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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철현의 인간의 위대한 여정⑦] 불을 발견한 인류, 호모 에렉투스 

프로메테우스의 선물로 어둠 밝혀 시간을 정복하다 

배철현 서울대 인문대학 종교학과와 아시아언어문명학부 교수
우연히 발견한 불을 통제하면서 공동체 형성… 생체 시간을 조절해 사고와 도구제작 능력 높여
#1. 유진 뒤브아의 ‘잃어버린 연결고리’ 찾기

인류의 위대한 여정을 밝혀주는 혁신적인 학자들은 자기에게 주어진 삶을 수동적으로 수용하지 않았다. 그들은 먼저 궁극적이고 유일무이한 질문을 만들어낸 후, 그 질문에 스스로 대답하기 위해 자신에게 집중할 수 있는 시간과 공간을 찾아, 그 ‘거친 들판’에서 홀로 전전긍긍하다 ‘우연히’ 그 해답을 찾는다.

네덜란드인 유진 뒤브와(Eugéne Dubois, 1858~1940)는 자신의 삶에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운 좋게 찾은 사람이다. 그는 인생을 쓸쓸하게 마감했지만 남다른 호기심으로 새로운 인종을 발견했다. 그는 네안데르탈인 화석 발견(1829년)과 찰스 다윈의 출판(1858년)으로 유럽에서 인류의 기원에 대한 관심이 고조되었을 때 태어났다. 그는 어려서부터 진화론에 관심을 가졌고, 진화를 공부하고자 의과대학에 진학한다. 그는 어느 날 에른스트 헤켈(Ernst Haeckel, 1834~1919)의 강연에 참석해 ‘잃어버린 연결고리’에 관해 듣고 충격을 받는다. 헤켈은 인류가 원숭이로부터 시작하여 오늘날 현생인류가 되기 위해서는 반드시 ‘연결고리’가 그 중간에 있으며, 그 고리는 원숭이와 인간의 중간이라고 주장하였다. 그는 주류와는 다른 인간의 기원에 관한 이론을 내세웠다. 당시 주류 인류학자 루이스 아가시즈는 인간은 다른 동물과는 구별되게 독자적으로 발생한 인종으로 창조되었다는 창조론적 다원발생론(creationist polygenism)을 주장하였고, 찰스 다윈은 인간은 다른 유인원들과 함께 아프리카에서 공동의 조상으로부터 유래했다는 단일발생론(evolutionary monogenism)을 주장한다. 헤켈은 이들과는 다른 진화론적 다원발생론(evolutionary polygenism)을 주장한다. 그는 언어학자 아우구스트 슐라이허의 언어연구로부터 아이디어를 얻었다. 슐라이허는 인류가 사용하는 수많은 언어 그룹은 인류가 등장하기 이전의 가상인류인 우르멘쉔(Urmenschen; 독일어로 ‘원(原)인류’라는 뜻)으로부터 독자적으로 발생했다고 기술하였다. 헤켈은 언어들의 다중기원 설을 기반으로 인류의 다양한 인종의 독자발생론을 주창하여 불행하게도 나중에 등장한 백인 우월주의와 독일 나치의 아리아 백호주의에 토대를 제공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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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05호 (2016.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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