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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분석]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의 정권 재창출 전략 

대통령과의 일체화 전략으로 내년 대선 정면돌파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보수 주자 총출동하는 ‘슈퍼스타K’(슈스케) 방식의 대선후보 경선 통해 흥행몰이 예고… 현정부의 성공 발판삼아 대통령의 정책과 철학 계승하는 차기 주자 만들기에 나설 듯

▎박근혜 대통령은 8월 11일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왼쪽) 등 신임 지도부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했다.
8월 1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 새누리당 대표실. 박근혜 대통령과 당 지도부의 청와대 오찬 회동 브리핑을 들으려는 취재진들은 뜻밖의 등장인물에 시선을 고정했다. 참석자 중 대변인 역할을 맡은 사람이 대화록을 소개하는 관행을 깨고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이 대표는 오찬장에서 적어온 메모를 펴놓고 박 대통령과 참석자들 간에 오간 주요 발언을 소개했다.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는 내년 대선후보 경선 흥행에 성공해야 재집권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믿는다.
20여 분에 걸친 브리핑이 끝나고 자리를 벗어나던 그는 다시 뒤돌아 서서 취재진을 향해 말문을 이어나갔다. “오해가 있을까 싶어서 그런데 김영란법에 대해 뒤에 하신 말씀이 ‘해결이 필요한 문제’라는 것이었다. 해석할 수 있는 그런 단계는 아니다”라며 박 대통령 발언의 톤과 뉘앙스를 정확하게 전달하고자 애쓰는 기색이 역력했다. 대통령의 발언을 취재진이 확대 해석할까 봐 친절하게 해설을 곁들인 것이다.

새누리당의 새 수장이 된 이정현 대표의 행보는 이처럼 ‘파격’의 연속이다.

또 다른 예가 오전에 열리는 당 최고위원회에서 대표와 최고위원들이 돌아가며 하던 공개 모두발언을 없앤 것이다. 2002년 집단지도체제가 도입된 이래 처음 있는 일이다. 언로(言路)를 막는 것 아니냐는 최고위원들의 지적에 대해 이 대표는 “회의 외에 최고위원 자격으로 얼마든지 (밖에서) 얘기할 수 있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또 회의가 끝나면 이 대표가 직접 기자 간담회나 즉석 질의응답 형식으로 회의 결과를 전하는 경우가 많아졌다. 의원총회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그는 “내용이 충실해야지, 당대표부터 (주요 당직자) 인사하는 데 40분 쓰고 20분 토론하는 건 너무 싫다”며 “인사말은 나부터 빼겠다. 형식적인 것은 버리자”고 제안했다.

8월 12일 리우데자네이루올림픽을 치르고 있는 정몽규 국가대표 선수단장에게 직접 전화를 걸어 격려한 일도 이례적이다. 통상 대표팀 ‘치하’는 대통령 몫으로 여겨져왔다.

이 같은 파격에 대해 새누리당 이채익 의원은 “허례허식을 걷어내고 이 대표가 주장하던 ‘섬김의 리더십’을 실현하려는 행동”이라고 평가했다. 반면 한 비박계 중진 의원은 “이 대표의 행보는 딱 청와대 홍보수석 수준이다. 그 시절 몸에 밴 습성을 아직 못 버리는 것 같다”고 꼬집었다.

이런 파격 못지않게 이 대표에 쏠리는 관심은 두 가지다. 당내 비박계와의 관계, 그리고 당·청 관계를 어떻게 설정하느냐다. 이 대표가 8·9 전당대회 다음날 아침 김무성 전 새누리당 대표와 유승민 의원, 남경필 경기지사, 원희룡 제주지사, 오세훈 전 서울시장, 이상득 전 국회부의장 등에게 일일이 전화를 걸어 통화한 대목에서 그의 비박계 끌어안기 의지가 읽혀진다.

모두 비박계 인사이면서 이 전 국회부의장을 제외하면 내년 대선 ‘잠룡’들이다. 김 전 대표는 통화에서 “대통령과 정례회동을 가져라. 그게 굉장히 중요할 것”이라고 이 대표에게 훈수했다. 유승민 의원은 “당이 어려운데 대표로서 역할을 잘 해달라고 했다”며 “본인이 정말 잘 해보겠다고 하니 일단 지켜봐야 하지 않겠나”라고 말했다.

대통령과 여당은 책임공동체


▎새누리당 전당대회 이후 김무성 전 대표(왼쪽), 유승민 의원 등 당내 비박계의 입지가 이전보다 좁아졌다는 평가다.
오세훈 전 시장은 전당대회 전날 이 대표와 당대표를 놓고 경합을 벌인 주호영 의원을 공개적으로 지지했었다. 이에 이 대표는 “적절치 않은 행위”라며 즉각 반발하는 등 두 사람 간에 불편한 기류가 흘렀었다. 이를 의식한 듯 오 전 시장은 전화 통화에서 “죄송하다. 이번에 도와드리지도 못하고…”라고 말끝을 흐렸고 이 대표는 “아이고 벌써 다 잊어버렸다. 정치하는 사람들이 각자 길이 있고 그런 것이다. 신경 쓰지 말라”고 다독였다. 이와 관련해 오 전 시장은 “행여 이 대표의 오해가 깊으면 (앙금이) 길게 갈 수도 있겠다 싶었는데 전당대회 다음날 아침 눈을 뜨니까 이 대표의 전화가 왔더라”고 전했다. 나아가 그는 “‘계파를 없애고 함께 가겠다’는 이 대표의 약속에 기대감을 갖게 됐다”고 덧붙였다.

비박계 ‘잠룡’들은 친박계 당 대표에게 뼈있는 덕담을 건넸다. 남경필 지사는 “이제는 당 대표십니다”라고 힘주어 말했다고 전했다. 특정 계파의 대표가 돼서는 안 된다는 의미가 실려 있었다. 원희룡 지사는 “대통령께서 마음을 열고 민심도 듣고, 당의 의견도 듣도록 역할을 잘 해달라”고 당부했다. 비박계와의 관계는 첫 단추가 이렇게 꿰어졌다.

이정현 대표 체제가 들어선 뒤로 당 안팎에서는 당·청관계가 경직되리라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다. 이 대표가 당선 직후 “대통령과 맞서는 것을 정의라고 생각한다면 여당 의원 자격이 없다”고 한 말이 이런 우려를 증폭시켰다. 8월 11일 청와대 오찬에서 25분간 박 대통령과 독대하며 찰떡 궁합을 과시한 것에 대해서도 “이러다간 당이 할 말도 제대로 못하는 것 아니냐”는 핀잔이 앞섰다. 이정희 한국외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당·청관계에 긴장이란 게 없으면 그냥 여당이 대통령에게 종속되는 그런 의미밖에 안 되지 않느냐”며 “이 대표가 박 대통령과 가까운 것은 주종의 관계로서 가까웠던 것인데 이제 대표가 됐으니 대등한 관계로서 가까워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8월 13일 <중앙일보>와의 단독 인터뷰에서 당·청관계에 대한 생각을 이렇게 밝혔다.

“당·청관계에 대해선 분명한 원칙을 갖고 있다. 여당이 야당일 순 없다. 여당은 두 가지 기능을 한다. 하나는 현 대통령은 여당이 후보로 내세워 당선된 것이므로 책임공동체로서 정부의 성패에 공동책임을 져야 한다. 하지만 3권 분립의 한 축으로 행정부를 견제하고 비판하고 감시하는 견제 기능도 있다. 나는 이 두 가지를 모두 철저하게 할 것이다. 비판을 소홀히 하고 협조만 하는 것도 맞지 않고, 완전히 비판만 하라는 것도 맞지 않다.”

이는 다분히 원론적 입장을 밝힌 것으로 모순될 수 있는 두 가지 과제를 동시에 추구하기란 그리 쉬운 일이 아니다. 이에 대해 김형준 명지대 인문교양학부 교수는 “협조와 비판의 내용이 중요하다”면서 “협조할 건 협조하고 비판해야 할 부분은 제대로 비판해야 하는데 그 판단이 정확하지 않으면 정부와 여당이 나라 전체를 잘못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다”고 충고했다.

경선의 3원칙은 개방, 영입, 치열한 경쟁


▎새누리당 내년 대선후보 경선 롤모델로 떠오른 오디션 가요프로그램 ‘슈퍼스타K’.
비박계 및 청와대와 적절한 관계 수립이라는 과제를 안고 출발한 이 대표는 어떤 야심과 목표를 마음에 담은 걸까? 지금까지의 언행으로 보면 대략 두 가지로 요약된다. 바로 박근혜 정부의 성공과 정권재창출이다. <중앙일보> 인터뷰에서 이 대표는 이 둘이 동전의 양면이자 인과관계로 엮여 있다고 설명했다.

“선거는 (이긴다는) 목표만 갖는다고 되는 게 아니다. 현 정권이 어떤 평가를 받느냐에 따라서 국민의 선택을 받는다. 5년 임기 중 1년 6개월이나 남았다. 정권 초에 업무를 파악하고 이후 정책 입안 단계를 거쳐 실행과 마무리를 짓는 중요한 기간이다. 이 기간만이라도 당이 정권이 잘 되도록 전념해야 국민들이 ‘저 사람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국민을 위해 일했다’고 평가하고 재집권도 할 수 있다. 지금 당 대표가 차기 후보를 도와주는 방법은 이 정권을 성공시키는 것이다.”

이 대표는 나름의 내년 대선과 관련한 복안도 밝혔다. 바로 대선 경선의 공정성과 흥행성이다. 그는 전당대회 당대표 경선 과정에서 ‘슈퍼스타K’(슈스케) 방식의 당내 경선을 공약으로 내걸었다. 장안의 화제가 됐던 오디션 가요프로그램처럼, 당내외 예비주자들이 내년 적당한 시기에 3~5개월 간 전국을 순회하며 정책 토론회 등 선거전을 펼치자는 것이다. 실제 슈스케처럼 국민 여론조사 등을 통해 토론회 별로 최하위 후보 1명씩을 탈락시키고, 최후에 살아남은 2명을 대상으로 전당대회를 치러 최종후보를 뽑는 방식이다. 이를 위해 경선 시작 전 당의 문호를 활짝 열어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 등 당외 인사들도 적극적으로 영입하겠다는 게 이 대표의 구상이다.

이해 당사자격인 대권 잠룡들의 생각은 어떨까. 오세훈 전 시장은 “새누리당에서 멀어진 국민의 마음을 끌어오는 데엔 효과를 발휘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긍정적인 평가를 보냈다. 남경필 경기지사도 “후보의 구체적 철학과 정책 비전을 밝히기에 좋은 방식”이라며 호평했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의원, 원희룡 제주지사는 공통적으로 “아직 구체적 내용이 없다”며 신중한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8월 15일의 기자간담회에서 “개방, 영입, 치열한 경쟁이란 원칙으로 내부 계파전쟁과 공천갈등을 해소할 수 있다”고 슈스케 경선 구상의 배경을 설명했다. 이어 “큰 틀만 정해져 있고 나머지 부분은 상의해서 하겠다. 어떤 것도 독단적으로 하지는 않을 것”이라고 민주적인 의견 수렴을 약속했다.

‘이정현표’ 슈스케 경선은 내년 새누리당 대선 판도의 주요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이 방식은 어떤 파장을 낳을 수 있을까. 정치컨설팅 ‘민’의 박성민 대표는 “슈스케 방식은 ‘누가 1등이 될까’ 보다 ‘누가 떨어질까’에 더 많은 관심이 쏠릴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관심을 흡수한 ‘언더도그’(열세인 주자)가 기세를 타면 막판 대역전극을 펼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의 데자뷰


▎2002년 새천년민주당 대선후보 경선은 전국 순회 선거인단 대회를 통해 바람몰이에 성공했다.
2002년 새천년민주당 국민참여경선이 이와 유사한 예다. 당시 군소주자 중 하나로 출발한 노무현 후보가 2차 울산 경선에서 PK(부산·경남) 지역 프리미엄을 누리며 승리한 후 기세를 타 3차 광주 경선까지 석권, 결국 이인제 대세론을 잠재웠다. ‘16부작 정치 드라마’로 불리며 인기몰이에 성공했던 이 경선은 여러모로 이정현 대표의 슈스케 경선과 닮아 있다. 당시 최종 승리가 멀어진 후보들이 연달아 자진사퇴하며 결국 마지막엔 노 후보와 정동영 후보 둘만 남았다. 슈스케 경선은 자발적이 아닌 강제적 탈락이란 차이가 있을 뿐이다.

박성민 대표는 “하지만 초기에 너무 세가 약하면 충분히 자신을 드러낼 기회를 갖지도 못하고 초반 탈락할 수 있다”며 변수를 소개했다. 2007년 대선에서 대통합민주신당 경선에 나선 유시민 후보는 첫 번째 제주·울산 경선에서 꼴찌인 4위를 기록하고 곧바로 이해찬 후보 지지를 선언하며 하차했다. 당시 유 후보는 “활주로가 짧았다”며 기회가 제대로 주어지지 않았음을 한탄했다. 이를 보완하기 위해 최소 한두 달은 탈락자 없이 레이스를 진행해 각 후보가 충분히 자신을 알릴 기회를 줘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어느 지역에서부터 경선을 시작하느냐도 초반 세몰이에 중요한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통상 제주 등 남쪽에서 시작해 서울로 상경하는 경우가 많았다. 제주에서 시작한다면 대선 예비주자 중 약세로 평가되는 원희룡 제주지사가 유리한 고지를 선점할 것이다.

초반에 승세를 잡은 후보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할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민간 정치 싱크탱크 ‘더모아’의 윤태곤 정치 분석실장은 “탈락 후보의 지지세력이 살아남은 다른 후보 지지로 옮겨갈 가능성이 매우 높다”며 “그렇게 되면 갈수록 친박-비박 유력후보들로 각기 세가 결집될 것이고 결국 앞서나가는 사람에게 압도적으로 유리한 방식이 될 것”이라고 봤다. 이른바 ‘밴드웨건(bandwagon·편승)’ 효과다.

경선 흥행 성공의 관건은 공정한 경선 관리에 있다. 이정현 체제 성패를 가늠할 기준이기도 하다. 그간 친박계 핵심으로 인식돼 온 것이 이 대표의 아킬레스건으로 작용할 것이란 예측이 적지 않다.

게다가 이 대표는 새 당헌·당규에 따라 주요 당직 임면이란 막강한 권한을 갖게 됐다. 예전엔 최고위원회 의결 사항이던 것이다. 여기에 최고위원회도 강석호 의원을 제외하면 친박계 일색이어서 통상 업무에서 사실상 전권을 이 대표와 친박계 뜻대로 행사할 수 있다. 이런 상황이 역설적으로 당내 분란의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얘기가 나온다.

윤태곤 실장은 “선거관리위원장 등 선관위 구성 등에 최고위가 막강한 영향을 미친다”며 “이런 상황에서 슈스케 경선을 하게 되면 반기문 총장 영입과 경선 개시 시점의 거리, 영입 주자에 부여할 가산점 등을 놓고 시비가 촉발될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보았다. 예컨대 반 총장 영입 후 그가 당에 적응할 충분할 시간을 벌어준 뒤 경선을 개시한다거나, 반 총장 등 영입인사가 당에 늦게 합류했다는 사유 등으로 그들에게 가산점이나 1차 경선 면제 등의 혜택을 줄 수도 있다는 것. 이런 경우 여타 당내 주자들의 반발을 부를 수도 있다는 말이다.

비박계, “경선 양상에 따라 분당 가능성도”


▎새누리당 친박계가 영입 대상 1호로 여기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
경선 진행 양상에 따라 당이 심각한 위기를 맞을 수도 있다. 수도권 비박계 재선의원은 “이정현 대표체제가 갓 출범한 마당이라 비박계는 일단 수긍하고 관망하는 중”이라며 “새 지도부와 당을 함께할 수 있을지는 얼마간의 기간이 지나봐야 한다”고 유보적인 입장을 표했다. 그는 “내년 경선이 전개되는 양상에 따라 분당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귀띔했다.

새누리당은 대선후보 선출과정에서 홍역을 치른 바 있다. 새누리당 인사들은 2006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을 예로 든다. 2007년 대선을 앞두고 이명박·박근혜 두 거함이 정면으로 충돌한 경선이다. 이 과정에서 경선 관리를 책임진 당대표가 애꿎은 유탄을 맞기도 했다. 새누리당 한 관계자는 “2006년 한나라당 대표 경선 당시 박근혜 대표가 밀었던 강재섭 의원이 당선됐다”면서 “대선후보 경선 룰을 정하면서 강 대표는 어느 쪽에도 기울지 않고 중립을 지켰지만 경선 후에는 양쪽 모두에게서 배척을 받았다”고 돌이켰다.

대선후보 경선 룰이라는 게 그만큼 민감해서 후보들이 수긍하는 경선관리가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김형준 교수는 “역대 가장 성공적인 당내 경선으로 꼽히는 2002년 새천년 민주당 경선의 경우 김대중 대통령이 당 총재직을 내놓고 본인은 경선에 완전히 참여하지 않는다고 선언했다. 그 정도로 중립 의지를 강하게 내세우지 않으면 신뢰받는 경선 관리가 어려울 것”이라고 전망했다.

내년 대선으로 다가설수록 반 총장의 거취는 ‘태풍의 눈’으로 등장할 것으로 보인다. 친박계가 영입대상 1호로 반 총장을 공공연히 점찍고 나섰기 때문이다. 전당대회 후 친박계 조원진 최고위원은 “반 총장이 총장으로서 역할을 마치고나면 국내 정치의 벽을 어떻게 뛰어넘을 수 있느냐 이 부분을 스스로 많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며 반 총장 영입 가능성을 거론했다. 김태흠 의원도 “반기문 총장이 외부에서 세력을 만든 뒤 우리와 합류하는 것도 방법”이라며 구체적 방법론까지 개진했다. 비박계가 긴장하는 것도 당연하다. 반 총장 영입작업이 본격화하는 순간 불공정 경선 논란도 함께 점화될 가능성이 높은 게 새누리당의 내부 사정이다.

반 총장 측은 별다른 반응 없이 사태의 추이를 관망하고 있다. 반 총장의 한 측근은 “친박 지도부 등장으로 반 총장에게 유리한 상황이 조성되고 있다고들 하지만 우리 생각은 다르다”며 말을 아꼈다. 친박계에 업혀서 경선에 나가는 모양새가 반 총장의 대선 경쟁력에 마이너스 요인이 되리라는 우려 섞인 표정도 읽혀진다. 당내에서는 반 총장이 고만고만한 후보들의 경연장인 슈스케식 경선에 참여할지 반신반의하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당의 한 관계자는 “반 총장 입장에선 ‘난장이들’로 볼 수 있는 새누리당 기존 후보들과 경합해야 하는 상황이 마뜩지 않을 수 있다”며 “반 총장의 선택에 따라서는 이 대표의 슈스케 구상은 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대표의 앞길에는 이같이 많은 난관이 도사린다. 하지만 그는 박 대통령을 성공한 대통령으로 만들어 정권재창출을 이루겠다고 거듭 다짐하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정책과 철학을 계승하는 차기 대통령 만들기에 두 팔을 걷은 셈이다. 1987년 대통령 직선제 개헌 이후 여당의 대선주자들은 대부분 현직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등 차별화 전략을 구사했다. 박 대통령과 이 대표는 이전과 다른 대통령과 후보 ‘일체화’ 전략을 구사한다. 만약 성공한다면 한국 대선에 새로운 역사가 쓰여지게 된다.

- 이충형 기자 adche@joongang.co.kr

201609호 (2016.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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