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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몽골리아 포럼] 동북아 경제발전은 한반도 ‘긴장 완화’부터 

 

조득진 선임기자
2024년 7월 초 몽골 울란바토르에 전 세계의 저명한 정치·외교·경제 전문가, 시민사회 지도자, 젊은 리더들이 모였다. 이들은 경제협력을 중심으로 한 동북아 평화 발전과 한반도 통일 방안을 논의했다.

▎7월 9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토르 베스트웨스턴프리미어 투신 호텔에서 열린 ‘몽골리아 포럼-동북아 평화 발전과 한반도 통일’에서 참석자들이 발언하고 있다. / 사진:글로벌피스재단
1990년대 정치·경제 개혁에 성공하면서 민주주의와 시장경제로 전환한 몽골은 인구, 경제, 군사력 면에서 소국(小國)으로 꼽힌다. 그러나 지정학적 존재감은 만만치 않다. 이른바 북한·중국·러시아 ‘서부 3자’와 한국·미국·일본 ‘동부 3자’ 모든 국가와 우호적인 관계를 유지하며, 적극적인 외교정책을 펼치고 있다. 특히 몽골은 5개 핵무기 보유국으로부터 자국의 비핵화 지위를 존중하고 이를 위반하지 않겠다는 안보 보장을 받아내어 상호 존중의 정신이 모두에게 윈-윈 결과를 가져올 수 있음을 보여주고 있다.

해마다 수도 울란바토르에서는 전 세계 정치경제 전문가, 언론인, 시민사회 지도자, 젊은 리더들이 모여 이러한 몽골의 특성을 담은 포럼을 진행한다. 올해로 6회를 맞는 ‘몽골리아 포럼’이다. 7월 6일부터 나흘 동안 진행된 올해 포럼의 주제는 ‘동북아시아 평화 발전과 한반도 통일을 위한 방안’이다. 몽골 비핵화 비정부기구(NGO) ‘블루배너’, 문현진 세계의장이 이끄는 ‘글로벌피스재단(GPF)’, ‘원코리아재단’,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AKU)’ 등이 공동 주최했다. 포럼에서 키릴 바바예프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중국현대아시아연구소장은 “서부 3자, 동부 3자의 정치·군사 블록에 참여하지 않은 몽골이 다자간 안정적인 발전계획을 세우기 좋은 지형이다. 동북아에 고조된 정치나 군사적인 분위기를 안정화하는 데 몽골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올해 포럼에는 몽골·한국·미국·중국·러시아 등 10개국에서 60여 명이 참석했다.

포럼 참가자들은 최근 남북 관계, 동북아의 긴장 관계가 심각해졌다고 진단했다. 몽골 초대 대통령인 푼살마긴 오치르바트 블루배너 회장은 “동북아시아 정세, 특히 한반도의 남북 대립각이 날카로워져 ‘평화 통일’을 얘기하는 것조차 어려운 시점이 되었고 이는 세계 공동체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불완전한 상황을 초래하고 있다”며 “우리가 이 상황들을 극복해야 한다. 동북아의 평화와 경제발전을 위해 모든 국가의 적극적인 외교 활동과 함께 시민단체의 활발한 참여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인택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 상임대표는 “몽골은 사회주의와 자본주의를 모두 경험한 나라로, 북한과 교류가 여전히 돈독하다. 이곳에서 논의되는 우리의 목소리가 북한에도 충분히 전달될 것”이라고 말했다.

동북아시아는 세계 인구의 20%가 거주하며, 세계 국내총생산의 25%를 차지한다. 하지만 이 지역은 영토 분쟁, 신뢰 부족 등 긴장감이 지속되고 있으며 이에 반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포괄적인 협상 노력은 보이지 않는다. 특히 최근 남북한 당사자뿐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강대국 간 경쟁이 심화되는 분위기다. 포럼에 참석한 석학들은 “우선 정보 교환을 통해 지역 차원의 신뢰를 구축하고, 공동 관심사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지역안보기구를 수립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동북아 경제협력의 브리지 ‘몽골’


몽골 국토교통부 내륙개발국싱크탱크(ITTLLDC)의 둘쿤 담딘-오드 수석이사는 “내륙국가들은 석탄 등 천연자원을 활용한 광산업이 발달했지만 수출로 연결되는 기반 시설이 취약하다. 특히 물류·통상·무역 간소화 등에서 어려움이 크다”며 “인근 해양국가 대비 경제발전이 20% 뒤처져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고 말했다. 그는 “2014년 오스트리아 빈에서 내륙국가와 인접국가가 모여 무역 간소화·물류·기반 시설·역내 통합 문제 등을 해결할 내륙국가경제발전위원회를 발족했다”며 “인접국가들이 항구 등 물류 통로를 제공하는 식으로 내륙국의 경제성장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몽골 정부 고위 관료 출신으로 기술과학과 공공 분야에서 일해온 렌텐 바트멘드 박사는 1992년 남북한, 중국, 러시아, 몽골 등 동북아 5개국이 출범시킨 경제협력체 두만강개발계획(TRADP)을 부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당시 5개국은 차관급협의체인 5개국위원회를 연 1회 개최해 사업 발굴·기획·추진·조정을 진행했지만 2009년 북한이 탈퇴하며 유명무실화됐다. 바트멘드 박사는 “북한·중국·러시아의 노동력과 남한의 뛰어난 기술력, 몽골의 풍부한 자원을 활용해 동북아 지역의 경제협력을 불러올 수 있는 좋은 사례가 될 것”이라며 “베를린장벽이 무너지면서 유럽의 통합 경제협력체제가 시작됐듯이 두만강개발계획이 동북아의 경제와 평화발전을 이끌 수 있다”고 말했다.

몽골 유라시아전략연구소 부얀츠고또 츠차이칸 소장도 현재 흔들리고 있는 동북아의 지정학적 기반 회복을 경제협력에서 찾아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중국 동북지역은 북한 나진항을 통해 바다로 진출하고 있다. 몽골에도 이런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며 “러시아·중국·북한·몽골·한국이 다양한 다자간 협력으로 새로운 경제 파트너십을 만들어야 한다. 특히 동북아 강대국들이 이를 지원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 청정에너지 플랫폼(NACEP)’이라는 구체적인 경제협력체 구상도 발표됐다. 노부오 다나카 전 국제에너지기구 사무총장은 “1997년 일본에서는 한반도, 중국과 몽골을 거쳐 러시아까지 천연가스 파이프라인을 연결하는 것이 논의한 바 있다. 당시 동북아 지역을 승자로 바꿀 수 있는 방법으로 꼽혔다”며 “이제는 동북아의 클린 에너지 플랫폼을 구상해야 한다. 수소 파이프라인 네트워크를 통해 아시아에 청정 수소 공급망을 구축하고, 한중일 영토 분쟁 지역에 부유식 태양광 패널과 풍력발전 단지를 개발할 것을 제안한다”고 말했다.

한반도의 통일이 동북아 발전 관건


▎7월 8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토르 항올구 아이씨파크 (IC Park)에서 몽골리아 포럼 참석자들이 나무심기행사를 하고 있다. / 사진:7월 8일(현지시간) 몽골 울란바토르 항올구 아이씨파크 (IC Park)에서 몽골리아 포럼 참석자들이 나무심기행사를 하고 있다.
포럼에서는 동북아의 경제협력과 평화 발전을 위해서는 무엇보다 한반도의 평화와 통일이 우선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남광규 고려대 아세아문제연구원 북한연구센터장은 “통일 한국은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가시화할 수 있다. 철도 연결, 해저터널, 에너지 협력, FTA 등 동북아 경제공동체를 위한 다양한 협력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통일 한국은 대륙과 바다를 연결하는 물류 중심지로 급부상할 것이며, 이는 자유무역을 강화하려는 미국과 낙후된 동북지방의 경제를 살리려는 중국의 이해와 맞아떨어진다”며 “일본과 러시아도 에너지 파이프라인 구축 등 극동지역의 경제개발이라는 공동 이익에서 만난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재 북한 당국의 태도를 보면 한국의 평화통일 전망이 밝지만은 않다는 분석도 나왔다. 존 에버라드 전 북한 주재 영국 대사는 “우리가 한반도의 평화적인 통일을 이야기하고 전략을 세워도 김정은이 움직이지 않으면 무용지물이다. 그들이 따라올 수 있는 상황을 제시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북한이 스스로 체제를 바꿔야 평화적 통일이 가능하다. 그렇지 않으면 무질서한 상황이 발생하고, 이는 중국의 입지만 강화하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고 분석했다.

미군 정보계통 업무에서 30년 넘게 종사한 데이비드 맥스웰 아시아태평양전략연구소 부대표는 “김정은이 무엇을 하고 있거나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걱정하지 말자. 대신에 우리가 무엇을 할 수 있고 무엇을 할 것인지에 대해 그들이 걱정하게 만들자”고 말했다. 그는 “우리 시민사회의 활동은 인권, 정보, 사이버, 제재, 군사대비태세, 자유롭고 통일된 한국을 추구하는 데 초점을 맞추자”며 “북한 주민들이 자신들의 희생과 고통이 김정은의 실패한 정책, 약속, 전략의 결과라는 것을 알게 해야 한다. 그래서 김정은이 행동을 바꾸거나 내부로부터 변화에 직면할 수 있는 여건을 조성하자”고 주장했다.

이를 위해 포럼에서는 각국 정부의 외교 활동과 별개로 시민사회단체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목소리가 많이 나왔다. 각국의 시민사회단체들이 한국 주도의 한반도 평화통일을 지원할 수 있는 방법을 연구하고, 이를 자국에서 공유하자는 것이다. 러시아 과학아카데미 동방학연구소의 엘레나 보이코바 선임연구원은 “세계의 비정부기관이 평화와 안보에 시선을 맞춘 정책과 발언을 쏟아내야 한다. 이런 흐름에서 서로의 상황을 주시하고 인정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며 “강대국들은 자국의 이익을 무조건 내세우기보다는 역내 협력을 위해 조금은 양보하는 정책을 펴야 한다”고 말했다.

서인택 상임대표는 “통일은 정치적 협상에 의해 이루어지지 않는다. 우리는 역사에서 모든 위대한 변혁은 ‘아래부터의 변화(Bottom-up change)’로 시작됐다는 교훈을 얻었다”며 “문제는 남한 사회에서 사그라든 통일에 대한 열망”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남한 사회가 통일에 대한 열기로 가득하고, 이러한 희망이 북한과 국제사회에 그대로 전달된다면 변화를 이끌어내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며 “우리가 원하는 통일의 비전, 외세의 간섭이나 힘을 빌리는 것이 아니라 남북한 주민들의 힘으로 통일을 이루자는 메시지가 북한 안으로 전파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동북아 평화, 한반도 통일 ‘비전’ 공유해야”

참석자들은 포럼 후 ‘동북아 평화 발전과 한반도 통일 포럼 성명서’를 발표했다. 포럼 참석자들은 평화롭고 번영하는 동북아가 이 지역과 세계인들의 공동 염원이라고 인식했다. 특히 통일된 한반도는 이 목표를 달성하는 데 매우 중요하며, 몽골은 이 의제를 진전하기 위해 국제사회를 하나로 모으는 데 특별한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참석자들은 앞으로도 몽골 포럼 시리즈를 지속적으로 추진해 시민사회단체를 중심으로 국제사회의 이해관계자들이 목표에 대한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대화를 진행할 것을 약속했다.

서인택 상임대표의 말이다. “최근 푸틴의 북한 방문 배경에는 전문가·학자 등 참모들의 조언이 있었을 것이다. 이 포럼에 참석했던 전문가들과 학자들도 자국에 돌아가 오피니언 리더들과 포럼 내용을 공유하게 된다. 특히 한국인들의 관점이 무엇인가를 알고 가는 것은 상당히 중요하다. 비전은 이를 추구할 에너지를 생성한다. 그래서 비전을 제시하는 것이 중요하다.”

포럼을 공동 주최한 글로벌피스재단(GPF), 원코리아재단, 통일을실천하는사람들(AKU) 등은 오는 9월 말 임진각에서 대대적인 통일 행사를 준비 중이다. 통일실천 운동가와 탈북민 등 수만 명이 모여 ‘코리안드림 통일실천대행진’을 진행한다. 서인택 상임대표는 “첫 번째는 통일에 대한 결집된 힘을 한국 사회와 국제사회에 보여줄 것이고, 두 번째는 우리 남한 사람들의 통일에 대한 염원을 북한에 전달할 것”이라며 “한반도 긴장 고조 탓에 식고 있는 통일에 대한 염원과 불씨를 다시 지필 것”이라고 말했다.

- 몽골 울란바토르=조득진 선임기자 chodj21@joongang.co.kr

202408호 (2024.07.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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