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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별대담] 노요리 료지·김도연이 진단한 한·일 교육의 미래 

남이 가지 않는 곳 걷는 ‘창조적 과학자’가 돼라 

대담 김도연 포스텍 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노요리 료지 나고야대 교수(노벨상 수상자), 진행 양영유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리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사진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편리하지만 게으른 ‘점수’ 위주 평가가 사회 망쳐…과학에서 ‘대발견’의 기회는 누구에게나 열려 있어

▎노벨 화학상 수상자 노요리 료지(오른쪽) 나고야대 교수와 김도연 포스텍 총장이 11월 30일 서울 조선호텔에서 중앙일보 양영유 논설위원 사회로 대담하고 있다. 김 총장과 양 논설위원이 주로 질문하고 료지 교수가 답하는 형식으로 대담이 진행됐다.
지난 3월, 인공지능(AI) ‘알파고’가 천재 바둑기사 이세돌을 꺾었다. 이른바 ‘4차 산업혁명’이 이미 우리 곁에 도래했다는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준 사건이었다. 4차 산업혁명 이후 기계는 스스로 자신이 해야 할 일을 가장 효율적으로 처리하는 방법을 찾아낼 것이며, 더 많은 물건을 더 뛰어난 질로 더 짧은 시간 내에 만들어낼 것이다.


이는 인간에게 축복이 될 수 있지만 기계에 일자리를 빼앗길 수 있다는 두려움도 동시에 존재한다. 2016년 1월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는 4차 산업혁명으로 2020년까지 선진국의 일자리 710만 개가 사라질 것이란 예측도 나왔다.

이런 우려에도 불구하고 과학기술의 발전은 이미 4차 산업혁명을 현실화하고 있으며 각국은 뒤처지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우리의 미래는 어떻게 될 것인가. 새 시대를 이끄는 힘은 과학이며, 시대의 주역을 길러내는 것은 교육이다.

과학과 교육을 아우르는 한국과 일본의 전문가가 만났다. 이명박 정부 시절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역임한 김도연(64) 포스텍 총장과 노벨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野依良治·78) 나고야(名古屋)대 교수다. 두 사람은 양국의 교육제도에 대한 쓴소리를 아끼지 않았다. 하지만 양국의 젊은이들에게 충분한 가능성이 있다는 점에도 동감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 필요한 인재 능력을 수치로 제시했는데, 복잡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창의 융합형 능력(36%)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습니다. 육체적 능력(4%), 기술적 능력(12%)등은 상대적으로 낮았죠. 이런 시대에 대비하려면 어떻게 교육해야 한다고 보십니까?

노요리_ 과거 산업혁명과 비교해볼 때 4차 산업혁명이 가져올 사회 변혁의 속도는 10배나 빠르며, 규모는 300배나 크고, 그 임팩트는 3000배에 달한다고 합니다. 젊은이들은 곧 이러한 사회와 마주하게 될 것이며 이에 순응하며 살아가야 할 것입니다. 이미 AI는 지식집약적인 문제에서 인간을 압도합니다. 10년 후에는 현존하는 직업 중 절반 정도가 없어질 것이라고 하지만 이와 동시에 새로운 일자리도 많이 생겨날 것입니다. 이러한 변화를 낙관적인 관점에서 좋은 기회로 삼아야 할 것입니다. 저는 인간의 창의력을 굳게 믿습니다. 제일 중요한 것은 청소년들이 살아갈 미래는 불확실성으로 가득 차 있기 때문에 다가올 변화에 스스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는 것입니다. 교육에서는 학생들의 유연한 판단력을 배양하는 데 초점을 맞춰야 합니다.

‘30년짜리’ 과거 교육은 혁신 대상


▎한 입시학원이 주최한 ‘2017학년도 대학입시 설명회’가 11월 20일 서울 이화여대 강당에서 열렸다. 수능시험을 마친 수험생과 학부모들이 ‘수시 파이널 전략 및 정시 지원 가이드’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 사진·중앙포토
김도연_ 미래에 다가올 변화에 스스로 대응해야 한다는 노요리 교수님의 말씀에 크게 동감합니다. 그런 측면에서 교육자의 역할 혹은 대학의 사명은 젊은 학생들이 새로운 시대에 유연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그들의 총체적 역량을 키워주는 것이라고 봅니다. “미래를 예측하는 가장 좋은 방법은 이를 창조하는 것”이라는 링컨 미국 대통령의 말처럼 새로운 미래를 준비하고 만들어가는 데 필요한 핵심 능력은 창의성입니다. 강의실에 앉아 교수의 수업을 듣는 전통적 교육의 형태를 탈피하고, 전공학문 간의 벽도 낮춰서 나무가 아닌 숲을 볼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자유로운 분위기 속에서 학생 스스로의 의견이 제시되도록 격려해야 합니다.

노요리_ 저는 현재 인재 육성이 학교 교육에 과도하게 의존하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교과 수업만으로 살아갈 힘이 얻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교육의 장을 더욱 넓게 확대할 필요가 있습니다. 가정에서, 지역에서 그리고 산업 경제계가 차세대 교육을 자신들의 책임이라 인식하고 ‘사회 전체가 함께 나서서’ 적극 협조해야만 합니다. 아마도 국경을 뛰어 넘은 초국가적 협력도 필요할 것입니다.


▎수능시험 시작 직전 한 수험생이 초조한 듯 2 손목시계를 보고 있다.
김도연_ 포스텍은 온라인 공개수업(MOOC)과 학생이 주도하는 ‘거꾸로 수업’ 등의 방식을 적극 반영하고 있습니다. 자신이 속한 전공에 국한되지 않고 다양하게, 주도적으로 지식을 쌓는 습관을 기를 수 있고 수업시간에는 토론과 협업으로 자신의 아이디어를 발전시켜나갈 수 있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교과 수업만으로는 미래를 살아갈 힘을 얻을 수 없습니다. 대학에서는 학생에게 다양한 분야의 경험을 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합니다. 120세까지 삶을 영위할 지금 대학생들은 적어도 60년은 사회에서 활동해야 하는데, 30년 정도의 사회활동만을 준비했던 과거 교육은 혁신돼야 합니다.

초·중학교에서부터 변혁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있는데요.

김도연_ 고교 교육의 경우 전 세계에서 일본과 한국만이 학생들을 문과와 이과로 나눕니다. 한국은 일본의 모델을 모방한 것이기는 한데 최근에는 문·이과 구분을 없애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면서 교육과정이 바뀌는 등의 변화가 나타나고 있습니다. 일본은 어떻습니까?

노요리_ 문과 이과를 나눈다는 건 결국 지식을 분리한다는 이야기입니다. 지식을 통합해야 하는 시대에서는 지양해야 할 방식입니다. 하지만 변혁은 사실상 쉽지 않은 일입니다. 학생뿐 아니라 교사도, 사회구성원들도 각 분야에서 문과와 이과로 나뉘어져 있기 때문입니다.

문·이과 분리는 지식 분리와 같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을 지낸 김도연 포스텍 총장.
한·일 양국의 교육제도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도 높지만 두 나라는 국제 학업성취도 평가에서는 항상 최상위권에 오른다. 마침 대담이 진행되기 전날 국제교육성취도평가협회(IEA)가 수학·과학 성취도 추이변화 연구(TIMSS) 2015 결과를 발표했다. 중학교 2학년 기준으로 한국은 수학에서 세계 2위, 과학은 4위였고 일본은 수학 5위, 과학 2위였다. 우수한 성적을 거둔 두 나라는 또 다른 공통점이 있었다. 수학과 과학에 대한 흥미나 자신감, 가치 인식 정도가 최하위권이라는 점이다. 오히려 한국이나 일본보다 시험 성적이 더 낮은 서구 국가들이 자신감과 흥미는 더 높았다.

양국 학생들이 성적은 우수하지만 만족도나 흥미는 떨어지는 이유는 무엇이라고 보십니까?

노요리_ 학생들이 수동적으로 공부하기 때문입니다. 자기 주도적인 공부가 필요한데 성적만 위해 공부하기 때문이죠. 살아가는 힘을 배양하는 공부가 필요하다고 할 수 있습니다.

김도연_ 제일 중요한 게 결국은 창의성이라고 생각합니다. 창의성을 길러준다는 측면에서 지금의 교육방식은 굉장히 문제가 많습니다. 지식을 다 외워야 하는 것이죠. 과거 교육은 학교에서 교사가 칠판에 가르치는 것을 전달받는 것이었습니다만 이제 지식이 어마어마하게 많아져서 학생이 스스로 지식을 찾아가는 길이 잘 마련돼 있습니다. 지식에 대한 흥미를 제공하는 게 가장 중요해졌다는 얘기입니다.

노요리_ 지당한 말씀이십니다. 지금은 인터넷에서 단편적 지식을 바로바로 입수할 수 있습니다. 스스로 생각하고 만들어나가는 기쁨을 가르쳐야만 할 것입니다.

교육의 실질적 변화는 대학입시에 달려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두 나라 모두 주입식 교육 성과를 평가하는 점수 위주 평가, 명문대를 선호하는 입시 풍조가 크게 바뀌지 않는 것 같은데요.

노요리_ 너무나 비교육적인 제도가 사회 전체를 일그러뜨리고 있습니다. 입시는 대학 진학 후 발전 가능성 여부를 판정하는 것이어야 하는데 완전히 반대의 형태로 입시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점수’라는 그다지 의미 없는 숫자가 실제 고등교육뿐 아니라 취업을 비롯해 인생 전반에 큰 영향을 미칩니다. 청년들의 모든 잠재능력 평가를 입시 점수로 쉽게 대체하는 것이죠. 편리하지만 결국은 ‘게으른’ 평가방식인 것입니다.

김도연_ 한국 사회의 입시제도 문제는 구성원 간의 신뢰 부족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개인의 주관적 견해에 영향을 받는 정성적 평가가 논란을 야기하기 때문에 이를 피하려고 능력을 간단히 점수화해버립니다. 특히 오지선다 객관식 문제 형태인 수능 시험은 최악입니다. 창의력을 말살하는 일입니다.

노요리_ 일본에선 대입개혁 검토가 이뤄지고 있습니다. 지식 암기보다는 사고력·판단력 등을 중시하고 주체성이나 협동심을 추구한다는 것이죠. 그러나 입시에서 다면평가 항목으로 예를 들어 자원봉사·해외경험 등을 설정하면 결국 이런 것이 형식적으로 목적화됩니다. 중요한 것은 각 대학의 다양성을 존중하고 독창성 있는 교육을 실시하면서 특색 있는 재능을 가진 학생의 발전 가능성을 보고 선발하는 것입니다.

김도연_ 포스텍은 모든 학생을 정성적인 평가로 선발하는 입학 사정관제를 국내 최초로 도입해 지금까지 계속하고 있습니다. 지원자 재능을 다면적으로 평가하고 특히 성장 가능성을 보고 선발합니다. 교수님 지적대로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획일화되는 것은 위험합니다. 각 대학에서 변화를 주도하는 것이 사회가 필요로 하는 다양한 인재를 양성할 수 있는 방법입니다.

日 노벨상, 20~30년 장기 연구의 결실


▎일본의 생물학자인 오스미 요시노리(大隅良典·71) 도쿄 공대 명예교수. 세포가 내부의 불필요한 단백질 등을 스스로 분해하고 재활용하는 메커니즘인 자가포식(自家捕食, autophagy) 현상을 밝혀낸 공로로 2016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했다. / 사진·중앙포토
두 학자는 점수화하지 않는 ‘주관적 평가’가 필요하다는 데 의견을 모았다. 노요리 교수는 ”평가란 것은 결국 주관적이다. 결혼할 때 다들 주관에 따라 상대방을 평가하고 선택하지 않느냐“며 웃었다. 대담은 창의력과 교육에 대한 주제를 넘어 자연스럽게 과학에 대한 주제로 넘어갔다. 노요리 교수가 2001년 수상한 노벨상이 화두가 됐다. 그는 물질의 필요한 부분만을 추출해 합성하는 기술을 개발했다. 어떤 신약 물질의 약효가 있는 부분과 부작용이 있는 부분이 있다면 부작용을 제외하고 합성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일본은 노요리 교수를 포함해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를 22명이나 보유하고 있다. 한국은 아직까지 과학분야 노벨상 수상자가 없다.

2001년 노벨상을 받으셨는데 얼마나 연구해오신 겁니까?

노요리_ 노벨상은 ‘오리지널리티(독창성)’를 우선시하는 상입니다. 다른 사람과 차별화해야 받을 수 있다는 뜻이죠. 제가 상을 받은 연구의 발단이 된 아이디어는 50년 전이었습니다. 당시 일본은 가난한 나라였고, 연구자 입장에서 미국이나 유럽 연구자와 경쟁할 수 있다고는 생각지 않았죠. 그래서 모두가 관심을 갖지 않을 만큼 작은 씨앗을 길에서 벗어난 곳에 심은 거라고 할 수 있겠네요. 그렇게 20~30년간 연구를 하다 보니 그 씨앗이 자랐고 그 성과가 인정받은 겁니다. 경제적으로 윤택해지면서 젊은이들이 다른 사람과 차별화된 일을 하지 않으려는 분위기가 있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노벨상을 받으려면 ‘넘버원’보다는 ‘온리원’이어야 합니다. 넘버원은 올림픽처럼 정해진 조건하에서 경쟁하는 것이지만 온리원은 벗어난 곳을 걸어가는 겁니다.

노벨상 수상을 일궈내는 일본의 기초과학 연구 지원정책은 한국과 어떻게 다릅니까?

노요리_ 최근 일본의 노벨상 수상 사례는 20~30년의 장기간 연구가 결실을 맺은 것입니다. 가장 중요한 것은 과학에서 기존 패러다임의 변혁이나 ‘대발견’의 기회는 모든 사람에게 열려 있다는 것입니다. 젊은이에게 자유를 주고 스스로 창출하는 발상을 마음껏 부딪혀볼 수 있는 기회를 주고 실패하더라도 격려하는 풍토가 중요합니다. 모든 젊은이가 성공하기란 불가능하고 그중 몇 명만 성공해도 됩니다. 이를 위해 사회가 인내력과 관용을 가져야 하고 이것이 결국 우리 사회를 풍요롭게 한다는 인식이 있어야 합니다. 단기간의 정부정책이나 기업의 사업에 협력하고 연계하는 것도 좋지만 제약을 뛰어넘는 장기적인 도전을 위한 연구비 지원이 필요합니다. 소액이라도 좋으니 연구비를 널리 배분해야 할 필요가 있습니다.

김도연_ 우리도 기초과학 분야에서 노벨상 수상을 기대하고 있는 게 사실입니다. 하지만 우리 문화 탓인지 가시적 성과에 대해 조급해하는 것 같습니다. 일본의 기초과학 연구는 한국보다 훨씬 오랜 역사를 지녔습니다. 이미 1867년 메이지유신 이후부터 서구 과학지식을 흡수하며 기초과학 토대를 만들었죠. 그러나 한국의 기초연구는 1980년대 ‘한강의 기적’, 즉 경제 성장과 역사를 같이합니다. 우리는 늘 ‘과학기술’이라는 용어로 과학과 기술을 함께 붙여 사용했고, 과학이 경제발전의 도구로 생각됐습니다. 기초과학에 대한 가치를 인정하고 일본처럼 자기 분야에서 묵묵히 오래 연구할 수 있는 토양을 조성해야 합니다.

노요리_ 기초과학에 투자하는 목표는 노벨상이 아닙니다. 독창성과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젊은이를 양성하는 게 목표가 돼야 합니다. 이런 순환이 한국을 기초과학을 중시하는 국가로 만들 거라고 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기초과학이 왜 중요한지 사회를 설득해야 합니다. 과학자들부터 적극적으로 기초과학의 가치에 대해 국민에게, 정치인에게 설득해야 합니다.

김도연_ 일본은 원자폭탄을 통해 기초과학이 얼마나 큰 힘을 갖는지 체득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일찍부터 기초과학 연구에 국가가 투자를 아끼지 않은 이유입니다. 반면 우리는 과학을 좀 더 잘살기 위한 방법 정도로 여겼습니다. 이것이 미국이나 일본과의 차이를 만든 이유입니다. 하지만 다행인 것은 우리 사회도 이제 과학의 가치를 알기 시작하는 단계에 들어섰다는 것입니다. 우리도 머지않아 노벨상을 받을 수 있는 젊은 과학자를 많이 보유하고 있습니다.

좋은 해답보다 좋은 문제가 더 중요


▎노벨 화학상 수상자인 노요리 료지 나고야대 교수
국제적으로 과학기술 분야의 협력이 점차 중요해지고 있습니다만 한·일 대학간 협력은 부진한 것 같은데요.

노요리_ 지금은 바야흐로 가치를 공동으로 창출하는 오픈 사이언스 시대입니다. 여기엔 국경을 초월한 젊은 연구자들의 결집이 필요합니다. 실제 세계 과학논문 50% 정도는 국제공동연구로 이뤄지고 있습니다. 현대 과학의 흐름을 고려하면 개인이나 국가 간 경쟁보다는 협력에 큰 의의가 있습니다. 한일 학생들 간 교류가 보다 적극적으로 추진돼야 할 것입니다. 한국 학생들은 진취적 기상을 갖고 있고 미국에서 학위를 취득해 인맥 형성에도 적극적이라 부러울 따름입니다. 일본 젊은이들은 국내에서 학위를 취득하는 경우가 많아 문화적 시야가 좁아지기 쉽고 외국 친구도 적습니다. 현실사회와 가상공간이 융합된 ‘초(超)수퍼 스마트 사회’, 저출산 고령화와 에너지문제, 자연재해방지 문제 등 양국 젊은이들이 공동 연구할 주제는 많습니다.

김도연_ 한국은 반세기 만에 경제성장을 성공적으로 이룬 것에 높은 자부심을 느끼고 있기에 ‘한국 독자개발’, ‘고유 연구성과’에 더 큰 가치를 두는 경향이 있습니다. 그러나 인류 역사를 돌이켜보면 과학기술뿐 아니라 문화적으로도 큰 발전은 타 문화 간 접촉에 의해 촉발됐습니다. 영원한 이웃인 한국과 일본은 서로 이해 폭을 넓히고 협력하기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일반적으로 일본 연구자들은 끈질기게 파고드는 근성, 연구 노하우와 지식을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기록하는 철저함, 자기 연구주제를 진정 즐기는 태도를 갖고 있습니다. 한편 한국 연구자들은 추진력이 좋고 목표를 향해 달려드는 에너지가 있습니다. 공동 연구와 협력을 통해 좋은 점은 배우고 보완한다면 거대한 시너지효과가 나올 것으로 기대합니다.

한국의 미래를 이끌어갈 젊은 세대에 조언을 해주신다면.

노요리_ 한국에서 높은 독자성을 가진 ‘창조적 과학’이 탄생하길 바랍니다. 문화예술계에서 보여주는 것처럼 다른 나라와 차별화된 ‘한국인다운’ 창조성을 발휘했으면 합니다. 그러나 지나치게 민족주의적 관점에서 노벨상을 수상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습니다. 과학은 보편적이며 노벨의 유언에 따라 상은 ‘국적을 불문하고 모든 인류의 복지에 기여한 사람’에게 수여하기 때문입니다. 젊은 연구자의 활동이 연로한 스승이 제시한 문제의 해답을 만드는 데 집중돼서는 안 됩니다. 일본에선 소위 수재라 불리는 사람이 이러한 안전지향적 경향이 강하다는 우려가 나옵니다. 좋은 해답보다 좋은 문제를 만들어야 합니다.

김도연_ 창의적 인재는 자기 주관을 관철해나가는 힘이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이런 사람은 어려움에 부딪혀도 쉽게 포기하지 않습니다. 자신이 좋아하는 일을 찾아 즐기기 때문에 스스로 이해하고 만족할 때까지 노력을 거듭합니다.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고 나서야 탁월한 결과를 얻을 수 있듯, 진정한 인재도 끊임없는 도전과 실패를 통해 만들어집니다. 연구도 인생도 긴 시야로 마음을 넓게 가지고 과감하고 쾌활하게 도전하기 바랍니다.

- 대담 김도연 포스텍 총장(전 교육과학기술부 장관), 노요리 료지 나고야대 교수(노벨상 수상자), 진행 양영유 중앙일보 논설위원, 정리 남윤서 기자 nam.yoonseo1@joongang.co.kr, 사진 조문규 기자 chomg@joongang.co.kr

201701호 (2016.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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