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키톤, 가치를 아는 남자들의 선택 

 

정소나 기자
남자를 위한 패션 아이템 중 단 하나만 고르라면 단연 슈트다. 그중에서도 탁월한 원단과 뛰어난 재봉 기술로 몸에 완벽하게 피트되는 고급 슈트는 남자의 절제와 품격을 완성하는 비장의 무기이다. 체사레 아톨리니, 브리오니와 함께 세계 3대 남성 정장 브랜드로 불리는 키톤은 대기업 총수와 CEO들에게 특히 사랑받으며, 상위 1%를 위한 슈트로 널리 알려져 있다. 키톤이 만드는 슈트는 어떻게 단순히 가격을 넘어 최고의 럭셔리 핸드메이드 슈트로 명성을 얻을 수 있었을까.

전통과 장인정신으로 지은 슈트

키톤의 창립자 치로 파오네(Ciro Paone)는 1933년 나폴리에서 5대에 걸쳐 직물 사업을 하는 집안에서 태어났다. 그는 1968년 키톤을 설립하고, 고대 나폴리 스타일의 테일러링 방식의 수작업을 고수하며 작은 공방에서 하루에 슈트 50벌을 만들기 시작했다. 불과 20여 년 만에 3344㎡ 규모의 공장으로 성장한 키톤은 이탈리안 전통을 지켜가며 오직 양복만 만드는 장인들이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제작해 소장 가치를 높인 슈트를 선보였다. 완벽한 테일러링을 앞세운 키톤의 슈트는 ‘한 번 입어본 고객은 키톤의 영원한 단골 고객이 된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유럽 상류층 사이에서 인기를 끌며 크게 성장했다. 이후 남성 슈트의 성공을 계기로 여성복을 비롯한 다양한 라인으로 확장해 핸드메이드의 진수를 선보이고 있다.

2021년 이후에는 2세대가 사업을 이어받아 치로 파오네의 조카인 안토니오 드 마테이스(Antonio De Matteis)가 그룹의 회장으로서 브랜드를 진두지휘하며 남성복 컬렉션을 총괄하고 있다. 여성복은 창립자의 딸 마리아 조반나 파오네(Maria Giovanna Paone)가 이끌고 있다.

오늘날 키톤은 전 세계 20여 개국에 57개가 넘는 단일 브랜드 매장을 보유하고, ‘메이드 인 나폴리’의 매력과 파워를 널리 알리며 명성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다.

최고 중에 최고를 넘어


▎1, 3. 정교한 테일러링으로 장인정신을 담아 완성한 2024-2025 F/W 컬렉션. 2 키톤의 모든 슈트의 기초가 되는 패브릭. / 4, 5. 원단을 고르는 단계부터 마감에 이르는 전 과정이 장인의 손에서 이뤄진다. / 6. 담당 파트가 구분되어 있는 약 450명의 장인이 100% 수작업으로 제품을 생산하는 키톤의 아틀리에. / 7. 키톤 본사에 들어서면 매끈한 대리석 바닥과 웅장한 계단, 이탈리아 남부의 빛을 받아들이는 커다란 천창이 방문객을 환대한다. / 8, 9. 바다의 푸른색, 지구의 갈색, 석양의 오렌지색을 메인으로 활용해 세련된 우아함을 보여주는 2025 S/S 컬렉션.
장인정신과 최고의 소재는 키톤의 명성을 압축적으로 말해주는 키워드다. 키톤은 오랜 전통의 나폴리 테일러링 방식을 고수하며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100% 수작업을 기본으로 제한된 수량만 제작한다. 키톤 나폴리 공장에는 10년에서 30년 경력의 최고 숙련공 450여 명이 100년 전에 썼던 공구들을 사용해 재단부터 가봉까지 장인의 노하우를 담아 하나하나 직접 손으로 제작하는 것을 철칙으로 하고 있다. 최첨단 기계도 따라잡을 수 없는 장인의 섬세한 손길은 착용했을 때 가장 편안하면서도 신체를 입체적으로 드러내주는 슈트를 만드는 비결이다.

모든 제품은 최고 품질을 보장하는 원단으로 나폴리 본사에서 직접 제작한다. 원단, 가죽, 바느질 실까지 모두 최상의 재료를 기본으로 하고 세계 어느 곳에서도 찾을 수 없는 키톤만의 독점 원단을 고집한다. 키톤은 최고 품질의 천연섬유를 소재의 기본으로 삼는다. 이는 천연섬유만이 정교한 핸드메이드 테일러링을 거쳐 섬세하고 우아함이 돋보이는 최고 품질의 옷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키톤의 철학 때문이다.

현재는 키톤이 소유한 밀라노 북부의 카를로 바르베라(Carlo Barbera) 원단 공장에서 직접 여러 종류의 자연사를 혼합하여 새로운 독점 원단을 개발하고 있다. 오랜 시간 수많은 리서치와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브랜드에서는 가공하기 힘든 특수한 재료인 비큐나헤어, 과나코헤어 등도 키톤만의 패턴과 컬러를 더해 개발 중이다.

키톤의 모든 컬렉션은 품질이 최우선이다. 패브릭의 품질은 제품 생산의 시작점이자 근본적인 필수 조건이다. 나폴리 역사 기록 보관소에서만 볼 수 있는 우아한 직조와 패턴을 오늘날에 맞게 재해석하는 것이 바로 키톤의 주요 과제이다.

키톤의 자존심, 클래식 슈트

최고급 원단은 담당 파트가 구분되어 있는 장인의 손을 거쳐 수작업으로 완성된다. 원단을 고르고 적합한 실을 선택하는 단계부터 재단, 봉제, 마감에 이르는 전 과정을 장인들이 처음부터 끝까지 함께한다. 실제로 건축 도면처럼 복잡하게 디자인된 키톤의 재킷은 25여 명이 1800단계를 거쳐 제작한다. 모든 디테일까지 세세하게 관리하고 최고의 품질을 보장하기 위해 재킷 한 벌을 만드는 데 무려 25시간이 걸리며, 연간 1만8000벌만 한정 제작된다. 모든 슈트는 기계를 사용하지 않고 100% 손으로 재단하고 가봉해 개개인의 신체 콤플렉스를 감추고 없애주는 작품이 장인의 손끝에서 탄생한다. 여기에 정교한 기술이 요구되는 스티치와 디테일을 더해 최고의 슈트가 완성된다.

지퍼를 다는 작업부터 단춧구멍을 자르고 마무리하는 과정, 견고한 실크실로 한 땀 한 땀 수놓듯 만드는 버튼홀까지 세부적인 제작 과정 역시 모두 장인의 손을 거쳐야 한다. 키톤 재킷의 가장 큰 특징인 어깨는 복합적인 기술의 집약체다. 가장 숙련된 장인들이 만드는 어깨 부분은 최소한의 심지만 사용해 견고하지만 다른 브랜드의 재킷에서는 볼 수 없을 만큼의 부드러움과 최상의 밀착감을 경험할 수 있다. 슈트가 완성되면 다리미조차도 고전적인 제품인, 8kg의 빈티지 쇠다리미로 일일이 재킷을 다림질해 자연스럽게 부드러움을 더해 마무리한다.이렇게 완성된 키톤의 아이코닉 아이템인 클래식 슈트는 단순한 상품을 넘어 하나의 예술품이다.

슈트에 품격을 더하는 셔츠 역시 최고 품질의 소재를 사용해 6대에 걸친 나폴리 셔츠 제작자들의 전문성을 담아 만든다. 숙련된 장인들이 22단계의 정교한 핸드메이드 테일러링을 거쳐 만드는 셔츠는 클래식한 패턴부터 오버체크, 대칭 스트라이프 등 독특하고 대담한 패턴을 오가며 개성을 드러낸다. 키톤의 셔츠는 정밀한 계산을 바탕으로 제작되어 체크와 줄무늬가 끊어지지 않고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흐트러짐 없이 균형을 유지한다. 핸드 스티치로 부드러운 착용감을 더해 입는 사람에게 더 많은 활동의 자유와 편안함을 선사한다.

키톤 셔츠의 화룡정점은 ‘칼라’에 있다. 마스터 테일러가 칼라의 원단을 무릎을 감싸듯이 놓은 다음 손바느질한 뒤 셔츠에 자연스러운 인체 곡선을 부여해 목에 닿았을 때 최상의 착용감을 느낄 수 있다. 칼라 뒤에는 파나마 면으로 직조한 하얀 원단을 사용해 세탁 후에도 줄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미래의 장인을 육성하는 테일러링 스쿨

장인들이 일하는 아르자노의 공방과 함께 미래의 장인을 키우는 학교는 키톤의 자랑거리다. 설립 이래 고수해온 ‘장인정신’이라는 키톤의 유산이 소멸되는 것을 막고 대를 이어 보존하고 계승하기 위해 지난 2000년부터 교육 프로젝트를 시작하고 테일러링 스쿨(SCHOOL OF HIGH TAILORING)을 설립했다. 테일러링 스쿨은 남성복을 만드는 것을 단순히 비즈니스로만 보지 않고 나폴리 슈트 전통과 가치를 이어가기 위해 새로운 세대에게 테일러링 기술을 전문적으로 가르치는 학교이다.

테일러링 스쿨은 키톤 내부의 장인들과 교사들이 무상으로 가르치는 3년 과정으로, 젊은이들에게 직업 세계를 경험하고 훈련받는 기회를 제공함과 동시에 ‘테일러링의 기교와 우월함’을 다음 세대에 계승하는 역할을 한다. 3년 과정 중 처음 2년은 재킷을 만드는 데 전념하여 기술적 기초를 튼튼히 하고, 3년 차에는 학생들마다 자신이 필요로 하는 특정 생산 단계를 선택해 전문화된 지식을 습득함으로써 미래의 훌륭한 장인으로 성장하도록 돕는다.

졸업생의 80% 이상은 키톤 또는 고도로 훈련된 테일러를 필요로 하는 제3의 회사에서 일자리를 찾는다. 매년 지원자가 넘쳐나 매우 엄격한 입학 심사를 진행할 정도로 성공적으로 운영되고 있다.

지속가능한 기업을 위한 환경적 노력

대량생산과 기계화로 휩쓸려가는 패션업계를 지배하는 트렌드를 멀리하고 시대를 초월해 바늘, 실, 가위만 사용해 작업 중인 키톤. 전통적으로 수작업을 고수해온 덕분에 작업장에서 배출되는 유일한 물질이 보일러에서 나오는 증기일 정도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최소화하고자 끊임없이 노력하고 있다. 원단 가공과 세탁 단계에서 친환경 물질만 사용하는 것은 기본이고, 기능과 내구성, 생태적 지속가능성을 겸비하고 생분해성이 더 높은 새로운 원사 개발에도 힘쓰고 있다.

또 지금까지 수년 동안 의류의 수명을 연장하고, 판매되지 않은 품목은 자선단체에 기부하는 재활성화 서비스를 통해 생산 수명 주기를 늘려왔다. 2021년부터는 PVC를 제거한 환경 친화적인 포장재를 사용하고 있다. 플라스틱, 옷걸이, 쇼핑백 손잡이 등도 모두 친환경 소재로 만든다.

회사에는 환경 지속가능성 부서(Environmental Sustainable Division)를 꾸리고, 태양광발전 시스템을 설치해 CO2 배출량을 연간 220톤가량 줄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키톤의 현재와 미래


▎가족 경영 체제를 유지하며 창립자의 철학과 비전을 계승하고, 명성과 전통을 이어가고 있는 키톤 패밀리.
오랜 세월 축적된 장인정신으로 생산과정의 각 단계를 날마다 더욱 완벽하게 만들어나가고, 최고 중의 최고를 넘어서겠다는 품질에 대한 집착은 오늘날 키톤을 최고급 슈트의 반열에 올려놓은 원동력이다.

1968년 설립 이래 키톤은 여전히 가족경영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창립자 파오네의 가족과 친척들이 대부분 브랜드의 중역을 맡아 끈끈한 혈연적 유대로 창립자의 철학과 비전을 계승하며 흔들림 없이 브랜드의 유산을 이어가고 있다.

혁신과 실험을 수용하는 동시에 우수한 재단 기술의 전통을 이어가는 데 중점을 두며 계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는 키톤. 최고의 소재, 정교한 재단과 깐깐한 공정, 고집스럽게 고수하는 나폴리식 테일러링, 수백 명 장인의 값진 노동력과 시간으로 만들어낸 키톤의 슈트는 그 이름만으로도 육중한 무게를 지닌다. 이렇듯 옷에 대한 열정과 철학이 담긴 확고한 브랜드아이덴티티야말로 정통 클래식 슈트의 대명사로 세계적인 명성을 주도하는 이유가 아닐까.

[박스기사] 키톤을 이끄는 사람


키톤 그룹 CEO & 남성복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안토니오 드 마테이스(Antonio De Matteis)

1964년 나폴리의 섬유 산업에 종사하는 가문에서 태어났다. 나폴리 ITC Mario Pagano에서 회계학 학위를 취득한 후, 의류 회사의 영업 담당자로서 사회에 첫발을 내디뎠다.

1986년, 패션 브랜드 키톤의 창립자이자 대표인 삼촌 치로 파오네의 지도 아래 키톤에서의 경력을 시작했다. 그는 삼촌과 함께 일하면서 원자재 소싱, 완제품 제작, 사업 관계의 개발 및 강화 등 회사의 다양한 사업 분야를 경험했다. 무엇보다도 그는 삼촌 치로 파오네로부터 타협 없이 품질을 추구하는 철학에 대한 책임감과 헌신을 배웠다.

이후 키톤의 커머셜 이사, 마케팅 이사 등을 거쳐 2007년에는 그룹의 최고 경영자로 임명되었다.

일에 대한 열정, 창의성, 세심함, 고객에 대한 배려, 아름다움에 대한 사랑은 그를 성공으로 이끌었다. 특히 그는 섬유에 대한 끊임없는 연구와 추진력으로 패브릭의 보석이라고 불리는 비큐냐헤어를 다양하게 활용해 키톤만의 독특한 원단을 만들 수 있는 인증 시스템을 개발했다. 여름철에도 시원하게 입을 수 있는 서머 비쿠냐, 데님처럼 텍스처를 살린 데님 비쿠냐, 독특한 양면 패턴을 지닌 자카르 비쿠냐 등이 대표적이다.

안토니오의 리더십 아래 키톤은 꾸준히 성장했으며, 현재 이탈리아에 5개의 생산 시설과 800여 명의 직원, 전 세계에 60개의 플래그십 스토어(밀라노, 뉴욕, 런던, 라스베이거스, 서울, 베이징 포함)를 보유하고 있다. 지난 3년 동안 매출도 두 배로 늘려 약 2억 500만 유로를 기록했다. 2023년부터는 이탈리아의 글로벌 패션 행사 기업인 ‘피티 이매진(Pitti Immagine)’의 대표로도 활약하고 있다.

- 정소나 기자 jung.sona@joongang.co.kr _ 사진 제공 키톤

202502호 (2025.01.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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