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R을 아시아 최대 물류 부동산 업체로 바꿔놓은 대형 거래를 막 성사시킨 회장 제프리 펄먼은 데이터센터, 물류 허브, 창고 등 아시아의 디지털 붐에 불을 지필 물리적 자산들을 축적하고 있다.
워버그핀커스의 제프리 펄먼(38)이 아시아의 주요 부동산 거래자로 발돋움하기까지 불과 6년밖에 걸리지 않았다. 2016년 싱가포르에 자리를 잡은 펄먼은 홍콩에 상장된 ESR 케이먼에서 눈이 핑핑 돌 정도로 정신없는 성장을 거듭했다. 당시 ESR이 운용하는 자산은 거의 1800% 증가하여 1400억 달러에 달했다. 세계에서 다섯 번째, 아시아에서는 가장 큰 규모의 운용자산이다.싱가포르의 유명한 마리나베이샌즈 리조트가 내려다보이는 자신의 워버그핀커스 사무실에서 펄먼은 “이제까지 아무도 이런 계획을 세운 적이 없다. 우리가 만들어낸 것이 굉장히 많은 관심을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2019년 ESR이 홍콩 증시에 상장할 때 회장을 맡은 펄먼은 회장으로서 사모펀드 회사인 ESR의 전략적 방향을 지도하는 동시에 총괄 이사로서 아시아 태평양 부동산 사업과 동남아시아 운영을 감독했다.ESR은 싱가포르 부동산 대기업 ARA 에셋 매니지먼트를 인수하면서 세계 최대급 부동산 관리 업체로 급부상했다. 이 거래는 지난해 8월에 시작되어 올 1월에 끝났다. 싱가포르의 큰손 존 림은 ARA와 운용자산 950억 달러를 ESR에 52억 달러에 매각했다. ESR은 당시 364억 달러였던 자산을 단숨에 4배로 늘렸다.이 거래는 양측 모두에 이익이었다. 림과 ARA의 오랜 주요 투자자인 싱가포르의 억만장자 추 겍 킴은 ESR과 합병함으로써 비상장기업이었던 ARA의 자기 지분을 훨씬 큰 상장회사의 지분 5%로 만들었다. ESR은 규모가 클수록 압도적으로 좋은 업계에서 몸집을 불렸다. 추는 지난해 거래에 대해 “두 회사를 합병함으로써 우리는 아시아의 블랙스톤을 만들었다”고 말했다. 적절한 비유다. ESR은 이제 블랙스톤, 브룩필드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상장 부동산 관리 업체가 됐다. 펄먼은 이제 북미의 두 대기업과 격차를 줄이고자 한다. 펄먼은 “거의 뒤꽁무니를 따라잡았다”고 말했다.
ESR의 성장펄먼의 지도하에 ESR은 아시아에서 급성장 중인 전자상거래와 디지털 산업을 뒷받침하기 위한 데이터센터, 물류 허브, 창고 등 물리적 인프라를 탄탄히 구축하고 있다. 2020년 초부터 팬데믹 격리로 인해 사업이 크게 성장하기 시작한 아마존, 알리바바, 쿠팡, JD닷컴 등 전자상거래 대기업들의 수요에 부응하기 위해 여러 지역에서 물류 허브를 건설하거나 인수했다. 이 덕분에 ESR은 많은 부동산업체가 코로나19로 고전하고, 중국 부동산 개발업체들이 부채와 현금난에 시달리는 동안에도 번영을 누렸다. 상당수의 아시아 부동산 대기업 주가는 팬데믹으로 인해 하락했지만 ESR 주가는 IPO 이후 팬데믹의 먹구름이 짙었던 2년 반 동안 53% 증가했다.번쩍거리는 고층 건물, 화려한 호텔, 눈에 띄는 상징적 건물 대신 새로운 경제에 필요한 부동산을 개발한다는 전략은 이샹(e-Shang)을 공동 설립하는 데 중추적 역할을 했던 펄먼의 아이디어였다. 상하이에 위치한 이샹은 2016년 싱가포르 레드우드 그룹과 합병하여 ESR이 됐다. 현재 ESR의 시가총액은 150억 달러로, 아시아의 일부 주요 부동산 개발업체들조차 우스워 보이게 만드는 규모다. 펄먼은 “전자상거래 전문 개발업체 겸 지주가 되고자 했다. 거기서부터 시작했다”며 “비전은 물류 시설부터 마련한 다음 뛰어난 펀드 관리 플랫폼을 구축하는 것이었다”고 돌이켰다.ESR과 ARA의 총자산에는 사모투자 기금 950억 달러, 가치가 450억 달러로 평가되는 REIT 14개가 포함된다. ESR은 아시아 태평양 최대의 REIT 스폰서다. 확장된 법인은 28개국에서 3500만㎡가 넘는 부동산을 소유 및 관리하며, 그중 80%(연면적 기준)가 물류 창고나 데이터센터 등 신경제 자산이다.워버그핀커스가 미 주택시장 붕괴로 글로벌 금융위기가 도래한 뒤 아시아 지역에 거점을 마련하기 위해 펄먼을 2008년 말 아시아로 보내지 않았더라면 ESR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미시간대 경영학 학사학위로 무장한 펄먼은 월스트리트에서 크레디스위스 퍼스트 보스턴의 부동산 투자 은행 애널리스트로 일을 시작하고 1년 뒤인 2006년 뉴욕에서 워버그핀커스에 입사했다. 그런 다음 워버그핀커스의 글로벌 부동산팀 직원이 되어 중국을 오가며 이제는 엘런 응이 이끌고 있는 중국 측 상대방과 거래를 추진했다.펄먼은 “베이징과 상하이를 오가며 사실상 떠돌이 생활을 했다”고 돌이켰다. 중국 사업이 성장하자 펄먼은 중국에서 더 오래 머물기 시작했다. 2010년에는 1년 중 250일을 중국에서 보냈다. 그러자 아시아로 이사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2011년 펄먼은 여자친구 엘리자베스에게 이렇게 청혼했다. “우리가 홍콩으로 이사 가면 나를 훨씬 자주 볼 수 있을 거야.” 펄먼과 약혼자는 2011년 말 홍콩으로 이사한 뒤 중국에서 새 거래를 몇 개 따냈다. 워버그핀커스와 물류 전문 업체인 제프리 선, 쑨둥핑이 함께 창고 개발업체인 이샹을 설립하기로 제휴한 것도 그중 하나다. ESR 공동 설립자 겸 공동 CEO인 선은 “당시 창고 건설은 큰 시장이 아니었다. 현대적인 기관 등급의 물류 시설 공급은 대단히 제한되어 있었다”며 “특히 전자상거래의 급성장을 고려했을 때 분명 잠재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돌이켰다.펄먼의 선구적인 이력은 지금은 작고한 변호사 부모의 영향을 받은 것이다. 미시간에서 부동산 변호사로 일했던 아버지 마이클 펄먼은 제프리가 누나 데이나와 마찬가지로 경영학을 공부하도록 독려했다. 데이나는 타미힐피거와 캘빈클라인 브랜드를 소유하고 있는 뉴욕 소재 패션업체 PVH 코퍼레이션의 최고전략책임자 겸 회계담당자로 일한다.중국 내에서 ESR의 입지를 확보하는 동안 펄먼은 워버그핀커스의 동남아시아 확장에서도 중요한 역할을 했다. 지역 내의 새로운 기회를 남들보다 먼저 포착한 펄먼은 2015년 CEO 칩 케이(1994년 워버그핀커스의 아시아 사업을 시작했다)와 사장 팀 게이트너(전 미국 재무부 장관)에게 싱가포르 지사를 설립하자고 제안했다.2013년 이후 워버그핀커스는 동남아시아 15개 회사에 거의 30억 달러를 쏟아부었다. 가장 주목할 만한 거래는 베트남 억만장자인 나트 부옹의 빈그룹과 제휴하여 쇼핑몰 개발업체 빈컴 리테일을 설립하는 것이었다. 이 회사는 2017년 기업공개 후 7억4000만 달러를 유치하며 당시 베트남 사상 최대 규모 IPO를 달성했고, 2019년 엑시트했다. 워버그핀커스는 총괄 이사 사우랍 아가르왈을 2017년 뉴욕에서 싱가포르로 보내 지역 팀을 한층 강화했다.펄먼도 2016년에 싱가포르로 이사했고 자신의 두 자녀가 태어난 이 도시를 워버그핀커스의 투자 기지로 활용했다. 펄먼은 싱가포르를 ESR의 사업을 확장해나갈 핵심 장소로 여겼다. ARA가 이 금융 중심지에서 확보하고 있는 입지를 고려한 것이다. 여기에는 쇼핑몰, 사무실, 컨벤션센터로 구성된 넓은 개발 지구인 선텍시티도 포함된다. “펄먼은 어디에나 있다”고 ESR 공동 설립자 겸 CEO가 지난 1월 영상 인터뷰에서 말했다. “펄먼은 없는 곳이 없다.”2016년 ESR 설립 외에도 워버그핀커스의 13억 달러 규모 거래를 통해 이듬해 ARA를 상장 폐지하고 싱가포르 주식시장에서 빠지기 위해 림과 팀을 이뤘다. 워버그핀커스가 ARA에 투자했을 때 펄먼에게 ESR과 ARA의 합병을 고려했는지 묻자, 펄먼은 당시 그런 거래를 염두에 두지 않았지만 선을 2017년에 싱가포르로 초대해서 림을 만나게 했다고 말했다. “당시 ‘우리가 모두 힘을 합치자’는 지점까지 도달했던 것은 아니었지만, 사람을 상대하는 일을 하면서 사람들과 어울리고 비전과 열정을 공유하다 보면 그런 일이 가능해진다”고 펄먼은 지난 1월 ARA 인수가 완료된 뒤 영상통화에서 말했다. CK에셋의 저스틴 치우와 20년 전에 ARA를 공동 설립한 림은 이 기사에 코멘트를 거부했다.그러나 펄먼은 ESR이 2021년 8월 ARA 인수를 제안했을 때 전면에 나서지 않았다. ARA의 최대 주주인 ARA와 워버그핀커스에서 자신의 역할을 고려하여 거래에 참여하지 않은 것이라고 지난해 선과 거래 협상을 했던 깁슨이 말했다. 깁슨은 “펄먼도 거래에 관여하고 싶어 했지만, 그럴 여지가 없었다”고 말했다.공식 문서를 기준으로 ESR과 ARA의 총순이익은 2021년 6월 6개월 만에 3억4700만 달러로 두 배가 됐다. 이는 전자상거래 업체들의 창고 임대 수요가 높았고 펀드 관리 사업이 흥행한 덕분이다. 모건스탠리의 애널리스트 윌슨 응과 데릭 창이 지난 1월 발행한 연구 노트에 따르면 새 경제 자산과 자산관리 및 부동산개발 수수료가 뒷받침하는 ESR의 실적은 2025년까지 연평균 성장률 기준 매년 15%씩 성장할 것으로 예상된다.펄먼은 아시아 태평양 시장 전반의 전자상거래 열풍, 디지털전환, 부동산시장의 금융화 등 “규모가 큰 장기적 추세가 우리 사업의 성장을 견인하고 있다”며 “팬데믹 중에도 전자상거래의 빠른 성장은 한층 가속됐다”고 말했다.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ESR은 신경제 투자에 더 깊이 관여하면서 클라우드 주방, 냉장 시설, 데이터센터, 창고 등을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건설하고 있다. 지난 2년 동안 이러한 프로젝트에 투자할 자금을 100억 달러 넘게 모금했으며 2022년에는 활황인 데이터센터 산업에 투자하기 위해 두 건의 보충 펀드를 마련하고 25억 달러 투자를 유치할 계획이다. 클라우드컴퓨팅 및 기타 디지털전환을 뒷받침하는 서버를 보관할 시설에 대한 수요는 아시아 태평양에서 향후 3~5년 동안 2배 증가할 전망이라고 부동산 컨설턴트 나이트 프랭크가 밝혔다.ESR은 2020년 6월에 아시아 태평양 최대 규모 창고를 완공했다. 연면적이 약 39만㎡에 달하는 6층 규모의 ESR 오사카 아마가사키 물류센터는 어린이집, 프라이빗 라운지, 소매 상점 등 편의시설과 태양에너지 발전기, 전기차 트럭용 충전 포트 등 친환경 설비를 갖췄다. 회사는 현재 하네다 공항 옆에 가장 높고 발전된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 9층 규모인 ESR 히가시 오기시마 물류센터는 연면적 33만6000㎡ 규모이며 2023년 3월 완공되면 긴급한 화물을 드론을 통해 배송할 수 있는 세계 최초의 시설이 된다.중국에서 130억 달러가 넘는 자산을 운용하는 ESR은 이달 총연면적 55만㎡에 달하는 창고 11개 포트폴리오를 매입했다. 상하이 일대에서 이뤄진 역대 최대 규모 거래다. 현재 중국 곳곳에 250만㎡ 규모로 새로운 물류센터와 데이터센터를 짓고 있다. 부채 3000억 달러로 세계에서 부채가 가장 많은 부동산 기업인 차이나 에버그란데 그룹이 지난해 채권 지급을 불이행하면서 촉발된 중국 주택시장의 붕괴 위험에도 불구하고 펄먼은 중국에 성장 기회가 더 있다고 내다봤다. 펄먼은 “모든 관심은 주택에 쏠려 있고, 헤드라인도 항상 거기서 나온다”며 “신경제 인프라는 정부의 굳건한 지지를 받고 있다. 정부는 창고와 데이터센터가 더 필요하다는 사실을 잘 안다”고 말했다.
디지털전환이 가져온 기회높은 이율은 ESR의 가파른 성장세를 늦출 수 있다. 늘어난 자본비용 때문에 시장에서 서서히 증가하는 거래풀이 줄어들 가능성이 있다고 RHB 싱가포르의 애널리스트인 비제이 나타라잔이 말했다. 그러나 나타라잔은 “잠재적인 금리 상승에도 불구하고 ESR은 이 시장을 헤쳐 나가기에 더 나은 입지를 차지했다”며 “자산 규모가 작은 플랫폼과 탄탄한 수입 덕분에 금리인상으로 인한 초기 효과에 영향을 덜 받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ARA 인수 또한 대차대조표에 보탬이 됐다. 크레디스위스는 지난 1월 발행한 연구 노트에서 ESR의 순기어링이 2021년 62%에서 거래 완료 후 34%로 낮아지면서 전체 법인에 향후 인수를 위한 약간의 자금줄을 제공했다고 분석했다.펄먼은 포트폴리오에 590억 달러 규모의 창고 및 데이터센터 자산을 포함하는 ESR을 확장하면 자산을 더 적은 운용사에 맡기고자 하는 투자자를 유치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부동산 컨설턴트 JLL의 2월 보고서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자들은 2021년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물류 부동산에 480억 달러를 쏟아부으며 지난해 신기록인 320억 달러를 경신했다.“제프는 글로벌 경험을 활용하여 아시아에서 큰 성공을 이끌어내는 아주 뛰어난 해결사”라고 JLL에서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자본시장 담당 CEO인 스튜어트 크로가 이메일을 통해 말했다. 크로는 “펄먼은 자산과 시장의 아주 사소한 요소까지 모두 파악하고 그런 요소가 아시아 금융시장 어디에 들어맞을지 알아낸다”고 덧붙였다.펄먼은 ESR이 신경제에 집중하기를 바라지만 ESR 포트폴리오에 전통적인 자산을 받아들일 기회도 노리고 있다. ESR은 전략적으로 연금펀드나 보험회사 등 대규모 기관 소유자들이 팔려고 하는 일부 사무실 건물이나 상업용 부동산을 REIT 또는 개인 투자 펀드에 흡수하려고 한다.그런 이동은 창고에 대한 강한 수요, 더 새롭고 큰 규모의 REIT를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역에 만들 잠재력과 함께 ESR에 향후 성장을 지속할 수 있는 막대한 기회를 제공한다. 좀 더 장기적인 측면에서도 혜택을 볼 수 있다. JLL은 지난 20년간의 미국 REIT 시장과 유사하게 아시아 태평양 지역의 모든 REIT 시가총액이 현 4000억 달러에서 2030년 1조3000억 달러로 증가할 것이라고 추산했다. 펄먼은 ESR이 아시아 태평양의 여러 부동산 트렌드, 특히 신경제 트렌드로부터 수익을 낼 규모와 전문성을 모두 가지고 있다고 믿는다. 펄먼은 “우리 일상 곳곳에서 디지털전환이 진행되고 있다”고 말했다.
※ ESR은 도쿄 하네다 공항 인근에 가장 발전된 물류 시설을 건설하고 있다(오른쪽, 예상 이미지). 2023년 3월 완공되면 드론을 사용하여 시급한 화물을 전달하는 세계 최초의 물류 시설이 된다. 총연면적이 39만㎡에 달하는 오사카의 ESR 아마가사키 물류센터(왼쪽)는 아시아 태평양에서 가장 큰 창고다.※ 글로벌 야심 - 6년에 걸쳐 단행한 여러 차례의 인수와 유기적 성장을 통해 ESR은 세계에서 다섯 번째로 운용자산 규모가 큰 부동산 자산운용사가 됐다.※ 눈부신 성장 - ESR이 관리하는 자산은 2016년 이후 거의 1800% 급증했다.※ 새로운 경제계획 - 아시아 태평양에서 가장 큰 부동산 플랫폼인 ESR은 590억 달러 규모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 파이 나누기 - 워버그핀커스가 이끄는 ESR의 상위 10개 주주는 다양한 집단으로 구성되어 있다.※ 제프리 펄먼(왼쪽)과 제프리 선.- JONATHAN BURGOS 포브스 기자 위 기사의 원문은 http://forbes.com 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포브스 코리아 온라인 서비스는 포브스 본사와의 저작권 계약상 해외 기사의 전문보기가 제공되지 않습니다.이 점 양해해주시기 바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