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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 “ 충청 대통령 만들자는 정치적 토양 마련될 것” 

‘충청 맹주’로 주목 받는 이완구 새누리당 국회의원 

박성현 월간중앙 취재팀장
대선에서의 지역 간 연대도 충청권이 이니셔티브 행사할 터…2016년 총선 거치면서 여론조사 등 통해 충청 맹주 부각될 것

▎이완구 새누리당 국회의원



이완구 새누리당 국회의원(3선·1950년 생)은 지난 4월 충남 부여·청양 재선거에서 77.4%라는 압도적인 득표율로 당선됐다. 하지만 당초 목표한 80.9%에는 미치지 못했다. 80.9%는 1988년 13대 총선 당시 신민주공화당의 김종필(JP) 후보가 자신의 고향인 부여에서 얻은 득표율이다. 충청권 총선에서는 경이적인 기록이다.

이 의원은 간발의 차로 뜻을 이루지 못했지만 언제부터인가 ‘충청 맹주’라는 닉네임이 따라붙었다. 행정고시 출신으로 경제기획원 사무관·충남경찰서장·국회의원을 거친 그는 2009년 12월 세종시 원안 추진 중단의 책임을 지고 민선 4기 충남지사직을 던졌다. ‘이완구’ 이름 석 자가 충청인들의 뇌리에 깊숙이 박히는 순간이었다.

당시 지사직 사퇴가 오늘날 든든한 정치 자산이 된 것 같다.

“충청도의 스타일은 좋은 게 좋다는 식이다. 양반의 고향이라 즉각적인 표현도 삼간다. 1997년 DJP(김대중+김종필) 연대를 통해 집권에 성공한 김대중 대통령이 내각제 합의를 파기할 때도 그냥 어물쩍 넘어갔다. 충청의 자존심을 지키고자 결행한 도지사직 사퇴가 충청민들의 눈에는 결연하게 비쳤나 보다. 자리를 내던지면서까지 현직 대통령(이명박)과 한판승부를 벌이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

이 의원을 ‘충청 맹주’로 여기는 이유도 같은 맥락인가?

“4월 재선거에서 얻은 득표율이 계기가 된 듯하다. 하지만 ‘충청 맹주’란 표현은 나를 충청이라는 틀에 가두는 말이므로 별로 쓰고 싶지는 않다. ‘호남 맹주’, ‘영남 맹주’라고는 하지 않으면서 유독 ‘충청 맹주’라는 말은 많이 한다. 어쨌거나 내가 원하든 원치 않든 차세대 리더 같은 이에게 자연발생적으로 사람들이 붙여주는 것이다.”

스펙이랄까, 경력이 화려하다.

“1974년 15회 행정고시에 합격해 경제기획원 사무관으로 중앙정부에 발을 내딛고, 고시 출신을 특채하는 경찰로 옮겨 31세에 경찰서장, 40대에 지방청장 두 곳을 거쳤다. 40대 중반에 국회의원, 50대 중반에 충남도지사에 당선됐다. 국회의원 시절인 2000년에는 김대중 대통령을 따라 평양에도 다녀왔다.”

건강이 좋지 않다는 말이 왜 끊이질 않나?

“지난해 총선을 앞두고 다발성 골수종 판정을 받았다. 말하자면 혈액암이다. 총선 출마를 포기할 정도로 몸이 안 좋았다. 그 뒤로 수술 받고 치료에 힘쓴 끝에 올 1월 암세포 수치가 제로로 나왔다. 그래서 4월 재선거에 나왔다. 건강이 안 좋다는 말은 낭설이다.

암에 시달린다면 재선거에 나서지 않았을 것이다. 나는 목숨을 담보로 정치하는 사람이 아니다. 지난해 총선 불출마를 하니까 거짓으로 칭병(稱病)한다더니 이번에 출마하니까 혈액투석을 한다는 등 병자로 몰아세우는 게 정치권 인심이다. 너무하지 않나.”

박근혜 대통령의 신임이 돈독하다고 들었다.

“밖에서 그렇게 말하는데 대통령이 나를 신임하는지 안 하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분 마음이다. 하지만 원칙과 신뢰, 정직을 트레이드마크로 하는 박 대통령이 적어도 내가 잔머리를 굴리는 사람은 아니라는 걸 알지 않겠나. 지사직 사퇴도 그렇다. 웬만한 사람이라면 지사직을 내놓기보다는 단식하거나 삭발하는 선에서 넘어가려 했을 것이다. 박 대통령 입장에서 적어도 이 사람은 믿어도 될 사람이라고 생각하지 않았을까 한다.”

한국 정치에서 충청권의 역할은 무엇이었다고 보나?

“영호남 대결구도에서 중심을 잡아주는 균형자 역할을 했다. 어느 한쪽의 이익을 편들지 않고 대립과 갈등을 깨뜨리는 것 말이다.”

정치는 세력이 아니라 대의명분

‘우리도 대통령을 만들자’는 여론이 있다고 보나?

“그런 요구는 당연히 나오는 것이다. 충청권의 시대적 역할이 커지고 있는 만큼 정치적 토양은 자연스럽게 만들어 질 것이다. 출향인사를 포함해 1200만 명이라는 충청 연고의 인구가 있는데 자기 주도의 정치를 하자는 인식이 왜 없겠나.”

그게 중부권 대망론, 충청권 대망론인가?

“역사적으로 JP를 비롯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 심대평 전 자유선진당 대표, 이인제 새누리당 의원 등이 대선에 출마했지만 뜻을 이루지 못했다. 그 뒤로 한동안 잠잠했는데 2017년 대선을 앞두고 어떤 현상으로 분출될지 모를 일이다. 박 대통령 취임 8개월밖에 안 된 마당에 대선을 논한다는 것은 결례다. 충청 대망론은 2016년쯤 나올 얘기다.”

이미 새누리당 등 여권에서는 충청권이 실세 아닌가?

“몇몇 인사가 일시적으로 그런 자리에 있다고 해서 당의 중심축이 충청인 건 분명 아니다.”

영호남이 충청을 향해 경쟁적으로 연대를 제의할 가능성은?

“그게 연대든 뭐가 됐든 충청의 도움 없이는 정권 창출은 절대 불가능하다. 그래서 중앙무대의 정치민도 충청권을 조심스레 다룰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는 영남과 호남이 이니셔티브를 쥐고 충청과 연대했다면 이제는 거꾸로 충청이 주도권을 행사할 것이다.”

충청의 맹주는 언제 어떤 식으로 부상하게 될까?

“충청 맹주는 민심이 결정해준다. 충청민들이 자신들을 대표한다고 인정해줘야 맹주인 것이다. 아마 여론조사를 하게 되면 그 윤곽이 드러나지 않겠나 싶다. JP 시절에는 당연히 물어보지 않아도 답이 나왔는데 지금은 좀 아리송하다. 2016년쯤이면 자연스레 부각되는 인물이 있을 것이다. 가능성 있는 인물이야 많지만 어떤 시대정신과 국가 미래 청사진을 국민 앞에 제시하느냐가 중요해진다.”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도 대망론의 한 축을 이룬다.

“정치공학적으로는 좋은 카드인데 한 가지 걱정은 내치다. 이 복잡하고 험난한 국내 정치에서 학 같은 분이 적응하고 안착할 수 있을 지 생각해볼 일이다.”

내년 전당대회 당 대표 경선에 관심이 있나?

“지금은 박근혜 정부의 성공을 위해 일해야 할 때다. 올 연말까지는 그런 문제로부터 초연해져서 정기국회에 충실을 기하는 게 바람직하다. 국회에 계류중인 민생법안이 이런 식으로 낮잠을 자면 우리나라는 망하는 길로 간다. 지금 당권을 논하는 건 적절치 않다. 그 후에 뭐가 되든 그때 가서 논의하면 된다.”

일부 친박계 의원이 당 대표 출마를 권유했다는데.

“자기 좋다는 사람을 마다할 정치인이 있나? 정치는 세력이 아니라 대의명분이다. 의원들이 진심으로 ‘저 사람이 괜찮겠다. 진정성이 있다. 당의 간판으로 어울린다’고 생각할 때 그 정치인은 생명력을 갖는다. 지금은 그저 국회의원들이 지나가면서 하는 말이다. 의원들끼리 덕담 나누는 수준이라고 본다.”

JP나 김용환 새누리당 고문과는 자주 만나나?

“자주 뵙는다. 두 분 다 건강하다. 그분들이 과분할 정도로 나를 신임하고 관심을 가져준다. 궁금한 일이 있을 땐 나를 부른다.”

201311호 (2013.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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