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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영섭의 심리학 교실 | 인간은 무엇으로 움직이나? 동기심리학의 세계 - 물통에 물을 채우기보다 인간의 마음에 불을 지펴라 

꼴찌에서 1등이 되는 ‘마법’의 비결은 자율성(autonomy), 숙련도(mastery), 목적의식(purpose) 

심영섭 대구사이버대학교 전임교수

▎다큐멘터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에서 ‘린 온 미’를 열창하는 유명가수 달린 러브(왼쪽)와 무명의 백업 가수들(오른쪽). 이 백업가수들은 “‘스타가 되고픈 내적 에너지’가 부족해서 무명으로 남게 됐다”고 고백했다. / 사진·중앙포토
“톰! 톰! 여기 울타리 전체에 페인트칠을 하거라.” 어느 화창한 토요일에 장난꾸러기 톰에게 화가 난 폴리 이모는 울타리 전체를 혼자서 페인트칠을 하라고 벌을 줬습니다. 자그마치 250m의 울타리를요. 친구들이 왔다가 자신의 처지를 보면 비웃을 것이 뻔했습니다. 벌로 페인트칠이나 하는 톰. 하는 수 없이 톰은 집안일을 거드는 흑인 짐에게 페인트칠을 부탁합니다. “짐, 내가 물을 길어 올 테니까 페인트를 좀 칠해주지 않을래?” 짐은 고개를 흔들었습니다. “도련님, 그건 안 돼요. 마님께서 울타리를 칠해달라는 부탁을 받아도 절대로 해주지 말고 빨리 물을 떠 오라고 하셨는 걸요.” “그럼 내가 흰 구슬을 줄게, 그렇게 할래?” 그러나 소용이 없었습니다. 궁지에 몰린 톰은 깊은 생각에 잠기더니 이윽고 아주 즐겁고 재미있는 표정을 지으며 울타리를 칠하기 시작합니다. 친구들이 와서 톰을 부르지만 톰은 못들은 척합니다. ‘정말 재미있다’는 표정을 지으며 울타리에 페인트칠을 계속합니다. 톰을 보며 친구들이 모여듭니다. ‘뭐가 저렇게 재미있는 걸까?’ “톰, 나도 잠깐만 해보자.” 친구들은 오히려 페인트칠을 하겠다고 나섭니다. 그러나 톰은 이를 점잖게 거절합니다. “안 돼. 이 울타리는 폴리 이모가 굉장히 신경을 쓰시거든. 이걸 솜씨 좋게 칠할 수 있는 어린이는 천명이나 이천 명 중에 한 사람 밖에 없을 거라고 이모가 그러셨어.” 톰의 말에 친구들은 “정말? 제발 부탁이니 나도 좀 하게 해줘. 이 사과 한입 줄게”라며 페인트칠을 하게 해달라고 간곡히 청합니다. 이에 톰은 “그래? 그렇다면…, 아니, 역시 안 되겠어”라며 고개를 젓습니다. 또다시 친구들은 말합니다. “통째로 다 줄게.” 친구들이 자신들의 소중한 보물을 톰에게 내놓으면서 서로 먼저 페인트칠을 해보고 싶어합니다. 이윽고 어떻게 되었을까요? 톰은 그늘 밑에서 느긋하게 쉬면서 반나절도 채 지나지 않아 페인트칠을 마쳤습니다.

톰이 꾀를 내어 친구들에게 페인트칠을 하게 만든 것. 바로 ‘동기(motivation)’란 요술이다. 동기는 심리학적 용어의 하나로 “움직이게 하다”라는 라틴어 ‘모베러(movere)’에서 나왔다. 대체 인간은 무엇에 의해 움직이는가? 무엇이 1등과 2등, 1등과 꼴찌의 차이를 만들어내는 것일까? 이는 수많은 심리학자가 지난 반세기 동안 인간에 관해 묻고 또 물은 주제 중 하나다. 1950년대만 해도 동기와 연관된 연구는 매우 간단해 보였다. 1943년 미국의 심리학자 매슬로우(Maslow)는 ‘욕구단계이론(hierarchy of needs theory)’을 주창해 주목받았다.

1등과 꼴찌 차이는 동기가 부린 ‘요술’


▎구글이나 아틀라시안 같은 기업은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회의나 정규 일정을 없애는 대신 ‘결과만 내는 환경’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 사진·중앙포토
이 이론에 따르면 인간은 총 5가지 종류의 서로 다른 욕구의 위계를 가졌다. 구체적으로는 의식주 및 성욕에 관한 생리적 욕구, 안전한 작업이나 고용 보장을 지향하는 안전 욕구, 사랑·우정·친목 등을 도모하고 집단에 소속되고 싶어하는 소속 욕구, 명성·명예·사회적 지위 등을 원하는 존경 욕구, 잠재능력·창의성·도전적 과업·보람 등을 원하는 자아실현 욕구로 구성된다. 순서에 따라 하나의 하위욕구가 충족되었을 때 다음 단계의 상위 욕구가 인간에겐 생겨난다는 것이다. 이후 매슬로우의 욕구이론은 인간의 행동을 동기론적으로 설명하는 가장 기본적인 바탕이 됐다.

여기에 1960년대 행동심리학자 스키너가 가세하면서 인간 행동을 자극-반응 관계로 보는 시각이 곁들어졌다. 인간 행동 역시 비둘기나 쥐의 행동과 마찬가지로 칭찬·강화물·처벌 같은 외재적 동기에 의해 움직인다는 이른바 ‘행동주의’ 물결이 전 세계로 퍼져나간 것이다. ‘스키너리즘’적인 사고는 정신분석 이후 인간을 보는 시선에 결정적인 전환을 가지고 왔으며 현재까지 우리 사회 전반에도 암암리에 영향을 주고 있다.

대표적인 예로 교육 과정에서 스키너리즘에 의거한 처벌과 보상은 하나의 상식으로 통용되는 실정이다. 이를 적용한 또 다른 사례에는 무엇이 있을까? 짜장면 배달을 할 때마다 배달원이 내미는 쿠폰이나 학교 교실 뒤편에 달려 있는 사과나무 모양의 보상 스티커들, 그리고 두둑한 보너스와 실적 미달 시 가하는 감봉 등은 모두 이러한 동기 이론에 바탕을 둔 것이다.

그런데 인간의 행동은 이렇게 간단한 게 아니었다. 기존의 동기 심리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일이 속출했다. 일례로 1960년대 중반 미국 정부는 자국내 담배 회사들로 하여금 담배 곽에 ‘담배는 당신의 몸에 해를 끼친다’는 공익 광고를 싣게 하는 법을 제정했다. 어떻게 됐을까? 담배 회사의 소비가 줄 것이라고 기대했던 미국 정부의 예상은 뒤집혔다. 웬걸, 미국 사람들은 여전히 담배를 피워댔고 오히려 담배 소비량은 늘어났다. 이는 기존의 동기 이론 중 스키너의 외재적 보상과 처벌 이론과는 정반대의 현상이었다. 또한 매슬로우의 동기 이론 중 안전욕구나 자아실현 욕구로도 설명이 안 되는 현상이었다.

이와 비슷한 현상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발견할 수 있다. ‘수강생 1명을 모집해오면 금전적 보상을 제공하겠다’는 내용의 학원 광고물이 결과적으로는 별 소용없는 경우가 허다하다는 것을 독자들도 알고 있을 것이다. 이는 프린스턴 대학의 샘 그룩스버그(Sam Glucksberg) 교수팀의 실험에 의해 더 확고하게 입증됐다. 그는 참가자들을 모집한 후 “문제를 얼마나 빨리 풀 수 있는지 시간을 재겠다”고 말했다. 한 그룹에는 아무런 보상도 없이 이런 종류의 문제를 푸는 데 평균적으로 얼마나 시간이 걸리는지를 측정하기 위해 시간을 재겠다고 했고, 다른 그룹 즉 보상그룹에는 “만약 상위 25% 이내로 빨리 푸는 사람에게는 5달러를 지급하고, 오늘 실험에서 가장 빨리 문제를 푼 사람은 20달러를 받을 것”이라고 선포했다. 자, 외적인 보상을 받은 집단이 어떤 보상도 받지 않은 집단에 비해 얼마나 빨리 문제를 풀었을까? 평균적으로 고작 ‘3.5분’ 더 빨리 풀었을 뿐이었다.

‘내적 동기’가 ‘인센티브’보다 강하다

혹시 미국이란 나라의 문화적 특성이 작용한 것은 아니었을까? 5달러나 20달러는 이들에겐 다소 적은 돈이어서 동기 부여에 효력을 발휘하기엔 역부족이었던 건 아닐까. 그래서 댄 애리얼리(Dan Ariely) 듀크대 교수팀은 비슷한 실험을 인도에서 해보기로 결정했다. 5달러나 20달러에 해당하는 보상이 미국보다 인도 마두라이(Madurai)에서는 훨씬 더 큰 의미를 갖기 때문이다. 앞서 이 교수팀은 인도 마두라이에서 실험 참여자를 세 그룹으로 나눴다. 문제를 빨리 풀 경우에 한해서 A그룹에는 하루치 급여(4루피), B그룹에는 2주치 급여(40루피), C그룹에는 5개월치 급여(400루피)에 해당하는 인센티브를 약속한 후 문제 푸는 작업을 실시했다.

그 결과는 어떻게 됐을까? 천문학적인 인센티브를 정당화하고 싶어하는 미국 월스트리트 금융인들의 기대와는 정반대의 결과가 나타났다. 재미있게도 가장 많은 금액인 5개월치 급여의 인센티브를 약속받은 C그룹의 성과가 가장 낮았던 것이다. 이 결과를 보고 어떤 이야기가 생각나지 않는가? 그렇다. 애리얼리 교수팀의 이 연구결과는 <톰 소여의 모험>에서 나온 페인트칠하기 효과와 비슷한 점을 시사한다. 첫째, 외적인 인센티브는 실제 업무성과에 별다른 효과가 없다는 것이다. 둘째, 과도한 인센티브는 오히려 성과를 갉아먹는다는 점도 주목할 만하다. 2008년 미국에 경제위기가 닥쳤을 때 미국의 기업들이 CEO들에게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주는 것에 대해서 논란이 많았다. 기업들의 설명은 이 정도 보너스가 있어야지 CEO들이 열심히 일해서 문제를 해쳐나갈 수 있도록 자극이 된다고 보았다. 결과는 리먼 브라더스 사태부터 엔론 사태가 보여주듯 천문학적인 보너스를 받은 CEO가 더 탐욕스러울 수 있다는 것이었다.

그렇다면 인간의 행동을 움직이는 동기의 실체는 무엇이었을까? 다큐멘터리 <스타로부터 스무 발자국>은 이에 관한 흥미로운 일화를 들려준다. 이 다큐멘터리는 비틀스의 프로듀서 필 스펙터의 뮤즈였지만 생계 유지를 위해 청소부가 되었던 달린 러브, 스팅·롤링스톤스와 함께하고 솔로 앨범으로도 그래미상을 수상한 리사 피셔, 감성적인 목소리로 많은 사랑을 받은 메리 클레이튼, 그리고 그만의 독특한 목소리로 현재 세계적인 가수 엘튼 존의 투어 공연을 함께하고 있는 타타 베가 등 백업 가수들에 대한이야기다.

그들은 실력이 출중하고 목소리의 색깔과 성량이 차고 넘치는데도 화려한 조명을 받는 메인 가수들과는 달리 무명의 ‘백업 가수’로서 메인 가수들의 가창력을 더욱 돋보이게 하는 일을 하고 있다. 제목 그대로 스타 가수의 뒤에 가려져서 사이렌 같은 목소리의 정령으로만 남은 그들. 그들은 왜 백업 가수로 남게 되었을까? 다큐멘터리 속 인터뷰에서 스팅이나 믹 재거 같은 스타 가수는 “내가 성공한 이유는 나를 잘 아는 작곡가를 만났기 때문이다. 운이 좋았다. 운명이다”라고 겸손하게 자신의 성공을 설명한다.

그렇다면 백업 가수들은 자신이 유명해지지 못한 이유로 그럴듯한 작곡가를 만나지 못했던 것을 꼽았을까? 이들은 자신에게 ‘너희들 다 죽었어’ 같은 절실함과 ‘ 스타가 되기를 진정 원하는 엄청난 에너지와 이기심’이 부족했다고 입을 모은다. 즉 호기심, 창의성, 내 이름 석 자를 남기고 싶은 성취 욕구, 자기 만족감 같은 내적 동기는 외적 동기와는 비교도 안될 만큼 훨씬 더 강한 추진력을 준다. 톰이 하인인 짐에게는 흰 구슬 같은 외적 동기를 사용했다가 실패한 것에 반해 호기심과 재미, 나르시시즘 같은 지렛대를 사용하자 친구들이 죄다 사과와 구슬을 받쳐서라도 페인트칠을 하기 원했던 마음의 원리. 바로 내적 동기, 우리는 이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구글의 창의적인 채용… ‘특별한’ 노하우


▎구글의 신입사원 채용에는 “당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뽑으라”라는 ‘불문율’이 있다. 이를 위해 구글은 창의적인 채용 방법을 만들어냈다. 사진은 구글 본사. / 사진·중앙포토
미래학자 다니엘 핑크(Daniel Pink)는 <드라이브–진정한 동기>란 책에서 동기 3.0을 소개하며 내적 동기를 강조한다. 그는 생존을 위해 움직였던 것을 ‘동기 1.0’, 20세기 규칙위주의 기계적인 일에 대한 외적 보상과 처벌 즉 당근과 채찍으로 움직였던 시대를 ‘동기 2.0’, 창의적인 일을 하는 데에 내적 동기가 중요하고 이걸 이용하는 시대를 ‘동기 3.0’으로 규정했다. 그는 보상이 우리의 시야를 좁혀서 충분히 발휘할 가능성을 오히려 제약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렇다면 기업이나 조직은 개인의 이러한 외적-내적 동기 특성을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까? 일단 구글 같은 기업은 최대한 내적 동기가 높은 개인을 채용하려고 한다. 내적 동기 수준이 낮은 사람은 구글에 발도 들여놓지 못하게 하는 전략을 쓴다는 구글의 신입사원 채용에는 나름의 ‘불문율’이 있다. “당신보다 더 똑똑한 사람을 뽑아라.” 이를 위해 구글은 구글만의 온갖 창의적인 채용 방법을 만들어냈다. 2004년 어느 날 미국 캘리포니아의 남북을 가로지는 국도에 광고판이 하나 설치됐다. 아무런 정보도없이 그저 ‘7427466391.com’이라고 적힌 광고판. 대부분의 사람은 차를 운전하며 이 광고판을 무심히 지나쳤다. 그러나 어떤 사람들은 달랐다. 일부 사람은 광고판에 적혀있는 ‘7427466391.com’을 기억해뒀다가 인터넷 접속을 했다. 접속을 했더니 “축하합니다. 다음 문제에 도전하세요”라는 문구와 함께 더 복잡한 두 번째 문제가 등장했다.

앞의 ‘7427466391’은 사실 ‘오일러의 수’였다. 두 번째 창에는 이 오일러 수에서 그 합이 49가 되는 숫자의 나열 중 다섯 번째 수를 구하라는 새로운 문제가 나타났다. 대부분의 사람이 여기서 좌절하고 사이트를 닫았다. 그러나 이에 굴하지 않고 문제를 푼 사람은 어떻게 되었을까? 이 답까지 모두 구하면 최종적으로는 구글의 채용사이트로 접속되고 여기까지 접근한 사람에게는 간단한 인터뷰만 거치면 구글에 입사할 수 있는 자격이 주어졌다. 이처럼 호기심과 끈기라는 내적 동기를 가진 이들을 찾는 전략을 도입한 구글은 그해 전 세계 최고의 인재를 선발할 수 있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미국 하버드대 경영대학원 교수 테레사 아마빌(Teresa Amabile)은 조직문화에서 동기 수준을 높이기 위해 ‘전진의 원리(progress principle)’를 강조한다. 아마빌 교수팀은 3년 동안 매니저 238명의 일기를 통해 이들의 내면적 동기를 추적해봤다. 거의 1만2천 일에 이르는 일기를 면밀하게 조사한 셈이다. 아마빌 교수는 이 매니저들에게 그날 있었던 일과 그들에게 무엇이 동기를 부여했는지, 무엇이 기분을 좋게 했는지 적게 한 후 그날의 기분을 간단한 이모티콘으로 표현하도록했다. 이 일기들에 따르면 매니저들의 76%가 일이 진전을 보였을 때마다 동기가 향상되고 기분이 좋아졌다. 또한 매니저들의 43%는 헛되이 회의를 하거나 업무가 퇴보하고 있을 때 동기가 저하된다고 고백했다. 그렇다. 여기서 전진의 원리는 큰 것이 아니었다. 큰 승리가 아닌 ‘작은 승리(small wins)’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진 것이다. 특히 상사의 역할이 적잖은 변수로 작용했다. 상사가 팀원들의 공로를 인정하고 아이디어를 경청하고 전문가로서 신뢰를 보여줄수록, 팀원들에게 어려운 과제를 도전하도록 격려할수록, 팀원들의 동기는 더욱 고취됐다. 상사의 이런 행동이 팀원들로 하여금 자신이 의미 있고 중요한 사람이라는 인식을 가지게 했던 것이다.

내적 동기 유발을 위한 ‘필수요소’


▎영화 <쿵푸 팬더>의 주인공 ‘포’는 특별한 비법은 자기 마음 안에 있다는 것을 깨닫고 자신감을 찾는다. 내적 의지가 발동한 포는 주변의 우려를 딛고 ‘용의 전사’로 거듭난다. / 사진·중앙포토
테레사 아마빌 교수는 직장에서 사건을 어떻게 인식하고 어떤 감정을 가지느냐에 따라 동기 부여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는 실험 결과에 주목했다. 그는 이러한 인식, 감정, 동기 부여의 세 가지 요소가 개입된 직장 생활을 ‘내면의 직장생활(inner work life)’이라 불렀다. 아무리 높은 직위를 갖고 남들보다 높은 액수의 연봉을 받아도 갑자기 직장에 사표를 내고 훌쩍 여행을 떠나버리거나 요리사나 예술가로서의 다른 삶을 살고자 하는 이들이 있다. 아마빌 교수의 주장에 따르면 이들은 외부에서 보이는 직장생활이 아니라 내면의 직장생활에 어떤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내적 동기를 가지고 꾸준히 목표에 전진하려면 내적 동기 외에 어떤 요소가 더 필요할까? 흔히 동기를 이루는 세 가지 요소는 ‘자율성(autonomy)’, ‘숙련도(mastery)’, ‘목적의식(purpose)’으로 나뉜다.

이를 종합해보면 조직이든 스포츠 경기든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자신의 기술을 숙련하기 위해 자율적으로 노력하는 사람은 누구도 이길 수 없다’는 결론에 이르게 한다. 영화에서 예를 들어보자. 애니메이션 <쿵푸 팬더>의 주인공 팬더곰 ‘포’는 쿵푸를 열광적으로 좋아하지만 집안 대대로 국수를 만들어 파는 집의 아들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포는 우연히 ‘용의 전사’로 지목받게 된다. 용의 전사는 힘이 센 악당을 무찔러야 하는 의무를 갖는다. 포의 심정은 어땠을까? 비만 지수 150도를 훌쩍 넘는 포는 스스로를 몸치인 뚱보라고 비하하며 용의 전사가 되는 훈련 자체를 포기한다. 이를 본 포의 아버지는 ‘집안 대대로 내려오는 비장의 국수 국물에는 사실 아무런 비법도 없다’는 사실을 살짝 가르쳐준다. 이에 포는 특별한 비법은 자기 마음 안에 있는 것이며 결론적으로 자기 인식이 가장 중요하다는 깨달음을 얻고서는 용의 전사가 되기 위해 피나는 훈련을 감행한다.

용의 전사가 되는 과정은 흥미롭다. 포가 다른 이들과 달리 자신만의 방법을 개발해 만두 하나를 가지고 게임처럼 무술을 단련했기 때문이다. 예술가 같은 특수한 경우를 제외하면 결국에는 내재적 동기가 올라감에 따라 외재적 동기 역시 저절로 함께 동반해서 상승하는 게 대부분이다. 열심히 부지런히 즐겁게 일한 사람에게 칭찬, 승진과 각종 보너스가 쏟아지는 것도 당연한 일. 때문에 구글이나 아틀라시안 같은 기업은 직원들의 내재적 동기를 극대화하기 위해 불필요한 회의나 정규 일정을 없애는 대신, ‘결과만 내는 환경(Results only work, environment)’을 만들어내려고 노력한다.

이것이 바로 ‘깨어있는 자본주의(Conscious Capitalism)’의 핵심이기도 하다. 미국 벤틀리 대학 경영학과 라즈 시소디아 교수는 최고경영자는 고액 연봉을 받는 사람이 아니라 직원의 자아실현을 돕는 사람이어야 하며, 나아가 더 이상 주주가치에만 복무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한다. 인센티브 보상과 처벌이 아닌 의미와 목적에 의해 움직이는 조직은 직원들의 몰입과 열정을 저절로 만들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예이츠의 말대로 ‘교육은 물통에 물을 채우는 것이 아니라 인간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것’이다. 동기 심리학은 오늘도 인간의 행동에 가장 좋은 연료가 무엇인지 ‘호기심!’이란 자체 동기를 가지고 인간의 영혼 구석구석에 현미경을 대고 있다.

심영섭 - 1966년생. 서강대 생명공학과 졸업. 고려대 심리학 석·박사. 현재 대구사이버대학교 전임교수, 심영섭아트테라피&상담센터 사이 소장, 한국사진치료학회장으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영화, 내 영혼의 순례> <대한민국에서 여성평론가로 산다는 것> <영화치료의 이론과 실제> <영화치료를 위한 영화수첩> 등이 있다.

201503호 (2015.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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