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기업

Home>월간중앙>경제.기업

[재계화제] 포스코 새 선장 내정된 최정우號의 미래 

‘非포피아’ 출신 CEO ‘혁신’ 적임자 증명할까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창사 50년 사상 첫 ‘비(非)철강·비(非)서울대’ 출신 회장 후보…철강 경쟁력 유지와 미래 성장동력 찾아야 할 책무 짊어져

▎포스코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6월 23일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차기 회장으로 내정했다. 최 내정자 앞에는 포스코의 재무 건정성 유지와 신사업 발굴이라는 중책이 놓여 있다. / 사진:포스코
6월 23일 포스코그룹 사외이사 7인으로 구성된 CEO 후보추천위원회는 최정우(61) 포스코켐텍 사장을 차기 포스코 회장으로 내정했다.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철강 공급과잉, 무역규제 심화 등으로 철강업계 전체가 어려운 환경에 직면해 있다. 비(非)철강 사업에서도 획기적 도약이 시급한 실정이다.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에 혁신적 리더십이 필요한 상황이다. 최 내정자는 포스코 사상 최초의 비(非)엔지니어 출신 내부 회장 후보다. 경영관리 분야의 경험과 비(非)철강 분야에서의 경력을 바탕으로 포스코가 ‘철강 그 이상의(Steel and Beyond)’ 글로벌 기업으로 변신하는 데 역할을 해내리라 기대한다”고 낙점 이유를 발표했다.

최 내정자는 부산 출신이다. 동래고와 부산대 경제학과를 졸업했다. 1983년 포항종합제철에 입사했다. 그의 이력에서 알 수 있듯이 재무통이자 전략 분야에서 커리어를 쌓았다. 2015년 가치경영실장을 맡았을 때 포스코의 구조조정을 설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포스코의 국내 계열사는 71개에서 38개, 해외 계열사는 181개에서 124개로 줄었다. 포스코는 “7조원 규모의 누적 재무개선 효과를 봤다. 포스코건설, 포스코에너지는 흑자 전환했다”고 평가했다. 최 내정자는 올 2월 포스코켐텍 사장에 취임했다. 음극재(2차전지 충전 소재) 등 포스코의 미래 먹거리를 발굴하는 회사다.

최 내정자는 2000년 10월 민영화 이후 포스코 최초로 비(非)서울대, 비(非)철강라인 출신으로 꼽힌다. 소위 ‘포피아(포스코+마피아의 합성어, 서울대 공대를 졸업한 철강 전문 엔지니어들이 포스코의 최고위직을 독점했다는 뜻)’ 프레임에서 자유롭다.


회장 후보 공식 발표 직후 최 내정자는 “창립 50주년을 맞은 포스코가 100년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한 중요한 시점이다. 선배들의 위대한 업적에 누가 되지 않도록 임직원들과 힘을 합쳐 글로벌 경쟁력을 높이고 미래를 선도해 나가는 기업으로 만들고 싶다. 이를 위해 임직원, 고객사, 공급사, 주주, 국민 등 다양한 이해관계자들과 공동 번영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포스코는 “(전체 이익의 80%를 점하는) 철강 생산과 판매에서 탈피해, 그룹 전체의 경쟁력을 높이도록 사업구조를 개편하고, 시너지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포스코는 철강-인프라-신(新)성장을 미래의 3대 핵심사업군으로 설정했다. 이들 사업군의 수익 비율을 4:4:2로 재편하겠다는 구상이다. 포스코는 이 방향성을 ‘혁신’이라고 규정한 셈이다. 그 적임자가 최 내정자라는 것이 대의명분이었다. 다만 ‘혁신’의 의미를 어떻게 해석하느냐에 따라 ‘정당성’을 둘러싼 가치판단은 달라지기도 한다.

권오준 사퇴부터 최정우 내정되기까지


▎포스코 창업주인 고(故) 박태준 명예회장(가운데)이 1973년 6월 9일 용광로에서 쏟아지는 첫 쇳물을 보며 임직원들과 감격해 하고 있다. / 사진:포스코
지난 4월 포스코 권오준 회장이 돌연 자진사퇴를 선언했다. 그는 “포스코가 새로운 100년을 만들어가기 위해선 최고경영자의 변화가 필요하다”는 뜻을 이사회에 전달했다. 갑작스러운 사의의 진의를 놓고 설(說)만 무성했을 뿐이었다.

이후 포스코는 절차에 따라 곧바로 차기 회장 선임 작업에 착수했다. 포스코 CEO 승계카운슬(이하 승계카운슬)에서 후보를 선별하기 시작했다. 승계카운슬을 구성하는 사외이사는 5인이었다. 김주현 포스코 이사회 의장, 박병원 이사 후보 추천 및 운영위원장, 정문기 감사위원장, 이명우 평가보상위원장, 김신배 재정 및 내부거래위원장 등이다. 권오준 전 회장은 승계카운슬에 참여했다가 빠졌다. 권 전 회장이 공개적으로 영향력을 행사하는 모양새가 되면 차기 회장에게 내정 단계부터 부담을 줄 수 있기 때문이었다. 승계카운슬은 6월 22일 후보를 5명으로 압축했다. 그리고 다음 날인 6월 23일 CEO후보추천위원회는 최정우 포스코켐텍 사장을 회장 내정자로 결정했다. 이날은 토요일이었다. 하루 만에, 그것도 휴일에 차기 회장을 내정한 것을 두고, 포스코 관계자는 “인사란 것이 오래 둘수록 말이 나올 수밖에 없다. 특히 이번엔 더욱 그랬다”라고 말했다.

포스코는 1968년 창사 이래 임기를 채운 회장이 한 명도 없었다. 박정희 정부와 창업주 박태준 명예회장은 포스코 창립을 위해 대일청구권 자금 일부를 전용(轉用)했다. 이렇게 국민의 피, 땀, 눈물이 서린 돈으로 만들어진 포스코는 대한민국 산업구조 변화에 결정적 공헌을 했다. 포스코 이전까지 한국경제는 값싼 노동력에 의존하는 가공업·수공업 위주였다. 포스코 이후 부가가치가 높은 공산품을 만들어 수출하는 구조로 혁신이 이뤄졌다. 경부고속도로 건설이 물류의 인프라였다면, 포스코 설립은 산업의 토대가 됐다. 포스코가 이런 역사성을 지니다 보니 ‘민간기업’인데도 수장을 뽑을 때마다 여론과 정치권은 그냥 지나치지 않았다.


이 때문에 포스코 최고경영자들은 정권과의 불화로 퇴진하거나, 권력과의 유착관계가 드러나 물러나기도 했다.

이 같은 리스크를 극복하기 위해 포스코가 도입한 대안이 CEO후보추천위원회와 승계카운슬이다. 승계카운슬은 미국 GE그룹의 카운슬을 벤치마킹한 제도로 후계자 양성 프로그램이다. 절차적 공정성을 확보하고, 경영자의 공백을 최소화할 수 있다. 외풍(外風)을 선제적으로 차단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실제 김주현 승계카운슬 의장은 페이스북에 “정작 정부나 정치권 및 전직 경영자로부터 전화 한 통 받은 바 없는데 소문은 무성했었다”고 밝혔다.

CEO후보추천위원회 신설 아이디어 제공자는 장하성 현 청와대 정책실장이었다.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포스코 이구택 회장이 고려대 경영학과 교수이자 기업지배구조개선 연구소장이었던 장 실장의 지배구조 개선안을 반영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배경 때문에 포스코 최고경영자가 공석일 때 장 실장을 비롯해 노무현 정부 시절 실력자였던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의 인사개입설 같은 출처 불명의 루머가 퍼지기도 했다. 여당 한 의원은 “그런 괴소문을 누가 만들었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아무리 근거가 없고, 의도가 불순해도 포스코 사외이사들이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변수였다. CEO후보추천위원회와 승계카운슬의 의사결정 때 인맥, 학맥 등에서 얽히는 것이 적었던 최 내정자에게 의도치 않은 플러스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었다. 최 내정자는 7월 27일 임시 주주총회를 통과하면 포스코 제9대 회장에 취임한다.

포스코의 막강한 기술력과 시장지배력


▎포스코 창립 50주년 기념식이 지난 4월 1일 포항 포스텍체육관에서 열렸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는 100년 그룹의 포부를 밝혔다. / 사진:연합뉴스
최 내정자가 물려받을 가장 든든한 유산은 포스코의 기술력과 시장지배력이다. 포스코는 공정거래위원회 지정 상호 출자제한 기업집단 중 자산 기준 6위다. 총 38개의 계열사를 보유하고 있다.

철강 부문이 포스코의 주력 사업이다. 무역(포스코대우), 건설(포스코건설)이 현재 그룹의 3대 축이다. 특히 철강은 2017년 기준으로 그룹 합산 매출 비중의 44.4%, 자산총액 비중의 66.4%를 점유하고 있다. 포스코대우가 28.1%와 9.5%, 포스코건설은 10%와 8.2%를 차지하고 있다.

한국기업평가의 보고서에 따르면 포스코의 경쟁력은 연 4239만t(2017년 기준)에 달하는 조강 생산능력(실제 조강 생산량은 3721만t)에 있다. 강철 제품 중 고부가가치 제품에 해당하는 열연강판, 후판, 냉연도금판재류 등의 최대 공급자다. 이를 바탕으로 국내의 철강 후(後)가공업계와 자동차, 조선, 가전 등의 분야에서 강력한 지배력을 발휘하고 있다.

금융감독위원회 공시 자료인 포스코 사업보고서에 적시된 2014년 이후 제품별 판매량 비율을 보면 냉연강판 39~40%, 열연강판 24~26%, 후판 16~17% 순이다. 철강 생산 포트폴리오가 이윤을 많이 남기는 판재류에 집중돼 있다. 2017년 국내 조강 생산 점유율은 53.3%에 달한다.

포스코의 경쟁력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다. 세계철강협회(WSA)와 WSD(World Steel Dynamics)의 2017년 조사에서 조강 생산 세계 5위다. WSD가 선정한 철강사 경쟁력 순위에서는 1위에 올랐다. 세계적 철강 분석 기관인 WSD는 매년 6월 글로벌 철강기업을 평가하는데 포스코는 9년 연속 1위를 차지했다. 포스코는 혁신기술의 활용, 엔지니어 숙련도 및 생산성,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 원가 절감 능력, 투자환경 등 8개 항목에서 10점 만점을 받았다.

향후 포스코는 ‘WP(월드프리미엄) 제품’ 판매 확대에 역량을 모을 방침이다. WP 제품은 ‘포스코가 세계 최초로 개발해 상용화한 세계 수준의 기술력과 경제성을 갖춘 제품, 고객 선호도와 영업이익률이 높은 제품’을 총체적으로 아우른다. 고강도 강철, 기가스틸, 전기차 강판, 전기차 모터, 전기차 배터리, 전기차 충전 플랫폼 등이 해당된다.

포스코의 WP 판매 비중은 2013년 30%를 돌파한 이래 꾸준히 증가해 2017년 53.4%까지 상승했다. 포스코는 “2019년까지 WP 제품 비중을 전제 제품군의 60% 이상까지 올릴 계획”이라고 선언했다.

포스코가 지닌 또 하나의 ‘저력’은 재무구조 안정성이다. 포스코의 매출액은 2017년 60조6551억원으로 2014년 이후 3년 만에 매출 60조를 돌파했다. 특히 영업이익은 4조6218억원을 내 전년 2조8443억원에 비해 대폭 늘었다.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계속 올라가고 있고, 반대로 차입금 의존도는 낮아지고 있다. 2014년 이후 포스코가 주력한 재무구조 개선이 효과를 얻고 있다는 해석이 가능하다. 국내외를 가리지 않고 부실 계열사를 매각 또는 합병했다. 문어발식 팽창 정책을 철회하고 포스코가 잘하는 영역에 집중하는 포지셔닝을 취한 결과다. IBK기업은행 김대성 애널리스트는 “주력 기업 포스코의 높은 재무 안정성과 뛰어난 경쟁력, 주요 계열사들의 현금 창출력을 감안하면 철강업의 경기변동성을 고려하더라도 지금 수준의 재무구조 유지는 가능하다”고 분석했다.

최 내정자 앞에 놓인 험난한 대외환경


▎포스코는 스마트 인더스트리를 선도하는 기업으로서의 체질 개선을 꿈꾼다. / 사진:포스코
철강산업은 본질적으로 변동성이 높다. 아무리 양질의 철을 만들어도 구매처가 없으면 공급과잉의 덫에 빠진다. 포스코 앞에 놓인 대내적 불안요소는 경쟁사라 할 현대제철의 일관 제철소 완성이다. 아직은 생산량에서 절반 수준이라지만 현대제철의 추격으로 포스코의 독점적 시장지위가 약화되는 것은 기정사실이다. 철강의 핵심 판매처라 할 전방산업(조선, 자동차, 건설 등 최종소비자가 주로 접하는 업종)이 국내 외에 걸쳐 수요가 둔화된 경제상황도 악재다.

글로벌 시장은 2016~2017년 중국 정부가 주도한 철강업종 구조조정의 반사효과를 봤다. 철강 과잉생산을 차단하기 위한 중국의 조치였다. 실제 중국은 2017년 수출량을 전년보다 3330만t 줄였다. 내수시장이 좋아지자 중국은 굳이 철강을 밀어내기식으로 수출할 이유가 없어졌다. 중국은 올해도 연 3000만t 규모의 설비 폐쇄와 M&A(인수합병)를 통한 기업 통폐합 등으로 철강업 구조조정을 계속할 전망이다. 그러나 중국의 상황이 포스코에 계속 유리할 수는 없다.

언제든 중국발 공급과잉은 재개될 수 있다. 이러면 가격경쟁력에서 포스코가 부담을 느낄 수밖에 없다. 또 포스코의 장점인 품질력도 중국이 많이 추격한 상태다. 더욱 우려스러운 점은 중국의 철강수요 감소 가능성이다. 중국도 환경문제를 점점 중시하고 있다. 중국 정부가 환경정책을 강화하면 철강업은 직격탄을 맞을 수밖에 없다. 중국 경제구조가 서비스, IT 위주로 재편되고 있는 것도 철강에는 호재가 아니다.

포스코는 중국뿐 아니라 세계 곳곳에 사업장을 두고 있다. 포스코의 사업보고서에 드러나듯 브라질 등 해외 일부 사업장의 적자폭이 상당하다. 글로벌 경기 둔화 흐름에서 미국 트럼프 정부의 보호무역주의 정책 장벽도 포스코를 긴장시킬 만한 요인이다.

포스코의 매출액 대비 영업이익률은 2017년 7.6%였다. 쉽게 말해 100원짜리를 팔아서 7.6원을 남겼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이 정도면 아주 탁월하지 않아도 평균 이상”으로 받아들여진다. 올 1분기 포스코의 영업이익률은 9.4%까지 올라갔다. 신용평가기관인 S&P와 한국기업평가, 한국신용평가는 포스코의 영업이익률 전망치를 높였다. 무디스는 포스코의 신용등급을 올렸다. 관건은 외부변수가 없어야 포스코의 이런 상승세가 유지될 수 있다는 점이다.

국내 최대 종합상사인 포스코대우와 시공능력 평가 순위 5위인 포스코건설을 계열사로 거느리고 있지만 핵심은 철강업이다. 다변화되지 않은 사업 포트폴리오 때문에 업황 둔화시 이익이 크게 감소될 우려가 잠복해 있는 셈이다. 내실 다지기에 중점을 뒀던 포스코의 보수적 기업문화는 장점이자 약점인 것이다.

포스코 혁신의 ‘해답’을 찾아서


▎포스코의 장점은 기술력에 근거한 시장지배력이다. 그러나 철강업은 대외환경의 영향을 많이 받는다.
포스코는 2017년 큰 틀에서의 구조조정을 마무리했다. 이는 곧 최정우 체제에서 포스코의 투자가 확대될 것을 예고한다. 포스코는 4월 1일 창립 50주년을 맞아 포스텍체육관에서 ‘미래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글로벌 100년 기업을 향한 비전 발표 자리였다.

이 자리에서 포스코가 공개한 청사진은 최 내정자의 책무로 다가온다. 이익의 80%가량을 철강 및 관련 분야에서 거둬들이는 현재의 수익구조를 탈피해 철강-인프라(무역, 건설, 에너지, 정보통신기술)-신성장(에너지 저장 소재, 경량 소재) 등 3대 핵심 사업군에서 4:4:2의 비율로 수익을 내겠다는 방향성을 잡았다. 창립 100주년이 되는 2068년 매출 500조원, 영업이익 70조원의 회사로 성장하는 것이 목표다.

요즘 포스코에서 가장 자주 듣는 단어가 ‘스마타이제이션(Smartization, 스마트화)’이다. 스마트 팩토리, 스마트 빌딩 앤 시티, 스마트 에너지 등 최적의 효율성과 안전성을 지향하고 있다. 실제 생산공정 과정에서 세계 최초의 인공지능 제철소를 실험하고 있다.


▎포스코 최정우 회장 내정자(오른쪽)가 포스코켐텍 사장 시절이었던 올 2월 27일 세종시 전의산업단지 내 음극소재사업소를 둘러보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스마트 인더스트리와 더불어 포스코가 겨냥한 미래 먹거리 사업은 소재 분야다. 특히 에너지 소재인 리튬의 사업화를 위한 기술 개발에 사활을 걸고 있다. 최 내정자가 사장을 맡았던 포스코켐텍은 2차전지 필수 재료인 리튬 소재 음극재 제조업에 진출했다.

포스코는 지난 3월 삼성SDI와 합작해 세계 최대 리튬 생산국인 칠레와 양극재 공장건설 계약을 체결했다. 포스코는 양극재 사업에 4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미 리튬 제조와 관련해 포스코는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광양에 2500t 규모의 리튬 추출 기술 상용화 설비를 2017년 완공했다.

포스코는 숙명적으로 철강업의 경쟁력 강화와 신사업 중 어디에 무게중심을 둘지를 정해야 한다. 역사적으로 포스코는 업종 다각화를 추진해 왔다. 문제는 성과를 낸 신사업이 거의 없었다는 것이다. 정준양 전 회장 때에는 문어발식 계열사 확장정책을 펴다가 큰 위기를 맞기도 했다. 포스코는 언뜻 주인 없는 회사처럼 비쳐지지만 알고 보면 회장의 권한이 막강하다.

이런 맥락에서 최 내정자 임명 과정을 두고 정치권의 우려가 끊이지 않았다. 민주당 원내부대표인 권칠승 의원은 “(포스코 CEO 선임에) 1대주주인 국민연금이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며 ‘스튜어드십 코드’ 도입을 주장했다. 전임자의 과오를 후임자가 은폐·엄호할 수도 있는 시스템을 더 이상 간과할 수 없다는 의미다.

민주당 포항시장 후보였던 허대만 전 행정안전부 정책보좌관은 “포항 지역은 지켜보는 분위기다. 그동안 정권 입맛에 맞는 사람이 포스코 회장으로 왔었다. 우리 마음에 드는 사람이 아니라도 간섭하지 않는 것이 포스코가 정상화되는 길”이라고 말했다. 결국 최 내정자가 이런 우려와 기대의 시선을 돌파할 궁극의 수단은 실적이다.

“6·25 전쟁 때 최전선의 많은 장교들이 죽어 있는데 대부분 총알을 등 뒤에 맞은 것을 발견했다. 적이 어디 있는지 모르고 도주하다 맞은 것이다. 그때 깨달은 바가 컸다. 무슨 일이든 정면으로 맞서 최선을 다해야 한다는 생각을 그 후로 어긴 적이 없다.” 조정래 대하소설 [한강]에 나오는 박태준 명예회장의 말이다.

과거 50년 동안 포스코는 제철보국(製鐵保國)이라는 민족중흥의 역사적 사명을 충실히 수행했다. 이제 100년 기업으로 향하는 포스코의 큰 걸음을 앞두고, 최 내정자는 시대정신을 어떻게 읽어낼까.

-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201808호 (2018.07.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