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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 인터뷰] 나노산업 메카 설계자 박일호 밀양시장 

“한국의 미래성장 산업 밀양에서 영근다”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20년 나노국가산업단지에 100개 이상의 전문기업 유치… 경남의 기계·선박·항공산업의 경쟁력 제고에도 기여할 것

▎박일호 시장은 인구가 증가하는 명품도시 밀양을 꿈꾼다.
“나노 국가산업단지는 밀양의 미래입니다. 밀양은 신공항 후보지로 거론됐을 만큼 땅이 넓고 산도 좋고 물도 맑습니다. 이런 지리적 이점에 나노 산업단지가 더해진다고 생각해보세요. 이보다 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이 또 있을까요?”

박일호(54) 밀양시장은 요즘 확신에 가득 차 있다. 20여 년 동안 줄기만 하던 밀양시의 인구가 두 해 전부터 증가하는 데다 인구를 획기적으로 끌어올릴 국가사업이 본궤도에 올랐기 때문이다. 바로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가 그것이다. 밀양시에 따르면 오는 2020년 밀양시 부북면 일대에 165만㎡(50만 평) 규모의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가 들어선다. 사업비 규모가 3200억원에 이른다. 나노산업 인재를 공급할 대학과 고등학교도 설립된다. 최근에는 귀농·귀촌 인구 유입도 늘어난다. 박 시장은 이를 디딤돌 삼아 26만 명의 인구를 자랑하던 거점도시 밀양의 위용을 되찾겠다는 의지를 월간중앙 인터뷰에서 피력했다.

이곳을 무대로 한 영화 <밀양>이 개봉(2007년 5월)된 지도 10년이 돼간다.

“당시 영화 홍보물에서 밀양을 영어로 ‘Secret Sunshine’로 표기하더라. ‘密陽’의 한자를 영어로 직역하다 보니 그렇게 풀었나 본데 신비스러움을 자아내기는 하지만 밀양의 본 어원과는 거리가 있다. 여기서 ‘密’은 비밀스럽다는 게 아니라 빽빽하다는 뜻이다. 볕이 많이 들고 따뜻한 고장이라는 뜻이다. 햇볕이 쏟아지는 도시를 떠올려보라.”

‘비밀스럽든’, ‘빽빽하든’ 감성적이고 매력적으로 들린다.

“밀양은 곡창지대가 넓고, 낙동강 본류에 연해있으며 밀양강이 도심을 가로질러 물이 풍부한 게 특징이다. 예로부터 한해 등 자연재해가 드물기로도 유명하다. 농사짓기에 좋아 고추, 딸기 같은 시설재배도 전국에서 알아준다. 영남알프스라는 천혜의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문화관광지로서의 도약을 꿈꾼다. 궁극적으로 나노융합국가산업단지가 더해지면 밀양은 환골탈태하게 될 것이다. 새 100년을 기약하는 미래첨단 경제도시로서의 첫발을 내딛는 셈이다.”

나노 산업단지가 밀양의 발전에 어떤 전기를 가져다줄까?

“나노 기술은 소재·전자·바이오·에너지 등 다양한 분야에 적용된다. 창원의 기계산업, 사천의 항공산업, 거제의 해양 플랜트, 울산의 자동차·화학 등 경남의 권역별 주력산업의 부가가치를 끌어올리는 견인차가 될 것이다. 밀양의 나노 산업은 밀양뿐만 아니라 경남 나아가 대한민국의 미래 먹을거리 산업이 되리라 믿는다.”

볕 많이 드는 따뜻한 고장


▎밀양 나노산업단지 조감도. 2020년부터 입주가 시작된다.
산업단지 조성 사업은 얼마나 진행됐나?

“2014년 12월 국무총리 주관 국토정책위원회에서 확정된 이후 국가산단 조성을 위한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다. 500억 이상의 정부 예산이 투입되는 사업을 대상으로 하는 기획재정부 예비타당성 조사에서 채산성을 인정받았다. 이제 정부가 하는 마지막 절차로 환경영향평가와 관련한 협의를 진행 중 있으며 3월 내에 승인이 나올 것으로 예상한다.”

세부사업으로는 무엇을 준비하나?

“792억의 예산이 투입되는 나노 금형 상용화 지원센터가 설립된다. 나노 융합 창업보육 지원을 위한 벤처타운 건립, 국책 연구기관 및 해외 연구개발(R&D) 기관도 유치할 예정이다. 지난해 11월 국내 최초로 승인을 받은 밀양 나노마이스터고도 올해에 착공해서 내년 개교를 목표로 삼고 있다. 한국 폴리텍대학 밀양캠퍼스 설립도 핵심 과제다. 폴리텍대학에 260억원, 나노마이스터고에 160억원 등의 예산이 투입된다. 이렇게 되면 나노 융합산업의 체계적인 육성에 필요한 교육, 연구개발, 산업시설 기반이 완성된다.”

이른바 ‘나노대교’가 건설된다고 들었는데 어떤 것인가?

“밀양의 주거 밀집지역인 삼문동과 나노밸리가 조성되는 부북면을 잇는 (가칭) 나노대교가 올 3월 착공해 2020년 준공할 예정이다. 나노대교는 밀양의 경제 활성화에 크게 기여할 뿐만 아니라, 경관조명을 통한 도시 미관 개선으로 새로운 랜드마크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이 같은 인프라는 밀양을 나노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게 할 것이다.”

관련 기업 유치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듯한데.

“그렇다. 밀양시가 본격적인 대외 홍보활동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하다. 좋은 기업들이 들어와야 산업단지가 잘 돌아간다. 50만평 산업단지 중 기업·공장 부지가 30만 평이다. 100개 이상의 나노 관련 기업을 수용할 수 있다. 경남 주변 도시의 기계·선박·항공산업이 모두 나노 소재와 연계되므로 관련 산업의 경쟁력 제고에 기여할 것이다.”

입주 기업에 주어지는 인센티브는?

“투자협약을 체결한 기업에는 공장부지 매입비를 융자하고 투자촉진 보조금을 지원할 계획이다. 특히 300인 이상 대규모 투자기업은 특별지원도 따른다. 입주 기업의 연구센터 건립부지는 최장 30년 무상 임대할 의향도 있다. 이렇게 우량 기업의 밀양 이전과 창업이 크게 는다면 인구 30만 자족도시로의 발돋움도 거뜬히 해낼 수 있다.”

영남권 최고의 접근성이 최대 장점


▎지난해 30만 명 이상의 관람객이 찾은 밀양아리랑대축제.
농어촌 지역의 지자체가 공통적으로 안고 있는 문제가 인구의 감소다. 밀양 인구도 한때 26만 명으로 정점을 찍었다가 줄곧 내리막길을 걸었다. 산업화와 함께 주민들이 인근의 부산·울산·창원·김해 등지로 빠져나가면서 지금은 11만 명 선으로 오그라들었다. 하지만 두 해 전부터 반등의 기미를 보인다. 2015년 130여 명, 지난해 450여 명 순증했다. 귀농·귀촌 인구 유입과 접근성이 뛰어난 밀양의 입지가 맞아떨어진 결과라고 박 시장은 풀이했다. 나노산업단지까지 성공적으로 운용된다면 지자체 최대 고민의 하나인 ‘인구 절벽’도 일거에 뛰어넘을 수 있다는 구상이다.

인구가 다시 증가한 동력은 뭔가?

“지난해 무산되긴 했지만 영남권 신공항의 입지로 밀양이 거론된 가장 큰 이유는 접근성이었다. 대구와 경북, 경남, 심지어 부산에서도 짧게는 30분에서 길어도 1시간 남짓이면 닿을 수 있는 곳이 밀양이다. 그래서 경남·북, 대구시가 밀양을 선호했다. 어디서든 밀양은 가까운 도시다.

와서 보면 산세가 유려해서 천혜의 자연조건을 갖췄다는 감탄사가 절로 나온다. 또 땅이 기름진 데다 기후도 온화해 작물재배에 적합하다. 귀농·귀촌 행렬이 줄을 잇는 배경이다. 노후 설계를 밀양에서 하는 은퇴자들도 부쩍 늘었다. 또 밀양의 입지를 높이 사서 이전해오거나 창업하는 기업이 늘었다. 지난 3년간 이런 기업이 150여 개에 달한다. 이 추세라면 20만 명을 회복하는 건 시간문제다.”

비옥한 토질을 기반으로 한 특산물도 많은 곳이 밀양인데.

“고추·사과·딸기·감자 등 농업총생산액이 연간 8000억원에 이른다. 전체 인구에서 농축산인이 차지하는 비중이 24% 정도다. 땅이 기름지고 넓어 생산에는 1등인데 가공과 판매망이 뒤쳐졌다. 6차산업과 연계한 농업발전 전략을 모색 중이다. 농업의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농산물종합가공시설 설치, 농산업인력 지원센터 운영, 맞춤형 농업기계 지원, 한우브랜드 활성화 사업 등이 대표적이다.”

최근 국토부는 김해공항과 밀양시를 연결하는 고속도로 건설 계획을 발표했다. 완공되면 밀양의 접근성이 한 단계 더 높아지게 되나?

“지난해 6월 정부의 밀양 신공항 백지화 발표로 인해 밀양 시민들의 실망이 컸다. 이번 정부 발표는 시민들의 아쉬움을 일부나마 해소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다. 밀양과 김해공항이 고속도로로 연결되면 물류회사들이 많이 입주하지 않겠나. 궁극적으로 부산 신항과도 연결되기에 물류 기능이 획기적으로 활성화될 것이다. 밀양~김해공항 고속도로는 결국 경남 동부권의 새 거점도시로서의 밀양, 명품도시로서의 밀양 입지를 다지게 된다.”

박 시장은 인터뷰 내내 “밀양이 변하고 있다. 밀양의 가치가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강조했다. 오랜 세월 주변도시가 성장하는 동안 침체를 거듭해온 밀양이 이제 긴 터널을 지나 새 성장의 발판을 마련 중에 있다고 말했다. 밀양을 관통하는 함양-울산 간 고속도로 공사도 언급했다.

주목할 만한 고속도로의 용도를 든다면?

“밀양과 울산 간에는 이미 4차선 자동차전용 도로와 일반국도가 있다. 새 고속도로가 완공되면 울산과 밀양은 자동차로 30분 거리가 된다. 궁극적으로 울산과 함양 등 경남 서부지역 전역이 보다 빠르게 연결된다. 사통팔달의 교통 요충지에 밀양이 자리한다.”

농어촌관광 휴양단지 조성 계획이 있다고 들었다. 어떤 사업인가?

“밀양시에는 관광자원도 풍부하다. 평양의 부벽루, 진주 촉석루와 함께 우리나라 3대 누각으로 불리는 아름다운 밀양 영남루가 있다. 한여름에도 얼음이 어는 신비로운 얼음골에다, 영남알프스로 불리는 명산들이 밀양을 병풍처럼 감싼다. 이들 명승지는 다 둘러보자면 하루 이틀로는 모자라는데도 숙박시설이 미비한 까닭에 당일치기 관광코스로 치부되는 실정이다. 스쳐 지나가는 관광이 아니라 먹고 자고 힐링까지 겸하는 머무는 관광으로 가는 길목에 농어촌관광휴양단지가 조성된다.”

주요 시설을 소개해달라.

“농촌테마파크, 스포츠파크, 문화테마파크, 등산아카데미와 리조트가 중심축을 이룰 것이다. 올해 안에 휴양단지 개발계획을 승인받아 시행에 들어갈 계획이다. 그 연장선상에서 영남제일누각이라는 영남루와 주변 일대를 공원화하는 사업도 진행 중이다.”

영남루에서 내려다보는 밀양강 오디세이

조선 후기의 대표적인 목조 건물 말인가?

“맞다. 영남루는 낙동강의 지류인 밀양강변 절벽 위에 있어 경관이 빼어나다. 누각 안은 당대 명필가와 대문장가들의 시문서화(詩文書畵)로 단장돼 있어 관광객들의 탄성을 자아낸다. 영남루 일원은 단군을 모신 천진궁과 아랑사당, 돌 꽃무늬가 새겨진 석화(石花), 밀양시립박물관과 무봉사가 자리하는 등 밀양의 최고 역사관광지로 각광받는 명소다. 깔끔하게 정비된 영남루 주변은 방문객들에게 볼거리와 휴식을 제공하게 된다.”

밀양시청은 영남루 인근 도심을 관통해 흐르는 해천을 주목하라고 했다. 해천이 위치한 내일동은 약산 김원봉, 석정 윤세주 등 일제강점기 독립운동가를 다수 배출한 동네다. 해천 인근에 자리한 이들의 생가를 걷고 있노라면 일제강점기 항일투쟁에 나선 선구자들의 숭고한 독립정신을 되새기게 된다고 했다.

박 시장은 “해천은 밀양 명물 돼지국밥으로 유명한 전통시장을 끼고 돈다”면서 “영남루-해천-전통시장으로 이어지는 밀양 여행코스는 역사와 교훈을 함께 얻는 훌륭한 여정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지난해 밀양아리랑 축제에 30만 명이 넘는 관람객이 찾았다. 행사가 성황리에 치러지게 된 동력을 설명한다면?

“밀양아리랑대축제는 50여 년의 역사를 가진 대표적인 향토 축제다. 매년 4월말~5월초 공연과 전시 등 다채로운 행사가 열린다. 자연경관이 수려한 영남루를 배경으로 밀양강이 뿜어내는 분수를 스크린 삼아 영상과 음원이 어우러진 레이저 쇼가 펼쳐진다. 첨단기술과 멀티미디어가 동원되는 환상적인 빛의 향연이라고 하겠다.

또 1000명이 넘는 밀양시민 배우들이 출연하는 이른바 밀양강 오디세이도 압권이다. 앞서 언급한 약산 김원봉을 비롯해 임진왜란 때 왜군을 물리친 사명대사, 밀양이 낳은 조선 전기 사림의 거두 김종직, 밀양 설화 속의 아랑 처녀 등 역사 속 인물의 얘기를 뮤지컬로 만든 게 밀양강 오디세이다. 밀양의 유구한 역사와 시대별 정신을 형상화해 관객들로부터 극찬을 받았다. 밀양은 한국의 대문호 이문열 선생이 어린 시절 자란 고향으로 대하소설 <변경>의 무대이기도 하다. 이런 것들이 모여 밀양의 스토리텔링을 이룬다.”

올해의 축제 콘셉트는 뭔가?

“밀양강 오디세이 주제는 ‘끝나지 않은 이야기’다. 밀양아리랑대축제가 올 들어 정부 지정 문화관광 유망축제로 선정됐다. 이에 걸맞은 새로운 변신을 할 것이다.”

밀양에 국립기상과학관이 건립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기상청이 사업비 전액을 지원해 밀양기상과학관을 짓는다. 밀양 우주천문대와 함께 건립할 예정이다. 아이들에게 우주로 뻗어나가는 무한한 동경심과 상상력을 불어넣을 것이다.”

박 시장은 이런 노력들이 결실을 맺으면 이 고장이 ‘올드 밀양’에서 ‘새로운 밀양’으로 거듭나리라고 확신했다. “밀양이 비록 산업화에는 뒤쳐졌지만 21세기 4차산업혁명 시대에는 앞서가는 명품도시로 변신할 것이다.”

- 박성현 기자 park.sunghyun@joongang.co.kr

201703호 (2017.0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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