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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함정임의 ‘바닷가 서재’ | 모디아노와 제발트, 기억과 여행 사이 - 기억의 추적자와 여행의 추억자의 화해 

 

누군가 고독이 원인이 되어 소설을 쓰고, 누군가 권태가 원인이 되어 소설을 읽는다. 카프카가 그렇게 했고, 블랑쇼가 그렇게 말했다. 고독이든 권태든 하루하루 소설을 쓰고, 소설을 읽는 행위는 미지(未知)의 세계를 향한 탐구이며 모험이다. 미지의 세계는 ‘기억’에, 모험은 ‘여행’에 관계된다. 세상 어떤 소설도 이 두 가지, 기억과 여행을 근간으로 삼지 않는 것은 없다. 한 해를 마감하고 새로운 한 해를 여는 벼랑끝 순간, 어떤 소설과 함께 할 것인가. 2014년 마지막 날, 나의 바닷가 책상에는 프랑스 작가 파트릭 모디아노가 놓여 있었다. 그리고 2015년 새해 첫 책상에는 독일 작가 W. G. 제발트를 초대했다. 이들은 20세기에서 21세기에 이르도록 ‘기억과 여행’을 소설로 집요하게 탐구한 작가들이다.

파트릭 모디아노와 W. G. 제발트는 2014년과 2015년 한국 소설계에서 가장 영향력을 가진(가지게 될) 작가들이다. 공교롭게도 둘은 거의 같은 시기(1945년과 1944년) 프랑스와 독일에서 태어났다. 모디아노는 줄곧 파리에 거주하며 파리를 대상으로 기억의 세계를, 제발트는 영국에 거주하며 유럽을 대상으로 여행의 세계를 서사화했다. 전자는 추리 형식을, 후자는 문헌 답사방식을 취하고 있다. 두 작가가 한국 독자와 소통하는 양상이 사뭇 다르다. 모디아노는 1970년대 이후 꾸준히 소개되었다가 노벨문학상 수상 이후 새롭게 부각되어 광범위하게 호응을 받고 있고, 제발트는 그의 소설을 깊이, 그리고 지속적으로 읽는 독자를 의미하는 ‘제발디언’이 형성될 정도로 전문적인 호응을 얻고 있다. 특히 후자의 경우, 최근 집중적으로 소설과 산문이 번역 출간되면서 ‘제발트 현상’이라고까지 부를 수 있을 정도로 문단 안팎으로 반향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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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1호 (2014.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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