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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포커스] ‘국민차’ 쏘나타의 30년 

일곱 번의 진화, 700만 대 판매 신화 

1985년 첫선 뵌 이래 국내시장 베스트셀러로 자리매김… 묵묵히 자리 지키며 한국 자동차들의 가장(家長)으로 우뚝

▎LF 2.0CVVL 프리미엄 풀옵션(FDCG)
조용필·안성기·이승엽에겐 공통점이 있다. 이름 석자 앞에 ‘국민’이라는 수식어가 붙는다. 조용필은 ‘국민가수’, 안성기는 ‘국민배우’, 이승엽은 ‘국민타자’다. ‘국민OO’은 국민 다수의 사랑을 받는 스타만이 가질 수 있는 영광스러운 애칭이다.

현대자동차의 쏘나타에 ‘국민차(車)’라는 수식어가 붙어도 그리 어색하지 않을 듯하다. 1985년 첫선을 보인 이래 쏘나타는 현대차의 역사이자 대한민국 자동차 산업의 역사다. 이런 쏘나타가 올해 11월 출시 30년을 맞아 ‘청년에서 장년으로’ 거듭난다. 격동기 속에서 가족을 위해 묵묵히 자리를 지켜온 가장의 이야기를 담아낸 영화 <국제시장>의 황정민처럼, 지난 30년간 쏘나타는 한국자동차산업의 ‘가장’ 역할을 수행해왔다.

지난 30년 동안 같은 이름을 유지해온 쏘나타는 국내 최장수 자동차 브랜드로 올해 1분기까지 세계시장에서 738만여 대가 판매됐다. 그 차량을 일렬로 모두 세우면 약 3만5470㎞로 만리장성(길이 약 7천㎞)을 5번이나 오갈 수 있는 거리이며, 수직으로 쌓으면 에베레스트산(높이 8848m)을 1250여 개 포개놓은 것과 같은 높이다.

쏘나타는 1985년 처음 출시된 이래 ▷1988년 쏘나타 ▷1993년 쏘나타Ⅱ ▷1996년 쏘나타Ⅲ ▷1998년 EF쏘나타 ▷2004년 쏘나타(NF) ▷2009년 쏘나타(YF) ▷2014년 쏘나타(LF)에 이르기까지 7차례의 세대교체마다 새로운 디자인과 기술 혁신으로 대한민국 자동차 역사를 새로 써왔다.

7세대에서 완전체로 거듭나다

지난해 3월 출시된 7세대 쏘나타(LF)는 차량의 ‘기본기 혁신’을 통해 최고 경쟁력을 갖춘 프리미엄 중형 세단이라는 목표 아래 개발됐다. 출시 당시 “기존 6세대 모델의 강렬한 디자인에 비해 차분하게 다듬어진 디자인이 의외”라는 평가를 받았다.

주행성능과 안전성능에서도 초고장력강판의 적용비율을 51%로 대폭 확대하는 등 차체 구조적 측면과 서스펜션, 핸들링 시스템을 획기적으로 개선했으며 엔진도 저·중속 영역에서의 응답성을 높였다.

지난해 연말에는 기존의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강화해 실주행 연비와 성능을 대폭 향상시킨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해 올해 4월까지 총 5172대의 판매고를 올렸다. 또한 지난 2월에는 신형 세타 터보 GDi 엔진을 탑재한 쏘나타 터보를 출시했다. 신형 쏘나타 터보는 기존 모델 대비 최대출력을 낮췄지만(271마력→245마력) 터보랙을 획기적으로 줄임으로써 실용영역대에서 가속성을 극대화했다. 쏘나타 터보는 일부 자동차 관련 커뮤니티의 수입차량과의 가속성능 비교 테스트에서도 압도적인 결과를 보여줘 화제가 됐다.

올해 1분기까지 쏘나타 전체 구매자의 평균연령은 47세인데 반해 터보 차량 구매자의 평균연령은 42세로 낮아졌을 만큼 젊은층에서 호응을 얻는다. 판매량도 3달 만에 약 1천대를 기록하는 등 2년 반 동안 총 2200여 대가 팔린 YF쏘나타 터보보다 높은 실적을 올리고 있다.

현대차는 올해 상반기 중에 연료 효율성을 강조한 1.7디젤 모델과 1.6 터보 GDi 모델를 선보이고, 하반기에는 차세대 친환경차인 PHEV 모델도 출시할 예정이다. 7세대 쏘나타는 화려함보다 내실을 갖춘, 역대 쏘나타 중 가장 진보한 ‘완전체’로 평가받고 있다.

소나타와 쏘나타

국내시장에서는 80년대 이후 소득 수준이 높아지면서 중형차에 대한 관심도 끊임없이 높아져왔다. 최초의 자체 개발 중형차인 스텔라가 폭발적인 인기를 끌자 현대차는 1985년 11월 스텔라의 기본 차체에 1800㏄와 2000㏄ 2종의 SOHC 엔진을 탑재한 ‘소나타’를 출시했다.

소나타는 ‘VIP를 위한 고급 승용차’를 제품 콘셉트로 내걸어 ▷자동 정속주행장치 ▷파워핸들 ▷파워브레이크 ▷자동조절 시트 ▷전동식 백미러 등 당시로서는 파격적인 첨단 사양들을 적용했으며, 인기배우 신성일이 첫 번째로 계약해 화제를 낳았다. 출시 이듬해인 1986년에는 발음과 어감 등을 고려해 ‘쏘나타’로 차명을 바꿨다.

현대차는 수출 전략형 중형차로 개발한 2세대 쏘나타를 1988년 6월에 선보였다. 현대차는 미국시장에서 절대강자로 자리매김하고 있던 캠리·어코드 등과의 비교평가 테스트를 통해 상품 경쟁력을 끌어올렸다.

쏘나타는 국내 최초의 자체 디자인 차량으로 기존의 각진 디자인에서 벗어나 공기 역학을 중시한 에어로 다이내믹 디자인을 도입했다. 당시 중형차의 상징과도 같던 후륜구동 대신 전륜구동 방식을 채택해 눈과 빙판길이 많은 한국의 기후에 최적화했다.

중형차 대중화로 ‘국민차’ 등극


쏘나타는 독일 모델을 들여와 자동차시장을 장악하고 있던 경쟁사에 맞서 1989년 국내 전체 차종 중 판매 3위를 기록했다. 특히 1988년 11월 16일에는 쏘나타 3277대가 미국행 배에 선적되며 중형차로는 국내 최초로 미국 수출 기록을 세웠다. 이날을 시작으로 2015년 1분기까지 해외로 팔린 쏘나타는 국내생산 수출 물량 150만7465대, 해외 현지생산 판매 270만7631대 등 총 421만5096대에 이른다.

쏘나타는 국내는 물론 미국과 중국을 비롯한 세계시장에서도 중형차의 대표 차종으로 올라섰으며, 현재는 해외 판매가 국내보다 갑절 이상 많다.

그러나 국내시장에서의 성과가 없었다면 지금의 글로벌 중형세단 쏘나타는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지난 30년간 7세대에 걸친 쏘나타는 국내시장에서 총 317만4512대를 판매해 지난해 세계 누적판매 1천만 대를 달성한 아반떼(올해 1분기 기준 국내 누적판매: 263만5천여 대)보다도 더 많이 팔린 진정한 ‘국민차’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러한 ‘국민차=쏘나타’의 공식을 연 차는 1993년 5월 출시된 3세대 쏘나타(쏘나타Ⅱ·Ⅲ)로 지금까지도 역대 쏘나타 시리즈 중 최고의 디자인으로 꼽힐 만큼 당시로선 파격적인 디자인이 큰 이슈를 불러일으켰다.

3세대 쏘나타는 출시 둘째 해인 ▷1994년 18만3398대 ▷1995년 19만4791대 ▷1996년 19만5735대 등 국내시장에서 연간 20만대의 판매고를 기록하는 등 중형차의 대중화 시대를 열었다. 특히 1996년 기록한 19만5735대는 역대 쏘나타 연간 판매 중 최고기록이며, 아반떼가 보유한 차종별 연간 판매 최고기록인 19만7911대에도 뒤지지 않는 대기록이다.

1996년 2월 쏘나타Ⅱ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로 출시된 쏘나타Ⅲ는 ‘가장 한국적이면서도 세계적인 디자인’이란 찬사를 받았다. 쏘나타Ⅱ·Ⅲ는 2000년 판매가 종료되기까지 8년간 국내외 시장에서 총 107만1696대가 판매돼 세대별 모델 기준으로는 첫 100만대 시대를 열었다.

지난 2011년 5월 현대차는 국내 최초의 중형 하이브리드 차량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보였다. 하이브리드 관련 기술력과 특허를 보유하고 있는 토요타 등 일본 업체들의 특허를 피해 국내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에 성공, 다시 한 번 세계를 놀라게 했다. 이어 지난해 연말 또 한 번 순수 독자 기술을 바탕으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개선해 연비와 성능을 동시에 만족시킨 신형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출시했다.

이러한 현대차 기술 독립의 역사는 1998년 3월 출시된 EF쏘나타부터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EF쏘나타는 독자기술로 개발한 175마력의 2500㏄ 델타 엔진과 인공지능 하이벡(HIVEC, Hyundai Intelligent Vehicle Electronic Control) 4단 자동변속기를 탑재해 한국 중형차의 기술력을 전 세계에 알렸다.

또한 엔진 무게를 20% 이상 줄여 동급 최고의 연비를 달성하고, 전방위적 충돌안전성과 서스펜션 개선을 통한 뛰어난 승차감을 구현했다. EF쏘나타는 1999년 2월부터 2000년 8월까지 19개월 연속 국내 전 차종 판매 1위를 기록한 베스트셀러였다.

현대차는 EF쏘나타를 통해 북미시장에서 “한국도 제대로 된 차를 만든다”는 평가를 받기 시작했으며, 중국시장에도 진출해 현대차 글로벌 공략의 선봉을 맡았다. 또한 EF쏘나타는 쏘나타 최초로 연간 수출 5만 대(1999년)와 10만 대(2002년)를 차례로 돌파했다.

2001년 1월에는 EF쏘나타의 페이스 리프트 모델 뉴 EF쏘나타를 출시했으며, 이 모델은 현대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했다. 특히 2004년 미국 JD파워가 선정하는 신차품질조사(IQS)에서 당당히 중형차 부문 1위를 차지해 이목을 끌었다.

또한 뉴 EF쏘나타는 할리우드 영화 <본 슈프리머시>에서 주인공과 암살자의 숨막히는 추격장면에 비중 있게 등장해 전 세계 영화 팬에게 한국 자동차의 존재를 각인시켰다.

2000년대 초반 현대차 브랜드 가치 혁신의 일등공신이 된 뉴 EF쏘나타는 2002년 12월부터 중국 공장에서도 생산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중국 현지 전략 중형차로 판매되고있다.

가솔린에서 터보, 그리고 하이브리드까지

2004년 9월 출시된 NF쏘나타는 현대차가 ‘세계 일류 자동차 메이커로의 도약’을 목표로 만든 프리미엄 중형 세단이다. 현대차는 46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순수 독자 기술로 개발한 2.0·2.4 세타 엔진을 NF쏘나타에 탑재했다.

현대차의 엔진 개발 역량이 모두 집약된 세타 엔진은 초기 현대차에 엔진을 공급했던 미쓰비시를 비롯해 자동차 종주국인 미국의 크라이슬러에 역수출될 만큼 세계적으로 기술력을 인정받았다.

NF쏘나타의 후속 모델로 2009년 9월 출시된 6세대 YF쏘나타는 현대차의 디자인 정체성인 ‘플루이딕 스컬프처’를 처음으로 적용해 세계시장에 쏘나타의 존재감을 각인 시켰다.

YF쏘나타는 2.0 세타Ⅱ 엔진과 2.4 세타 GDi 엔진을 적용해 엔진 성능을 향상시켰으며, 6단 자동변속기가 탑재돼 변속효율 및 연비 향상을 실현했다.

또한 YF쏘나타 판매가 본격화된 2010년 5월 엑센트, 아반떼에 이어 현대차 차종으로는 역대 3번째로 글로벌 누적 판매 500만 대를 돌파했다. 2010년에는 내수·수출·해외공장 현지생산 판매분을 합쳐 처음으로 연간판매 50만 대의 신기록을 수립했다.

YF쏘나타는 중국에서 현대차 중형 모델로는 최초로 10만대 판매를 돌파했으며, 북미지역의 각종 자동차 전문지 및 조사기관의 패밀리 세단 평가에서 1위를 차지하는 등 현대차의 미국 진출 차종 중 가장 화려한 수상 경력을 자랑한다.

YF쏘나타는 2011년 5월 국내 최초의 중형 하이브리드인 ‘쏘나타 하이브리드’를 선보이며 국내 친환경차 시장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201507호 (2015.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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