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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터뷰] ‘강남(强男) 스타일’ 피츠버그 4번 타자 강정호 

“홈런 더 치려고 방망이 늘리고 체중 불렸다”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패스트볼 타율 0.405’는 2008년 이후 특정 타자가 특정 구종 상대로 기록한 최고타율… 시즌 개막 한 달 후인 5월 7일 복귀했지만 23경기 만에 8홈런 기록, 25홈런 ‘정조준’

▎강정호(피츠버그 파이리츠)가 5월 7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와의 경기에서 6회초 2사 2루에서 우월 2점 홈런을 때린 뒤 타구를 바라보고 있다. / 사진·뉴시스
지난해 9월 18일(이하 한국시간) 오전 여기저기서 야구팬들의 장탄식이 쏟아졌다. “아, 이제 무슨 낙으로 사나?” 데뷔시즌에서 거칠 것 없는 기세로 달려가던 ‘킹캉’ 강정호(29·피츠버그 파이리츠)가 쓰러졌다. 이날 경기 1회초 수비 도중에 상대 1루 주자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을 다친 그가 시즌을 접어야 한다는 소식이 전해졌기 때문이다. 귀국도 포기한 채 재활에 전념하던 강정호가 마침내 5월 7일 메이저리그 무대로 돌아왔다. 복귀전에서 홈런 두 개를 때려낸 강정호는 분명히 더 단단해지고 세져 있었다. 그 비결이 궁금했다.

5월 7일 미국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의 부시스타디움에서 벌어진 미국프로야구(MLB) 세인트루이스 카디널스-피츠버그 파이리츠의 경기. ‘킹캉’ 강정호가 6번 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 선수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해 9월 18일 피츠버그 PNC 파크에서 열린 시카고 컵스전 이후 무려 232일 만에 다시 밟는 메이저리그 그라운드였다.

지난해 부상을 입은 뒤로 강정호는 재활에 전념하고자 귀국도 포기했다. 8개월 만의 그의 복귀전은 화려하기 그지 없었다. 강정호는 2회 초 무사 1·2루에서 맞은 첫 타석에서는 3루수 병살타로, 4회 무사 만루에서 들어선 두 번째 타석에서는 2루수 플라이로 물러났다. 두 번 다 마음먹고 초구를 때렸는데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그리고 1-0으로 앞선 6회초 2사 2루에서 맞은 세 번째 타석. 강정호의 방망이가 불을 뿜었다. 왼손 불펜투수 타일러 라이언스의 시속 145㎞짜리 투심 패스트볼을 밀어서 오른쪽 담장을 훌쩍 넘겨버린 것이다. 비거리 115m의 2점 홈런. 지난해 9월 10일 신시내티 레즈전 이후 240일 만에 본 ‘손맛’이었다. 그런데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팀이 2-3으로 쫓긴 8회초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강정호가 네 번째 타석에 들어섰다. 이번 투수는 왼손 케빈 시크리스트. 풀카운트 실랑이를 벌이던 강정호는 6구째 시속 151㎞짜리 직구를 잡아당겨 왼쪽 담장을 훌쩍 넘겼다. 비거리 130m. 강정호가 한 경기에서 두 개 이상의 홈런을 친 것은 지난해 8월 23일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전 이후 258일 만이자 개인 통산 두 번째였다. 파이리츠 팬들뿐만 아니라 국내 팬들의 가슴을 후련하게 해준 홈런 두 방이었다.

현재 몸 상태는 ‘90% 정도’


▎강정호가 6월 4일 PNC 파크에서 열린 LA 에인절스와의 경기에서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 2회말 좌월 솔로홈런(시즌 7호)를 때려낸 후 더그아웃으로 돌아와 동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있다.
‘킹캉’이 돌아왔다. 돌아온 것만으로는 성에 차지 않은지 연일 불꽃타를 선보인다. 복귀 후 한 달 23경기 만에 강정호는 홈런 8개를 쳤다. ‘2경기 선발출전, 1경기 벤치 대기’의 시스템에서 기록한 홈런 개수라 더 놀랍다. 강정호는 동료들보다 시즌을 한 달이나 늦게 시작했지만 불과 한 달 만에 지난해 홈런 수(126경기 15개)의 절반을 넘어섰다. 이런 추세라면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가 2010년과 2015년에 세운 한국인 타자 한 시즌 최다홈런(22개)을 넘어설 수 있다.

<월간중앙>은 복귀 후 맹타를 휘두르고 있는 강정호와 6월 15일 전화 인터뷰를 진행했다. 뉴욕 메츠와의 원정 3연전을 위해 뉴욕에 머물고 있던 강정호는 “시즌 개막 때 동료들이 야구하는 모습을 보면서 몸이 근질거렸다. 20홈런을 넘어 (추)신수 선배의 22홈런 기록에 도전해보겠다”며 강한 자신감을 보였다. 다음은 강정호와의 일문일답.

복귀 후 한 달여를 평가한다면.

“아직은 시즌 중이라 평가하기 어렵다. 더 열심히 해야 한다. 갈 길이 멀다.”

공격 부문에서는 놀라울 정도로 잘하고 있는 것 아닌가?

“솔직히 적잖이 걱정을 했었다. 그런데 나름대로 잘하고 있는 것 같아 다행으로 생각한다.”

무릎은 어떤가?

“부상 전과 완전히 똑같을 수는 없지만 그래도 (경기를) 할만하다. 부상 전이 100%라면 지금은 90% 정도? 경기 후, 그리고 쉬는 날에는 보강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클린트 허들 감독의 ‘2경기 선발, 1경기 벤치 대기’ 방침엔 만족하나?

“아직까지는 100%가 아니라 적응 단계다. 지금은 이런 패턴으로 출전하겠지만 시간이 흐르면 출전 회수가 늘어날 것으로 본다. 이토록 배려해주는 클린트 허들 감독에게 진심으로 감사한다. 메이저리그에 복귀한 날(5월 7일) 그라운드에서 나를 보더니 무척 반가워했다.”

복귀 후 3루수로 고정됐다. 유격수가 그립지는 않나?

“3루수는 유격수보다는 수비 부담이 덜한 자리다. 적응하는데 도움이 된다. 지금으로서는 아프지 않는 것만 생각하고 있다. 유격수 복귀는 나중의 문제다. 내년에 생각해도 늦지 않다.”

복귀 한 달 만에, 그것도 ‘2경기 선발, 1경기 휴식’ 시스템에서 8개의 홈런포를 쏘아 올렸는데.

“글쎄, 어떻게 8개를 쳤는지 나도 잘 모르겠다. 다만 재활기간에 꾸준히 웨이트 트레이닝을 했던 것이 큰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지난해보다 2~3㎏쯤 체중이 불어 현재는 100㎏ 나간다.”

방망이에는 변화가 있나?

“길이 34인치에 무게 880g짜리를 사용한다. 지난해에는 길이 33.5인치에 무게 870~880g짜리를 썼다. 방망이 길이를 0.5인치 늘린 것은 조금 더 강한 타구를 때리기 위해서다. 효과를 보고 있는 것 같다.”

주로 4번 타자로 나가고 있다. 타순에 대한 부담은 없나?

“타순은 아무래도 상관없다. 출전하면 팀이 이기는 것만 생각한다.”

내셔널리그 중부지구에 속한 피츠버그는 인터뷰 전날까지 5연패에 빠졌다. 전화 인터뷰를 하기 전 강정호는 “요즘 팀이 연패 중이라 분위기가 무겁다. 조금이라도 운동장에 일찍 나가서 훈련에 전념하겠다”며 말끝에 힘을 실었다.

타격은 타이밍 싸움, 많이 보면 적응돼


▎지난해 9월 18일 PNC 파크에서 열린 피츠버그-시카고 컵스의 경기. 1회초 수비 도중 크리스 코글란의 거친 슬라이딩에 왼쪽 무릎을 다친 강정호가 그라운드에 쓰러져 있다. / 사진·뉴시스
강속구를 잘 치는 비결이 있는가?

“타이밍을 중시한다. 타자는 타이밍만 맞으면 강속구든 변화구든 공략할 수 있다. 또 경기에 자주 나가다 보니 점차 적응력이 생기는 것 같다. 정말 특별한 비결 같은 것은 없다.”

오래전 이야기이지만 강정호는 광주일고 시절 강속구 투수로도 이름을 날렸다. ‘에이스’ 나승현이 지치면 3루수(또는 포수) 강정호가 마운드에 올라 경기를 마무리하곤 했다. 스피드건에 시속 145㎞ 이상의 강속구가 여러 차례 찍혔다. 전문가들은 고교시절 투수 경험이 강속구를 공략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으로 분석하기도 한다. 강정호와 함께 대표적인 강속구 킬러인 추신수(텍사스 레인저스)도 부산고 시절 왼손 에이스였다.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강속구 공략 비결을 공개해달라.

“역시 타이밍이다. 타이밍을 잘 맞추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공을 많이 봐야 한다. (강속구를) 많이 보다 보면 어느 순간 눈에 익게 된다. 많이 보고 많이 치면 적응력이 늘게 될 것이다.”

강정호는 ‘강남(强男) 스타일’이다. 강속구 투수만 만나면 없던 힘도 절로 생긴다. 야구 통계를 제공하는 미국의 온라인매체 <베이스볼 서번트>가 5월 26일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강정호는 메이저리그 데뷔 후 패스트볼 상대 타율이 0.405로 2008년 이후 특정 타자가 특정 구종을 상대로(150타수 이상) 기록한 최고 타율이다. 데뷔시즌이었던 지난해에도 강정호는 95마일(153㎞) 이상의 강속구를 상대로 0.422의 타율을 기록, 메이저리그 전체 2위에 올랐다.

초구를 유독 좋아하는데.

“좋은 공이다 싶으면 초구든 2구든 가리지 않고 자신 있게 휘두른다.”

국내 프로야구 넥센에서 팀 동료였던 박병호는 강속구에 고전하고 있다. 조언을 해준다면.

“조언이랄 것이 있나? 알아서 잘하고 있고 더 잘할 것으로 본다.”

박병호·김현수 등과 연락은 자주 하나?

“이따금 통화해서 안부를 묻는다. 또 원정경기에 가면 맛있는 음식, 잘하는 집을 알려주곤 한다. 미국 생활은 내가 1년 선배 아닌가?”

“귀국하면 사우나 뜨거운 물에 몸 담그고 싶어”

올해 이대호·박병호·김현수 등 한국인 타자들이 대거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강정호 효과’라는 말이 있는데.

“(그런 말을 들으면) 솔직히 기분 좋다. 대호·병호 형, 그리고 현수가 모두 잘하면 후배들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 한국 선수들이 더 많이 와서 함께 잘했으면 좋겠다.”

지난해 강정호가 한국프로야구 타자 출신으로는 최초로 메이저리그에 진출하면서 한국야구에 대한 메이저리그의 관심이 커졌다. 강정호가 주전으로 발돋움하던 2008년, 히어로즈 수석코치였던 이순철 SBS 해설위원은 “지난해 강정호가 잘하지 못했다면 ‘역시 동양인 타자는 메이저리그에서 안되는구나’라는 선입견이 굳어졌을 것”이라며 “이대호·박병호·김현수는 ‘강정호 효과’를 톡톡히 봤다”고 평가했다. 강정호는 지난해 126경기에서 타율 0.287에 15홈런 58타점을 올리며 신인왕 후보로까지 거론됐었다.

이런 페이스라면 지난해 15개를 넘어 추신수가 2010·2015년에 기록했던 한 시즌 한국인 타자 최다홈런 기록도 넘어설 기세다.

“(추신수의 기록은) 알고 있다. 그래도 아직은 잘 모르겠다. 일단은 아프지 않는 게 중요하다. 그렇지만 올해는 20개를 넘어서 25개까지 쳤으면 좋겠다. 한 번 도전해보겠다.”

올해 목표는 무엇인가.

“빈말이 아니라, 작년에 큰 부상을 당했기 때문에 아프지 않는 것이 너무 간절하다. 아프지만 않는다면 성적은 어느 정도 따라올 것으로 믿는다.”

작년에는 재활에 전념하느라 귀국도 하지 않았는데.

“올해는 10월 중·하순에 돌아갈 것이다.”

한국에 오면 가장 하고 싶은 일은?

“사우나에 가서 뜨거운 물에 몸 한 번 푹 담그면 피로가 풀릴 것 같다. 그러고 나서 얼큰한 닭볶음탕 한 그릇 먹었으면 원이 없겠다.”

복귀 후 힘든 점이 있다면?

“잦은 우천 순연으로 컨디션 조절에 어려움이 있다. 그 외에 특별한 것은 없다.”

우리 나이로 올해 서른 살이다. 결혼은 언제쯤으로 생각하는가?

“좋은 사람 있으면 결혼하고 싶다.(웃음) 이상형이라고 할 것까지는 없고 마음 착하고 내조 잘해줄 여성이라면 좋겠다.”

강정호의 부친 강성수 씨는 아들의 배우자감과 관련해 “연예인 며느리는 생각해본 적이 없다. 묵묵히 자기 일에 충실한 전문직 여성이면 좋겠다”고 말했다.

팬들에게 인사말과 각오를 전해달라.

“늘, 진심으로 감사한다. 마음 같아서는 나를 응원해주는 모든 분을 일일이 찾아가 머리 숙여 인사하고 싶다. 반드시 성적으로 보답하겠다.”

인터뷰를 마치고 6시간 뒤 강정호는 뉴욕주 플러싱 시티 필드에서 벌어진 뉴욕 메츠전에 5번 타자 3루수로 선발출전했다. 2회 첫 타석에서 볼넷을 고른 강정호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 상대 선발 제이콥 디그롬의 시속 145㎞짜리 슬라이더를 받아쳐 중전안타를 뿜었다. 그리고 0-0이던 6회 2사 1루에서 맞은 세 번째 타석에서 디그롬의 시속 151㎞짜리 강속구를 당겨 좌중간 담장을 훌쩍 넘겼다. 6월 5일 LA 에인절스전 이후 8경기 만의 홈런포로 시즌 9호. 강속구를 담장 밖으로 넘겨 팀을 5연패에서 구출한 강정호는 역시 ‘강남 스타일’이었다.

- 최경호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607호 (2016.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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