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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의도에서 만난 사람]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의 ‘보수가 보는 북한’ 

“文 정부와 민주당은 보수고립 전략 걷어내야”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보수진영도 ‘수령제’ 활용해 비핵화 추구하는 대북 현실주의 정치로 전환해야…“김정은, 돈에 환장했다” 발언은 북한에 무조건 주지만 말고 협상하라는 의미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보수가 수용 가능한 새로운 북한 프레임을 제시하고 있다. 비핵화에 관한 한 보수가 미국에 목소리를 낼 공간이 존재하고, 문재인 정부는 그런 보수를 포용하라는 주문이다.
영화 [불한당]에 나오는 설경구의 유명한 대사가 있다. “사람을 믿지 말고, 상황을 믿어라.” 하태경(50) 바른미래당 최고위원의 ‘북한 프레임’이 그렇다. 86학번인 그는 대학 때 북한을 추종했다. 전국대학생대표자협의회(전대협) 조국통일위원회 간부를 맡다가 감옥까지 갔다 왔다. 그러더니 북한정권 타도를 외쳤다. 공부하러 갔던 중국에서 탈북자의 참상을 목격하고, 수령 독재체제의 현실을 직시한 뒤였다. 대기업(SK텔레콤) 연구원으로 일했지만 오래 다니지 않았다. 미국에 건너갔고, 국무부 지원금을 받아 라디오 방송국을 만들었다. 2005년 12월 8일 ‘열린 북한방송’을 개국했다. 닫힌 사회인 북한의 실상을 내부자의 목소리로 듣는 채널이었다. 북한 인권 개선은 그의 소명처럼 여겨졌다.

이랬던 하 의원이 ‘보수의 새로운 북한관 정립’을 말하고 있다. “비핵화를 이루고 나서 수령 체제는 그 다음에 생각하자.” “보수는 대북 이념정치를 끝내고 대북 현실주의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수령자본주의를 보수가 잘 활용해야 한다” 등의 발언이 그 증거다.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 방향에 큰 틀에선 동의하되, 속도와 원칙에서 이의를 제기하는 자세를 취하고 있다.

10월 14일 여의도 국회 의원회관에서 진행된 [월간중앙]과의 인터뷰에서 하 의원은 “북한의 진정성을 믿는다”고 했다. 다만 그것은 김정은을 믿는 것이 아니라 북한이 처한 상황의 팩트를 종합해서 내린 결론에 가깝다. 그런 판단능력이 진영논리에 입각한 신념에 매몰되지 않고, 대중정치가로서 그를 지금까지 생존 가능케 한 동력일 것이다.

“미국은 천천히 가려는데 문제는 한국”


▎10월 7일 방북을 마치고 그날 저녁 바로 한국에 온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오른쪽)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맞이하고 있다. 폼페이오 장관은 한국이 군축·경제제재 완화에서 미국보다 앞서나가고 있다는 불만을 제기한 바 있다. / 사진:연합뉴스
북한 비핵화와 관련해 남·북·미 간 협상 진행 상황과 속도는 어떻게 보고 있나?

“비핵화 방식에서 이견을 좁히는 ‘밀당’ 단계라고 생각한다. 핵심 쟁점은 크게 두 가지인데, (북한의) 비핵화 신고에 대한 신뢰의 문제, 비핵화에 대한 (미국이 제공할) 대가의 문제라고 생각한다.”

협상 속도가 9·19 평양 공동선언 당시의 기대만큼은 아니다. 두 번째 북·미 정상회담이 11월 6일(한국시간) 미국 중간선거 이후에 열리니 김정은의 연내 서울 답방도 늦어지지 않겠나?

“내가 보기에 미국은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생각으로 굳어진 것 같다. 미국으로선 결정적인 안보 위협이 줄어든 느낌이다. 한국의 보수도 그렇지만 북한에 대한 불신이 미국 주류에선 여전히 존재하고 있다. 미국의 여론을 바꿔가면서 하려다 보니까 ‘빨리 하는 것은 오히려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우려가 (트럼프 행정부 안에) 있는 것이다. 그래서 미국이 천천히 가는데 문제는 한국이다. 한국이 급하게 나가고 있기 때문에 한국과 미국 간 갈등이 발생하고 있는 듯하다.”

다가올 중간선거에서 트럼프가 원하는 결과를 이끌어내지 못하면 북한 이슈가 부정적으로 변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한국 정부가 미국 중간선거 전에 진전시켜 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됐다. 문제는 미국 공화당이 중간선거에서 지면 트럼프의 핵심 동력이 줄어들 수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탄핵으로 정권이 바뀌면 모를까, 의회로 무게중심이 조금 옮겨가는 것 자체가 결정적 변화는 아닐 것이다. 우리나라 정치 상황만 봐도 보수가 집권했을 때 여당 내 모두가 정권에 우호적인 것은 아니었다. 그 안에 견제세력이 존재했다. 미국 정치도 마찬가지다. 트럼프의 공화당이 이겨서 다수당을 유지해도 의회가 고분고분하지 않을 것이라는 생각이 든다.”

트럼프의 (사업가적) 캐릭터 덕분에 북·미관계가 급진전됐다는 견해도 있다.

“트럼프가 아니었어도 (북한의 변화가 모멘텀이었기에) 이렇게 됐을 것이다. 오바마였다면 더 빨랐을 수도 있다. 미국 내 반(反)트럼프 세력이 있기 때문에 비핵화 논의가 오히려 더 느려졌다고 생각한다.”

핵도 핵이지만 미국은 ICBM(대륙간탄도미사일)에 대해 짚고 넘어가려고 할 텐데?

“이 부분은 북한이 동창리 폐쇄로 보여줬다. 동창리는 ICBM도 쏘지만 위성도 쏠 수가 있다. 사실 평화적으로 이용하면 굳이 없앨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신뢰가 떨어질 수 있기 때문에 미국을 믿게 하기 위해 위성까지 포기한 것이다.”

북한의 결정에 진정성이 있다고 보는 것인가?

“아무래도 경제발전을 최우선으로 하기 때문에 이번엔 믿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김정은 위원장으로선 CVID(Complete Verifiable Irreversible Denuclearization: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며 불가역적인 비핵화)를 하면 원하는 바를 얻을 수 있겠지만 체제 불안을 감당해야 하지 않을까?

“김정은에게 중요한 것은 수령의 권위를 유지하는 것이다. 비핵화를 위해 수령체제를 인정해 줘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의가 있다. 보수세력의 불만은 북한 수령체제를 믿을 수 없다는 점이다. 비핵화 과정에서 수령의 권위가 약화된다면 주저하겠으나 그 과정에서 수령체제가 오히려 강화될 수 있다면 비핵화의 폭이 커질 수 있다. 이에 대해 보수의 고민이 필요하다. 6·12 싱가포르 북·미 정상회담에서 북한과 미국 사이에 대등한 모습이 자주 연출됐다. 이는 북한이 (내부에) 선전할 수 있는 포인트다. 이런 부분에서 (김정은의) 권위를 인정해 주자는 것이다. 싱가포르회담 선언문 내용을 합의하기도 전에 노동신문에 미리 나왔다. 그래서 미국이 넘어갔다고 공격하는데 미국 입장에선 북한엔 체면만 살려 주고 실속은 챙겼다. 이런 지점을 한국 보수들이 견디기 어려워한다. 비핵화를 이루고 나서 수령체제는 그 다음에 생각하자는 통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강경화 장관과 이해찬 대표의 오판


▎이해찬 민주당 대표(왼쪽)가 10월 5일 평양 인민문화궁전에서 김영남 북한 최고인민회의 상임위원장과 회동했다. “남북교류 잘하려면 민주당이 정권을 계속 잡아야 한다”는 이 대표의 발언에 대해 하 의원은 남남갈등을 유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 사진:공동취재단
트럼프 대통령은 “미국의 승인 없이 한국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고 세 번이나 반복했다.

“트럼프가 국내 정치를 위해 말폭탄을 터뜨린 측면이 있다. 외교적으로 짚고 넘어가야 한다. 이런 것들을 방치하면 선례가 돼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외교적 주권과 자존심을 내려놓은 모습으로 보일 수 있다. 우리 정부가 오해라고 대신 변명하는데 국민들은 속상할 일이다. 자유한국당은 미국을 두둔하는 입장이니 비판이 쉽지 않고, 민주당도 언급이 쉽지 않았을 것이다.”

강경화 외교부 장관의 5·24조치(북한의 천안함 피격에 대응한 한국 정부의 대북경제제재) 해제 발언은 어떻게 보나?

“미국에서 트럼프 지지율이 떨어지면 비핵화 동력이 약해지니까 비핵화 속도를 높여야 한다는 걱정이 문재인 정부 내에 있는 것 같다. 그래서 조기에 성과를 내려고 노력하는 모습들이 보이는데 미국을 압박하는 것이다. 유엔의 대북제재는 한국이 좌우할 수 없으니 ‘한국의 제재 범위 안에서 해제 움직임을 높여 달라’는 의견이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트럼프는 중간선거를 앞두고 미국 내부 여론을 무시할 수 없다. 제재가 풀리기 더 어렵게 한 악수(惡手)였다.”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관점에서 협상의 이상적인 방향을 제시한다면?

“한국 정부가 한계를 인정했으면 좋겠다. 핵문제의 결자해지 당사자는 북한과 미국이다. 그런데 한국이 리드를 하려다 보니 잘 안 되는 것 같다. 불안한 마음은 이해되지만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오히려 한국 내부의 보수 세력들에 시간을 투자해야 한다. 한국의 보수층이 미국 내 반대 여론에 대해 긍정적 역할을 할 수 있다는 것을 기대해야 한다. 한국이 너무 앞서가니까 미국 내에서도 반발이 커지는 상황이다.”

보수층의 이해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조건이라는 얘기인가?

“문재인 정부는 보수층을 고립시키는 전략을 쓰고 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가 평양에 가서 남북 교류를 잘하려면 우리가 정권을 계속 잡아야 한다고 발언했다. 솔직히 말해서 한국은 정권이 바뀔 수 있고 야당이 정권을 잡아도 대화가 이어지게 해야 한다는 식으로 설득해야 북한이 더 신뢰할 텐데 말이다. 남북이 단합해서 보수 궤멸 프로젝트를 한다는, 그런 선동의 느낌이 강하다. 국민통합이 아니라 좌우갈등을 심화시키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이건 북한에도 손해다.”

보수 안에도 개혁보수와 반공보수가 있을 텐데, 정권이 이를 구분하는 것 같나?

“보수진영은 옛날에도 (북한과) 잘해 보려고 하다가 엎어진 적이 많아서 믿을 수 없기 때문이다. 보수도 북한과 대화하려고 노력해야 한다. 지금은 대화 자체를 반대하는 기조다. 보수는 대북 이념정치를 끝내고 대북 현실주의정치를 추구해야 한다. (김정은 체제는) 없앨 수 없는 세력이기에 리얼리즘 정치로 나아가야 한다. 이해찬 대표가 보수 궤멸을 얘기하듯이 보수 일각에서 북한 궤멸론이 존재한다. 이것부터 포기해야 한다.“

“보수도 북한 궤멸론 포기해야”


▎미국이 북한과 대화하는 현실을 반공(反共)성향 보수층은 받아들이기 어렵다. 그러나 북한을 협상 파트너로 인정하지 않는 세력은 고립을 자초할 수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다.
판문점 선언만 해도 북한이 반(反)국가단체인데 비준을 어떻게 하냐는 시각이 있다.

“반군하고도 대화하잖나? 국가로 인정하면 헌법에 저촉되니까 인정하지 않더라도 실존하는 하나의 정부이기 때문에 보수도 인정해야 한다. 이것을 안 하면 보수의 고립을 자초하는 꼴이다.”

“내가 바뀐 게 아니라 김정은이 바뀐 것”이라고 말한 적이 있다. 북한에 대한 판단 기준을 어떻게 설정하고 있는가?

“북한 내부 상황을 알리는 언론사 경험을 통해 ‘북한에 전환이 이미 일어났다’는 것을 느꼈다. 북한 정권이 박정희 정권 정도만 되면 대북 노선을 바꿀 수 있다고 했다. 실제 거의 박정희 버전, 덩샤오핑 노선으로 바뀌었고 그 시점부터 6~7년 정도가 지났다. 지금 북한은 오히려 우리보다 더 자본중심적이다. 북한은 인권보다도 돈을 강조하는 물질만능주의 사회다. 천민자본주의, 초기자본주의 사회다. 과거 엄격한 집단주의 사회체제에서 자본만능사회로 바뀐 것이다. 이러다가 장기적으로 인권, 민주주의 개념도 들어갈 것이다. 나같이 인권운동을 했던 사람들에게 유리한 상황이 된 것이다.”

자본과 함께 다른 것들이 스며드는 현상을 김정은은 모를까?

“김정은도 알 것이다. 알아도 어쩔 수 없다. 물론 지금도 막으려고 한다. 한국 비디오나 영상을 보면 여전히 강한 처벌을 한다. 자본 개방과 교류가 확산될수록 북한 내부 통제는 더 강화될 것이다. 그렇다고 해도 한국 가수의 공연을 TV가 방송하지 않았어도 USB로 다음날 (북한에) 다 퍼진다고 한다.”

‘수령자본주의’라는 용어 자체가 모순적인 것 아닌가?

“수령자본주의를 하다가 나중에 민주적 자본주의로 가는데 그 속도는 아무도 모른다. 최근 전 세계에서 권위주의적 리더십이 강화되고 있다. 시진핑이나 푸틴도 그렇고. 이런 추세에선 북한 체제가 어느 정도 지속될 수 있다. 미래를 걱정해서 지금 아무것도 안 하고 있을 수는 없다. 안 해서 터지기보다는 해서 자기가 인정받는 쪽이 훨씬 정권 붕괴 위험을 줄일 수 있다는 생각인 것 같다.”

북한인권 문제는 후순위로 가는 것인가?

“북한인권 개선 운동을 하는 사람은 비핵화와 평화의 진행을 환영하고 도와줘야 한다. 인권운동을 위해 유리한 환경이기 때문이다. 과거엔 김정은이 변화하지 않을 거라고 보고 타도하자 했었는데 지금은 북한이 개방도 하고, 유엔 인권위에 보고도 하는 상황이라 조금씩 개선한다. 예를 들어 공개처형이 줄었다. 교화소 내 구타가 많이 줄었다. 앞으로 자본이 들어갈수록 더 많이 눈치를 볼 것이다. 실질적 개선 단계로 진입한 상황에서 북한인권 문제의 우선순위에 대한 고민이 있다. 북한 민주화운동을 하는 NGO(비정부기구)는 더욱 강력한 요구를 할 수 있는데 정치인 입장에선 실현 가능한 것부터 점진적으로 개선해 나가는 것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이 말을 듣고 보수진영 일각에서 하 의원에게 실망할 수도 있겠다.

“민주주의와 인권을 강조하는 것은 변함 없다. (김정은을 바라보는 시각의 변화는) 한국사회가 그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것이다. 김정은이 그만큼 빠르게 바뀌어서 거의 글로벌 스타 정치인이 된 상황이다. 한반도에서 배출한 정치인 중 가장 유명하지 않겠나.”(웃음)

북한은 마피아 집단의 속성도 있다.

“수령을 중심으로 1인 지배체제가 유지되니까 보스 중심 권력관계가 형성되는 것이다. 사실 김정은이라서 비핵화도 안정적일 수 있다. 북한이 민주화됐으면 오히려 비핵화가 더 어려웠을 수 있다. 사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핵 개발을 추진할 때 국민들이 얼마나 열광했었나. 핵보유 정당과 비핵화 정당이 있다면 전자의 집권 가능성이 매우 높을 것이다. 핵 민족주의 정서가 강한 상황이다. 그러나 지금 북한은 경제발전을 해야 하니까 비핵화를 수령의 판단 하에서 (내부 의견수렴 절차 없이) 진행할 수 있다. 이런 수령체제를 보수가 잘 활용해야 한다.”

우리도 진영에 따라 북한에 대해 편집해서 해석하는 느낌이다.

“언론이 중요한 것 같다. 북한 정권만 말고, 그 사회에 대한 내용들도 같이 다루는 심층취재를 위해 노력하면 좋겠다. 교육 현장이나 보수진영에서도 ‘북한바로알기운동’이 다시 일어나면 좋겠다. 제대로 보는 것, 이것이 보수를 혁신하는 방법이 아닐까 한다.”

“평화조급증 빠지면 국가 자존심 잃는다”


▎하태경 의원은 서울대 재학 시절 강성 NL(주사파) 운동권이었다. 북한 민주화운동을 할 땐 ‘北정권 타도’를 외쳤다. 지금은 북한을 활용하자는 쪽이다. 다만 “평화조급증에 빠져 국가의 자존심을 잃어선 안 된다”는 전제를 달았다.
바른미래당 안에서부터 ‘원 보이스(one voice)’에 대한 의구심이 있다.

“대부분의 당이 (의원 모두가 일치된 목소리를 내기 어려운)비슷한 상황이다. (다만 바른미래당은) 지금 깨지냐 안 깨지냐의 문제니까 (더 어렵다).”

북한의 경제발전 방향을 놓고, 베트남식·중국식 모델이 거론되지만 비관적인 뉘앙스도 존재한다. 그쪽으로 가긴 가겠지만 쉽지 않을 것이란 의견도 있다.

“베트남, 중국 다 오래 걸렸다. 수령체제는 유지하고 싶으니까 북한도 그럴 것이다. 그러려면 강력한 정보통제에 측근 관리가 필요하다. (저항하는) 사람들도 많이 죽는다. 그런데 실제로 배급제 사회주의가 무너진 것은 이미 1990년대다. 그때부터 사회주의가 붕괴된 것이다. 김정은이 들어서면서 제도적으로 (필연적인 친자본주의 노선으로) 가고 있다.”

“김정은이 돈에 환장했다”는 발언은 어떤 맥락이었나?

“북한은 경제발전을 우선하니까 우리가 얻을 것은 얻어야 한다는 생각이다. 5·24제재 해제를 북한과 협상할 때, 연평도 포격 사건을 사과하라는 것이다. 그러면 한국 내 여론도 많이 달라질 것이고 인도적 지원에 대한 반발도 줄어들 것이다. 천안함 사건도 북한은 계속 부정해 왔는데 지금 북한이 조급해 하니까 (이런 사태에 관한 사과를 고리로 삼아서) 빨리 협상의 추를 우리 쪽으로 옮기자는 것이다. 그런데 지금 보면 북한에서 해달라는 것을 대부분 해주기만 하는 느낌이다. 이러면 (우리 안에서) 찬반을 놓고 갈등이 심화된다. 그러면 동력이 떨어진다. 천천히 가도 보수층을 설득하는 것이 결과적으로 빠른 길이다. 지금 김정은이 자존심을 내려놓는 상황인데, 우리가 ‘잘못한 것들 반성하고, NLL(북방한계선) 인정해라’ 그러면 여론이 확 바뀔 것이다.”

남북경협은 서로 편익이 있지만 현실적으로 미국의 동의가 필요할 것이다. 이것이 안 받아들여지면 한국 내 반미(反美)정서로 확대될 가능성은 어떻게 보는가?

“성급하게 얘기할 단계가 아닌 것 같다. 2차 북·미 정상회담이 끝난 뒤에나 얘기할 수 있을 것이다. 아직은 미국이 아니라, 북한의 핵 신고가 평화를 막는 걸림돌로 여겨지니까.”

일각에선 미국이 너무 양보를 안 한다는 얘기도 있다.

“지금도 인도적 지원은 허용되니까 대북제재가 풀리기 전에 교류 확대와 인도적 지원에 집중할 수 있다.”

개성공단 문제를 어떻게 생각하는가?

“국제사회의 제재가 먼저 풀려야 가능한 부분이다. 금강산 관광은 (박왕자씨 사망에 대해) 북한의 사과를 분명히 받아 내야 한다. 이런 부분이 나와 문재인 정부의 다른 점이다. 평화조급증에 빠지게 되면 자존심을 잃는 것이다. 개성공단은 초기에 북한 노동자 임금이 20만원대였는데 지금은 많이 올라갔다고 들었다. 중소기업에 비해 대기업의 메리트가 더 많다. 하나 해보고 잘되면 투자할 것이다.”

- 글 김영준 월간중앙 기자 kim.youngjoon1@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eon.minkyu@joongang.co.kr / 녹취정리·이유림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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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11호 (2018.10.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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