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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이 쓰는 ‘생명의 비밀’ - 번 식의 비원 체현하는 ‘바다의 말(海馬)’ 

 

권오길 강원대 명예교수
수컷이 임신하며, 부화 며칠 뒤에 또 알 품어…0.5% 이하만이 성어(成魚)로 자라

▎남획과 환경오염으로 멸종위기에 처한 해마.



해마(海馬·sea horse)를 일명 수마(水馬)라 하며, 경골어류, 실고깃과의 바닷물고기로 실고기, 해룡 따위가 속한다. 세계적으로 해마속(Hippocampus)에는 54종이 있으며, 속명의 ‘hippos’는 그리스어로 말(horse), ‘campus’는 바다괴물(sea monster)이란 뜻이다.

해초나 산호초, 맹그로브(mangrove)에 살면서 수컷들은 사방 1㎡ 안에 머문다면 암컷은 그것의 100배나 넓은 곳을 돌아다니며 먹이를 찾는다. 우리나라에는 해마·가시해마·산호해마·복해마 등 6종이 서식하고, 마산·진해·제주도 등 남해안 서식하며, 중국 남해·필리핀·태국·동남아 등지에 주로 분포한다.

해마는 호흡기질환과 발기부전, 난산을 치료하는 약재나 선물용으로도 팔리는데, 중국에서는 1년에 최소한 2000만 마리(세계 소비의 3분의 1을 차지함)가 약용으로 소비된다고 한다. 그런 일에 빠질 리 없는 우리도 상당량을 소비하지 않을까 싶다.

해마는 크기가 1.5~33.5㎝로 종에 따라 각각 다르지만 짙은 갈색이 몸바탕을 깔았고, 작은 반점 또는 무늬가 있으며, 작은 등지느러미가 있다.

그리고 가늘고 긴 주둥이에 꼬리는 길고 자유자재로 구부릴 수 있고, 주둥이가 파이프처럼 길쭉하기에 ‘pipefish’라고 하며, 머리나 목에는 관처럼 생긴 돌기가 쭈뼛쭈뼛 튀어나와 있어 머리가 말을 닮아 해마라 부른다. 긴 대롱 입으로 플랑크톤, 작은 새우나 갑각류 유생, 작은 물고기를 주식하고, 수족관이나 어항에서 애완용으로 키우는 것이 유행이다.

경골어류지만 비늘(scale)은 없고 얇은 골판(骨板·bony plate)이 살갗을 고리 모양으로 둘렀으며, 종에 따라 고리 수나 모양이 다르다고 한다. 그리고 다른 물고기처럼 부레가 있고, 해초에 꼬리로 또르르 감아 몸을 고정시키며, 등은 곱사등이다. 때로는 등지느러미를 움직여 상하운동을 하니 눈 뒤에 있는 가슴지느러미가 방향을 잡으며, 1시간에 1.5m가량 밖에 움직이지 못하는 물고기 중에서 가장 느림보에 속한다. 이런 얼뜨기 굼벵이는 그지없이 연약하기에 큰 물고기에 보이는 족족 냉큼냉큼 잡아먹혀버려 아쉽게도 현재 멸종 직전에 놓여 있다고 한다.

동물에서 수컷이 알과 새끼를 돌보는 아비사랑의 심벌로 해마애비를 친다. 민물의 가시고기들은 저리가라다. 암수가 정해져 있어 일부일처제로 암수의 정(情)이 공고하다고 한다. 사랑을 상징하는 원앙이도 다른 여러 수놈과 짝짓기를 하는 탓에 지아비를 닮은 것이 40%도 되지 않는데, 해마의 새끼는 100%가 제 자식이란 것. 물론 종에 따라 짝을 바꾼다고는 하지만 알을 낳는 순간 정자를 물에 쏟아 수정시키니 제 뱃속의 새끼들은 모두 제 새끼다.

미미하다고 얕봐선 안 된다. 해마 수컷도 꽤나 공격적이라 가까이 접근하는 상대 수놈을 꼬리로 내리친다. 주먹을 날리며 얼러대는 것이지. 암수 두 마리가 몇 날 며칠에 걸친 전희행위(courtship)를 한 다음에, 몇 시간 며칠간 암컷이 수놈의 배 앞에 붙어있는 알주머니(egg pouch)에 산란관을 집어넣어 100~1000개의 알을 낳는다.

암컷은 산란을 끝내자마자 살똥스럽게 나 몰라라 하고 냅다 내빼지만 뇌꼴스럽다 여기지 말자. 어서 달려가 게걸스럽게 먹이를 잡아먹고 두둑이 기름이 올라 알을 한껏 품고 서둘러 돌아오려 달려간 것이니 말이다. 바쁘다 바빠! 다 자식 많이 낳자고 그러는 것이다. 종에 따라 적게는 5개, 많게는 자그마치 2500개를 낳기도 한다고 한다.

종족보존에 유리한 암수 역할분담

수정란은 알주머니 벽에 붙어 한천질(젤리 상태로 굳어지는 성질을 지닌 물질)로 둘러싸이고, 그 주머니 속에서 14~45일간 발생하니, 담쏙 알을 받아 임신한 해마 아버지의 배는 어느새 덩그러니 봉곳 솟아오른다. 시종여일 새끼 수발에 바쁜 아비는 육아낭(育兒囊·brood pouch)에 젖 분비 호르몬인 프로락틴(prolactin)을 분비하면서 산소를 공급하느라 갖은 고생을 하니 캥거루 암컷의 주머니 같은 알주머니는 일종의 부화기(incubator) 역할을 한다. 자식을 짐승처럼 키우면 짐승이 되고, 정승처럼 키우면 정승이 된다고 했지.

애써 알을 품고 있는 수컷은 임신 마지막에는 산소를 33% 더 많이 소비하는데, 아무리 수컷이 애를 써도 체중의 3분의 1을 알 낳는데 써버리는 어미에 미치지 못한다. 족탈불급이라는 것이지. 그리고 수놈이 알을 품게 된 것은 암컷으로 하여금 먹이를 줄곧 먹고, 알을 자주 크고 많이 낳을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준다는 점에서도 종족보존에 어마어마하게 유리하다 하겠다. 영리한 해마로군! 아무튼 이들에서 번식(繁殖)의 비원(悲願)을 읽는다. 현대인들은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야단법석인데 말이다.

부화한 새끼를 주머니근육을 수축하여 들입다 쫓아버리고, 몇 시간이나 며칠 안에 다시 알을 품는다. 이렇게 아비가 애써 새끼를 낳아 보내지만 그중 0.5% 이하만이 성어(成魚)가 된다. 그러나 아비가 지극정성으로 알을 보호한 탓에 다른 물고기에 비해 결코 적은 수치는 아니라고 한다. 그런데도 남획과 환경교란으로 씨가 말라 절멸직전에 놓였다고 하니 애석할 뿐이다.

해마와 같은 과에 드는 해룡(海龍·leafy sea dragon)이란 바닷물고기가 있으니, 유일하게 호주 남서해안에만 서식하는 가늘고 긴 실고기로, 멸종위기종으로 분류되어 있다. 해룡(Phycodurus eques)은 20~24㎝로 단독생활을 하고, 수심 50m 근방에 살며, 온 몸에 이파리 같은 돌기가 나슬나슬하게 한가득 나있어 마치 잎사귀 옷을 입은 것 같아 ‘leafy sea dragon’라 하며, 언뜻 보아 그 형태가 용을 닮아 해룡이라고도 불린다. 그 돌기들은 몸을 움직이는데 전연 관여하지 않고 오직 몸을 숨기는 위장(僞裝·camouflage)에만 쓰일 뿐이다.

그런데 사람의 뇌에도 해마(hippocampus)가 있다!? 한쪽 해마의 지름은 1㎝, 길이는 5㎝ 정도이며 곤봉모양의 구조로 머리·몸통·꼬리로 나눌 수 있으며 대뇌피질 밑, 뇌의 중앙부에 있으며, 그 모양이 청상 해마를 닮았기에 붙은 이름으로, 기억과 공간 개념, 감정적인 행동 및 새로운 것의 인식 등의 역할을 한다. 늙으면 이것의 크기가 자꾸 줄어 쪼그라들면서 그 기능을 잃으므로 치매(dementia)가 온다고 한다. 한데 사람머리 해마는 운동을 열심히 하고, 독서를 꾸준히 많이 하면 신경세포의 수가 늘어난다고 근래에 와서 알려졌으니 유념할 일이다.

201401호 (2013.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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