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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쟁 막는 상속 플랜 

 

누구나 생전에 나를 돌봐준 고마운 배우자 또는 자녀에게 조금이라도 재산을 더 물려주고 싶어 한다. 하지만 지금도 여전히 많은 상속인이 무방비 상태다. 한국은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를 부과하는 나라인데도 말이다.

상속·증여 계획을 잘 세우라는 정보들이 넘쳐나고 있다. 고령화와 1인 가구, 이혼·재혼 문제, 상속인들 간 다툼·소송에 관한 이야기들이 주를 이룬다. 생각해보면 고개가 끄덕여지고 나 자신도 그렇다. 더욱이 미리 자녀들에게 골고루 재산을 나눠주고 세금 문제도 잘 준비하고 있는 경우라면 더욱 그런 느낌이 클 수 있다. 그런데 내가 스스로 준비하는 자산이전 플랜은 과연 더 짚어볼 문제는 없을까? 40년 넘게 중소기업을 경영해온 70대 후반 김길수씨의 고민을 함께 풀어보면서 자산관리 이전 플랜을 세워보자.

김길수씨는 배우자와 슬하에는 2남 2녀를 두었다. 큰딸은 미국에서 일가를 이뤄 지내고 있어 보고 싶을 때도 많지만, 자녀 4명 모두 각자 결혼하여 손주를 1~2명씩은 낳았으니 이만하면 자식 농사도 꽤 잘되었다. 김씨는 연초에 코로나19 확진 이후 후유증이 심한 편이라 건강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평생을 일궈온 소중한 자산을 상속과 승계 플랜을 준비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진행하게 되면 자녀들의 합의 과정에서 갈등과 불신을 낳을 수 있다. 충분한 상속 재원 마련 플랜이 없는 경우에는 물려준 재산을 처분하거나 기업의 매각으로 이어지는 사례도 많다. 김씨도 상속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김씨는 큰아들에게 평생 경영해왔던 기업체를 승계해주었고 지금은 일선에서 물러났다. 흔히 증여하면 절세할 수 있다고 해 김씨도 작년에 건물을 매각한 자금을 아들, 며느리, 손자녀, 딸, 사위들에게 나누어 증여했다. 그리고 김씨는 남은 재산이 배우자에게 모두 상속되기를 원했다.

김씨의 생각대로 하는 것이 옳은지, 절세도 하고 자녀들의 상속세 재원도 마련해놓을 방안은 또 없는지 검토가 필요해 보였다. 특히 배우자를 배려하려는 김씨의 마음이 잘 전달될 수는 없는가 고민해봐야 했다.

상속 플랜에 대한 3가지 관점

김길수씨의 사례를 통해 세 가지 주제로 상속에 대비하는 관점을 살펴보고자 한다. 첫째, 2차 상속 대비 전략이 필요하다. 김씨의 경우 건물매각자금을 분배하는 과정에서 손자들을 이용한 세대생략 증여를 실현했다. 손자녀에게 증여한 것은 5년이 지나면 상속재산에서 제외되니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그동안 사업을 전적으로 김씨가 도맡아 했으므로 배우자는 자산이 없는 편이다. 김씨가 보유 중인 아파트와 금전은 대부분 김씨 명의로 되어 있으니 상속 시에는 최고세율이 적용된다.

김씨의 경우 남은 재산을 배우자에게 모두 이전한다면 상속공제 한도(30억원)를 모두 사용할 수 있기 때문에 상속의 절세 포인트를 모두 활용할 수 있다. 그러나 김씨는 2차 상속에도 대비를 해야 한다. 김씨와 배우자는 동년배로, 김씨에게 유고가 발생하면 2차 상속이 발생할 수 있다. 김씨의 경우 배우자에게 상속 배분할 때 배우자공제를 고려하여 배분하고 나머지는 자녀들에게 이전한다면 2차 상속에 대비하는 플랜이 가능해 보인다.

둘째, 노후케어도 가능해야 한다. 남은 재산이 상속재산으로 잘 처리될 수 있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김씨는 본인과 배우자의 노후케어도 잘 지켜지길 바란다. 어느 순간 병마와 싸우는 부모를 잘 보살피기 위해서 부모의 재산이 잘 쓰일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한데, 재산 명의가 아프신 부모 이름으로 되어 있으면 자금 활용이 어렵다. 부모가 의사 표현이 어려운 상황 발생 시, 많은 자녀가 부모에게서 받은 증여 재산이나 자신의 돈으로 부모 세대를 봉양한다. 이는 절세 차원에서 효과적이지 않다. 부모의 생활비, 간병비, 병원비만큼은 부모의 재산으로 차감되어야 상속세 과세표준가액을 낮출 수 있다.

셋째, 상속세 재원 마련 대비 플랜이 필요하다. 부모세대는 상속을 준비하면서 상속세 재원 마련 방법도 고민해야 한다. 김길수씨의 자녀들도 작년에 이전해준 증여재산으로 잘 대비하면 좋겠지만 증여 이후 관리 문제는 자녀 세대가 알아서 할 일이라 부모 세대인 김씨가 세금 준비를 잘 하고 있는지 체크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김씨의 경우 2차 상속에 대비해 1차 상속 시 자녀들에게 상속하게 해준다면 상속세 차원에서는 절세효과를 누릴 수 있다.

요즘 상속인이 상속세 재원을 준비하지 못해 황급히 건물을 시세보다 낮게 처분해 후회하는 경우를 봤다. 건강할 때 부모 세대가 미리 준비하면 좋은 플랜이 생명보험을 활용하는 방안이다. 보험을 활용하여 자녀 세대가 피보험자(보험의 인수대상자)를 부모로 설정하는 방안을 추천한다. 또 부모가 고령이라면 신탁방식도 가능할 것이다. 고령인 김씨에게는 신탁방식을 통한 상속세 대비 전략을 추천한다.

세 가지 관점에서 상속 플랜을 대비하는 전략으로 신탁을 활용하는 방안을 마련해보고자 한다. 김길수씨는 일단 상속재산을 신탁하고 아파트는 배우자에게 이전하고 남은 현금재산 중 상속세 금액만큼은 신탁재산으로 관리하게 해주는 전략을 추천한다. 신탁 내용은 1차 상속 시 배우자의 상속공제 한도를 최대한 활용하고 남은 금액은 자녀들에게 이전해준다. 이는 2차 상속에 대비하는 방법으로, 총체적으로 상속세를 절세할 수 있다. 김씨 부부의 노후케어는 신탁으로 활용하고 만약 의사 표현이 어려운 치매가 발생했다고 하면 배우자가 서로에게 자금을 활용할 수 있는 대리인으로 지정하게 한다. 상속재산 중 금전은 상속세만큼은 차감할 수 있게 하고 2차 상속 시에 발생하는 세금분도 신탁으로 관리하여 공동상속인 간 세금에 대한 고민을 김길수씨가 직접 해결할 수 있다. 만약에 공동상속인들인 자녀들에게 급한 자금이 필요하면 그 자금은 신탁에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면 되니 세금 걱정뿐 아니라 위급 상황에도 지켜줄 수 있어 세대 간 갈등도 줄일 수 있다.

이렇듯 상속설계에는 객관적인 실행 기준이 있어야 한다. 잘 짜인 신탁설계라면 상속을 걱정하는 이들과 상속이 발생한 상속인들에게 좋은 파트너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특히 상속 관련 세금의 부담이 높은 한국의 재산구조를 고려하면 객관적인 신탁의 장점을 살펴볼 필요가 있다. 가족 간 이견을 좁힐 수 있고 객관적인 판단을 해줄 수 있는 방법으로 설계한다면 김길수씨의 상속 플랜은 지금의 행복한 가정 분위기를 그대로 지킬 수 있는 행복의 씨앗이 될 수 있을 것이다.

- 배정식 법무법인 가온 패밀리오피스 센터 본부장

202210호 (2022.09.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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