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신간] 

 

유길용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 박지현 기자 centerpark@joongang.co.kr
국가 대신 국민 보호하는 ‘대테러 전쟁기업’의 실체


2010년 12월 1일 경기도 여주시에 민간 기독교단체가 운영하는 교도소가 문을 열었다. 교정시설 운영을 민간에 맡긴 국내 첫 사례다. 교도소 민영화는 앞으로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민영 교도소는 시작일 뿐이다. 이는 국가의 고유 임무로 여겨온 법 집행의 영역을 민간에 내주는 시대가 열렸음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미 민영 교도소가 정착된 미국과 영국 등은 갈수록 민간에 개방하는 국가통치권의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 치안유지권(경찰권)에 이어, ‘군대를 보호하는 민간 군대’가 있는가 하면 최근에는 테러와의 전쟁을 아예 민간에 맡기는 데 이르렀다. 테러와의 전쟁을 개시하는 것은 정부지만 수행은 민간기업이 하고 있는 실정이다.

중요한 것은 이윤 추구의 함정이다. 군사기업이 가진 인적·물적 자산(군인과 무기)을 유지하고 꾸준한 이익을 거두려면 임무가 끊겨선 안 된다. ‘전쟁’이 늘 벌어지거나 그와 맞먹는 긴장과 공포가 유지돼야 한다는 뜻이다. 전직 고위 관료와 정치인을 영입해 현직 고위 관료의 정책 수립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식으로 자신들의 밥벌이를 꾸준히 만들어낸다. 테러와의 전쟁은 그래서 이들에게 ‘노다지’나 다름없다.

영국의 탐사보도 기자인 솔로몬 휴즈는 ‘테러’라는 공포 정치를 통해 기업이 돈벌이를 하는 은밀한 커넥션을 파헤쳤다. 비교적 간단하고 단순했던 위탁 사업(민영 교도소)으로 시작해 스스로 군사 정책을 생산해내는 연결고리가 섬뜩하다. 영국의 사례를 위주로 했지만 우리나라의 미래를 예견하는 것 같아 더욱 그렇다. 최근 논란 끝에 제정된 테러방지법에 대한 막연한 거부감의 실체를 뚜렷하게 보여준다.

- 유길용 기자

지피지기(知彼知己), 일본의 ‘민낯’을 보라


이슈를 있는 그대로 본다는 것은 어렵다. 누군가의 ‘주장’이 되고 ‘편견’이 되기 십상이다. 보지 못하거나 경험하지 못한 것에 대해선 더욱 그렇다. 국내 여론 깊숙이 서린 반일 감정이 쉽게 해원(解寃)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과연 우리는 일본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을까?

오랜 시간 일본에서 머무르며 공부한 저자가 일본을 ‘제대로 좀 보자’며 책을 냈다. <일본 내면 풍경>에 이은 두 번째 일본 전문서다. 2030·아이돌·괴담·캐릭터 등 문화콘텐트부터 외교전략까지 다양한 시각으로 들여다 본 일본의 민낯은 새롭다. 책은 일본을 옹호하거나 비판하지 않는다. 일본의 상황과 내부 인식을 그대로 보여주며 한국 독자들에게 그 실체를 전달한다. 2016년 형 일본 리포트다.

일본은 여전히 경제 대국이고 문화는 넓고 깊게 뿌리내렸다. 세계는 우리가 생각하는 만큼 일본에 차갑지 않다. 이들은 항상 살아남는 외교를 펼치기 때문에 일본으로부터 이익을 얻는 나라들은 일본에 우호적이다. 따라서 우리 역사에 얽힌 대의명분은 그들에게 그저 ‘한물간’ 과거에 지나지 않는다. 한일 관계에 통찰력 있는 시각을 제시해온 만큼 저자의 말은 날카롭고 뼈아프다. 저자는 한국의 인식과 대응이 구한말 시대의 그것을 넘어서지 못한다고 비판한다. “일단 저질러놓고 보자는 심리는 유치한 아마추어의 천동설 세계관에 불과하다. 국가와 국가간의 관계에서 경계해야 할 부분이 바로 이런 심리다. (…) 감정이나 과거에 집착할 경우 결과도 흐트러지게 된다. 일본은 19세기 말 이래 한국을 알고 이해하고 분석하고 전망해 온 나라다. 감정 역사가 아니라, 손익계산서 대차대조표를 통한 이성에 근거한 판단이다. (…) 적어도 일본에 지지 않으려면 일본보다 더 열심히 파고들어야 한다.”

- 박지현 기자




201605호 (2016.04.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