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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용현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 

가볍고 유연한 ‘가성비’ AI 

노유선 기자
다수 기업이 거대언어모델 고도화에 매진할 때 LG유플러스는 역발상으로 소형언어모델 ‘익시젠’을 선보였다. LG AI연구소의 거대언어모델 엑사원의 파라미터가 3000억 개인 데 반해, 익시젠의 파라미터는 88억 개에 불과하다. 권용현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을 만나 익시젠의 장점과 LG유플러스의 미래 전략 등을 물었다.

▎권용현 LG유플러스 기업부문장은 익시젠이 가져올 미래를 긍정적으로 내다봤다.
국내 통신업체 3사(SK텔레콤·KT·LG유플러스)가 본업을 두고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본업인 통신사업에서 지지부진한 성적이 이어지자 3사 모두 인공지능(AI)으로 눈길을 돌렸다. SKT는 2022년 AI 에이전트 서비스 ‘에이닷’을 내놨고 KT는 지난해 자체 AI 거대언어모델(LLM) ‘믿음’을 선보였다. 그사이 LG유플러스는 세상을 놀라게 할 만한 언어모델을 만들고 있었다. 바로 소형언어모델이다.

LG유플러스는 역발상의 귀재였다. 모두가 거대언어모델 개발에 매진할 때 LG유플러스는 소형언어모델로 방향을 잡았다. 바로 익시젠(ixi-GEN)이다. LG유플러스가 비교적 빨리 익시젠을 내놓은 데는 LG AI연구원의 도움이 컸다. LG AI연구원은 이미 LLM인 엑사원(EXAONE)을 개발한 상태였다. LG유플러스는 LG AI연구원과 손잡고 엑사원에 기반한 소형언어모델을 만들고 LG유플러스의 통신·플랫폼 데이터를 학습시켰다. 익시젠의 파라미터(매개변수)는 88억 개로, 엑사원이 3000억 개, 챗GPT4는 약 5000억 개인 것에 비하면 매우 적다. 다만 익시젠을 사용하는 고객사가 파라미터를 늘리길 원하면 파라미터 250억 개인 익시젠을 제공할 수 있다.

지난 7월 2일 익시젠이 첫선을 보였다. 이날 서울 용산구 LG유플러스 본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LG유플러스는 소형언어모델이 향후 매출을 이끄는 효자가 되리라 기대감을 드러냈다. LG유플러스에서 B2B(기업 간 거래) 부문을 담당하는 권용현(53) 전무는 “2028년까지 B2B 부문에서 사업 매출 2조원 달성이 목표”라며 당차게 말했다. 그러면서 “매출 절반은 AI를 활용한 B2B 전용 솔루션(익시젠 플랫폼 등)이 차지하고 나머지 절반은 인프라(데이터센터, 온디바이스 등)에서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

이날 LG유플러스는 자사를 ‘Growth Leading AX Company’라고 선포하고 ‘All in AI’ 전략을 소개했다. AI 중심의 디지털 트랜스포메이션을 주도해 고객의 성장을 이끌겠다는 뜻이다. 이에 대해 권 전무는 “디지털 혁신으로 고객을 서포팅한다는 의미”라며 “AI라는 트렌드에 맞춘 억지스러운 목표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그는 “LG유플러스의 AI 기술력이 고객사의 경쟁력을 향상해 LG유플러스 매출이 상승하는 선순환이 이뤄지리라 본다”고 강조했다.

하지만 익시젠이 다른 통신업체의 AI와 비교해 가지는 차별성과 강점은 여전히 의문으로 남았다. ‘AX 컴퍼니’라는 단어도 선뜻 다가오지 않았다. 더욱 구체적인 설명이 필요했기에 지난 7월 11일 LG유플러스 본사에서 권 전무를 만났다.

유연하고 가성비 높은 소형언어모델


소형언어모델인 익시젠의 장점은 뭔가.

몸집이 가볍다 보니 유연하며 속도가 빠르고 가성비가 좋다. 파라미터는 88억 개지만 높은 성능을 자랑한다. 또 익시젠을 도입한 고객사가 업종별 지식을 익시젠에 손쉽게 학습시킬 수 있도록 미세조정 시간도 줄였다. 이에 익시젠은 특정 산업에 대한 전문성을 가질 수 있다. 또 익시젠은 신속하다. 파라미터 수를 줄였기 때문에 효율적으로 움직인다. 무엇보다 가성비가 좋다. LLM을 돌리려면 상당한 비용이 소요되지만 소형언어모델은 이를 대폭 줄일 수 있다. 현재 익시젠은 콘택트 센터(contact center)와 고객 커뮤니케이션, AI CCTV, POS(포스), 모빌리티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된다. LG계열사뿐만 아니라 다른 기업에서도 익시젠을 업무에 활발히 적용하고 있다.

“2028년 B2B 부문 매출 2조원 달성이 목표”라고 했다. 근거가 있나.

LG유플러스는 아시아에서 가장 큰 데이터센터인 평촌 메가센터를 가지고 있다. 또 평촌 2센터는 연내 가동을 앞두고 있으며 파주센터는 2027년 완공이 목표다. 파주센터가 본격적으로 가동되는 시점을 2028년으로 예상하고 그때를 2조원 달성 시점으로 잡았다. 2028년 파주센터까지 가동되면 LG유플러스는 하이퍼스케일급(10만 대 이상 서버를 수용 가능한 규모) 데이터센터 총 3곳을 운영하게 된다. 이로써 AI 서버 운영의 효율성은 극대화될 전망이다. 데이터센터 측면에서 국내 통신 3사 중 LG유플러스가 경쟁우위를 점하지 않을까 싶다.

그렇다면 LG유플러스는 2028년까지 무엇을 할 계획인가.

AI 컴퍼니로 가는 길은 긴 호흡으로 바라봐야 하기 때문에 지금 밑바탕을 단단하게 다져야만 한다. 그러려면 첫째, LG유플러스의 실력으로 시장에서 높은 경쟁력을 확보하고 둘째, 고객에게 AI 컴퍼니로 인식되도록 혁신해야 한다. 특히 인프라와 관련해서는 데이터센터의 냉각기술을 고도화하고 서버 안정성과 에너지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해 수많은 연구와 테스트가 이뤄져야 한다.

AX 컴퍼니는 어떤 의미인가.

당연한 말이지만 고객사는 동종 업계 경쟁사보다 높은 기술력을 확보하길 원한다. LG유플러스는 고객사를 적시에 맞춤형으로 도울 수 있다. 기업 고객용 AI 모델인 ‘익시 엔터프라이즈(ixi Enterprise)’는 B2B 시장을 공략하기 위한 전략 무기다. 고객사가 기업용 익시젠을 원활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세 가지 플랫폼을 마련했다. 첫째, AI 서비스를 자체 제작하고 관리할 수 있는 플랫폼 ‘익시젠 솔루션’ 둘째, 데이터 품질 최적화를 돕는 데이터 관리 플랫폼 ‘유플러스 데이터 레이크’ 셋째, AI 개발부터 학습까지 전 과정을 자동화할 수 있는 ‘AX 플랫폼’이다. 고객사의 비개발자도 이 세 가지 플랫폼을 이용하면 생성형 AI 서비스를 제작하고 고도화할 수 있다.

다수 스타트업과 협업 중이다. 6월에는 반도체 팹리스 딥엑스와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딥엑스는 로봇, 가전, 스마트 모빌리티, 스마트팩토리 등 다양한 분야에 활용되는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의 NPU(신경망처리장치)를 개발한다. NPU는 대량의 작업을 동시에 수행하고 축적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스스로 추론하는 프로세서다. AI 연산처리 작업에 최적화됐다고 볼 수 있다. 이 기술은 효율에 비해 전력 사용량이 적어 가성비가 높다는 평이다. 딥엑스의 온디바이스 AI 반도체에 익시젠을 접목해 다양한 솔루션을 내놓을 방침이다. 안전·보안, 키오스크, 무인매장, 스마트 교육, 배송·물류 로봇, 차량 제어 시스템, 자율주행 시스템, 전기 충전 인프라 등이다. 물론 온디바이스 AI 시장은 아직 활성화되지 않았다. 하지만 LG유플러스는 시장을 선점한다는 목표로 온디바이스 AI 연구개발에 나서기로 했다. 연내 익시젠에 최적화된 AI 반도체를 선보이는 것이 목표다.

AI에 모든 것을 걸다

행정고시 39회로 공직 생활을 시작해 2019년에 마감했다. 기업 적응이 어려웠을 것 같다.

정보통신부와 미래창조과학부,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서 통신산업을 담당해왔고 대통령 세 분을 모시기도 했다. 24년간 공직에 충실히 임했다. 그랬기에 민간기업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이 무척 두려웠다. 인간의 스트레스 지수를 보면 스트레스를 주는 최대 요인 5가지에 이직이 포함된다. 이직은 내 앞에 펼쳐질 환경이 어떨지 예측할 수 없어서 힘든 것 같다. 게다가 나는 나이가 어느 정도 들고 나서 이직에 나섰기에 두려움이 더 컸다. 그럼에도 이직에 도전한 이유는 내 잠재력을 펼칠 기회가 많을 것이라는 희망이 있어서였다.

이후 LG경영연구원 트렌드 연구부문장과 최고전략책임자(CSO)를 역임했다. 업무 연속성이 있던가.

정부는 퍼블릭 섹터에서 국민이 원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또 법에 따라 독점적 공급자 지위를 얻는다. 민간기업은 프라이빗 섹터에서 시장을 대상으로 서비스를 제공하지만 정부와 달리 시장원리에 따라 치열하게 경쟁한다. 정부는 정권이 바뀌어야 정책을 평가받지만 민간기업은 그때그때 매출 등 성적표로 피드백을 받는다. 하지만 정부와 민간기업은 모두 서비스를 제공하는 대상이 동일하다. 바로 국민이다. 공직 생활에서 대부분 정보통신기술(IT)과 밀접한 업무를 했는데, LG경영연구원 트렌드 연구부문장을 맡아 IT를 더욱 깊게 파고드는 계기가 됐다. LG유플러스 CSO로서는 사업 포트폴리오가 트렌드에 부합하는지 살펴보고 AI 플랫폼과 시장의 연결성을 분석했다. 내가 점점 발전하는 기분이 들어 좋다.

통신업체로서 LG유플러스는 트렌드 변화에 잘 대응한다고 보는가.

통신업체는 IT 트렌드에 민감하게 대응하리란 기대와 달리 최근까지만 해도 국내 통신업체는 그 기대에 부응하지 못했다. 통신업계는 IT 발전에 굉장히 빠르게 노출되는 영역이다. 게다가 통신업체는 고객 접점이 가장 많은 회사로 꼽힌다. 그런데 대다수 통신업체가 테크기업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상황적 이점을 활용하지 못했다. 현재는 AI 기술 개발에 앞장서며 발빠르게 대응하고 있다.

혁신적인 서비스를 위한 CRM 전략이 있는가.

고객을 심층적으로 파악하려면 데이터분석이 필수적이다. 현재 세일즈포스(Salesforce) 솔루션을 이용 중인데, 고객 여정을 모두 관리할 수 있고 데이터 비교·분석·예측이 가능해서 훌륭한 솔루션이라고 생각한다. LG유플러스는 이에 더해 AI를 기반으로 한 혁신성을 내세워 새로운 고객을 유입하고 이들이 충성고객으로 남을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다. 통신업계에서 LG유플러스가 가장 혁신적인 서비스를 가장 먼저 내놓는 곳으로 대중에게 인식되는 것이 중장기적 목표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기웅 기자

202408호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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