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80년대 초반의 어느 겨울, 서울 용산 삼각지 인근 대로변에서 멀지 않은 주택가 골목에서 스무살 남짓한 처녀가 물을 뒤집어쓴 채 담벼락에 기대어 언 손을 부비고 있었다. 발갛게 달아오른 두 볼에는 금방 뒤집어쓴 물벼락이 채 마르지 않은 것인지 두 줄기 물줄기가 흘러내렸다. 그 옆에는 작은 그의 몸뚱아리만큼은 됨직한 두 개의 가방이 널브러져 있었다.
처녀의 머리 속에서는 좌표를 알리는 ‘커서’가 한강로를 따라 힘없이 움직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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