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이케다 다이사쿠 칼럼] 여성 임파워먼트에 관한 제언(提言) 

“인간이 괴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법률은 없어”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양성평등과 종교에 관한 세계적 플랫폼 개설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 지키기 위해 민중 연대 더욱 넓힌다


▎2017년 3월 뉴욕 유엔본부에서 열린 제61회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 사진:한국SGI
양성평등과 여성의 임파워먼트(empowerment)에 관한 제안입니다. 이 주제는 SDGs(지속가능개발목표,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의 목표 중 하나일 뿐 아니라 다른 모든 목표를 크게 추진하는 데 반드시 필요한 ‘SDGs의 기축(基軸)’이기도 합니다.

유엔에서 이 과제를 실행하는 유엔 여성기구(UN Women)의 음람보 응쿠카 사무총장은 2018년 10월 유엔안전보장이사회가 개최한 ‘여성과 평화·안전보장’을 둘러싼 토론에서 이렇게 강조했습니다.

“‘여성과 평화·안전보장’ 의제는 국제적인 정책 결정에서 그 발자취를 계속 넓혀 바야흐로 지구적 문제를 말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요소가 됐습니다.”

사실 핵무기금지조약 전문도 양성평등을 지속가능한 평화를 구축하는데 반드시 필요한 요소로 보고 핵군축에 관여하는 여성의 지원과 강화를 주장하고 있습니다.

2000년 유엔 안보리가 채택한 ‘결의안 1325호’를 계기로 분쟁 해결과 평화 구축 과정에서 여성 참여가 확대됐는데, 각국 안전보장정책의 전환으로 이어지는 군축 분야에도 그 중요성을 명기했습니다.

이러한 문제의식의 확대는 평화 분야에만 그치지 않습니다. 예를 들어 2015년에 협의한 ‘센다이 방재 프레임워크’에서는 평소 여성의 임파워먼트를 위해 힘쓰면 재해가 일어났을 때 사회의 회복탄력성(고난을 극복하는 힘)이 강화된다고 지적했습니다.

또 2018년 11월 독일에서 개최한 유엔 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3)에서 ‘양성평등 방안’을 정했듯이 온난화 방지 면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열쇠를 쥐고 있다는 사실은 국제사회의 공통 인식입니다.

그래서 저는 이러한 시대 변혁의 파동을 모든 분야로 넓히기 위해 유엔이 ‘여성 임파워먼트 국제 10년’을 제정해야 한다고 제안합니다. 구체적으로 유엔 안보리 ‘결의안 1325호’ 채택 20주년을 맞는 2020년부터 ‘여성 임파워먼트 국제 10년’을 시작해 SDGs의 목표 달성 기간인 2030년을 향해 여성 임파워먼트 추진과 더불어 SDGs 모든 목표의 수준을 끌어올려야 하지 않을까요.

여성 임파워먼트는 ‘가능하면 고려하겠다’는 선택사항이 되면 안 됩니다. 과제에 맞닥뜨린 사람들이 절실히 필요로 하는 사항입니다. 유엔 여성기구가 요르단 난민캠프에서 실시한 지원사업에서 의류 수선을 시작한 시리아 난민 여성이 이렇게 말했습니다.

“무기력함이 줄었습니다. 일을 하면서 자기 가치를 발견하고 내발적인 힘을 개화한 것 같습니다.”

또 탄자니아 난민캠프에서 도망친 한 부룬디 여성은 ‘아무것도 할 일이 없는 난민캠프에서는 앞이 보이지 않는 미래에 대한 걱정으로 몹시 불안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직업훈련에 참여하면서 불안이 줄어 언젠가 부룬디로 돌아가 제빵 기술로 생계를 꾸리고 아이들을 다시 학교에 보낼 수 있다는 꿈이 생겼습니다. 이처럼 여성 임파워먼트는 아무리 힘든 상황에서도 ‘살아갈 희망’을 되찾아 앞으로 나아가는 원동력이 됩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 세계를!


▎2017 성 평등 시범학교로 선정됐던 충북 북이초등학교 교사들이 토론하는 모습. / 사진:한국양성평등교육진흥원
우리 SGI도 ‘만인존엄’이라는 불법(佛法)사상을 바탕으로 여성 임파워먼트를 넓히기 위해 계속 활동하고 있습니다. 시민사회 측에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 활동을 지원하거나 SGI 대표가 유엔본부에서 실시하는 각종 회의에 참석하고 또 2011년부터는 다른 단체와 협력해 공식 관련 행사도 지속적으로 개최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유엔 인권이사회 기간에 맞춰 여성의 권리를 보호하기 위한 신앙과 문화의 역할 그리고 양성평등을 위한 비형식 교육을 주제로 관련 행사를 열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에 개최한 ‘유엔 여성지위위원회’는 양성평등과 종교에 관한 세계적인 플랫폼을 개설했습니다. 그 목적은 각자 신앙을 바탕으로 이야기하면서 여성의 인권과 공헌에 대한 사회의 인식을 개선하는 흐름을 만들어 지역을 비롯해 국가나 국제적인 양성평등에 관한 정책 수립과 법률 정비 등에 관한 규범을 만드는 데 기여하기 위해서입니다.

SGI도 이 플랫폼 활동에 적극 참여하고 다른 FBO와 힘을 합쳐 어려움에 맞닥뜨린 여성들에게 살아가는 힘의 원천이 되고 지구적인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아리아드네의 실’을 함께 만들어가고자 합니다. 그리고 시민사회의 목소리를 모아 ‘여성 임파워먼트 국제 10년’을 제정하기 위한 분위기를 띄워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누구도 소외시키지 않는다’는 비전은 세계의 절반을 차지하는 여성들이 인권과 존엄을 보장 받아 희망을 안고 살아갈 수 있는 사회를 구축하려는 도전 속에 힘차게 약동할 것입니다. 2030년을 목표로 하는 이 도전을 전망할 때 일찍이 로자 파크스 여사가 자신의 좌우명이라며 소개한 말이 떠오릅니다.

파크스 여사의 어머니가 말씀하신 “인간이 괴로움을 감수해야 한다는 법률은 없다”는 말입니다. 파크스 여사의 어머니도 차별과 계속 싸운 여성입니다. 이 절실한 마음이 바로 양성평등을 기축(基軸)으로 SDGs의 목표를 추진하기 위해 모든 차이를 뛰어넘어 다 같이 공유해야 할 정신이 아닐까요.

앞으로도 SGI는 한 사람 한 사람의 생명과 존엄을 지키는 일을 기반으로 지구적 과제를 해결하기 위한 민중의 연대를 더욱 넓히겠습니다.

※ 이케다 다이사쿠 - 1928년 1월 2일 도쿄 출생. 창가학회인터내셔널 회장. 창가대학·창가학원·민주음악협회·도쿄후지미술관·동양철학연구소 등 설립. 유엔평화상·한국화관문화훈장 외 24개국 29개 훈장, 세계계관시인 등 수상 다수. 전 세계 대학으로부터 385개의 명예박사·명예교수 칭호 수여. 토인비 박사와 대담집 [21세기를 여는 대화]를 비롯한 저서 다수.

201904호 (2019.03.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