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목숨이 파리 목숨이던 시절이 있었다. 인사를 정치권력과 정부가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한국금융을 ‘관치의 역사’로 부르는 이유다. 1980년대 초 은행이 민영화됐는데도 정부는 여전히 인사를 좌지우지했다. 노태우 대통령 시절이던 1990년 5월 한일은행(지금의 우리은행) 행장이 갑자기 사임했다.
주주총회에서 회장으로 선임된 지 78일 만이었다. 무슨 비리가 있어서가 아니었다. 단지 거래 대기업의 부동산 매입을 승인해주는 과정에서 여신관리규정 심사를 소홀히 했다는 이유였다. 그러나 진실은 달랐다. 재벌의 부동산 투기 문제로 여론이 악화하자 희생양이 필요했기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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