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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기는’ 정부 대책 vs ‘나는’ 강남 부동산 

한국사회 욕망의 상징, 대체재는 없다 

고병기 서울경제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8·2 대책 이후로도 아파트값 상승 이어지는 등 열기 후끈…“시장 이기는 정부 없다”는 지적 등 실패 우려의 목소리도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은 지 두 달여가 지나면서 서울 아파트값, 특히 강남 재건축 아파트값이 회복세를 보인다. 정부 대책이 먹히지 않는다면 집값 상승세가 다른 지역으로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결국 집값 오름세는 가계부채 종합대책과 주거복지 로드맵 등 부동산 시장 규제 강도에 따라 지속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인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한 달 후인 9월 2일 서울 대치동 GS건설 ‘신반포 센트럴자이’ 견본주택을 찾은 시민들이 입장을 위해 줄을 서고 있다. 일반분양 물량이 142가구이지만 이날 하루에만 6000여 명이 견본주택을 찾았다. 평균 분양가는 3.3㎡당 4250만원. / 사진제공·GS건설
우리나라의 주택 정책을 총괄하고 있는 국토교통부의 수장인 김현미 장관의 지난 100일은 부동산 투기세력과의 전쟁이었다고 표현해도 무리가 아니다.

김 장관은 6월 23일 정부세종청사 국토부 대강당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최근 집값 급등의 원인은 공급 부족이 아닌 투기세력 때문이며, 부동산 정책은 투기를 조장하는 사람들이 아니라 정부가 결정해야 한다는 점을 반드시 기억해주기 바란다”며 부동산 투기세력에 선전포고를 했다. 그는 이날 취임식에서 이례적으로 프레젠테이션(PT) 자료까지 준비해 자신의 주장에 힘을 실었다. 김 장관이 보여준 PT 자료에는 다주택자들의 주택 거래와 강남 4구의 주택거래량이 비정상적으로 크게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 장관은 이를 근거로 현 주택시장이 비정상적이라고 진단하고 비정상의 정상화를 공개적으로 선언했다.

김 장관의 강경 발언은 허언(虛言)에 그치지 않았다. 문재인 정부는 출범 초부터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을 잇따라 쏟아내면서 주택시장 과열 차단에 나서고 있다. 정부는 “주머니 속에 숨겨둔 카드가 많다”며 투기세력과의 전쟁에서 물러날 뜻이 없음을 재차 강조하고 있다.

김 장관은 9월 말 취임 100일 기념 기자간담회에서도 “(주택시장의) 국지적 과열 양상이 남아 있는 것은 사실이며, 이 문제도 장기적으로 보면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며 “누차 말했듯이, 주택시장이 안정화되는 길을 위해서 뚜벅뚜벅 가겠다”며 추가 대책 제시 가능성을 비쳤다.

다만 이 같은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규제책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상승세는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책을 비웃기라도 하듯 정책이 발표되면 주택 가격이 잠시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상승하는 현상이 반복된다. 일각에서는 “시장을 이기는 정부는 없다”며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이 결국 참여정부와 마찬가지로 실패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온다.

종부세만 빼고 참여정부 정책 사실상 모두 부활


▎8·2 부동산 대책 이후 안정세를 보이는 듯했던 서울 아파트값이 재건축 호재 등으로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추석연휴 막바지인 10월 8일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 상가 내 공인중개사무소에 걸린 시세판. /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정부는 임기 초반부터 부동산 시장에 명확한 메시지를 던지고 있다. 문재인 정부가 계승하는 참여정부 시절의 부동산 가격 폭등으로 정권의 지지기반이 약해졌던 것을 되풀이하지 않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시장과 적당히 타협할 생각은 없어 보인다. 이는 정권 초기 100여 일 동안 세 차례에 걸쳐 크고 작은 부동산 규제책을 연이어 쏟아낸 것만 봐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정부는 부동산 정책을 총괄하는 국토부 장관이 취임도 하기 전인 6월 19일 서둘러 첫 부동산 규제책을 발표했다. 대선 이후 주택시장 동향이 심상치 않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문재인 정부의 첫 부동산 대책은 시장의 예상을 크게 빗나가지 않았다. 지난해 11월 전 정권에서 내놓았던 청약시장에 대한 규제를 확대하는 수준이었다. 시장도 크게 동요하지 않았다. 잠시 주춤했던 주택시장은 한 달도 안 돼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주목할 부분은 이후 정부의 대응이다. 정부의 대응은 빠르고 과감했다. 7월 27일 청와대에서 열린 문재인 대통령과 기업인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부동산 가격을 잡아주면 피자 한 판씩 쏘겠다”고 했다. 새 정부 취임 40여 일 만에 이른바 ‘핀셋 규제’로 불리는 ‘주택시장의 안정적 관리를 위한 선별적·맞춤형 대응방안’을 내놓았으나, 7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매매가격 상승률이 올해 들어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정부의 대책이 큰 효과를 보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대통령의 발언 이후 주택시장 안정과 관계가 있는 유관 부처들이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취임 당시 국토부 직원들에게 일할 땐 일하고, 쉴 땐 쉬어야 한다고 강조했던 김현미 장관도 8월 첫 주 취임 후 첫 여름휴가를 떠났다가 중간에 취소하고 업무에 복귀했을 정도다. 현 정부가 부동산 시장의 과열을 얼마나 심각하게 인식하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결국 정부는 8월 2일 첫 번째 규제책을 내놓은 지 40여 일만에 서둘러 추가 부동산 대책(주택시장 안정화 방안)을 발표했다. 정부의 추가 부동산 대책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고강도 규제책이었다. 우선 주택시장에 미치는 파급효과가 커 2011년 강남 3구(서초·강남·송파)를 마지막으로 사라진 후 쉽게 꺼내 들지 않았던 카드인 투기과열지구가 다시 부활했다. 서울 25개 구 전 지역과 경기 과천시, 세종시 등이 투기과열지구로 지정됐으며, 9월 5일 후속 조치를 통해 풍선효과가 나타나고 있는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도 투기 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또 정부는 인천 연수구·부평구, 안양 만안구·동안구, 성남 수정구·중원구, 고양 일산동구·서구, 부산 전 지역을 집중 모니터링 지역으로 지정했다. 이들 지역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해 주택시장이 과열 양상을 보일 경우 언제든지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겠다고 의미다.

8·2 주택시장 안정화 방안과 이어지는 후속조치들은 청약 시장은 물론 재건축·재개발사업, 수익형 부동산인 오피스텔 등에 유입되는 투기 수요를 차단하기 위한 광범위한 규제를 담고 있다. 지금껏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고강도 규제책이다. 역대 가장 강한 대책 중 하나로 꼽히는 참여정부 시절의 종합부동산세를 제외한 모든 대책이 부활했다고 볼 수 있다.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박선호 국토부 주택토지실장은 “이전 대책에 비해 이번 대책은 세제·금융·청약제도·재건축·재개발 등 정비사업을 포괄하는 정책 수단들이 굉장히 다양하다”며 “그동안 주택시장 불안에 한 원인을 제공해왔던 다주택자에 의한 투기 목적의 추가 주택 보유 유인과 집값 불안의 진원지가 됐던 각종 정비사업 예정지역들의 과열을 완화시켜 시장 안정 효과가 이른 시일 안에 나타날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시장의 반응도 국토부의 예상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참여정부 5년 동안 추진했던 부동산 규제책이 한꺼번에 쏟아지자 시장에서도 당황하는 기색이 역력했으며, 투기 수요가 사라지고 집값 하락을 피할 수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쏟아졌다.

김재언 미래에셋대우 VIP컨설팅팀 수석매니저는 “서울 전역을 투기과열지구로 지정하고 강남권을 투기지역으로 중복 지정하는 것은 ‘토르의 망치’와 같다”며 “참여정부의 실패를 반복할 것이라는 시장의 잘못된 인식을 없애려는 의지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청약시장과 재건축·재개발 투자시장 등에 대한 규제 강화뿐만이 아니었다. 정부는 주택 가격이 급등한 지역의 부동산 거래를 통해 세금을 탈루한 혐의가 있는 자들에 대해 고강도 세무조사를 벌이면서 투기세력을 압박하고 있다.

재건축·청약시장 여전히 강세


하지만 아직까지는 정부가 투기세력과의 전쟁에서 이겼다고 보기는 이르다. 정부의 고강도 규제에도 불구하고 주택시장의 투자 열기가 좀처럼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감정원이 추석 연휴 직전인 9월 28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9월 넷째 주 서울 아파트값 상승률은 0.08%를 기록해 전주(0.04%)보다 상승폭이 두 배로 커졌다.

민간 부동산정보제공업체 부동산114가 발표하는 주택시장 동향도 비슷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 부동산114에 따르면 9월 마지막 주 서울 아파트 가격은 0.11% 올라 전주(0.06%) 대비 상승률이 2배 가까이 켜졌다. 또 9월 마지막 주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0.18% 올라 전주(0.07%) 대비 2배 이상 상승폭이 커졌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가격은 8·2 대책 이후 가장 큰 폭으로 올랐다.

시중에 풀린 막대한 유동성이 갈 곳을 찾지 못하고 있는 가운데 강남권을 중심으로 주택시장의 호재가 이어지면서 가격 상승을 이끌고 있는 모습이다. 우선 최근 최고 50층으로 재건축하는 ‘잠실주공 5단지’ 계획안이 서울시 도시계획 위원회를 통과하면서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 가격 상승이 다시 상승세로 돌아섰다.

또한 단군 이래 최대 규모의 재건축 사업인 ‘반포 주공 1단지’ 시공사 선정과 같은 대형 이벤트도 강남권 주택 가격을 끌어올리는 데 일조하고 있다. 내년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부활을 앞두고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사업에 속도를 내고 있어 이 같은 분위기가 연말까지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호재가 발생한 개별 아파트 단지들의 가격 상승도 뚜렷하다.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9월 중순 전용면적 76㎡의 매매 가격이 처음으로 16억원을 넘어섰다. 8·2 부동산 대책 직전 최고가는 15억6000만원이었다. 잠실주공 5단지의 경우 정부의 부동산 대책 발표, 서울시의 재건축 계획안 통과 보류 등으로 짧은 기간 동안 호가가 오르락내리락했지만, 최고 50층으로 재건축하는 안이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를 통과하자 다시 오름세를 보이고 있다. 개포주공 1단지, 은마아파트, 압구정 현대아파트 등 다른 강남권 재건축 단지들도 덩달아 들썩이고 있다.

청약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정부의 고강도 부동산 대책 이후 서울 강남권 청약시장에서는 ‘로또 청약’이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오고 있다. 정부가 주택시장을 안정시키기 위해 신규 아파트의 분양가를 낮추는 정책을 유도하고 있지만, 이러한 정부의 정책이 오히려 청약시장을 ‘로또판’으로 변질시키고 있기 때문이다. 주변 시세보다 싸게 공급되는 분양권이 수억 원의 차익을 남길 수 있는 구조를 만들면서 투자자들이 몰리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실제 정부의 부동산 대책 이후 공급된 강남권 단지의 청약 경쟁률은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9월 7일 1순위 청약을 진행한 ‘신반포 센트럴자이’의 경쟁률은 평균 168대 1을 기록했으며, 9월 14일 1순위 청약을 실시한 ‘래미안강남포레스트(개포시영 재건축)’의 경우 41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정부의 잇따른 규제에도 강남권 아파트 가격은 쉽게 떨어지지 않는 상황에서 분양가상한제가 본격적으로 적용될 경우 시세 차익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며 청약 광풍의 열기는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군다나 금융 규제가 강화되면서 강남권 로또 청약을 넣을 수 있는 수요자는 자산가일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의 부동산 규제가 오히려 현금 부자들의 배만 불리게 한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가구당 이사비만 7000만원 지원하겠다는 건설사


▎9월 4일 청와대 분수대 광장에서 8·2 부동산 대책 집단 대출 중도금 피해자 모임이 기자회견을 열고 수분양자 중도금 대출 규제 철회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사실 ‘강남 아파트’만큼 한국사회의 욕망을 잘 드러내는 단어도 없다. 강남 아파트는 부(富)의 상징이다. 현실적인 가능성을 떠나 강남이 아닌 지역에 사는 대다수 사람의 가슴속에는 ‘강남에 내 집을 마련하고 싶다’는 욕망이 자리 잡고 있다.

강남 재건축 수주전에 뛰어든 건설사들도 저마다 프리미엄 브랜드임을 내세우면서 최고급 아파트 건설을 자신하고 있다. 현대건설은 단군 이래 최대 재건축 단지로 꼽히는 ‘반포 주공1단지’ 수주전에서 조합원 한 가구당 이사비를 7000만원까지 지원하겠다고 밝혀 위법 논란에 휩싸이기도 했다. 이러한 논란조차도 강남이 그만큼 특별한 공간이라는 사실을 방증한다.

무엇이 강남을 이렇게 특별한 공간으로 만드는 것일까. 서울시내 25개 자치구 가운데 11곳이 한강 이남에 자리 잡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이 11곳을 모두 강남이라고 부르지 않는다. 강남이라고 부르는 지역은 강남·서초·송파구 단 세 구이며, 조금 더 아량(?)을 베풀면 강동구까지 포함해 강남 4구라 부르기도 한다.

주거의 질로 보면 강남은 서울 다른 지역에 비해 별반 나을 것이 없어 보인다. 대기의 질은 나쁘고 차는 항상 막힌다. 물가도 다른 지역에 비해 비싸다. 그럼에도 많은 이가 기를 쓰고 강남에 입성하려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리고 많은 사람이 비정상적이라고 손가락질하지만 강남 집값이 계속 오르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 이유는 강남 입성이 곧 성공으로 가는 지름길이며, 강남 입성 자체가 성공이라는 말의 다른 표현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강남에는 성공을 위해 필요한 모든 인프라가 몰려 있고, 성공한 사람들이 부를 대물림할 수 있도록 하는 최상급의 인프라가 몰려 있다.

대표적인 것이 바로 교육 환경이다. 이제는 일반명사가 돼버린 ‘강남 8학군’이라는 단어가 이를 잘 설명해준다. 서울고·경기고·현대고·휘문고·상문고·단대부고·은광여고·숙명여고 등 이름만 들어도 알 수 있는 명문고가 몰려 있는 강남 8학군의 명문대 진학률은 서울 타 지역을 압도한다. 자녀를 강남 8학군에 속한 학교에 보내기 위해 다른 지역에서 여유롭게 살 수 있는 집을 팔고, 좁디 좁은 강남 전셋집을 전전하는 부모들의 이야기는 새삼스럽지 않다.

잡아도 잡아도 오르기만 하는 비정상적인 강남 집값에는 이처럼 성공을 갈구하는 사람들의 욕망이 반영돼 있다. 이처럼 강남 집값은 우리 내면에 자리 잡은 욕망이 가격으로 나타난 현상이기 때문에 정부가 규제를 통해 인위적으로 욕망을 억눌러도 언제든 정부의 통제를 벗어날 가능성이 크다.

다시 말해 강남 집값을 겨냥한 현 정부의 부동산 규제책은 대증요법에 불과하다. 잘못된 교육제도, 그리고 그 교육제도에 편승해 명성을 떨치고 있는 강남 8학군 등 강남지역에 집중된 인프라 문제를 해소하지 않는 이상 강남 집값을 겨냥한 현 정부의 부동산 대책은 큰 효과를 보지 못할 가능성이 크다.

가계부채 종합대책 등 추가 대책 잇따를 듯


▎국토교통부는 9월 6일 성남시 분당구와 대구 수성구를 투기과열지구로 추가 지정했다. 이로써 투기과열지구는 8·2 부동산 대책 발표 당시 지정된 서울 25개 구와 과천시, 세종시 행정중심복합도시 건설 예정지 등 27곳에서 29곳으로 늘어났다. / 사진·연합뉴스
그럼에도 정부 의지는 단호하다. 강남 집값이 잡힐 때까지 계속해서 추가 대책을 내놓을 것으로 예상된다. 우선 가장 관심을 모으는 것은 시기상 가장 먼저 발표될 예정인 가계부채 종합대책이다. 가계부채 종합대책에는 신총부채상환비율(DTI)과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가이드라인이 담길 예정이다.

현재 DTI는 ‘신규 대출 원리금 상환액’을 ‘연소득’으로 나눠 계산하지만 새로 바뀌는 DTI는 신규 대출은 물론 기존 주택담보대출 원리금(원금+이자)까지 모두 더해 상환액 총액이 산정된다. 이에 따라 기존 대출이 있을 경우 신규 대출이 가능한 금액이 줄어들거나 대출 자체가 어렵게 된다. 정부는 내년부터 신DTI를 도입할 계획이며, 적용 지역도 전국으로 확대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2019년부터 시행할 방침인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 가이드라인도 발표될 예정이다. DSR이 도입되면 은행들이 대출을 내줄 때 모든 금융권 대출의 원리금을 더해 대출 여부를 판단하게 된다. 이와 함께 현재 소득 등 자격 제한이 없는 ‘적격대출(9억원 이하 주택에 최대 5억원 대출 가능)’에 고소득·다주택 가구 보유자 제한 조항을 신설하고, 1건 이상 주택담보대출을 보유한 다주택자에 대해 신규 주택담보대출 만기를 최대 15년으로 제한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가계부채 종합대책 발표 후 이어지는 주거복지 로드맵도 변수다. 주거복지 로드맵에는 문재인 정부의 향후 5년간 공공임대주택 공급 계획 외에도 정부가 투기세력으로 규정하고 있는 다주택자들의 임대주택 등록을 유도하기 위한 방안 등이 담길 예정이다. 다주택자들이 집을 팔지, 임대주택으로 등록할지를 결정해야 할 내년 4월이 점점 다가오고 있는 가운데 주거복지 로드맵에서 발표될 정책들은 다주택자들의 선택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아울러 지금처럼 강남을 비롯한 일부 지역의 국지적 과열이 계속될 경우 향후 시장 상황에 따라 투기과열지구 추가 지정이 예상된다. 이와 함께 강남을 비롯한 기존 투기과열지구에 대한 규제강화 대책 카드를 언제든지 꺼내들 것으로 보인다.

연말까지 재건축 단지 중심으로 열기 이어질까


정부는 부동산 투기와의 전쟁에서 승리할 수 있을까. 아니, 조금 더 정확히 얘기해서 강남 집값을 잡을 수 있을까. 현재까지 드러난 정부의 부동산 대책으로만 보면 다소 회의적이다. 강남 집값이 오르는 근본 원인을 해결할 수 있는 대책은 빠진 채 억지로 집값을 누르는 모양새만 취하고 있기 때문이다. 강남권을 비롯해 입지가 우수한 곳의 집값은 쉽게 떨어지지 않을 것이라는 믿음이 공고한데다 특별한 외부 변수가 없는 상황에서 아파트 시장은 수요자들에게 여전히 매력적이다. 따라서 현 정부의 정책만으로 강남 집값을 잡기에는 무리가 있어 보인다.

부동산 전문가들의 생각도 대체로 같다. 허윤경 건설산업 연구원 연구위원은 “당분간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희박한 상황에서 현재로서 가장 매력적인 시장은 아파트 청약시장”이라면서 “올해 말까지 강남 재건축 단지를 중심으로 분양 열기는 이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도 “자금력을 갖춘 투자자나 실수요자의 경우 대책이 나오면 가격 조정을 기다릴 가능성이 있기 때문에 관망세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도 “시중에 부동자금이 많기 때문에 돈이 될 만한 부동산에 몰리는 것은 어지간해선 막기 어렵다고 보고 있으며, 결국 대책 내용이 모두 파악되면 다시 수요가 움직일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남지역 부동산 현장의 분위기도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곡동에 위치한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8·2 부동산 대책 이전보다 낮은 가격에서 매물을 구하기는 쉽지 않다”며 “학군 좋고 기반 시설이 탄탄한 강남권을 원하는 여유자금이 넉넉한 수요자들이 많기 때문에 당분간 떨어질 것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없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반포동의 한 공인중개사무소 대표는 “강남에는 서울뿐만 아니라 전국 각지에서 집을 구하려는 사람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며 “단순히 서울 주택시장의 수요와 공급만으로 강남 주택시장의 가격 상승을 이해해서는 안 된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히든카드는 가지고 있다. 바로 ‘보유세’다. 실제 일각에서는 8·2 부동산 대책에도 불구하고 강남 집값이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보유세 인상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오고 있다. 지금까지 정부는 보유세 인상에 대해 다소 유보적인 입장을 보여왔다.

김동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최근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부동산 가격이 상당히 불안정한 모습을 보일 경우 초과다주택 보유자에 대한 보유세 인상은 대안 중 하나로 배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이에 익명을 원한 한 부동산 전문가는 “김 부총리의 발언은 이도 저도 여의치 않을 경우 정부가 세금 인상 카드로 투기심리를 억누르겠다는 의미로 읽힌다”며 “그러나 세금 인상은 지난 대선에서 문 대통령에게 표를 많이 던졌던 4050세대의 이탈을 초래할 수도 있다”고 우려했다.

- 고병기 서울경제 기자 staytomorrow@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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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11호 (2017.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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