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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콘셉트 마케팅의 시대 고전(古典)에서 답을 찾다 

 

이유림 인턴기자

노포(老鋪)가 가득했던 서울 을지로 일대에 20대가 몰린다. ‘콘셉트’ 덕이다. 기존 상업지역에서는 찾아볼 수 없는 예스러움과 고즈넉함이 새로운 미감의 원천이 됐다. 이렇게 소비자는 이제 제품의 기능에 만족하지 않고 소비를 통해 얻는 정신적 효용을 기대한다. 소비자를 매료시키는 콘셉트를 어떻게 구상하고 실체화할 수 있을까.

저자는 제일기획·LG전자 등 내로라하는 기업에서 쌓은 마케팅 실무를 이끈 전문가다. 그래서 방법론도 체계적이고 구체적이다. 하나의 콘셉트를 구현하기 위해 다양한 재료를 차근히 쌓아올린다. 집을 짓는 일과 다르지 않다는 이유로 저자는 이 과정을 ‘콘셉트 빌딩(Concept Building)’이라고 표현한다.

콘셉트를 ‘건축’하는 과정에선 제품을 통해 구현하고자 하는 가치를 먼저 정한 후에 제품을 설계해 나간다. 제품을 만들고 나서 그에 맞는 콘셉트를 꾸역꾸역 밀어 넣는 과정과 정반대다.

콘셉트를 쌓아올리는 재료는 거창하거나 새롭지 않다. 오히려 너무 많이 들어서 활자만으로도 친숙한 ‘고전’에 기댄다. 저자는 “혁신은 역설적으로 고전에서 찾는 것이 더 혁신적”이라고 강조한다. 권위나 상식에 의존하지 않고 자신만의 생각을 전개해 당대의 패러다임을 바꾼 아이디어가 바로 고전에 담겨 있다는 것이다.

독자의 이해를 돕기 위해 고전의 언어를 쉽고 구체적인 표현으로 번역한 점도 눈에 띈다. 가령 [논어]의 서(恕)를 ‘같은(如) 마음(心)’으로 해석한 뒤 이를 ‘공감’이라고 정의한다. 이를 바탕으로 콘셉트 빌딩의 첫 단계인 ‘관찰’을 설명하고 있다. 마케팅에서 인문학의 빈곤을 느끼는 독자에게 단비가 돼줄 책이다.

- 이유림 인턴기자

201901호 (2018.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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