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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종익 딜리버드코리아 대표·김재은 이사 - 역직구의 틀을 깨다 

김익환이 만난 혁신 기업가(56)  

노유선 기자
해외 소비자가 국내 상품을 구매하는 데 난항을 겪자 남매는 뜻밖의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소비자 대신 상품을 구매해 배송해주는 것이다. 때맞춰 K-팝 붐이 일자 이들은 서둘러 구매대행과 배송대행 서비스에 박차를 가했다. 역직구의 신흥 강자 딜리버드코리아의 김종익 대표와 김재은 이사가 스타트업 성공담을 들려줬다.

▎딜리버드코리아의 공동 창업자인 김종익 대표(왼쪽)와 김재은 이사는 2살 터울 남매지간이다.
국내 역(逆)직구 규모는 2020년 이래 줄곧 하향세였다. 2020년 약 1조원에 달했던 역직구액(면세품 제외)은 지난해 7529억원으로 줄었다. K-팝으로 촉발된 K-컬처 붐이 무색할 정도다. 역직구는 해외 소비자가 한국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경우를 일컫는다. 국내 소비자가 해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것을 직구(직접구매)라고 부르는 데 따른 것이다. 올해 역직구액도 전년 대비 감소하리란 전망이 우세하다.

이런 분위기 속에서 연평균 성장률 230%를 기록하는 국내 역직구 플랫폼 스타트업이 있다. 부산에 자리잡은 딜리버드코리아(Delivered KOREA)는 매년 승승장구 중이다. 2021년 18억원이었던 매출액은 2022년 50억원, 2023년 100억원대까지 급증했다. 2013년 설립된 딜리버드코리아는 2021년 역직구 사업을 본격화했다. 역직구 경험치가 높다고 보긴 어려운 딜리버드코리아가 빠른 성장세를 보인 비결은 무엇일까.

지난 8월 14일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본사에서 만난 김종익(47) 딜리버드코리아 대표는 “크로스보더 이커머스(국가 간 전자상거래) 시장에서 해외 소비자가 어떤 불편을 겪고 있는지 주목했다”며 “해외 소비자가 국내 사이트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과정은 상당히 까다롭다”고 설명했다. 이날 함께한 김재은(49) 딜리버드코리아 이사는 “소비자의 페인포인트를 해소할 방법을 고민하다 구매든 배송이든 대신해주면 되겠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이날 두 사람은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과 함께 성장 노하우와 비하인드 스토리, 미래 전략 등을 가감 없이 공유했다.

상품을 대신 구매해서 배송한다는 역발상

구매대행·배송대행 서비스란 무엇인가.

김종익: 앞서 말했다시피 해외 소비자가 한국에서 물건을 사는 과정에서 결제와 배송상 어려움이 크다. 구매대행은 이들을 대신해 딜리버드코리아가 물건을 구매해 배송해주는 것이다. 해외 소비자가 특정 상품을 구매하겠다는 의향을 딜리버드코리아에 전달하면 해당 상품을 대리 구매해주는 방식이다. 배송대행은 구매 단계는 제외하고 배송만 대신하는 것을 말한다. 해외 소비자가 국내 쇼핑몰에서 구매한 물건을 전달하는 일이다. 전체 매출에서 구매대행은 30%, 배송대행은 70% 정도다. 2022년부터는 직영몰 디케이샵(DKshop)도 운영하고 있다. 결제와 배송이 원클릭으로 이뤄지며 20개 이상의 언어를 지원한다.

어떻게 대행 서비스를 고안했는가.

김종익: 처음부터 구매·배송 대행 서비스를 한 건 아니었다. 원래 B2B(기업 간 거래) 물류·배송·CS대행 서비스에 주력했다. 국내 기업이 해외 기업에 상품을 납품할경우 딜리버드코리아는 물류센터를 대여해주고 해외배송과 CS 서비스 등을 포함한 프로세스를 전담했다. 그런데 예상과 달리 상품이 잘 팔리지 않았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코로나19 팬데믹까지 닥치니 피버팅(사업방향 전환·pivoting)이 시급했다. 그러던 중 BTS 열풍이 불면서 K-팝 관련 상품 수요가 전 세계적으로 급증했다. 이를 기회로 보고 2021년 B2C(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인 역직구 사업을 시작했다.

김재은: BTS 열풍 이전에도 미국에서 유학생으로, 교수로 있으면서 K-컬처 확산으로 글로벌 니즈가 늘어날 것으로 봤다. 그동안 연구해온 마케팅과 리테일 머천다이징 등을 실무에 적용해보고 싶었다. 그래서 과감히 교수직을 그만두고 남동생(김종익 대표)의 사업에 합류했다. 당시만 해도 개인이 소규모로 구매대행을 하고 있었고 여기에 시장성이 있겠다고 판단해 빠르게 B2C로 전환했다.

가장 인기 있는 상품과 가장 수요가 높은 국가는.

김재은: 전체 거래 건수에서 약 20.5%를 차지하는 K-팝 음반(앨범·CD·DVD)이 1위다. 그다음으로 K-팝 연계 상품(포토카드·매거진) 17%, K-팝 굿즈(열쇠고리·셔츠·응원봉·스티커·인형 등) 8.6% 순으로 잘 팔린다. 그런데 여기에도 트렌드가 있다. 글로벌 시장의 포문을 연 K-팝 관련 상품이 대세이긴 해도, 뒤이어 인기를 끌고 있는 K-드라마 덕분에 패션과 뷰티 상품 구매율도 증가 추세다. 최근에는 K-웹툰 관련 상품도 주목받기 시작했다.

김종익: 현재 약 120개국에 상품을 배송한다. 국가별 순위는 미국이 1위고 싱가포르, 영국, 멕시코, 독일, 프랑스 순이다. 지역별 비중을 살펴보면 북미 40%, 유럽 27%, 아시아 21%, 남미 6% 순이다. 올해 상반기 K-뷰티 상품 거래량은 전년 동기와 비교해 56% 증가했다. 브라질에서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다. 브라질에서 발생한 K-뷰티 거래량이 전년 동기 대비 17배 이상 늘었다. 스웨덴과 체코, 아랍에미리트에서도 K-뷰티 상품을 찾는 추세다.

딜리버드코리아 서비스의 강점은 무엇인가.

김재은: 해외 소비자에게 높은 신뢰를 얻고자 다양한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외 소비자는 구매대행에서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때문에 불안할 수밖에 없다. 가령 구매대행 요청 시 중간에 물건이 없어질까 걱정하고 정품이 아닌 가품이 배송될까 우려할 수 있다. 딜리버드코리아는 이러한 불확실성을 줄이고자 상품 구매부터 포장, 배송에 이르는 전 단계를 투명하게 공개한다.

김종익: 우선 상품의 정품 여부를 확인하는 검수 센터를 마련했다. 검수 과정을 영상으로 촬영해 소비자에게 전달하고 이를 확인한 소비자가 확정해야 포장이 시작된다. 포장 과정도 사진이나 영상으로 기록한다. 운송장 번호와 상품 무게, 박스 사이즈 등을 촬영해 소비자에게 공개한다. 포장 옵션도 다양화했다. 소비자는 합포장, 재포장, 압축포장, 개별포장 중에서 선택할 수 있다. 합포장을 선택하면 배송비를 줄일 수 있다는 게 이점이다. 마지막으로 포장을 맡은 직원이 서명을 하면 비로소 배송이 시작된다.

김재은: 모든 과정을 시스템화해 효율성을 높인 셈이다. 2013년부터 풀필먼트 물류 서비스를 해온 노하우를 기반으로 역직구 사업을 시작했기 때문에 빠르게 시스템화할 수 있었다. 또 국내 최대 항구인 부산항을 이용하는 덕분에 동종업체에 비해 물류 경쟁력을 확보했다. 재고 부담도 적다. 안전 결제 시스템을 도입해 후사입하기 때문이다.

소비자 재구매율이 무려 60%다.

김재은: 해외 소비자에게는 자신이 좋아하는 K-팝 스타 상품이 무척 소중하다. 소중한 물건을 정성껏 포장해서 배송해주면 소비자는 감동하기 마련이다. 대부분 20대인 해외 소비자는 정성스럽게 포장해주어 고맙다며 소셜미디어에 사진과 함께 인증 글을 남기기도 한다. 자연스럽게 바이럴마케팅(viral marketing)이 이뤄지는 것이다. 또 크로스보더 이커머스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스피드다. 소비자의 니즈나 불만에 빠르게 대응해야 한다. 딜리버드코리아는 소비자 문의에 24시간 이내에 대응하는 CS 시스템을 갖췄다.

창고에서 춤추는 직원들… 이 영상의 효과


▎김익환 한세실업 부회장(가운데)과 김종익 대표(왼쪽), 김재은 이사는 “K-컬처가 일시적 트렌드가 아닌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해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자체적인 마케팅 방법을 소개한다면.

김재은: 국가마다 인기 있는 소셜미디어가 다르기 때문에 다양한 소셜미디어를 활용한다. 특히 글로벌 쇼트폼 영상 플랫폼 틱톡을 이용해 바이럴마케팅을 펼친다. 가장 조회수가 높았던 게시물은 구매·배송의 비하인드가 담긴 영상이었다. 창고에서 찍은 영상 속에서 딜리버드코리아 직원들과 댄서들은 비트감 있는 멜로디에 맞춰 춤을 춘다. 창고에서 상품을 포장하며 즐겁게 일한다는 메시지를 전달해 회사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심어주려는 시도였다.

또 창고는 더럽고 먼지 나는 곳이란 선입견이 있지 않나. 하지만 영상을 본 소비자들은 한국의 물류 창고는 깔끔하고 깨끗하다는 인상을 받게 된다. 그러면 ‘아, 그럼 내가 받을 물건도 깨끗한 상태로 배송되겠구나’라고 짐작할 수도 있다. 단순한 창고 영상이지만 자신의 상품이 있는 곳이기 때문에 소비자는 영상 속에 참여한다는 느낌을 받는다. 이렇게 소비자 참여형 콘텐트를 이용한 인게이지먼트(engagement) 마케팅은 흥미와 함께 소비자 신뢰를 이끌어낸다.

최근 도입한 인클루전온리 서비스는 무엇인가.

김재은: 딜리버드코리아는 소비자 서베이를 매우 중요하게 여긴다. 여기서 소비자 피드백을 파악해 시스템을 고도화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 해외 소비자가 배송비 부담 때문에 K-팝 앨범(CD·DVD) 상품 속 포토카드만 구매하고 싶다는 의견을 내놨다. 그래서 앨범에서 포토카드만 꺼내 포장·배송해주는 서비스인 인클루전온리(Inclusions-only) 서비스를 선보였다. 소비자들의 반응이 매우 좋다. 남은 앨범은 딜리버드코리아 사이트에 저가로 올리고 여기서 얻는 수익은 사회단체에 기부한다.

각국의 트렌드나 니즈가 다를 텐데.

김재은: 해외에 체류 중인 현지 프리랜서가 지역별 트렌드를 알려준다. 또 교수 출신이기에 해외 대학 교수진과 네트워크가 잘 형성돼 있다. 이를 활용해 특정 상품이 왜 잘 팔리거나 팔리지 않는지, 어떻게 하면 거래량을 늘릴 수 있는지 등을 파악한다. 전 세계의 공통점은 K-컬처가 마이너 영역에서 메인스트림으로 올라섰다는 것이다. 하지만 아직은 일시적 트렌드에 불과하다. 한국 문화와 정서가 전 세계에 통용되는 하나의 문화로 자리매김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전망이다.

김종익: 앞으로는 빅데이터를 기반으로 인공지능(AI)을 활용해 데이터분석에 매진할 계획이다. 트렌드를 파악하고 예측하는 데 유용할 전망이다. 향후 잘 팔릴 상품과 그 수요를 예측해 거래량을 증대하는 것이 딜리버드코리아의 넥스트 스텝이다. 또 상품 이미지를 등록하면 AI가 무게를 예측할 수 있도록 머신러닝 연구에 힘쓰고 있다. 지속적인 연구개발로 AI의 정확도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이러한 데이터를 국내 판매자와 공유한다면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은 더욱 커질 것이다.

모두가 윈윈하는 이커머스 생태계

지난해 중고거래 플랫폼 번개장터와 협업을 시작했다.

김종익: 번개장터의 공식 구매대행 사이트로서 딜리버드코리아는 해외 소비자를 위해 번개장터의 상품을 구매대행하고 있다. 이를 확대해 올해 안에 딜리버드파트너스라는 서비스를 론칭할 계획이다. 국내 판매자와 해외 소비자를 직접 연결하는 방식이다. 국내 판매자로는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브랜드나 셀러 등을 염두에 두고 있다. 이로써 전 세계의 소비자와 국내 판매자를 연결하겠다는 포부다. 다시 말해 딜리버드코리아가 해외 소비자를 위한 플랫폼이라면 딜리버드파트너스는 국내 판매자를 위한 플랫폼이다.

남매지간이라고 들었다. 서로 윈윈(win-win)하는 셈이다.

김재은: 남동생이 물류 분야에서 오랫동안 전문적인 커리어를 쌓아왔고 나는 마케팅 분야에서 커리어를 개척해왔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시장의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두 사람이 머리를 맞댄다면 문제를 좀 더 수월하게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또 상호 보완하는 측면도 있어 다행이다.

김종익: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은 만만치 않다. 해외배송에 특화된 백엔드 소프트웨어를 고도화하는 일도 중요하다. 또 물류 분야에서 여러 이슈가 발생할 수 있는데 이런 리스크를 줄이고 소비자의 구매·배송 과정을 간결하게 개선해 편의성을 높여야 한다. 내가 시스템과 물류 서비스 고도화 등에 전념하는 동안 가족 중한 사람이 마케팅과 데이터분석 등에 매진한다는 사실에 마음이 든든하다.

중단기 목표와 장기적 목표를 구분한다면.

김종익: 딜리버드파트너스의 형태로 국내 여러 업체와 협업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구체적인 목표는 2026년까지 300곳이 넘는 업체와 협업하는 것이다. 이때쯤이면 현재 매출액의 7~8배를 올릴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해본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사업은 수익을 내기 어려운 구조다. 매출 규모가 커지는 속도만큼 이익률을 끌어올리기는 쉽지 않다. 물론 딜리버드코리아가 국내 구매·배송 대행 스타트업 중 넘버원이라고 확신한다. 장기적으로는 국내 크로스보더 역직구 시장에서 넘버원으로 꼽히고 싶다.

궁극적으로 회사가 추구하는 가치는 무엇인가.

김재은: 동반 성장과 상생이 딜리버드코리아가 추구하는 가치다. 크로스보더 이커머스 생태계에서 국내 판매자와 해외 소비자가 모두 윈윈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 시너지를 창출하고 싶다. 그동안 이커머스 마켓플레이스가 소비자를 틀 안에 가두는 형태였다면 딜리버드코리아는 판매자와 소비자를 연결하는 개방형 플랫폼을 지향한다.

김종익: 번개장터와 협업을 시작으로 딜리버드코리아는 다양한 기업과 손잡고 동반성장해나가고 싶다. 또 상생을 추구하는 길이 회사의 더 빠른 성장을 보장한다고 생각한다. 부산 본사 사무실에는 회사의 핵심 가치가 적힌 포스터가 여러 벽에 붙어 있다. 그중 최우선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을 꼽는다면 ‘선의를 기반으로 윈윈하는 기업이 되자’, ‘가장 한국적인 방식으로 가장 세계적인 기업이 되자’ 등이다.

※ 김익환 - 노동력 위주의 제조업인 한세실업에 IT를 접목해 성과를 내고 있는 혁신 CEO다. 한세드림, 한세엠케이, FRJ 등 패션 자회사들의 경영에 직접 참여해 괄목할 만한 성장을 이끌며 2022년 2조2142억원에 달하는 매출을 올렸다. 최근 기업의 사회적 역할에 관심을 갖고 국내외에서 다양한 사회공헌 활동을 펼치고 있다.

- 노유선 기자 noh.yousun@joongang.co.kr _ 사진 최영재 기자

202409호 (2024.08.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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