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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체분석] 4번째 감사받는 4대강의 운명은? 

3단계 검토 후, 내년 말에 보 철거 여부 결정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16개 보 수질 분석 결과 거대한 ‘오염호수’로 변해 … 환경부 등 ‘펄스방류’ 결정한 건 수질개선 실패 인정한 것, 4대강 수위 충분히 낮춰도 농업용수 공급엔 지장 없어

▎정부의 4대강 보 수문 개방 방침에 따라 지난 6월 1일 금강 공주보의 수문이 5년 만에 열렸다. 관리수위를 유지하며 수문 높이 1m를 유지하던 공주보가 수문 높이를 낮추자 보 안에 막혀 있던 금강물이 하류로 쏟아져 내려오고 있다. / 사진 : 환경부
6월 1일 오후 2시 금강의 공주보와 낙동강의 강정고령보 등 낙동강·금강·영산강 등에 설치된 6개 보의 수문이 일제히 열렸다. 이명박 정부가 4대강 살리기 사업으로 설치했던 한강 등 4대강에 건설한 16개 보 가운데 6개다. 수문을 개방하고 수위를 낮춘 것은 여름철 녹조를 방지하기 위해서다. 특히 지난 5월 22일 청와대가 수문을 개방하라는 지시를 내린 데 따른 것이다. 이는 문재인 대통령이 대통령선거 때 제시한 ‘4대강 재(再)자연화’ 공약을 이행하기 위한 첫 단계인 셈이다. 하지만 가뭄에 물을 버려야 하느냐는 논란도 촉발됐다.

이날 수문을 개방하면서 6개의 보의 수위는 일단 평상시 유지하는 수위, 즉 관리수위보다 20~125㎝씩 낮아졌다. 수위를 낮춘다는 것은 저수량을 줄인다는 뜻이고, 저수량이 줄어든다는 것은 쳬류 시간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의미다. 같은 양의 물이 보로 계속 들어온다고 하면, 즉 유입량이 같을 때 저수량이 줄면 그만큼 보에 물이 갇혀있는 시간이 줄어드는 것이고, 강물의 흐름도 빨라지는 셈이다.

4대강의 재자연화 혹은 복원은 강물이 원래대로 흐르도록 하기 위해 4대강에 설치된 16개 보 전부 혹은 일부를 철거하겠다는 의미다. 물론 문재인 정부는 하루아침에 보를 모두 철거하는 방식이 아닌 단계별 복원을 염두에 두고 있다. 문재인 후보의 공약집(291쪽)에서도 “수생태계 파괴 주범 대형 보를 상시 수문개방하고, 재평가를 거쳐 4대강 재자연화를 추진하겠다”라고 밝히고 있다. 종합평가를 실시하고, 그 결과에 따라 보를 해체하거나 자연화 여부를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김수현 청와대 사회수석은 대선 당시 문재인 캠프에서 환경공약 등을 다듬었다. 그는 대선 직전 전화 인터뷰에서 “(4대강 복원은) 3단계에 걸쳐 진행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당시 김 수석은 “강물 흐름을 회복하고 녹조문제 해소를 위해 우선 보 수문을 상시 개방하고, 이후 지하 수위 변화 등 영향을 모니터링을 해야 한다”며 “2단계로 생태계 영향이나 수자원 확보 문제 등을 종합평가하고, 3단계로 물 소통이 필요한 곳, 수자원 확보 활용이 필요한 곳을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보 철거 여부를 결정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청와대의 결정에 시민들도 다수가 찬성하는 분위기다. 중앙일보가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4대강 사업 전면 재검토 필요할까요?”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약 70%가 재검토에 찬성한다고 투표했다. 체계적인 여론조사가 아니어서 비율 자체에 의미를 부여하기는 어렵지만 “가뭄과 홍수에서 벗어나기는커녕 녹조와 생태계 파괴로 인해 더 고통받게 한 4대강사업을 전면 재조사해야 한다”는 반응이 확실히 많았다.


▎사진 : 환경부
물론 “이미 시작한 사업 끝까지 마무리 짓는 게 좋을 것 같다. 전면 백지화보다는 중간점검 차원에서 검사하는 게 더 적당하다고 생각한다”, “4대강사업은 잘한 점도, 못한 점도 있겠지만 거대한 투자를 생각해야 한다. 어떤 일이든 하나를 만들려고 하면 다른 하나를 잃을 수도 있다. 부족했다면 보안을 해서 개선해나가는 것이 옳다고 본다”는 신중론도 없지 않았다. 특히 봄 가뭄이 심한 상황에서 수문을 개방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적지 않았다. “극심한 가뭄에 보에 저장된 아까운 물을 그냥 버리는 게 말이 되느냐”는 지적이었다.

이처럼 보의 수문을 여는 것, 막대한 예산을 들여 건설한 보를 해체하는 것 모두 부담이 적지 않은 일인데도 문재인 정부가 이를 추진하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김수현 청와대 사회 수석은 대선 직전 인터뷰에서 “이명박 정부가 국민적 합의 없이 일방적으로 4대강 사업을 강행해 강이 죽어가고 있다”며 “녹조 발생이 심화하고, 독성 남조류가 과다하게 발생하면서 취수원 식수 수질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4대강 수질이 심각한 상황이기 때문에 방치할 수 없다는 것이다.

4대강 재자연화에 찬성 여론 높아


▎2010년 7월 22일 경남·부산지역 환경운동연합 회원들은 경남 창녕군 길곡면 4대강사업 낙동강 18공구 함안보 공사현장 내 타워크레인을 점거했다. 이들은 정부의 4대강사업 중단을 요구하며 농성을 벌였다.
그렇다면 4대강 수질은 어느 정도일까. 환경부가 2015년과 2016년 각 6~10월에 매주 1회씩, 모두 44회에 걸쳐 4대강 16개 보에서 측정한 수질 정보를 입수, 분석했다. 이 측정값을 보면 여름철 4대강의 녹조 발생과 그로 인한 영향은 심각한 수준이었다. 4대강은 더 이상 강이 아니라 거대한 ‘오염 호수’로 변했다.

이번 정밀조사는 각 보에서 수심 0.5m 지점부터 바닥에 이르기까지 1m 간격으로 시료를 채취하는 정밀 조사방법으로 측정한 데이터다. 한 달에 한 번씩 강별로 수심과 강폭에 따라 최대 6곳에서 시료를 채취한 뒤 섞어서 측정하는 일반 조사와는 다른 방식으로 진행된 것이다. 일반 조사가 X레이 촬영 수준이라면, 정밀조사는 CT 촬영쯤 되는 셈이다.

이 분석 결과, 한강을 제외한 낙동강 등의 13개 보는 ‘부(富)영양화 호수’의 특징이 뚜렷이 나타냈다. 보로 인해 강물 흐름이 정체되고 체류 시간이 늘어나면서 녹조가 여름 내내 발생해 강이 4급수의 오염된 호수로 바뀐 것이다. 환경정책 기본법에 따르면 상수원수 4급수는 고도정수처리를 하더라도 생활용수로는 사용할 수 없다. 농업용수로 쓰거나 고도정수처리 후에야 공업용수로 사용할 수 있는 수질이다. 호수 수질은 ▷수소이온농도(pH)가 8.5를 초과하거나 ▷용존산소(dissolved oxygen, DO)가 5ppm 미만이거나 ▷엽록소a가 20㎎/㎥를 초과하면 4급수가 된다. 본지는 이 세 항목 중 하나 이상에 해당하는 경우를 4급수로 분류했다.

본지가 수심별 측정값을 ‘4급수 수질 기준’과 비교한 결과, 16개 보 전체에서 수질이 4급수에 해당한 횟수는 전체 44회 중 평균 32.8회로 74.6%나 됐다. 강별로 살펴보면 ▷상주보 등 낙동강 8개 보는 75~84.1% ▷세종보 등 금강 3개 보는 81.8~95.5% ▷승촌보 등 영산강 2개 보는 81.8~84.1%였다. 강천보 등 한강의 3개 보는 29.5~47.7%로 비교적 비율이 낮았다. 남한강은 유역면적이 넓고 수량이 풍부한 반면 오염원이 적었기 때문으로 풀이됐다.

오염 상황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가 경북 의성군에 위치한 낙동강 낙단보에서 지난해 8월 8일 측정한 데이터다. 표층(수심 0.5m)에서 측정한 수소이온농도(pH)는 알칼리성인 9.5였고, 엽록소a 농도는 ㎥당 27㎎이었다. 표층의 용존산소(DO)는 수온(33.5도)에 걸맞지 않게 16.1ppm까지 측정됐다. 녹조생물인 시아노박테리아(남조류)가 활발하게 광합성을 하면서 물속 이산화탄소는 흡수하고, 산소는 방출한 탓이다. 낙단보 강바닥(수심 10m)에서는 용존산소가 물고기가 살 수 없는 수준인 1.9ppm까지 줄었다.

이처럼 수심을 달리한 측정값을 통해 4대강의 오염이 녹조로 인한 것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다. 녹조가 나타나면 녹조생물의 광합성 작용으로 물속 이산화탄소가 고갈돼 물이 알칼리성으로 바뀐다. 산성도가 pH 7(중성)보다 커져 알칼리성이 강해질수록 녹조가 심각하다는 방증이다. 엽록소 a의 농도는 광합성을 하는 녹조생물의 지표에 해당한다. 용존산소(DO)는 물속에 녹아 있는 산소로 물고기 등 수중동물의 생존에 필수적이다. 녹조가 대량 발생하면 사체도 많이 나오고 물속의 세균·곰팡이 등이 녹조 사체를 분해하는 과정에서 산소를 소비해 용존산소 농도가 낮아진다.

환경부 측정 결과, 4대강은 pH가 수치가 높아 알칼리성을 보이고, 엽록소a 농도가 높으며 용존산소 농도는 낮았다. 녹조가 특히 심했던 지난해 8월 8일 금강 백제보에선 pH가 11.2까지 올라갔고, 9.5 이상인 경우도 20여 회나 됐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교수는 “민물고기인 종개를 대상으로 한 실험에서 pH가 9를 넘어가면 물고기에게 영향이 나타나기 시작해 pH 9.5에선 피부 출혈 등 피해가 생겼다. 높은 pH가 지속되면 생태계 전체에 문제가 될 수 있다“고 말했다.

엽록소a 농도가 4급수 기준(20㎎/㎥)의 네 배인 100㎎/㎥ 이상으로 올라가는 경우도 여러 차례였다. 금강의 3개 보, 영산강 2개 보에선 40회를 넘었다. 죽산보와 세종보에선 200㎎을 넘기기도 했다. 국립환경과학원 김경현 물환경평가연구과장은 이 같은 측정수치에 대해 “pH 상승이나, 용존산소 감소, 엽록소a 증가는 녹조의 영향 혹은 호수화에 따른 결과로 판단할 수 있다”고 했다. 부산대 생물학과 주기재 교수는 “4대강 사업을 통해 하수처리장에 총인 처리시설을 추가하면서 방류수의 인 농도는 낮아졌다. 하지만 여전히 녹조를 차단하기에는 높은 상태인 데다 체류시간까지 늘어나 녹조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4대강 수질 상황은 심각하다. 지금 상황에서는 녹조 발생을 막기 위해서라도 재자연화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게 문재인 정부의 인식인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문재인 정부는 ‘4대강 민관합동 조사·평가단’을 구성해 향후 1년 동안 16개 보의 생태계 변화, 수질, 수량 상태 등을 면밀히 관찰하고 조사해 2018년 말까지 16개 보에 대한 처리 방안을 확정할 방침이라고 밝혔다.

수질개선 실패에도 책임지는 사람은 없어


▎보 수문을 개방한 금강 공주보. 환경단체들은 4대강사업으로 나빠진 금강 수질 회복의 시작이라며 반겼지만, 일각에서는 가뭄 피해가 더 심해지는 것 아니냐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런데 5월 22일 문재인 대통령은 수문 개방이나 재자연화 검토뿐만 아니라 4대강 살리기 사업에 대한 정책감사도 지시했다. 청와대는 “4대강사업은 정상적인 정부 행정이라고 도저히 볼 수 없는 성급한 방식으로 진행됐다. 감사과정에서 명백한 불법 행위나 비리가 나타날 경우 상응하는 방식으로 후속 처리를 하겠다”고 밝혔다. 4대강사업 추진 과정에서 불법·탈법 행위가 있었다면 이 같은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4대강사업 추진을 결정한 과정, 4대강사업 추진 과정에서 나타난 문제점과 비리를 다시 한 번 파헤치겠다는 의지다. 4대강사업에 대해서는 지금까지 모두 세 차례의 감사와 한 차례 종합적인 조사가 이뤄졌는데, 아직도 파헤칠 것이 남아 있는 것일까? 아니면 이명박 정부에 대한 ‘정치적 복수’를 하기 위해서 감사를 하는 것일까?

여기서 잠시 시계를 8년 전으로 되돌려보자. 2009년 6월 8일 정부과천청사 합동 브리핑룸. 이명박 정부의 국토부와 환경부 등 4개 부처 관계자들은 기자회견을 열고 ‘4대강 살리기 사업 마스터플랜’을 발표했다. 한강 등에 16개 보를 건설하는 것 외에도 낙동강 상류에 영주댐을 쌓고, 농업용 저수지의 둑을 높여 수자원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보에는 소규모 수력발전 시설을 짓고, 강변에는 생태공원을 조성하겠다고도 했다. 하지만 마스트플랜 당시부터 “강바닥을 깊게 준설하고 보를 쌓아 물을 가두면 당연히 녹조가 발생할 텐데도 4대강사업을 추진하는 것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 추진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 제기됐다.

당시 국토해양부에 설치된 ‘4대강 살리기 사업 추진본부’의 심명필 본부장 등은 “4대강사업은 한반도 대운하 사업이 아니다”며 “물그릇을 키워 수자원을 확보하면 가뭄 등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고, 홍수 예방에도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수질도 개선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녹조 우려에 대해서는 하수처리장에 총인(TP) 처리시설을 추가로 설치해 오염물질 유입을 차단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에 앞서 이명박 후보는 대선 공약으로 ‘한반도 대운하 사업’을 제시해 2007년 12월 대통령에 당선됐고, 2008년부터 이 사업을 추진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2008년 봄부터 시작된 광우병 촛불시위가 이어졌고, 이명박 대통령은 결국 대국민 사과와 함께 한반도 대운하 사업도 철회했다. 시민들 요구에 마지못해 공약을 철회했기 때문에 이명박 정부는 한반도 대운하 사업에 대한 미련을 버리지 못한 것으로 보였다. 이 때문에 많은 학자와 환경시민단체에서는 자연스럽게 4대강사업을 한반도 대운하 건설을 위한 준비 단계로 인식하게 됐다.

2012년 4대강사업은 우여곡절 끝에 완공됐다. 공사 과정에서 낙동강 구미에서는 강 준설로 인해 기반이 약해진 교량이 무너지기도 했다. 또 보 구조물 아래로 물이 새는 ‘파이핑(Piping)’ 현상이 나타난다거나, 강한 물살에 보 수문 아래 강바닥에 쌓아놓았던 구조물이 무너지기도 하고, 강둑이 패여 나가는 사고도 발생했다. 여름이면 녹조 발생도 관찰됐다.

이 같은 문제들 때문에 4대강사업은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세 차례나 감사원 감사가 이뤄졌다. 하지만 세 차례의 감사는 그때그때 정치적 상황에 따라 감사가 부분적으로 이뤄졌다. 첫 감사는 이명박 정부 때이던 2010년에 실시됐다. 감사원은 2011년 1월 ‘4대강 살리기 세부계획 수립 및 이행 실태 감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예비 타당성 조사나 환경영향평가, 문화재 조사 모두 절차대로 이행돼 별문제 없다”라고 결론 내려 면죄부를 줬다. 감사원은 또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4대강 살리기 사업 주요 시설물 품질과 수질관리 실태’에 대한 감사를 벌였고, 그 결과를 2013년 1월 발표했다. 당시 감사원은 “보 내구성이 저하되고, 수질 개선이 차질을 빚었으며, 4대강사업의 유지 관리 비용이 지나치게 많이 들 것으로 우려된다”고 지적했으나 그렇게 된 과정은 소상하게 밝혀내지 못했다. 오히려 이명박 정부 내 국토부와 환경부 관료들은 “별문제가 없는데 감사원이 문제를 삼았다”며 반발하기도 했다.

세 번째 감사는 박근혜 정부 첫해인 2013년 이뤄졌다. 2013년 7월 감사원은 ‘4대강 살리기 설계·시공 일괄 입찰 등 주요 계약 집행 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 발표에서 “이명박 정부가 대운하를 염두에 두고 4대강사업을 추진한 탓에 건설업체들의 담합을 사실상 방조하고, 유지관리 비용 증가와 수질관리 곤란 등 부작용을 유발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관련 공무원들의 불법 행위는 명확히 발표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이뤄진 4대강사업 감사에 대해 정치권과 학계·환경운동단체에선 ‘부실 감사’, ‘면죄부 감사’라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해왔다.

박근혜 정부에서는 감사원 감사와는 별개로 2014년 민관 합동 조사도 진행했다. ‘녹조 라떼’라는 말이 유행할 정도로 4대강 녹조가 심각해지자 정부 차원의 조사가 이뤄진 것이다. 국무총리실 산하에 설치됐던 4대강사업 조사·평가위원회는 사전 준비를 포함해 1년 정도의 활동을 마치고 2014년 12월 23일 “수질 개선을 위해 하천 유량을 증가시키고, 보 수위를 낮춰서 운영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내용의 최종 보고서를 발표했다. “4대강사업을 통한 수질 개선에는 실패했고 보 건설 역시 부실했다”는 결론을 내린 것이다. 그런데도 박근혜 정부는 4대강사업 추진 과정에서 드러난 문제점에 대해 관련 부처의 책임을 묻는 데에 적극적이지 않았다. ‘보를 해체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지도 않았다.

박 대통령이 파면된 후인 지난 3월 국토부와 환경부 등은 ‘댐-보-저수지 연계 운영 방안’ 연구용역 결과를 발표했다. 2014년 조사·평가위원회에서 권고한 대로 연구용역을 실시한 내용이었다. 녹조 피해를 줄이기 위해 녹조 발생 우려 시기에는 보 수문을 개방하고, 상류 보에서 물을 제한 수위까지 한꺼번에 쏟아내는 이른바 ‘펄스(pulse) 방류’를 실시하겠다는 내용이었다. 정부로서도 4대강 수질개선에 실패했음을 인정한 것이지만 관련 부처 공무원 중에 누구도 직접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지는 않았다.

환경영향평가 제대로 했는지 따질 예정


▎사진 : 환경부
그렇다면 문재인 정부에서 실시되는 네 번째 4대강 감사에서는 어떤 것들을 집중적으로 들여다보게 될까. 청와대는 “4대강사업 추진과정에서 정부 내 균형과 견제가 무너졌고, 비정상적인 정책결정 및 집행이 ‘추진력’이라는 이름으로 용인됐다”고 비판했다. 후대에 교훈으로 남기기 위해서라도 4대강사업 정책결정과 집행과정을 들여다보고 그 결과를 백서로 발간하겠다는 것이다.

이 같은 청와대 설명을 종합해보면 앞으로 진행될 정책 감사의 쟁점은 4가지로 축약된다. 첫째, 한반도 대운하 공약 대신 4대강사업을 추진하기로 결정한 과정이다. 염형철 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은 “4대강사업을 누가 기획했고, 어떤 절차를 거쳐 결정됐는지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말했다. 염 사무총장은 “지난 2009년 연초 한국수자원공사 이사회에서 4대강사업에 2조원을 출자하는 안건이 부결됐는데도 같은 해 9월에 다시 임시 이사회를 통과하게 된 과정부터 살펴볼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둘째, 홍수 방지사업이란 이유로 국가재정법에서 정한 예비 타당성 조사를 회피한 과정, 통상 1년 이상 걸리는 환경부의 환경영향평가 보고서 작성과 협의 과정이 단 4개월 만에 끝난 과정도 감사 대상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셋째, 녹조 발생이 예견됐는데도 환경부나 국토부 등 정부 관련 부처가 문제가 없을 것이라고 주장한 배경도 감사를 받게 될 전망이다. 넷째, 국토교통부 등 관련 부처 공무원들이 건설업체의 담합을 방조했는지 여부와 보 공사가 부실해진 원인도 이번 감사에게 살펴보게 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쟁점 역시 이전 감사에서 다뤄지긴 했지만 본격적으로 다뤄지지 않았다.

이번 대선 과정에서 문재인 캠프의 환경에너지팀장을 맡은 부산가톨릭대 김좌관 교수는 “이번에 꾸려지는 조사평가단에선 2014년 평가단의 조사 결과와 환경부 자료 등 기존 자료뿐만 아니라 추가 조사를 통해 4대강사업을 평가하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토목환경공학과 교수는 “4대강 본류에 ‘댐’을 지으면서 보 규모로 설계 한 탓에 부실공사로 이어지고 안전성 문제가 불거졌다. 공기를 단축하기 위해서 그랬다는 의혹도 나온다. 보 규모로 설계토록 결정한 과정도 들여다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낙동강의 창녕함 안보의 경우 완공 후에도 강바닥에 6만5000㎥의 돌을 더 투입하는 등 3~4차례나 보강공사를 했지만 여전히 안전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고 말했다.

6월 1일 결국 16개 가운데 6개 보의 수문을 개방했다. 그러면 녹조는 해결될 수 있을까? 5월 29일 정부 세종청사 6동 브리핑룸에서는 청와대의 수문 개방 지시를 이행하기 위한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발표하는 합동 기자회견이 있었다. 국무조정실과 환경부·농림축산식품부·국토교통부·국민안전처는 “일단 10월까지 농업용수 공급에 지장이 없는 범위 내에서 낙동강 강정고령보 등 6개 보의 수위를 일부 낮춰 운영하겠다”고 밝혔다. 낙동강 강정고령보의 경우 평소 유지하는 관리수위 19.5m에서 1.25m 낮춘 18.25m로 조절해 운영하기로 했다. 그나마 가장 많이 낮춘 것이다. 달성보는 0.5m, 창녕함안보와 금강의 공주보는 고작 0.2m 낮추는 데 그쳤다. 농업용수를 퍼올리는 데 지장이 없는 수준, 즉 ‘양수 제약 수위’까지만 낮추겠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정부는 6개 보에서 저수량을 평균 13% 줄이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환경부 이윤섭 기획관리실장은 “지난 2월 낙동강 창녕함안보에서 1m가량 수위를 낮춰 시범운영을 했더니 체류시간이 줄고, 녹조 발생도 줄어드는 것으로 평가됐다”고 설명했다.

‘찔끔’ 수문개방으론 녹조 예방 못해


▎2013년 1월 23일 임종룡 국무총리실장(맨 오른쪽)이 정부세종청사 국무총리실 브리핑룸에서 4대강사업 감사 결과와 대책 등을 발표하고 있다. 그는 이날 감사원의 4대강 사업 감사결과에 대해 국민의 혼란을 풀기 위해 국무총리실 주도로 조사단을 구성해, 철저하게 검증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낙동강·금강·영산강의 나머지 7개 보는 수문을 열지 않은 탓에 한강을 제외한 낙동강·금강·영산강의 13개 보 전체로 봐서는 8% 정도 저수량을 줄이는 데 그쳤다. 더욱이 환경부 등이 지난 3월 발표했던 ‘댐-보-저수지 연계운영방안’보다도 오히려 후퇴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시 정부는 “상류 댐·저수지에 물이 여유가 있으면 물을 하류 보로 1~5일간 흘려보내고 보의 수위를 일정기간 낮게 유지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양수 제약수위보다도 수위를 더 낮춰 지하수 수위에 영향을 주지 않는 범위(지하수 제약수위)까지 낮추겠다고 했다.

이번 방류는 물을 한꺼번에 많이 흘려보내 녹조를 씻어내는 방식보다는 4개월 동안 찔끔찔끔 흘려보내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수질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강원대 환경학과 김범철 교수는 “이 정도 수위를 낮춰서는 수질개선 효과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무산소층 등 녹조 영향을 획기적으로 줄이기 위해서는 위에서 내려오는 물을 크게 늘리거나, 강물이 흐르도록 만들어야 하는데 그 수준에 못 친다는 것이다. 가톨릭관동대 박창근 교수는 “창녕함 안보의 경우 주변 농경지 지하수위 상승 문제로 이미 수위를 1m 낮춰 운영할 수 있도록 시설을 개선했는데도 이번에 반영하지 않았다”며 “(4대강사업 추진에 책임이 있는) 국토부가 수문 개방에 소극적이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박 교수는 “저수량을 8% 줄이는 것은 공학적으로 아무런 의미가 없고 녹조를 줄이는 데도 아무런 도움이 안 된다”며 “‘수문을 낮췄는데도 녹조가 여전히 발생하지 않느냐’며 오히려 4대강사업 찬성론자에게 반격할 빌미만 제공하게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여기서 짚어볼 것은 국토부와 환경부 등은 농업용수 공급 때문에 수위를 낮추기 어렵다고 하지만 구체적인 데이터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국토부 측은 이번에 수위를 조절하는 6개보 내부에 55개 양수장이 있고, 여기서 연간 1억 5000만㎥ 정도의 물을 취수한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수위 조절에 따른 영농 피해 등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지만, 수위를 더 낮춘다고 해서 모든 취수장이 물을 취수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양수장 중에서도 위치가 상대적으로 하류 쪽에 있는 경우 양수 제약수위보다 낮은 수위에서도 취수가 가능하다. 또 4대강 본류가 아닌 곳에서도 취수할 수 있는 곳이 있다.

이명박 정부가 물부족 때문에 4대강사업을 했다면, 일부 취수장은 4대강사업 전에도 존재했을 것이고, 그렇다면 보의 수위를 낮춰도 흘러가는 강물을 취수할 수 있는 시설도 상당수 존재한다고 봐야 한다. 반대로 4대강사업 전에는 취수시설이 없었다면 물 수요를 부풀린 것이다. 또 보에 물이 가득 차 있을 때에만 사용할 수 있도록 취수구의 위치를 높게 잡았다면 그것은 관련 공무원들의 실책이라고 봐야 한다.

결국 이런 점을 감안하면 5월 22일 청와대가 밝힌 6개 보 외에도 나머지 10개 보 역시도 수위 조절이 가능하다. 금강 백제보의 경우 충남 보령댐에 물을 공급하기 위해 수위 조절 대상에서 제외했다지만, 실제 취수는 백제보 하류에서 취수하기 때문에 상관이 없다. 한강의 3개 보를 제외한 낙동강 등의 나머지 7개 보는 개방 대상인 6개 보와 마찬가지로 녹조 발생이 심각한 편이다. 환경부 정밀조사 결과를 보면, 수문 개방이 추진되는 6개 보에서는 녹조 영향으로 인한 ‘4급수’ 비율이 평균 81.4%였다. 반면 낙동강·금강·영산강의 나머지 7개 보에선 평균 83.1%로 수문이 개방되는 보보다 더 높았다.

5월 29일 브리핑에서 정부는 4대강사업과는 직접 관련이 없는 가뭄대책을 함께 발표, 4대강 수위를 낮추면 당장 가뭄 피해를 키울 것이란 인상을 주기도 했다. 환경부 등은 농사철이 끝나는 10월에는 2단계로 수위를 더 낮출 수도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10월이면 녹조가 거의 끝나가는 시기여서 수질 개선에는 도움이 되지 않는다. 환경부 이윤섭 실장은 “2018년 말까지 수위 조절에 대비한 어도 개선이나 양수장 시설 개선을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 사업에 들어가는 예산은 약 1100억원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내년 말쯤이면 4대강 보의 운명이 결정될 전망이다.2014년 활동했던 조사평가위원회의 조사 결과까지 참고한다면 시간이 결코 촉박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게다가 문재인 정부에서는 4대강 재자연화를 서둘러 추진하지는 않을 생각인 것 같다. 김수현 사회수석은 “4대강사업이 졸속으로 진행됐지만, 복원마저 졸속으로 진행될 수는 없다”고 분명히 밝혔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4대강의 재자연화 혹은 복원을 문재인 정부 임기 내에 완료한다는 생각을 버려야 한다고 충고한다. 2019년부터 3년 내에 재자연화 혹은 복원 작업을 완료할 수도 없고, 완료하려고 서둘러서도 안 된다는 것이다. 보가 필요한지를 판단하는 과정이나. 필요하지 않다고 판단된 보를 철거하는 과정도 천천히 진행돼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2012년 4대강사업 완공 이후 5년의 시간이 흐르면서 4대강 주변에는 상황이 사업 이전과는 달라졌다는 점도 감안해야 한다. 지하수 수위가 변화했고, 강에서 농업용수를 끌어다 사용하는 농지도 늘어났다. 물고기 등 생태계도 달라졌을 수 있다. 부산대 주기재 교수는 “4대강사업을 졸속으로 진행한 잘못을 되풀이하지 않으려면, 수문 개방을 전후해 수질이나 생태계가 어떻게 달라지는지 꼼꼼하게 모니터링하고 데이터를 축적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방류 과정에서 나타난 여러 현상들에 대해 데이터를 축적하고, 이를 복원작업을 계획할 때 반영해야 한다는 것이다.

-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박스기사] 4대강 녹조 발생 원인은? - 보 건설로 늘어난 체류시간이 핵심


▎예년에 비해 기온이 높았던 지난해 8월, 경남 창녕 본포 수변생태공원 앞 낙동강에는 극심한 녹조 현상이 나타났다.
4대강 녹조 발생 원인을 놓고 아직도 논란이 여전하다. 대부분의 전문가는 4대강의 보를 쌓아서 체류시간이 늘어난 탓에 녹조가 심해졌다고 진단한다. 하지만 일부에서는 여전히 4대강 이전에도 녹조가 있었고, 4대강 녹조의 원인은 보로 인해 체류시간이 늘어난 탓이 아니라 질소와 인과 같은 오염물질 탓이라고 주장한다. 지난 4월 말 대통령 선거 후보자들의 마지막 TV토론에서도 이와 관련한 논쟁이 벌어졌다. 문재인 후보는 “4대강사업으로 인해 심해진 녹조 대책이 뭐냐”고 홍준표 후보에게 질문했고, 홍 후보는 “체류시간 232일로 훨씬 더 긴 소양호에는 녹조가 발생하지 않는다”며 “체류시간이 문제가 아니고 질소와 인 오염과 고온다습한 기후 탓”이라고 맞받았다. 과연 홍준표 후보의 말은 사실일까. 녹조가 발생하는 원인은 무엇일까.

일단 ‘녹조(綠藻)’와 ‘녹조(綠潮)’의 차이부터 살펴봐야 한다. 녹조(綠藻)는 여러 가지 조류(藻類, algae) 중의 한 종류다. 예를 들어 해조류를 녹조류·갈조류·홍조류 등으로 나눌 때의 녹조류를 말한다. 이렇게 나뉘는 것은 이들이 광합성을 할 때 사용하는 세포 내 광합성 색소가 다르고, 이로 인해 가장 잘 활용하는 태양광선의 파장도 다르기 때문이다. 바다에서는 파래·청각 같은 것이 녹조류다. 이런 대형조류 외에도 물에 떠다니는 플랑크톤 중에도 녹조류가 있다. 담수에서는 대형조류 대신 플랑크톤이 대부분이다. 녹조(綠潮)는 강이나 호수 등에 식물 플랑크톤이 자라서 녹색으로 변한 것을 말한다. 바다나 호수에 식물 플랑크톤이 크게 번식해 물 자체가 붉은색으로 변했을 때를 적조(赤潮, red tide)라고 하는 것과 비슷하다.

녹조(綠潮)의 원인이 녹조류 플랑크톤 때문일 수도 있지만, 국내 호수나 강에서는 대부분 남조류(藍藻類, blue-green algae)가 대량으로 번식한 탓이다. 남조류는 남세균(藍細菌)이라고도 불리기도 하는데, 시아노박테리아(cyanobacteria)가 정확한 표현이다. 일반적인 녹조류는 진핵생물로서 식물로 분류되는 반면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는 원핵생물, 세균이라고 보면 된다.

광합성을 하는 원핵생물, 식물과 미생물의 중간 정도인 시아노박테리아는 성장 속도가 빠르다. 좋은 조건에서는 이틀에 한 번 꼴로 번식을 한다. 세포 하나가 두 개로 나뉘는 식으로 번식한다고 보면, 20일간 약 1000배로 불어날 수 있다. 시아노박테리아는 광합성을 하기 때문에 태양광선이 풍부하고 수온이 높을수록 잘 번식한다. 비료성분이기도 한 질소와 인이 많으면 잘 자란다. 남조류가 번식하면 마이크로시스틴 등 독소와 악취 물질이 증가하는데, 이로 인해 수돗물 정수 과정에 더 많은 비용이 들어가게 된다.

이 같은 기본 지식을 바탕에 깔고 문재인 후보와 홍준표 후보의 논쟁으로 다시 돌아가서, 소양호에서는 녹조가 안 생기는지부터 따져보자. 소양호에서 지금은 녹조가 거의 나타나지 않지만 1990년대 초에는 여름철에 녹조가 심했다. 호수 내 가두리 양식장에서 사료를 대량으로 투입하면서 질소와 인 농도가 높았다. 양어장 바닥에는 배설물이 몇m씩 쌓였고, 이것이 썩으면서 여름철에는 호수 바닥에서 무산소층이 나타나기도 했다. 결국 소양호든, 낙동강이든 질소와 인 농도가 높아지면 녹조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소양호와 4대강은 녹조 발생 조건 달라

그나마 소양호는 평균수심이 44m이고 저수량이 29억㎥이라서 녹조가 덜한 편이다. 호숫물 대부분에는 햇빛이 안 들어가고 아래쪽은 수온도 낮아서 녹조생물이 못 자란다. 반면 4대강 보는 수심이 상대적으로 얕아서 전체 수심에서 햇빛이 들어가는 부분의 비율이 높다. 해발고도나 위도로 볼 때 수온은 소양호보다 높다. 질소와 인 같은 오염물질도 산속 상류에 있는 소양호보다 더 많이 들어온다.

이처럼 4대강 강물에서는 언제든지 녹조가 발생할 수 있는 조건을 갖추고 있는데, 강을 막아 호수를 만들면서 남조류가 자랄 시간을 충분히 제공해주니까 녹조가 대대적으로 발생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일부에서는 “22조원을 들여 대규모 인공 녹조 배양장 16개를 설치한 것”이라고 비판한다.

결국 녹조가 발생하는 데는 햇빛과 수온, 질소와 인, 그리고 체류시간 등의 조건이 모두 함께 작용한다. 그런데 햇빛과 수온은 계절의 변화와 지리적인 위치가 결정하기 때문에 사람이 근본적으로 통제할 수가 없다. 질소와 인도 하수처리장을 거쳐 나가는 것보다 논밭이나 도로, 빈 땅에 흩어져 있다가 빗물에 섞여 들어가는 것이 훨씬 많다. 바로 비(非)점오염원(nonpoint source)이다. 정부에서도 이 비점오염원을 해결하려 하지만 생각만큼 쉽지 않다. 통제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녹조 발생원인 가운데 사람이 그나마 통제할 수 있는 것이 체류시간이다. 댐을 쌓거나 보를 쌓으면 저수량이 늘어난다. 호수로 들어오는 물의 양, 즉 유입량이 일정할 때 저수량이 늘어나면 체류시간도 같이 늘어난다. 반대로 댐을 허물면 저수량이 줄고, 체류시간도 줄어든다. 체류시간이 줄면 녹조생물이 번식할 시간이 짧아지고 녹조 발생도 줄어든다. 4대강에서 보가 논란이 되는 이유다.

사람만이 이용하는 강이라면 녹조로 오염된 물이라도 가둬두면 가뭄 때 쓸 수 있겠지만, 강은 사람만이 아니라 야생 동식물의 생존공간이기도 하다. 물고기가 오르내리며 모랫바닥에 알을 낳아야 하고, 철새가 모래톱에서 휴식을 취해야 하는 곳이다. 생태학자나 환경단체에서 “사람에게 이로운 점만 생각해서 둑을 막고 강을 오염시킨다는 것은 지나친 이기심이고, 결국 부메랑이 돼 인류에게 돌아올 것”이라고 주장하는 이유다.

- 강찬수 환경전문기자 kang.chansu@joongang.co.kr

201707호 (2017.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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