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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미 정상회담 특집 | 화보] 세기의 만남, 세계가 주목한 싱가포르 선언 

70년 적대관계 푼 12초 악수, “판타지 영화로 보일 것”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양국 정상회담 개최…“의미 있는 첫걸음” vs “핵 폐기 빠졌다” 평가 엇갈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6월 12일 북·미 정상회담 합의문에 서명한 뒤 악수하고 있다. / 사진제공·싱가포르 통신정보부
6월 12일 오전 9시4분(현지시간) 싱가포르 센토사 섬 내 카펠라 호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의 역사적 정상회담은 12초간의 악수로 시작됐다. 트럼프 대통령 특유의 ‘거친’ 악수는 없었다. 양국 간 70년 적대관계가 풀리는 순간이었다.

트럼프 대통령은 남색 정장에 붉은색 넥타이, 김정은 위원장은 뿔테 안경에 인민복 차림이었다. 두 정상 뒤로 6월 12일을 상징하는 성조기와 인공기가 6개씩 총 12개가 교차로 걸렸다.


▎캐딜락 원에서 내리는 트럼프 대통령(왼쪽 사진)과 김정은·이설주 부부.
두 정상은 호텔 회랑(回廊)에서 서로를 향해 걸어 나왔고, 트럼프 대통령이 먼저 손을 내밀었다. 키가 1m88㎝인 트럼프 대통령이 20㎝가량 작은 김정은 위원장을 내려다보고 악수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자신의 왼손을 김정은 위원장의 팔에 가볍게 얹었다. 백악관 공동 취재단은 김정은이 영어로 “Nice to meet you, Mr. President(만나서 반갑습니다, 대통령님)”라고 말했다고 밝혔다가 나중에 “확실치 않다”고 정정했다.

기념사진 촬영 때 김정은 위원장의 얼굴엔 긴장감이 역력했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잠시 대화할 때 그의 팔에 자신의 손을 올리는 등 ‘기 싸움’에서 밀리지 않으려는 모습도 보였다. 회담장으로 이동할 때 김정은 위원장이 입구를 지나쳐 두리번거리자 트럼프 대통령이 등을 가볍게 치며 방향을 알려줬다.

트럼프 대통령은 단독회담 전 모두발언에서 “회담이 엄청나게 성공할 것이며, 만나게 돼 영광”이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발목을 잡던 과거가 있고 그릇된 관행들이 때로 우리 눈과 귀를 가리고 있었는데, 모든 것을 이겨내고 이 자리까지 왔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엄지를 곧추세웠다.

김정은, 비핵화 질문에 ‘묵묵부답’


▎대전역에서 열차를 기다리던 시민들이 북·미 정상회담을 TV를 통해 보고 있다. / 사진·김성태
양 정상은 오전 9시16분부터 통역만 배석시킨 채 단독 정상회담에 들어갔다. 김정은 위원장의 통역은 김주성 외무성 요원, 트럼프 대통령의 통역은 국무부 이연향 통역국장이 맡았다. 통역학 박사인 이 국장은 서울예고, 연세대 성악과 출신으로 2000년대 초부터 국무부 통역관으로 일했다. 이 국장은 ‘북한’이라는 단어 대신 ‘조선’을 사용했다.

단독회담은 예정보다 9분 짧은 36분 만에 끝났다. 회담 도중 밖에서 대기하던 세라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트위터에 북·미 수행단이 함께 TV를 보는 사진을 올렸다.


▎단독회담을 마친 뒤 호텔 발코니에서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위원장. / 사진·세라 샌더스 미국 백악관 대변인 트위터
양 정상은 회담 후 호텔 발코니를 함께 걸으며 취재진을 향해 손을 흔들었다. 회담 결과를 묻는 기자들에게 트럼프 대통령은 “매우매우 좋았다. 큰 딜레마를 해결할 것”이라고 했다. 김정은 위원장은 트럼프 대통령에게 “전 세계 많은 이들이 이번 회담을 판타지, 공상과학 영화로 생각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비핵화를 할 겁니까” “핵무기를 포기할 겁니까”라는 취재진의 질문에는 묵묵부답이었다.

차분한 시민들, 기대와 비판이 교차


▎단독회담 후 산책을 마친 트럼프 대통령이 자신의 전용 차량인 캐딜락 원을 김정은 위원장에게 보여주고 있다. 캐딜락 원은 비스트(beast·야수)라는 별명이 붙은 차량이기도 하다. / 사진·스트레이츠타임스 홈페이지 캡처
오전 9시56분부터 열린 확대 정상회담에는 양 정상의 핵심 참모가 3명씩 배석했다. 미국에서는 마이크 폼페이오 국무장관과 존 켈리 백악관 비서실장,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나왔다. ‘강경파’인 볼턴 보좌관은 북한이 가장 경계하는 인물이지만 트럼프 대통령이 참석시켰다. 북측에서는 김영철 통일전선부장과 이수용 당 부위원장 겸 국제부장, 이용호 외무상이 배석했다.

김정은 위원장이 회담 전 “이 자리에 마주한 것은 평화의 전주곡”이라고 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동의한다”고 화답했다. 1시간38분간 진행된 확대 회담에서는 정상 간 합의문이 최종 검토됐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이 정상회담에 앞서 열린 단독회담에서 악수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후 5시30분쯤 트럼프 대통령이 정상회담 결과를 발표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북·미 관계 정상화 추진 ▷평화체제 보장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6·25전쟁 전사자 유해 송환 등에 양국 정상이 합의했다고 밝혔다.

한국에서도 정상회담은 초미의 관심사였다. 시민들은 가정과 직장에서 잠시 일손을 멈추고 TV 앞에 앉았다. 하지만 4월 27일 판문점 남북 정상회담을 이미 ‘경험’했던 터라 차분하게 뉴스를 시청했다.

반응은 엇갈렸다. “만남 자체가 의미 있다”는 평가가 있는 반면 “핵 폐기가 빠졌다”는 비판도 제기됐다.


▎김정은 위원장이 6월 11일 밤 가든스바이더베이를 방문해 싱가포르 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외교장관(왼쪽), 옹예쿵 전 교육부 장관(오른쪽)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비비안 발라크리슈난 외교장관 페이스북
진보 성향 시민단체들은 대체로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박정은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북·미 정상회담은) 70년간 이어온 적대관계 해소를 위한 첫걸음”이라며 “일거에 해소하기 쉽지 않은 일인 만큼 서로의 의지를 확인한 데 의의를 둘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보수 성향 시민단체들은 “구체적인 핵 폐기 내용이 합의되지 않았다”고 비판했다. 이옥남 바른사회시민회의 정치실장은 “핵심 사항인 CVID(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되돌릴 수 없는 비핵화)가 빠진 합의문은 실망스럽고 의미가 없다”며 “핵을 가진 북한과 맞닿은 우리나라는 여전히 ‘핵 인질’이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6월 12일 청와대에서 국무회의를 시작하기에 앞서 북·미 정상회담 생중계 화면을 보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1807호 (2018.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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