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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가 함정임의 ‘바닷가 서재’ | 영화와 소설, 긴장을 읽다 -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길항 

 

함정임 소설가, 동아대 문예창작학과 교수
새해 첫날부터 바닷가 오솔길을 걷는다. 문탠로드라 불리는 달맞이 언덕에는 오솔길들이 해안선을 따라 나 있다. 해운대 동쪽에 위치하고 있기에 일출의 순간과 흐름을 함께 한다. 해송들 사이로 빛이 번지고, 물결 위로 빛이 반사된다. 산책이 끝나갈 즈음, 발걸음이 빨라진다. 바닷가 서재로 손님을 초대해놓고 정작 내가 늦기라도 한 것처럼 마음이 서둘러지는 것이다. 산책 중에 귓전에 울리던 파도 소리의 여운인가. 서재로 돌아올 때에는 해안가에서 취한 조약돌처럼 가슴에 품은 화두에서부터 갓 접한 신간의 제목까지 메아리치곤 한다. 예를 들면, (메를로 퐁티)과 (존 버거). 또는 (허문영)와 (정홍수). 앞의 두 책은 철학과 사진, 회화의 영역을, 뒤의 두 책은 영화와 소설의 영역을 다룬 것이다.

메를로 퐁티에 의하면, “세계는 보고 있는 바 그것이다.” 그러나 “본다는 것은 무엇이며 사물이나 세계는 무엇인지 자문하게 되면, 우리는 헤어날 수 없는 어려움들과 모순들에 봉착한다.” 허문영의 와 정홍수의 은 바로 퐁티의 견해에 대한 진지한 탐색과 응답으로 읽힌다. 책머리에 밝힌 허문영의 토로가 공명을 일으키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영화를 보면서(어쩌면 세상을 보면서도) 왜 우리는 눈앞에 현전한 것을 종종 보지 못하며, 거기 없는 것을 종종 보았다고 느끼는가. (…) 영화는 읽는 것이 아니라 보는 것이다. (…) 하지만 ‘본다’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 본다는 것에 이르기 위해서는 보고 또 보아야 한다. 반복해서 본다 해도 전보다 조금 더 볼 뿐 ‘본다’는 것을 완수할 수는 없다. (…) 영화의 힘은 보는 것과 읽는 것,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과의 완결되지 않는 긴장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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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02호 (2015.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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