상장 후 기업가치는 25억 달러에 달할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고국 증시에서 상장한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대기업 부칼라팍(Bukalapak)의 기업가치 29억 달러와도 격차가 크지 않다. 스팩 상장을 통해 핀액셀은 총 4억3000만 달러에 이르는 자금을 확보하여 추가 성장을 위한 동력으로 활용할 전망이다. 상장이 잘 진행되면 핀액셀은 미 증시에 상장한 최초의 동남아시아 핀테크 기업이 될 것이며, 인터넷 및 게이밍 산업의 씨(Sea)그룹과 어깨를 겨루는 동남아시아 최고의 선진 기업 중 하나로 인정받게 된다. 씨의 경우 시가총액이 900억 달러에 달하며, 미 증시에 상장한 동남아시아 기업 중 최대 성공 사례로 꼽힌다.

시장 확대 본격화

역내 확장 외에도 서비스 범위를 넓히려는 시도도 진행 중이다. 현재 핀액셀은 온라인 구매를 위한 자금 지원과 신용대출에 집중하고 있지만, 궁극적으로는 크레디보를 통해 훨씬 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목표다. 이를 위해 크레디보는 지난해 인도네시아에 있는 한 중소은행의 지배지분 40%를 인수했다. 기존 은행을 통해서만 제공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다. 가그는 “지금은 크레디보가 전자상거래나 개인대출업체로만 알려져 있지만, 조만간 오프라인 쇼핑에서도 자리를 잡을 것이고, 그 이후에는 오토바이 대출, 자동차 대출, 신용카드 서비스로도 많이 이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시장이 가진 기회는 엄청나다. 기술 사용에는 능숙하지만 은행 계좌가 아예 없거나 있더라도 한정된 서비스만 이용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 소비자들을 공략할 기회가 늘어나면서 크레디보를 비롯한 온라인 대출업체들은 몸집을 키울 수 있었다. 2019년 구글과 테마섹, 베인의 공동 조사 결과, 동남아시아에서 예금계좌만 가지고 있는 소비자, 아예 계좌조차 개설하지 못해 서비스에서 배제된 소비자는 총 2억96000만 명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역내 성인 인구의 75%에 해당하는 수치다. 11월 공개된 2021년 보고서에서 BNPL이 검색어에 등장한 횟수는 전년 대비 크게 증가하면서 소비자들의 마음에 BNPL이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런 현상이 가장 두드러진 국가는 바로 인도네시아다. 2016년 설립된 신생기업 크레디보는 인도네시아에서 팬데믹 이후 거침없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가그는 2018년 50만 개였던 계정 수는 1년 뒤 120만 개, 2020년 말에 220만 개로 증가했고, 2021년에는 거의 2배나 증가했다고 말했다.

크레디보는 가그가 두 번째로 창업한 기술 스타트업이다. 첫 스타트업은 2006년 인도에서 창업한 디지털 광고기업 콤리 미디어(Komli Media)다. (콤리의 동남아시아 사업은 2015년 말레이시아 이통사 악시아타(Axiata)가 1130만 달러를 주고 인수했고, 인도 사업은 SVG 미디어가 비공개 금액에 인수했다.) 인도에서 어린 시절을 보내고 미국 휘트먼칼리지에서 공부한 그는 딜로이트 시애틀 사무소에서 비즈니스 애널리스트로 근무하다가 제네바 국제노동기구로 자리를 옮겼고, 이후 2005년 사업가로 변신했다. 중국 윈난성으로 거처를 옮긴 그는 라이프스타일 잡지를 발간하고 케밥 레스토랑을 열었다. 그는 링크드인에 자신의 케밥 사업 구상에 대해 “중국 전역에서 운영되는 프랜차이즈 브랜드를 개발하고 싶었다”고 적었다. “그러나 뜻대로 되지 않았고 결국 콤리를 창업했습니다. 한쪽 문이 닫히면 다른 쪽 문이 열린다는 말이 정말 맞더군요.”

“기업가가 되어 무언가를 만들어내는 일은 언제나 즐겁습니다.” 가그가 싱가포르에서 화상회의로 진행한 인터뷰에서 말했다. “저는 콤리를 창업해 본격적으로 기업가의 길을 걸었습니다. 그 전에는 그냥 실험을 해본 거였죠. 콤리를 통해 저는 동남아시아 시장에 들어왔고, 2010년부터 싱가포르를 본거지로 삼고 있습니다.” 이후 그는 인도네시아와 그 안에서 급성장을 시작한 전자상거래 시장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5년 핀액셀을 창업하고 크레디보 서비스를 선보이기 직전만 해도 인도네시아 전자상거래 결제의 57%는 은행 자금이체를 통해서 이루어졌고, 28%는 배송 때 현금결제, 8%는 인터넷뱅킹, 7%는 신용카드였다. 가그는 BNPL 수요를 충족하기 위한 서비스가 없다는 걸 알았고, 신용카드 없이도 신용 구매를 할 수 있는 동남아시아 최초의 개인신용대출 자동화 플랫폼 구축을 목표로 삼았다. 8월에 진행된 투자자 대상 사업발표회에서 크레디보는 “인도네시아 등지의 국가에서 신용카드와 경쟁을 하는 것이 아니라 크레디보 자체가 신용카드가 되려 한다”고 사업 목적을 설명했다.

넘어야 할 산

가그가 개선해야 한다고 짚어낸 최대 문제 두 개는 바로 대출 승인 속도와 접근 가능성이다. 크레디보에서는 최대 3000만 루피아(2100달러) 대출을 승인받는 데 2분밖에 걸리지 않는다. 신용평가사에서 부여한 신용정보를 기준으로 삼는 대신, 핀액셀에서는 대출 신청자가 보유한 스마트폰 모델 등의 데이터를 알고리즘에 집어넣어 신청자의 신용점수를 계산한다. 지금까지 인도네시아에서 크레디보 자금을 대출받은 고객 중 90%가 납기 내에 상환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신용카드 결제액의 납부율과 비슷하다고 가그는 말했다. “악쉐이의 사업계획 실행 및 구축 전략은 아주 확실하고 명확해서 기억에 남았다”고 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알파 JWC 벤처스의 공동 창업자이자 크레디보 초기 투자자 중 한 명인 찬드라 찬이 말했다.

리스크를 통제하기 위해 크레디보는 월급이 300만 루피아 이상인 18~60세 대도시 거주자에게만 대출을 해준다. 최대 300만 루피아까지는 30일간 0% 금리를 적용하며, 6개월 또는 12개월 할부로 상환하는 대출의 경우 최대 3000만 루피아를 월 이자 2.6%, 연 이자 53%에 빌려준다. 구매자는 구매 건수마다 신용대출의 1% 또는 1000루피아 중 높은 금액을 거래 수수료로 지불해야 한다.

크레디보는 신용대출이 필요(하고 상환도 가능)한 사람들에게 다른 대출기관을 연결해주는 중개 서비스도 지원한다. 지난 12월에는 인도네시아 사하밧 삼포에르나 은행과 함께 공동으로 신용카드를 출시했다. 여기에서 크레디보는 대출기관이 아니라 채권자와 채무자를 연결해주는 중개기관의 역할을 하고 중개수수료를 받는다. 크레디보가 자체적으로 보유한 대출업체 비즈니스 인터내셔널 은행도 있다. 2021년 5월에 핀액셀은 비즈니스 인터내셔널 은행 지분 24%를 5510억 루피아에 인수하고 10월에는 지분 16%를 추가로 인수했다. 규제당국이 승인을 해주기만 하면 향후 보유 지분을 75%까지 늘릴 수 있다.

그 덕분에 크레디보는 인도네시아에서 금융기관으로 등록한 핀액셀이 제공할 수 없는 서비스까지 사업을 확대할 수 있게 됐다. 2020년 중소 국내은행 자고 뱅크의 지분을 인수한 인도네시아의 또 다른 기술기업 고투(GoTo)의 선례를 그대로 따른 것이다.

살벌한 경쟁이 펼쳐지는 BNPL 시장에서 승부를 보려는 핀액셀에는 엄청난 자금이 필요하다. 동남아시아 거대 기업 고투와 씨가 이미 BNPL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고, 아쿨라쿠(Akulaku)와 아토메(Atome)처럼 BNPL 서비스만 전문으로 제공하는 업체들도 있다.(자카르타에 본사를 둔 아쿨라쿠는 2월 중순에 태국 시암 상업은행에서 1억 달러를 추가 차입해서 동남아시아 사업 확장을 추진 중이다.) 호주에만 해도 BNPL 기업은 12개가 넘는다. 그러나 크레디보는 온라인 대출 시장을 누구보다 먼저 개척하여 인도네시아에 전략 기반을 확보했고, 대출 신청 후 빠른 시간 안에 대출금이 나온다는 장점을 내세우고 있다. 팬데믹으로 신용카드 사용이 줄어든 점도 BNPL 산업의 발전에 도움을 줬다. 인도네시아 신용카드협회 자료에 따르면, 소비자들이 사용 중인 신용카드 수는 2019년 말 1750만 개에서 2021년 말에는 1650만 개로 줄어들었고, 거래금액은 2019년 332조 루피아에서 2021년 189조 루피아로 43% 감소했다.

BNPL의 미래

가그는 2021년 1분기에 핀액셀이 흑자로 돌아섰다고 말하지만, 구체적인 수치는 밝히지 않았다. 2021년 5월에 핀액셀은 1~5월 영업이익이 800만 달러를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전년 동기에 1700만 달러 적자였다가 흑자로 전환한 것이다. 연간추정매출은 1억8000만 달러였다.

동남아시아의 BNPL 산업은 아직 초기 성장 단계에 있기 때문에 먼저 발전한 호주의 경험을 주의 깊게 살펴볼 필요가 있다. 호주의 BNPL 산업은 성숙 단계에 들어섰는데, BNPL 수요가 식으면서 상장기업 대부분의 주가가 큰 폭으로 하락했고, 전 세계 기술기업 주가가 급락하면서 그로 인한 타격도 받고 있다.

“동남아시아는 새로운 시장이고, 시장이 움직이는 방식도 다릅니다. BNPL이 적용되는 방법도 마찬가지고요. 그러나 경쟁과 가격, 향후 규제 등과 관련해서는 리스크가 동일하다고 할 수 있죠.” 자카르타에서 활동하고 있는 애널리스트이자 크로스아세안 리서치 설립자인 앵거스 매킨토시가 말했다. 그러나 BNPL의 미래를 밝게 보는 사람들은 미국 거대 핀테크 기업 블록(이전 회사명 ‘스퀘어’)이 호주의 BNPL 기업 애프터페이를 290억 달러에 인수했다는 점을 강조한다. 1월에 체결된 이 계약은 BNPL의 미래에 대한 긍정적 신호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가그가 핀액셀을 위해 세워놓은 목표는 더 크다. 그는 회사가 좋은 실적을 내면서 선행도 실천하기를 원한다. 가그는 “금융 서비스는 좀 더 나은 삶, 생산적인 삶을 위한 기반이 됩니다”라고 말했다. “앞으로 수년간, 수 천만 명의 삶을 변화시키고 개선해줄 훌륭한 금융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이 저의 큰 그림입니다.”

※ 긍정적 신호 - 핀액셀은 지난해 사상 처음으로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했다고 밝혔다.

※ 높은 목표 - 크레디보의 이용자 수와 거래액은 빠른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 싱가포르 핀액셀 사무실에서 포즈를 취한 가그.

- Ardian Wibisono 포브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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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04호 (2022.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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