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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메스 끝에서 펼쳐지는 희비극 

 

문상덕 기자

1651년 4월 5일, 암스테르담의 대장장이 얀 더 도트는 아랫배에서 올라오는 통증을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방광결석 때문이었다. 한 외과의사로부터 결석 제거술을 두 번이나 받았지만 실패한 터다. 결국 더 도트는 칼을 쥐고 음낭과 항문 사이를 직접 절개했다. 그리고 달걀보다 큰 돌을 꺼냈다.

당대 결석 제거술은 더 도트의 모험과 큰 차이가 없었다. 그래서 사망률이 40%에 달했다고 한다. 그런데도 수많은 사람이 외과의를 찾았던 것은 시대 배경과 무관치 않다. 방광결석은 세균 감염으로 발생한다. 방광에 출혈이 일어나면 고름이 생기고, 침전물이 쌓이게 되는 것이다. 물을 자주 마셔 침전물을 자주 배출해내야 결석으로 커지지 않는다. 그러나 당시 암스테르담의 운하는 ‘소똥 가득한 시커먼 배수로’에 가까웠다. 상수도의 미비가 방광결석이 만연하게 된 배경이었던 것이다.

이후의 외과 수술은 ‘응전’의 역사를 써내려 갔다. 절개 범위를 줄여나가다가 19세기에는 수술 없이 결석을 제거하는 데까지 발전했다. 현대인은 더 이상 방광결석으로 목숨의 위협을 느끼지 않는다. 외과 수술의 역사가 시대적 도전에 직면해 인간의 고통을 줄이기 위해 분투해 온 기록임을 보여주는 사례다. 네덜란드 현직 외과 전문의인 저자는 이 밖에 인류 역사에 결정적인 영향력을 발휘했던 수술 28장면을 엮어냈다.

역사 자료와 인터뷰, 언론 보도, 그리고 해당 인물의 전기까지 꼼꼼히 참조한 덕분에 외과 의사들의 분투가 속도감 있게 그려졌다. 수술 장면은 영상을 보는 것처럼 생생하고, 몇몇 장은 추리소설을 연상시킬 정도로 서스펜스가 느껴진다. 장르적 재미에서도, 스토리텔링에서도 손색이 없는 책이다.

- 문상덕 기자

201810호 (2018.09.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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