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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선 특집] 주역(周易)으로 풀어본 대선 후보들의 운세 

安은 ‘연대’, 文은 ‘포용’ 필요 

황태연 동국대 교수
安-‘자강(自强)’ 버리고 품으로 들어오려는 자 막지 말라
文-발끈하는 ‘유위(有爲)’ 버리고 공경심 발휘해 ‘무위(無爲)’ 지켜라

대통령선거가 코앞으로 다가왔다. 대선 주자들은 그야말로 살얼음판을 걷고 있다. 말 한마디 행동 하나가 당락을 결정하기도 한다. 품은 큰 뜻을 잘 펼쳐 보이기만 하면 될 듯싶지만, 인간사는 그리 명쾌하지만은 않다. 누가 천운을 타고 났느냐 하는 흥미를 넘어, 대선가도에서 각 당 후보가 마음으로 새겨야 할 주역시서(周易蓍筮)를 밝힌다.


▎* 주역시서(周易蓍筮)를 할 때는 ‘괘(卦)’와 ‘효(爻)’를 뽑아 그 상호작용을 살펴야 한다. 한 ‘괘’에는 각각 삼 ‘효’가 있고, 효를 음양(陰陽)으로 나눠 팔괘(八卦)가 되고, 팔괘가 거듭하여 육십사괘(六十四卦)가 된다.
주역철학자에게 대통령선거를 눈앞에 두고 주역시서(周易蓍筮)로 각 당 후보의 운세를 봐서 공론지에 게재해 달라는 것은 사활적 부담을 주는 요청이다. 2~3주 후면 판가름 날 주역점의 적중 여부에 필자가 그간 정치철학 교수로서 쌓은 명예의 존폐가 걸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공자님’의 주역시서 적중률도 70%에 불과했다. 공자는 1973년 출토된 <마왕퇴한묘백서(馬王堆漢墓帛書)>의 ‘요(要)’편에서 “선생님께서도 역시 주역점을 믿으십니까(夫子亦信其筮乎)”라는 자공(子貢)의 당돌한 질문에 “내가 100번 점을 치면 70번 맞았다. (…) 그리고 역시 그중 많은 것을 반드시 따랐느니라(子曰 吾百占而七十當. [...] 亦必從其多者而已矣)” 하고 답한 바 있다. 공자의 주역점도 30% 정도는 빗나간 것이다.

그런데 ‘공자님’도 70%밖에 적중하지 못했다면 후세의 정치철학자인 필자로서는 50~60% 정도만 적중해도 주역시서를 잘한다는 칭찬을 받을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이 요청을 받아들여 이번 대통령선거와 관련된 점서(占筮) 결과를 공개하기로 했다.

시서를 잘하기로 유명한 원주의 재야 역학자 백오(白烏)는 2016년 5월 당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의 대통령선거 운세를 시서해 화택(火澤) ‘규(睽)’ 괘의 ‘구이(九二)’ 효(爻)를 동효(動爻)로 얻었다. 규 괘 구이의 효사(爻辭)는 다음과 같다.

‘골목에서 주인(들)을 만나는데 탈이 없으리라(遇主于巷无咎).’

그리고 2016년 12월 30일경 조기 대선이 확실시된 시점에 백오가 다시 안철수 전 대표의 대통령선거 운세를 시서하니, 다시 ‘규’ 괘가 나왔고, 그중 ‘상구(上九)’ 효가 동(動)했다. ‘규’ 괘 ‘상구’의 효사는 이렇다.

‘등지고 홀로 된 형국이로다. 돼지가 진흙을 뒤집어쓰고 귀신이 한 수레 실려 있는 것을 보도다. 활시위를 당겼다 풀어놓도다. 적구(敵寇)가 아니라 동맹군이구나. 가는데 비를 만나니 길하리라.(睽孤. 見豕負塗 載鬼一車. 先張之弧 後說之弧. 匪寇婚媾. 往遇雨 則吉.)’

이어 필자가 대선 운세에 관한 주역시서의 기고 요청을 받고 운세를 재확인하기 위해 4월 4일 다시 시서해 동효 없는 지뢰(地雷) ‘복(復)’ 괘를 얻었다. ‘복’ 괘의 괘사(卦辭)는 이렇다.

‘제자리로 돌아오니 형통하도다. 출입에 해독(害毒)이 없으니, 그를 믿는 자들이 와도 무탈하리라. 그의 도(道)를 돌이켜 7일이면 돌아오도다. 가는 것이 이롭다.(復. 亨. 出入无疾 朋來无咎. 反復其道. 七日來復. 利有攸往.)”

꽤나 복잡한 역괘(易卦)들이 뽑혔다. 첫 역괘는 안철수 대표가 막후에서 아무도 몰래 정치거물들과 동맹을 맺거나 연대를 약속하는 것을 보여준다. 그런데 효사의 점사가 “탈이 없다”고 하고 그 효사에 공자가 “도를 잃지 않는다(未失道也)”고 주석했으니, 연대의 일이 무탈하게 잘 돼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때는 대선이 아직 먼 시점이므로 이 주역괘는 대선으로 가는 한 과정만을 보여준다. 이후 안철수는 연대 노선에 따라 움직인 흔적이 감지된다. 손학규·정운찬·유승민 등과 연대를 타진해 손학규를 입당시켰고, 정운찬·유승민 등을 우호세력으로 얻었다.(괘 풀이에 대한 상세한 설명은 필자의 <실증주역>을 참조하시라. 이하의 괘 풀이도 마찬가지다.)

두 번째 효는 국민혁명과 탄핵소추 국면에서 조기 대선이 분명해져 좀 더 분명한 괘가 나왔다. ‘등지고 홀로 된 형국’은 곧 모든 연대론을 내던지고 자강론으로 나갈 것을 예고한 것이다. ‘돼지가 진흙을 뒤집어쓰고 귀신이 한 수레 실려 있는 것을 본다’는 구절은 탄핵소추 국면에서 전통적 보수·진보 진영들이 이리저리 갈리고 뒤섞여 우적을 가리기 어렵게 되는 혼탁정국을 가리킨다.

보수 유권자대중과 막판 연대할 경우 승리 가능성도


그래도 문재인 후보를 물리쳐야 하는 안철수 후보의 입장에서 바른정당이나 자유한국당의 보수적 지지자들을 적수세력으로 여겼는데, 가만히 보니 실은 이들이 동맹군이기 때문에 이들을 활로 쏘려고 ‘활시위를 당겼다 풀어놓게’ 된다. 안 후보는 활을 거두고 ‘우클릭’해 이들과 연대한다. 이것은 ‘당대 당’ 연대일 수도 있지만, 이보다는 옛 새누리당을 지지하던 보수적 유권자들이 안철수를 찍는 식으로 연대할 수도 있다. 후자는 그야말로 안 후보가 말하는 ‘국민에 의한 연대’가 될 것이다.

‘가는데 비를 만나니 길하리라’는 구절은 대선에 출정해 ‘단비’(행운)를 만나 길할 것이라는 말이다. ‘비를 만나는 것’은 ‘가는데 비를 만난다면’이라고 ‘조건’으로 풀이해야 할 때도 있다. 또 시서한 날(2016년 12월 30일경)이나 선거일(2017년 5월 9일)에 비가 오면 길하다는 말로 풀이해야 하는 경우도 있다. 어떤 경우든 공자는 “비를 만나 길한 것은 군중의 의심이 없어진다는 말이다(遇雨之吉 羣疑亡也)”라는 주석을 달아놓았다. 군중의 의심이 없어질 만큼 동맹·연대를 통한 승리는 의심할 바 없다는 말이다.

‘복’ 괘는 안 후보가 정계에 입문할 때 내건 ‘새정치’의 초심으로 돌아가거나, 2016년 5월 점괘의 연대노선으로 돌아가는 것을 뜻하는 것으로 보인다. 후자로 푼다면, 안철수 후보가 시서한 날(4월 4일)로부터 일주일 안팎(11~12일경) 전후에 자강론으로부터 연대론으로 방향을 전환해 보수적 유권자들을 동맹세력으로 얻을 것임을 보여주는 것이다. 연대 대상자들이 ‘들락날락해도’ 해(害)가 없을 것이다. 따라서 ‘그를 믿는 자들’이 찾아오면 이들을 맞아들여도 ‘무탈할 것이다’.

점괘로만 보면 안철수 후보가 옛 적수세력 또는 중도보수적·우익보수적 유권자대중과 막판 연대에 성공할 경우 대선에서 승리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행운(단비)을 만나면 길하다’고 했기 때문이다.

안철수 후보가 적극적으로 연대에 나서 이 연대를 성사시키는 데 성공한다는 조건 아래서 대통령에 당선될 가능성이 적지 않다. 그러나 ‘우클릭’ 연대 노선을 버리거나 연대에 성공하지 못한다면 이 당선 가능성은 물거품이 될 것이다. 안 후보는 그간 자강 노선, 즉 ‘등지고 홀로 있는’ 규고(睽孤) 노선을 고수해 이득을 봤지만, 이제 이득을 볼 수 있는 시점은 다 지나갔다.

안 후보는 보수적 유권자대중을 적수집단으로 여겼으나 이제 이 새로운 정국상황에서 문재인 후보의 집권을 두려워하는 모든 중도보수적 유권자대중과도 손잡아야 한다. 그러려면 단독출마자들과도 연대하고, 막판에 다시 어려워지면 ‘당 대 당 연대’도 고려해야 할 것이다. 그러나 중도보수적 바른정당과 연대하는 것은 몰라도 자유한국당까지 껴안는다면 국민의당의 ‘집토끼’(호남 출신 유권자대중 중심의 중도개혁적 지지자층)들의 일부를 잃는 우(愚)를 범하게 될 것이다.

더불어민주당 문재인 후보의 대선 운세로는 백오가 2016년 12월 30일경 시서해 ‘송지췌(訟之萃)’ 괘를 얻었다. ‘송지췌’는 천수(天水) 송(訟) 괘의 ‘구이’와 ‘상구’ 효가 동해 택지(澤地) 췌‘ (萃)’ 괘로 변한 것을 말한다. ‘송’ 괘는 다툼의 괘인데 ‘믿고 따르는 붕우들을 가져 두려운 일을 막아 중도를 가면 길하고 끝까지 가면 흉한(有孚窒惕 中吉 終凶)’ 효이고, ‘췌’ 괘는 수많은 군중이 모여 왕조를 창업하는 괘다. ‘송’ 괘 ‘구이’와 ‘상구’의 효사는 다음과 같다.

‘구이. 다툴 수 없어 돌아가 숨었으니 자기 읍인 삼백 호에 말썽이 없으리라.(九二. 不克訟 歸而逋 其邑人三百戶 无眚)’

‘상구. 혹자가 그에게 허리띠를 하사하나 하루아침에 그것을 세 번이나 빼앗으리라(上九. 或錫之鞶帶 終朝三褫之)’

필자가 이를 확인하고자 문재인 씨가 후보가 된 다음날(4월 4일) 시서해 택화(澤火) ‘혁(革)’ 괘의 ‘초구’를 동효로 얻었다. ‘초구’의 효사는 이렇다.

‘황소가죽으로 꽁꽁 묶도다(鞏用黃牛之革)’

점단하자면 ‘송’ 괘의 ‘구이’ 효사는 문 후보가 당시 여론조사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어 몸을 사려 지지율을 지키는 과정을 나타내는 것으로 보인다. ‘상구’는 문 후보가 허리띠(벼슬)를 받는다는 것과, 곧 허리띠를 세 번이나 빼앗긴다는 것을 나타낸다. 공자는 여기에 “다툼으로 관복을 받으니 이것도 역시 공경함이 부족한 것(以訟受服 亦不足敬也)”이라고 주석했다. ‘송’ 괘의 ‘상구’는 백오의 많은 서례(筮例)에 따르면 묻는 일에서 성공한 뒤 이어지는 다른 일에서 실패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백오가 ‘문재인 전 대표가 대통령이 될 것인가’를 물어 이 ‘송’ 괘를 뽑은 것임을 상기할 때, ‘혹자가 그에게 허리띠를 하사하나 하루아침에 그것을 세 번이나 빼앗는다’는 효사는 문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하지만 대선을 너무 다툼으로 몰아가는 통에 공경을 잃어 집권 후 국정운영에서 실패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또는 ‘혹자들이 그에게 (관복의) 허리띠를 주는 것’을 문재인 전 대표가 당내경선에서 승리하는 것으로 풀이하고, ‘하루아침에 세 번 그것을 빼앗는다’는 구절을 그 뒤에 있는 본선에서 패배하는 것으로 풀이할 수도 있다.

이렇게 해석하면, 주역이 더불어민주당 경선을 선의의 경쟁이 아니라 위력에 의한 ‘다툼’으로 보는 것이 된다. 이 경우 하루아침에 허리띠를 세 번이나 다시 빼앗기게 되는데, 이것은 ①대통령직 ②후보직 ③당내 지위, 이 세 가지를 일거에 다 잃어버리게 된다는 것을 뜻할 수 있다. 둘 중 어떤 경우든 ‘송’ 괘는 문 후보가 이번 선거를 ‘통합’의 선거가 아니라 ‘다툼’의 선거로 보고 있음을 말해준다.

그러나 문 후보가 자기 세력과 자기 지지자들만으로 이 선거를 ‘다툼’으로 몰고 가 승리해 대권을 독식하려 들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비록 변괘(變卦) ‘췌’ 괘가 뜻하는 대로 수많은 군중이 똘똘 뭉쳐 문 후보를 지지하더라도 대권 독식 욕심을 버리지 않는다면 상황은 어려워질 것이다. ‘송’ 괘는 ‘믿고 따르는 붕우들을 가져 두려운 일을 막아 중도를 가면 길하고 끝까지 가면 흉한’ 효이기 때문이다.

대권 독식하려 들수록 더욱 어려워질 것


그러나 문 후보가 이 ‘송’ 괘의 괘덕(卦德)대로 ‘믿고 따르는 붕우들을 가져 두려운 일을 막아 중도를 간다면’, 즉 ‘다툼’이 아니라 ‘화합’의 길을 택해 당 안팎의 상처받은 세력과 두려워하는 세력들을 적극적으로 끌어안아 붕우로 만들고 이들과 연대해 ‘두려운 일’(본선 패배나 국정실패)을 발본색원하는 노선을 걷는다면, 본선이든 집권 후 국정이든 성공할 수 있을 것이다.

재확인 차 필자가 4월 4일 뽑은 ‘혁’ 괘의 ‘황소가죽으로 꽁꽁 묶는다’는 ‘초구’의 효사에는 공자가 “유위(有爲)로는 불가하다(不可以有爲也)”는 주석을 달았다. ‘혁’ 괘는 변혁의 괘다. 따라서 이것은 문 후보가 정권교체와 적폐청산을 추구한다는 것을 나타내준다. 그러나 <내일신문>을 선거관리위원회에 고발하는 조치 등과 같은 ‘유위(有爲)’의 대응조치로는 정권교체를 하기도, 대통령선거의 ‘꽁꽁 묶인’ 현재 상황을 바꾸기도 어렵다는 말이다. 공자의 주석은 ‘유위’로 민심을 바꾸려 해서는 안 된다는 경고로도 읽을 수 있다.

따라서 문 후보 측은 당황하지 말고 공경심을 발휘해 침착하게 어떤 ‘무위(無爲)’의 방도를 찾아 활용해야 할 것이다. 그는 지지율 1위라는 오만한 마음을 깨끗이 씻어내고 선명한 ‘우클릭’을 통해 친문(親文) 진영에 끼고 싶거나 다가오고 싶은 외부세력들, 또는 연대가 가능한 모든 중도보수적 외부집단, 옛날에 가까웠던 과거의 붕우들, 당내의 소위 비문(非文) 세력 등을 능동적으로 껴안는 중도화합 노선을 적극적으로 추구해야 할 것이다. 이것이 ‘무위’로 ‘황소가죽으로 꽁꽁 묶인’ 대선 상황을 푸는 열쇠일 것이다.

문재인 후보는 대선에서 무난히 승리해 집권하고 나서 국정에 실패하거나, 당내경선에서 승리하고 나서 본선에서 패배할 우환이 있다. 지금으로서는 이 중 어느 쪽인지 점단할 수 없다. 문 후보는 경선 과정에서 승리했지만 대권독식 노선 때문에 경선 과정을 불미스럽게 만들어 패자들에게 큰 심리적 후유증과 상처를 남겼을 것이다. 문 호보 측의 이 대권독식 노선과 경선 후유증은 대선 승리의 걸림돌이거나 대선 승리 후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될 것이다.

그러나 이제라도 오만한 대권독식 욕심을 버리고 경선 후유증과 중도적·보수적 유권자대중의 두려움을 조기에 적극적으로 해소하려고 노력하면 걸림돌을 제거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공자가 “유위로는 불가하다”고 토를 달고 있음에 주목해야 할 것이다. 괜히 다툼을 일으키고 억지를 쓰는 식의 ‘유위’ 조치로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 오로지 작위적(作爲的)이지 않은 어떤 ‘무위’의 대응방도, 즉 중도적·보수적 유권자대중의 두려움을 자연스럽게 해소하는 중도화합의 연대방도만이 ‘꽁꽁 묶인’ 상황을 풀 수 있다.

이런 무위자연(無爲自然)의 방도를 찾아야 한다. 문 후보가 친문세력과 자기 지지자들로만 대선에서 승리해 대권을 독식하려 하면,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상기시키는 문 후보의 집권을 너무 두려워하는 나머지 어떻게든 이를 저지하려는 중도적·보수적 유권자들을 안철수 후보에게 몰아주는 결과를 초래해 반드시 흉할 것이다. 그러나 ‘무위자연’ 방식에 입각한 중도화합의 연대 노선을 진심으로 적극 추구한다면 다른 결과가 나올 것이다. ‘진심으로’ 연대를 추구한다는 것은 과거 노무현 정부의 실정을 공개 반성하고 노 대통령 탄핵세력까지 껴안는 광폭행보를 말한다.

홍준표 자유한국당 후보의 대선 운세로는 필자가 4월 4일 시서해 동효 없는 뇌산(雷山) ‘소과(小過)’ 괘를 얻었다. ‘소과’ 괘의 괘사는 이렇다.

‘작은 것이 과(過)한 상이로다. 형통하도다. 바름이 마땅하다. 작은 일은 할 수 있지만, 큰일은 할 수 없도다. 비조(飛鳥)가 그들에게 소리를 남기도다. 의당 위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의당 아래로 내려앉아야 대길하리라(小過 亨 利貞 可小事 不可大事 飛鳥遺之音 不宜上 宜下大吉)’

여기서 결정적 대목은 ‘작은 일은 할 수 있지만 큰일은 할 수 없다’는 것과 ‘의당 위로 날아오르는 것이 아니라 의당 아래로 내려앉아야 대길하다’는 것이다. ‘소과’는 ‘작은 것이 지나치다’는 뜻인데, 지지도가 낮은 후보가 지나치게 기염을 토하는 형국을 빗댄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는 당을 지키는 ‘작은 일’은 할 수 있지만, 대선 승리로 정권을 재창출하는 ‘대업’을 이룰 수는 없을 듯하다.

이번 대선에서 홍 후보는 요란한 소리를 지르며 비상(飛上)하려 할 것이다. 그렇지만 요란하게 비상하려 하지 말고 몸을 낮추고 한국당 주위의 남은 보수 지지자들을 한국당에 굳게 붙들어 매는 것이 잘하는 일이 될 것이다. 그렇지 않고 비상하려고 ‘개구리가 배 키우듯’ 대욕(大慾)을 부리며 날개를 퍼뜩거리는 요란한 ‘소리’를 내면 급전직하로 추락해 낭패를 당할 것이다. 홍 후보가 대욕을 부려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당선될 ‘위험’을 초래할 것 같으면 당주위에 남아 있는 마지막 보수 표들마저 홍준표 후보를 등지고 문 후보를 이길 만한 중도 성향의 후보에게로 급히 달려갈 것이라는 말이다. 이미 과거 새누리당 골수 지지자들 사이에서까지 “홍준표 찍으면 문재인 된다”는 전략적 판단이 퍼져나가는 마당이니, 이보다 더 살얼음판 같은 상황이 더 있겠는가!

홍준표 후보는 바른정당 후보와 단일화나 바른정당과 합당 등 과도한 보수 결집 시도로 문재인 후보의 대선 승리를 돕는 결과를 낳으면 남은 보수 지지표들마저 잃을 수 있다. 보수적 지지자들은 현재 문재인 후보가 당선될까 심히 두려워하고 있고, 이른바 ‘태극기 세력들’의 일부 집단들마저 문 후보의 집권을 저지하기 위해 “철수 키워 문 막자”는 구호를 공공연하게 내걸고 움직이기 시작했기 때문이다.

홍 후보는 이번 대선에서 몸을 낮추는 것이 상책일 것이다. 5월 대통령선거는 자유한국당에 숨통을 막는 황사(黃砂)’ 같은 것이다. 홍 후보는 몸을 낮추면 5월 대통령선거의 이 ‘5월 황사’로부터 자유한국당을 지켜내는 공을 세울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상하려 하면 홍 후보 개인에게 좋지 않은 결과가 초래될지도 모르고, 자칫 당도 지키지 못할까 우려스럽다.

유승민 바른정당 후보의 대선 운세로는 필자가 4월 4일 시서해 택뢰(澤雷) ‘수(隨)’ 괘의 ‘육이(六二)’ 효를 얻었다. ‘육이’ 효의 효사는 이렇다.


‘소자를 매고 장부를 버리도다(係小子 失丈夫)’

공자는 “소자를 맨다는 것은 겸해 더불어 어우러지지 않는다는 것(象曰 係小子 弗兼與也)”이라고 주석했다. ‘소자(小子)를 맨다’ 또는 ‘소자에 매인다’는 것은 작은 것을 지키고 큰 것과 어울려 연합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이것은 유승민 후보가 자유한국당과 연대를 거부하고 소당(小黨)인 바른정당을 지킨다는 말이다. 그렇다고 한국당 외의 다른 당과 연대하는 길조차 막힌 것은 아닐 것이다. 이 점괘는 자유한국당 홍준표 후보와의 관계만 말해주는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유승민 후보는 바른정당을 지키는 데 유리한 길만 찾을 것이다. 이 점괘에는 길흉의 점사(占辭)가 없으므로 바른정당을 지키는 것으로는 대선에서 이기지 못할 것이지만, 큰 폐착을 당하지도 않을 것 같다.

유승민 후보는 자기의 소당을 지키는 길을 갈 것이다. 따라서 자유한국당과 후보단일화나 연대는 거부할 수밖에 없을 것이다. 한국당과 단일화나 연대는 바른정당의 소멸을 가져올 것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국당 외의 다른 정당과 연대가 바른정당의 수호(守護)에 이롭다면 이 연대는 배제하지 않을 것이다.

그 밖의 후보나 개연성이 있는 후보감으로는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홍석현 전 <중앙일보> 회장, 정운찬 전 국무총리가 있다. 정 전 총리는 백오가 3년 전 그의 정치 운세를 시서해 풍지(風地) ‘관(觀)’ 괘의 ‘육사(六四)’를 얻었는데 그 효사는 ‘나라의 빛을 보고 왕에게서 빈객 대접을 받는 것을 이롭게 쓰도다(觀國之光 利用賓于王)’이다. 정 전 총리는 왕의 빈객이므로 앞으로 왕을 돕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나 왕이 아니므로 이 대선 후보 운세풀이에서는 빼놓을 것이다.

홍석현 전 회장은 대선 출마 소문이 여러 차례 나돌았으나 4월 4일 시서 당시에 대권 도전 선언을 하지 않은 상태였다. 이 때문에 필자는 홍 전 회장의 대선 운세가 아니라 ‘4월 4일 이후부터 대통령선거일까지 대선과 관련된 정치 운세’를 묻는 점괘를 뽑았으나, 4월 11일 불출마를 선언했기 때문에 공개하지 않기로 했다. 김종인 전 대표는 4월 5일 출마를 밝혔으나 일주일 만인 4월 12일 불출마를 선언하고 대선 경쟁 무대에서 내려갔다.

이번 대선에서 선출되는 대통령은 여러 정황상 개헌을 위한 ‘임시 대통령’, 또는 ‘과도적 대통령’이 될 공산이 크다. 헌법이 개정된다면 이번 대통령의 임기는 3년으로 단축될 가능성도 있다. 이런 까닭에 새 대통령은 장대한 국가계획을 따로 펼치기 어려울 것이다. 그런데 ‘개헌’보다 더 장대한 국가 계획이 어디 따로 있을 수 있겠는가! 새 대통령의 개헌 거부는 바로 ‘국정문란’으로 간주되어 국민적 저항에 직면해 정권붕괴로 이어질 것이다. 개헌을 전제로 할 때 아마 내년 말이면 다시 대선 레이스가 시작될 것이다. 따라서 제대로 한번 대통령을 해보려는 정치인은 이번에 대통령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차기를 기다리는 것이 더 좋을지도 모른다.

‘점단은 우환과 흉액을 피하려고 생겨난 것’


위에서 제시한 주역시서와 점단(占彖)들 중 어느 것은 그릇될 수 있다. 오류의 원인은 점괘를 뽑는 시서에 있을 수도 있고, 점단에 있을 수도 있다. 그러나 시서보다 점단이 틀릴 위험이 더 크다. 시서로 얻은 점괘는 시서법(蓍筮法)의 원칙만 잘 지킨다면 귀모(鬼謨)의 소산이므로 대체로 옳지만, 점단은 인모(人謀)이므로 실수가 적지 않기 때문이다. 여기서 제시된 점단들도 황태연이라는 ‘사람’이 인모로 내린 점단이므로 다 적중한다고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나 위에서 해설한 점단들이 모두 다 틀릴 수는 없다. 주역이라는 것이 그렇게까지 허위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주역이 그렇게까지 허위적이라면 공자가 늙어서 주역 책을 묶은 가죽 끈이 세 번이나 끊어질(韋編三絶) 정도로 주역을 애독하며 학구(學究)하지 않았을 것이고, 주역 경문(經文)과 시서법이 오늘날까지 전해지지도 않았을 것이다.


▎차기 대통령의 임기 중에 개헌이 이루어질 공산이 크다. 따라서 장대한 국가계획을 펼치려는 사람은 이번 선거에 출마하지 않고 차차기를 기다리는 것도 좋을 것이다. 첫 대선 TV토론회에서 공방중인 후보들. / 사진·중앙포토
일찍이 옛 사람들이 인지(人智)로 국사(國事)와 정치의 미래를 알 수 없는 상황에서 천신으로부터 신지(神智)라도 빌려 국가와 정치의 천명을 알고 싶어 했기 때문에 주역이 발생한 것이다. 만약 주역 점단이 50~60%라도, 아니 33%만이라도 적중한다면 우리는 이것을 논할 의의가 있는 것이다.

주역은 원래 길복(吉福)을 구하고자 생겨난 것이 아니라 우환과 흉액을 피하려고 생겨난 것이다. 적중률 33%라면 세 번 흉하다는 점단을 얻었다면 세 번 중 한 번은 흉할 것이다. 따라서 흉할 것으로 예언된 세 가지 일을 하지 않는다면 흉액을 면할 수 있는 것이다. 가령 비행기 여행이 흉하다고 예언된 세 개의 날짜를 피해 비행기를 타면 흉액을 완전히 피할 수 있는데도 굳이 주역 점단을 거부하는 것은 어리석기 짝이 없는 것이다.

이번 대선의 각 당 후보와 단독출마 후보들은 이번 시서로 얻은 점괘가 어떤 것이든 주역의 우환 예고나 흉액 경고를 참조한다면 손실을 피하거나 줄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필자의 경험으로 보면 이런 경우 당사자들이 이 예고와 경고를 무시하거나 이것을 준수할 수 없는 상황에 처하는 사례가 허다했다. 하지만 다가올 역경이나 흉액에 대한 예고와 경고를 중시해 이에 합당하게 움직인다면 이것은 지혜로운 행동이다. 이 행동은 흉일에 비행기를 타지 않는 것만큼이나 후보들에게 아주 이로울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후보와 관련자들에게 이 점괘들은 진지한 사색과 탐구의 대상일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번 대선에 정치적 사활이 걸리지 않은 독자들은 이 점괘와 점단을 일종의 ‘가십’이나 ‘재미있는 이야깃거리’로 읽어도 무방하다. 이 점괘와 점단들은 이번 대선의 경과와 결과에 대한 보통사람들의 불타는 궁금증을 얼마간 미리 풀어줄 수 있기 때문이다.

- 황태연 동국대 교수

201705호 (2017.0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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