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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정세] 미국의 중국 압박과 김정은의 미래 

미·중·러 3국 ‘북한 신탁통치안’ 준비했다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트럼프 정부 출범 앞두고 북한 정권교체 전제로 플랜 수립…
놀란 중국은 고강도 대북제재 가하며 미국의 군사행동 만류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왼쪽)이 4월 7일(현지시간) 플로리다주 팜비치 마라라고 리조트에서 정상회담을 마친 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에게 악수를 청하고 있다.
북핵 위기상황과 관련해 한반도 정세를 암시하는 사건이 지난해 말 도쿄에 있었다.

트럼프 정권 탄생을 앞둔 지난해 12월 17일. 미국 국무부에서 아시아를 담당하는 대니얼 러셀 동아시아·태평양 담당 차관보가 조용히 일본을 방문했다. 당시 63세의 러셀 차관보는 미국의 동아시아 외교의 중요 인물이었다. 일본과 한국 주재 미국대사관에서 장기간 근무했으며, 미국이 북한을 폭격하기 일보 직전까지 갔던 1994년의 북핵 위기 때에는 현장책임자이기도 했다. 오바마 정권에서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아시아 담당 선임부장으로서 일관되게 북한 문제를 담당했다. 오바마 정권에서도 “북한문제는 러셀이 결정한다”고 할 정도로 비중 있는 인물이다.

트럼프 정권이 출범하면서 켈리 국무장관 이하 국무부 고위 관계자 대부분이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러셀 차관보만은 한동안 유임됐다. 러셀 차관보가 국무부를 떠난 것은 올해 3월 8일이었다.

지난해 말, 러셀 차관보가 도쿄를 긴급 방문한 목적은 트럼프 정부 출범을 앞두고 향후 미국의 대북정책을 일본 정부에 설명하기 위해서였다.

러셀 차관보는 일본 정부 관리의 면전에서 다음과 같이 강조했다.

“트럼프 정부도 오바마 정부의 대북정책을 계승할 것이다. 아니, 앞으로는 한걸음 더 나가는 정책을 취할 수 있으며 일본 정부도 각오해야 할 것이다. 아는 바와 같이 워싱턴이 아무리 압박을 가해도 김정은 정권은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하지 않고 있다. 오히려 2016년 들어 두 번의 핵 실험과 23차례나 되는 미사일 발사를 감행했다. 그 결과 북한의 군사능력은 워싱턴이 간과할 수 없는 수준까지 도달하게 돼버렸다. 반면 대(對)북한 억제력을 기대했던 한국은 박근혜 정권을 둘러싼 스캔들 소동으로 말미암아 충분한 힘이 되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정치적 혼란은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본다.”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원점 상태로 북한을 되돌린다?


▎2002년 9월 방북한 고이즈미 준이치로 당시 일본 총리(왼쪽)가 김정일 국방위원장(오른쪽)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일본 정부 고위당국자는 잠자코 러셀 차관보의 말에 귀를 기울였다. 그런 가운데 러셀 차관보는 드디어 핵심 문제를 언급했다.

“새로 출범하는 트럼프 정권은 가까운 미래에 북한을 미국·중국·러시아의 신탁 통치로 삼으려 한다. 이대로 간다면 조만간 김정은이 반드시 폭발할 것이다. 김정은이 폭발하기 전에 이쪽에서 행동에 나서지 않으면 안 된다.”

1945년 8월 15일, 일본이 항복함으로써 한반도에 대한 36년의 식민지 지배가 종식될 당시, 미국과 소련은 한반도를 양국의 공동관리 아래 두려고 했다. 그것이 신탁 통치다. 하지만 미소의 협상은 결렬되고 한반도의 남북이 각각 독립을 선언, 1950년 한국전쟁이 발발하게 되었다.

이를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후의 원점 상태로 북한을 되돌리겠다는 것이다. 일본 정부 관리로서는 쉽게 믿을 수 없는 플랜이었다. 그래서 일본 측은 즉시 두 가지 질문을 던졌다.

첫째는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설득은 어떻게 돼가고 있느냐”는 것이었다. 러셀 차관보가 단호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것은 트럼프 새 정부 출범 이후의 작업이다. 물론 중국과 러시아가 워싱턴의 제안에 쉽게 타협해 오지 않을 것이라는 점은 각오하고 있다. 하지만 이대로라면 이제 북한 문제는 막다른 골목에 다다를 것이다. 유엔 안보리가 아무리 제재를 결의한다 해도 무의미하다. 그래서 새 정부에서는 오바마 시대와 달리 보다 적극적인 방안을 추진할 것이다. 그리고 이 계획에 중국과 러시아를 끌어들일 것이다.”

러셀 차관보의 말투에는 자신감이 넘쳤다.

일본 측의 두 번째 질문은 “일본에 어떤 역할을 기대하고 있는가”라는 것이었다. 이 물음에 대해서는 러셀 차관보는 표정을 다소 누그러뜨리며 대답했다.

“일본은 고이즈미 총리 시절(2002년 9월) 북한과 ‘북·일 평양선언’을 채택하고 국교 정상화를 실현하려 한 적이 있다. 만일 그때 수교가 되었더라면 일본은 35년간의 식민통치에 대한 배상을 대신해 북한에 거액의 경제협력을 실시할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그 경제협력을 부탁하고 싶다. 미국·중국·러시아 3개국이 추진하려고 하는 북한의 신탁통치에는 비용이 많이 발생하기 때문이다.”

고이즈미 총리가 방북길에서 김정일 위원장과 ‘평양선언’에 서명할 당시 동행 취재로 평양을 방문한 필자 역시 이 문제를 상세히 기억하고 있다. 당시 ‘1조 엔의 경제협력’이란 말이 나돌았다. 1965년 한·일 국교수립 당시, 일본은 한국에 3억 달러의 무상 원조와 2억 달러의 유상 원조를 제공했다. 총 5억 달러에 달하는 이 금액을 2002년의 물가로 환산하면 약 1조 엔이 된다는 것이었다. 일본 정부는 김정은 정권이든 신탁통치 정부이든 북한과의 국교수립이 될 경우 북한에 1조엔 규모의 경제협력을 실시할 각오가 돼 있다.

일본 정부 측은 다시 한 번 두 가지 중요한 질문을 던졌다. 하나는 북한을 신탁통치하려면 현재의 김정은 정권을 전복해야 하는데, 이는 구체적으로 어떻게 수행될 것인가 하는 것이다. 그리고 또 하나, 김정은 정권이 붕괴되었다고 가정한 뒤, 미국·중국·러시아의 신탁통치 체제에서 과연 누가 북한의 지도자로 취임하느냐는 것이다.

유감스럽게도 이 두 가지 질문에 대한 미국 측의 답변을 알아내지는 못 했지만 2017년 5월 현재에 드러난 윤곽으로 보자면, 백악관의 트럼프 대통령의 책상에는 10종류 이상의 ‘북한 옵션’이 제시되어 있다. 가벼운 조치로는 새로운 경제 제재의 추가, 그리고 가장 무거운 조치로는 북한과의 전면전이다. 그중에는 이른바 김정은 위원장의 ‘참수작전’도 포함된다.

미국의 무력행사를 상정한 아베 정권의 예행연습


▎4월 26일 필리핀해에서 미국 항공모함 칼빈슨호(앞)와 합동훈련 중인 일본 해상자위대 호위함과 이지스 구축함들.
이때부터 아베 신조 정권은 대북정책의 ‘전면 재검토’ 국면에 들어갔다. 구체적으로는 미군과 자위대와의 연계 강화와 합동임무 확대, 북한 미사일에 대한 일본 국내의 방어태세 강화, 한반도 유사시 한국 내 5만 명 자국민 보호라는 것이다. 지난 4월 29일 북한의 탄도미사일 발사로 인해 도쿄 시내의 지하철이 10여 분간 멈춰선 사건이나, 미국의 핵추진 항공모함 칼빈슨호와 일본의 자위대가 서태평양과 동해상에서 합동훈련을 실시한 일 등은 미국 측의 무력행사를 상정한 아베 정권의 예행연습이라고 할 수 있다.

중국 또한 트럼프 정권의 강경한 대북정책으로 북한에 대한 외교방침을 변경했다.

중국은 그동안 대북정책에 관해서 ‘3가지 원칙’을 고수해 왔다. 즉 한반도 전체의 비핵화,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 해결 그리고 지역의 평화와 안정이다. 시진핑 정부와 김정은 정권은 결코 좋은 관계라고 할 수 없지만, 그래도 이 ‘3원칙’에 따라 어떻게든 북중관계를 유지해왔던 것이다. 하지만 트럼프 정부는 이러한 전통적인 유화정책으로 해결할 수 없는 난제를 중국에 들이댔다.

4월 6일과 7일 플로리다주의 미국 대통령 별장인 ‘마라라고’에서 열린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의 미·중 정상회담에서는 북한 문제에 관해서 충분한 의견 교환이 있었다. 요약하자면 대략 다음과 같은 내용이다.

트럼프: “미국은 20년 이상 북한의 핵과 미사일 개발을 참아왔지만, 결국 그로 인해 13억5000만 달러를 낭비했을 뿐이었다. 이제 우리 정부는 오바마 행정부 때와 같은 ‘전략적 인내’는 더 이상 유지하지 않을 것이다. 김정은이 핵, 미사일 개발을 멈추게 하거나, 아니면 후회하게 만들 것이다. 얼마 전(4월 초)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열어 북한에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는 방안을 우선 추진하겠다고 선언했다. 그러므로 중국도 미국에 동참해 주길 부탁한다.”

시진핑: “김정은 정권의 핵, 미사일 개발 문제는 중국도 골머리를 앓고 있는 문제로 문제 해결에 최대한 협력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해 11월 유엔 안보리의 제재 결의에 따라 올해 2월 북한산 석탄 수입금지 조치를 취했다. 그렇지만 한반도 비핵화, 대화와 협상에 의한 문제 해결, 지역의 평화와 안전은 우리 중국이 북한 문제에 관해 가지고 있는 원칙이다. 우리는 미국의 무력 사용을 원치 않는다. 한반도에 혼란이 야기되면 이득 볼 국가는 아무도 없다.”

트럼프: “석탄 수입금지 등 유엔이 결정한 제재를 지키는 것은 당연하다. 중국은 우리나라의 군사 작전에 협조하지 않겠다는 것인가?”

시진핑: “북한에 군사적 압력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라면 그것은 어디까지나 유엔 안전보장이사회 결의를 통해야 하는 문제이다. 유엔 결의를 거치지 않는 무력행사에 대해서는 중국은 기본적으로 지지할 수 없다. 게다가 중국은 지난해 이후 계속 한국에 사드(THAAD, 고고도미사일방어) 체계의 중단을 요구했지만 미국은 지금까지 외면하고 있으며 오히려 배치를 앞당기려고 하고 있다. 북한문제에 중국의 협조를 구할 생각이라면 우선은 사드배치를 중단하기 바란다.”

트럼프: “사드는 북한 미사일에 대한 방어용이며 중국을 겨냥한 게 절대 아니다. 배치를 앞당기는 것은 최근 북한의 위협이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 정부와도 의견이 일치하고 있는 사항으로, 지금 사드배치를 중단하겠다는 선택은 미국에는 없다.”

시진핑: “트럼프 정권은 김정은 정권 전복을 의도하고 있는가? 또는 북한이라는 국가를 붕괴시키려는 것인가?”

트럼프 “당분간 중국의 태도를 주시”


▎지난 3월 일본을 방문한 렉스 틸러슨 미국 국무장관(왼쪽)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와 만나 양국 관심사에 대해 의견을 교환했다.
트럼프: “우리의 목적은 북한에 위험한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지토록 하는 것이다. 김정은이 멈춘다면 체제를 존속시키고, 도저히 멈추지 않았다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수 있는 정권으로 대체시킬 수도 있다. 또한 북한이라는 국가를 붕괴시키는 것까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다.”

시진핑: “북한의 붕괴는 중국도 결코 원하지 않는다.”

트럼프: “중국이 북한에 대해서 더 강력한 압력을 행사해주길 바란다. 어떤 수단을 쓰건 상관없다.”

시진핑: “우리도 최대한의 대응을 하면서 김정은 정권을 설득하겠으니 대북 선제공격 같은 무력행사만은 삼가해주길 바란다.”

트럼프: “오바마 정권은 중국을 적으로 만들어 남중국해에서 ‘항행의 자유작전’을 계속해왔으나 우리 정부는 중국을 ‘우군’이라고 생각한다. 무슨 수단을 써서라도 북한을 효과적으로 압박하며 김정은이 핵과 미사일 개발을 중단할 수 있도록 유도해주길 바란다. 당분간 중국의 태도를 주시하겠다.”

미·중의 두 정상은 4월 12일에도 다시 긴급 전화회담을 열었다. 전화 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은 다시 한 번 트럼프 대통령에게 “부디 성급한 대북 공격 같은 것은 그만두었으면 한다”고 못을 박았다. 트럼프 대통령은 “그렇다면 중국이 하루라도 빨리 손을 써 달라”고 되받아쳤다.

중국은 북한 전체 무역의 90%를 차지하는 이른바 ‘후견 국가’이므로 북한에 취할 수 있는 제재는 실로 다양하다. 예를 들어 합법적으로 입국한 북한 근로자의 강제 출국, 중국 국유은행의 북한 기업 및 개인과의 거래정지, 그에 더해 ‘우호 원조’를 감축하거나 정지하는 것 등이다.

우호원조란 1961년 맺은 북·중 군사동맹 정신을 바탕으로 중국에 매년 북한에 주는 원조이다. 그 주요 내역은 원유 50만t, 식량 10만t, 화학비료 2000만 달러에 달한다. 선대의 후진타오 정권 시절에는 북한에 대한 원조액이 전 세계로부터의 전체 원조의 무려 4분의 1을 차지했던 시기가 있었다고 한다. 이 우호 원조는 시진핑 시대 들어 많이 줄었다고 하지만 그래도 중국의 우호 원조가 중단되면 북한은 순식간에 무너진다.

지난 4월 북한에서는 주요 행사가 이어졌다. 11일 최고인민회의 및 김정은 시대 출범 5주년, 13일 평양 여명대로 준공식, 15일 김일성 105주년 태양절, 25일 조선 인민군 창건 85주년 등이다. 이런 일련의 주요 행사와 더불어 북한이 6차 핵실험 또는 대륙간탄도미사일(ICBM)을 발사하는 것이 아니냐는 것이 국제사회의 우려였다. 이번에야말로 트럼프 정부가 북한의 핵시설 등에 대한 선제공격을 감행하고 북한이 서울로 미사일을 발사하는 것과 같은 악몽이 현실이 되지는 않을까 하는 긴장과 우려 속에 세계의 눈은 북한을 향했다.

북한은 지난 4월 핵실험도 ICBM 발사도 하지 않고 넘어갔다. 그것은 오로지 중국의 압력에 의한 결과로 해석된다. 중국이 북한에 경제제재를 언급하며 김정은 위원장을 제지한 것이다. 특히 원유 공급이 중단되면 조선 인민군의 활동도 정지될 수밖에 없으므로 아무리 강경한 김정은 정권일지라도 순응할 수밖에 없다.

북한 리수용 중국특사 파견설 나와


▎북한이 최근 공개한 KN-17 미사일. 4월 29일 북한이 발사한 미사일과 동일한 것으로 추정된다. / 사진제공·노동신문
중국 외교가에서는 북한이 위기를 타개하기 위한 방법으로 ‘특사 파견’ 카드를 사용할 것이며, 김정은의 특사로는 19년 만에 부활된 최고인민회의 외교위원회의 위원장으로 선출된 리수용 위원장이 유력할 것이라는 관측이 흘러나온다.

북한은 과거에도 북·중관계가 위기에 봉착하면 특사를 파견, 최악의 국면을 모면한 전례가 있다.

2012년 12월 장거리 로켓인 은하 3호 발사 성공에 이어 2013년 2월 제 3차 핵실험을 강행하자 중국은 유엔안보리의 제재안에 동참, 북한에 대한 경제제재를 실시했다. 북·중 세관통관 감시 강화, 북한 인력의 대중(對中) 송출 제한, 금융 제재, 관광 등 비(非)상품 거래의 일시 중단 등 과거보다 훨씬 강화된 대북제재가 이루어졌으며 공영언론을 비롯한 정부 관계자들도 공공연히 전통적인 북·중관계를 재정립해야 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전례 없이 강경한 중국 정부 태도에 위기감을 느낀 김정은 위원장은 당시 권력서열 2위인 최용해 총정치국장에게 친서를 지참시켜 베이징에 급파했다. 최 특사는 중국 정부의 냉대 속에서 방중 마지막 날에야 시진핑 주석을 접견, 관계복원을 희망하는 김정은의 메시지를 전달하고 6자회담 복귀의 뜻을 밝혔다.

중국 측이 김정은 특사로 예상하고 있는 리수용 외교위원장은 20년 이상을 스위스 대사로 근무했다. 김정은 형제의 스위스 유학 당시 후견인 역할을 한 인물로서 김정은의 절대적인 신임을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장성택의 최측근으로 분류돼 한때 처형설이 나돌기도 했지만 2014년 4월 최고 인민회의에서 외무상으로 깜짝 임명된 이후, 2016년에는 김정은의 특사로 중국에 파견돼 시진핑을 면담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장성택 처형 이후 무너진 중국 라인을 새롭게 구축하기 위한 인물로 장성택과 가까웠던 리수용을 내세우고 있다는 관측도 있다. ‘일시적’ 핵실험 중지와 ICBM 발사 중지라는 김정은의 항복문이 나올 때까지 중국의 압박은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트럼프 정권이 생각하고 있는 ‘김정은 정권 전복’과 ‘차기 지도자 옹립’은 대단히 중요한 문제이므로 따로 살펴보고자 한다.

트럼프 정부가 김정은 정권의 전복을 검토하는 경우, 가장 중요한 작업은 오랫동안 ‘북한의 후견인’을 자처했던 중국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문제다.

사실 과거에 한 번, 미국에서 중국 측에 김정은 정권 전복을 상의한 적이 있다. 2013년 12월 4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시진핑 주석과 5시간 반 동안이나 회담을 가진 바이든 부통령은 북한 문제에 관해서 다음과 같이 제안한 것이다.

“저 북한의 젊은 지도자(김정은)는 더 이상 어찌할 수 없는 단계에 이른 것으로 보인다. 이제 미·중 양국에서 북한의 현 체제 붕괴 후의 통치 방법에 대해서 진지하게 논의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이때 시 주석은 바이든 부통령의 엉뚱한 제안을 듣고 몹시 놀랐다. 그때까지 중국 내부에서는 김정은 정권 붕괴 이후의 시나리오에 대해서 단 한 번도 논의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계속 지켜보겠다” 라며 적당히 얼버무리고 넘어갔다.

이미 미국은 김정은이 북한 넘버2인 장성택 북한 노동당 행정부장의 처형이라고 하는 정권 최대의 도박에 나설 것을 예측했다. 실제로 이로부터 불과 8일 만에 장성택은 처형됐으며 시진핑 주석에겐 그렇게까지 자세한 정보는 보고되지 않았었다.

그러나 바이든의 이런 제안에도 불구하고 오바마 대통령에게 북한과 한판 벌이겠다는 각오는 없었다. 2013년 8월에 결국 시리아를 공습한다고 결정했을 때 의회의 승인을 얻은 뒤에도 주저했을 정도였다.

중국의 바람은 김정은 정권 안정 아닌 지역의 안정


▎2013년 김정은 위원장의 특사 자격으로 방중해 시진핑 주석과 만나는 최용해 총정치국장(왼쪽).
트럼프 대통령은 달랐다. 일본 외무성 관계자가 말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정치는 한마디로 ‘고용 내셔널리즘’이다. 미국 내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서라면 뭐든지 한다는 생각이다. 군수 산업의 고용을 늘리는 데는 중동의 이슬람국가(IS)와 아시아의 김정은 정권을 망치는 것이 가장 손쉽게, 주변 국가들에 많은 무기 수출을 할 수 있다. 북한을 겨냥해서는 그 ‘예행연습’격인 사상 최대 규모의 한미 합동군사훈련을 3월에 실시할 예정이다.”

김정은 정권도 적개심을 드러내고 있다. 아베 총리와 트럼프 대통령이 플로리다의 대통령 별장에서 저녁을 함께 하던 2월 12일 아침, 북한은 중거리탄도미사일 ‘무수단’을 발사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올해 대국민 신년사에서 ‘ICBM 발사의 마지막 준비에 들어간다’고 밝혔지만 그 말은 사실이다. 아메리카 대륙에 떨어뜨린다면 전쟁으로 발전하게 될 것이므로 아마 미국 대륙과 하와이 사이의 태평양 상에 낙하시킬 것이다.” 한 북한정보 소식통은 이같이 분석했다.

앞으로 북·미 간의 신경전이 본격화될 전망이지만 중국은 과연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중국의 외교 관계자는 다음과 같이 설명한다.

“시진핑 주석이 바라는 것은 지역의 안정이지 김정은 정권의 안정이 아니다. 김정은 정권의 안정을 원한다면 이 4년동안 한 번 정도는 김정은 위원장과 정상회담을 열었을 것이다. 앞으로 북한에 유사상태가 발생해 김정은 일가가 중국에 망명을 요구해 와도 ‘황장엽 방식’으로 대처할 것이다. 즉, 1997년 황장엽 북한 노동당 비서가 베이징 한국 대사관에 망명을 요구했을 때 2개월 정도밖에 체류하지 못했듯이, 김정은 일가에도 곧바로 다른 나라로 옮기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북한의 유사시 미국은 과연 누구를 ‘포스트 김정은’의 자리로 밀어 올릴 것인가?

장남 김정남이 지워진 지금, 평양에 거주하는 차남 김정철(34세)은 어떨까? 아마도 그럴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생각한다. 필자는 과거에 모 인물의 중개로 중국 모처에서 김정철과 10시간 동안 인터뷰를 한 적이 있는데 그는 그때 자신은 전혀 정치에 관여할 의사가 없다는 태도를 명백히 밝혔다.

김정은이 아버지 김정일의 ‘힘’과 ‘비정함’을 물려받았다면 김정철은 어머니 고영희의 ‘연약함’과 ‘상냥함’을 물려받았다. 한마디로 정치인 체질은 아닌 것이다.

김정철 대신 포스트 김정은에 가장 ‘유력’한 인물은 김평일 주체코 대사(62세)이다.

김평일은 북한 건국의 아버지 김일성 주석과 후처인 김성애와의 사이에서 한국전쟁 휴전 직후인 1954년 태어났다. 김일성 종합대학을 우수한 성적으로 졸업하고 조선 인민군의 호위 사령부와 총참모부의 요직을 역임했다.

하지만 1974년 김일성 주석의 후계자가 이복형인 김정일로 결정되면서 1979년 유고슬라비아의 북한대사관에 전출됐다. 1988년 이후에는 주헝가리대사, 주불가리아대사, 주핀란드대사, 주폴란드대사 등을 역임했으며, 2015년부터 주체코대사를 맡고 있다.

1994년 북핵 위기가 일어났을 때 김일성 주석은 김정일을 일시 연금하고 김평일을 평양으로 불러들였다. 그리고 방북한 카터 전 미국 대통령과의 회담에 배석시키며, ‘김평일 후계’ 구도를 예감하게 했다.

하지만 이 북·미회담 다음달 김일성 주석이 ‘변사’하며 김정일이 부활, 김평일은 즉각 국외로 추방됐다.

그런 의미에서 김정은 정권의 전복을 획책하고 있는 트럼프 정부의 새로운 ‘의중의 인물’은 김평일 주체코 대사라고 하겠다. 바꿔 말하면 가장 목숨이 위험한 인물이라는 것이다. 트럼프 정권과 김정은 정권의 물밑 암투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기 때문이다.

- 콘도 다이스케 일본 [주간현대] 특별편집위원

201706호 (2017.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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