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종.심층취재

Home>월간중앙>특종.심층취재

인터뷰 - “떠 있는 해보다는 막 떠오르려고 하는 해가 더 찬란” 

‘중부권 대망론’ 깃발 든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영호남, 역사적으로 충청에 진 빚 다음 대선에 갚아야…새로 부상하는 충청권 인물이 권력 창출의 구심점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



정우택 새누리당 최고위원(충북 청주 상당·3선·1953년 생)은 지난해 5월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출마해 당 지도부에 입성했다.

그는 충청뿐만 아니라 대구·경북 등 여타 지역의 대의원 표를 효율적으로 엮어 9명의 후보 가운데 4위를 차지했다. 지난해 총선에서는 민주당 중진 홍재형 전 국회부의장을 꺾어 역내 입지를 확고히 했다.

정 최고위원은 민선 4기 충북지사를 지내는 등 새누리당 충청권을 대표하는 정치인의 한 사람이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옛 경제기획원에서 13년간 근무하는 등 정치권에서 경제통으로 불리는 그는 ‘중부권 대망론’을 적극 설파한다.

요즘 새누리당 내 충청 정치권이 잘나간다고들 한다. 의석 수도 늘고 모임도 잘된다고 하는데.

“지난 4월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에서 승리한 이완구 의원 축하모임을 가진 적이 있다. 이때 지역구·전국구 포함해 20명에 가까운 새누리당 충청권 국회의원이 참석하는 등 분위기가 좋았다.

그 자리에서 윤진식 의원이 이런 말을 했다. ‘참격세지감이다. 나도 2010년 7월 충북 충주 재선거에 당시 한나라당 후보로 당선돼 국회에 와 보니 충청권 한나라당 의원은 나를 포함한 세 명이 고작이었다. 지금과 같은 축하 모임은 엄두도 못 냈다.’ 충청권에서 지금 새누리당은 잘나가는 게 맞다.”

충청권 인구가 호남권을 추월했다. 그 동력은 뭔가?

“충청도가 안고 있는 지리적 이점, 해당 지자체의 기업 투자유치와 일자리 창출 노력 등이 맞물린 결과라고 본다. 수도권 인구가 포화상태에 이르면서 인접한 충청권으로 많이 유입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나는 민선 4기(2006~2010년) 충북지사, 이완구 의원은 같은 시기 충남지사를 지냈다. 두 사람이 모두 외부 투자유치에 전력을 기울인 결과이기도 하다. 예컨대 당시 충북도의 경우 24조원의 투자를 유치했다. 민선 3기 손학규 경기지사가 14조원을 유치한 것에 견줘보면 획기적인 성과를 거둔 셈이다.”

충청권 인구가 늘면 한국 정치에 어떤 변화가 오리라고 보나?

“정치가 영호남 대결 구도로 흐르면서 동서 분할이라는 병리현상을 낳았다. 충청권은 이를 치유하고 국가 통합을 꾀하는 역할을 하게 된다. 또 권력의 향배와 관련해서는 영남이든 호남이든 충청을 끌어안는 쪽이 집권하게 될 것이다. 그래서 충청인들 사이에서 ‘중부권 대망론’이 나오는 것 아닌가.”

대망론의 구체적인 내용은 뭔가?

“충청·강원 등 인구가 적어 정치적 발언권이 약했던 중부권에서 차기 대선 주자를 내는 등 정치의 구심점 역할을 하자는 여론이다.”

여망에 부응할 만한 인물이 있나?

“이미 떠 있는 해보다는 막 떠오려고 하는 해가 더 찬란한 법이다. 중부권 대망론은 2016년 20대 총선이 지나야 불이 붙을 것이다. 이미 거론되고 있는 분들도 훌륭하지만 언젠가 이슈를 치고 나올 인물도 살펴보면 적지 않을 것이다.”

뉴페이스가 등장할 거라는 말로 들린다.

“충청권은 JP(김종필 전 국무총리) 이후 이렇다 할 지역의 맹주가 없었다. 게다가 충청은 영호남과 같은 단합된 힘을 발휘하지 못했다. 국민의 여망과 시대정신이 어우러지면 새 인물이 나타나지 않겠나.”

새누리당 대선 주자 영입한다면 반기문이 유력

충청민들은 원래 느긋하고, 진득하며, 속내를 잘 드러내지 않는 경향이 있는데 누군가를 화끈하게 밀어줄까?

“충청민들의 여망을 담아 정치적 이익을 대변해줄 리더십이 창출된다면 가능하다. 충청권 대망론이 본궤도에 오르면 엄청난 단합과 시너지효과로 나타날 것이다.”

그래도 충청권이 혼자만의 힘으로는 집권하기 어려운 구도다. 결국 새누리당과 민주당이 충청을 매개로 집권하는 방식이 되지 않을까?

“역사적으로는 영호남 모두 충청에 빚을 지고 있다고 하겠다. 1997년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김대중 새정치국민회의 총재와 연대해서 정권을 창출했다. 걸출한 DJ와 대승적 양보를 한 JP가 있었기에 가능했다. 그래서 앞으로 충청은 호남에 요구할 수 있다. ‘이번에 호남에 인물이 없으면 충청을 도와 달라’고 말이다.”

만약 호남이 ‘노(NO)’라고 한다면.

“인구 분포로 볼 때 충청도가 영남과 손잡으면 선거는 그걸로 끝이다. 그런데 영남 또한 대통령을 여러 번 배출하지 않았나? 동서분할을 치유하고 국민 통합을 이루는 차원에서 중부권에서 대선 주자를 내겠다고 영남을 설득할 수 있다고 본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이라면 어떻겠나?

“아직 펼쳐지지는 않았지만 빅카드다. 여와 야 입장에서 반기문 카드는 매력적일 것이다. 다만 외교관 출신인 그가 외교와 사뭇 다른 험난한 정치 여정을 어떻게 감당해낼지는 모르겠다.”

반기문 총장을 잘 아나?

“내가 1996년 15대 총선 당시 충북 진천·음성에서 당선돼 국회에 온 뒤 반 총장이 외교차관에 기용됐다. 반 총장 고향이 내 지역구인 음성인데 모를 리 있나. 그분의 성격이 정치와 잘 어울린다고는 하기 어렵다. 성격으로 봐서는 정치할 스타일이 아니다. 천상 외교관이지.

그 후에 어떻게 변했는지, 또 주변에서 뭐라고 하는 지는 알 수 없는 노릇이다. 사람이란 게 개인의 생각도 중요하지만 주변에서 부추기는 것도 무시할 수 없다. 그렇게 정치에 설 수도 있다. 어쨌거나 반기문 총장은 중요한 카드임에는 분명하다.”

그가 합류한다면 충청권의 파워가 한층 커지겠다.

“그렇다. 중부권 대망론은 한층 더 탄력을 받는다. 설령 그가 출마하지 않고 유망한 인물을 밀어준다고 해도 큰 힘을 발휘할 것이다.”

그렇게 되면 충청권이 정 최고위원이 몸담은 새누리당 내 영남 패권과 충돌할 수도 있는데 어떻게 보나.

“충돌할 일은 없을 것이다. 영남권에 자격을 갖춘 인물이 있으면 모르겠으되 지금 당장 꼽을 만한 인물이 있는가? 물론 새누리당으로서는 기존 인물 중에서 베스트를 찾으려 들 것이다. 그리고 외부에서 날아온다면 반기문 총장 카드밖에 없지 않나 생각이 든다. 기존 인물 중에서 검토해보고 플러스 알파로 반 총장을 검토하는 게 좋을 것 같다.”

충청을 대변해서 대망론에 도전할 의향은?

“지금은 박근혜 정부가 출범한 지 1년도 지나지 않은 시점이라 차기 대선 운운하는 건 적절치 않다. 다만 나는 행정과 정치를 겸했고, 또 보수와 진보를 아우르는 안정감 있는 정치인이다. 아직은 나이가 있다. 언젠가는 그런 생각을 해볼 것이다.

201311호 (2013.10.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