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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건강] 여름철 자외선, 냉방병 대처법 

2~3시간마다 차단제 바르고 적정 실내 습도 60% 유지 

권선미·박정렬 중앙일보 기자 Kwon.sunmi@joongang.co.kr
햇빛 너무 피하면 비타민D 결핍으로 건강도 D 학점
3시간마다 한 번 이상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 공급


▎지난해 여름 강한 자외선을 동반한 불볕더위에 손과 가방으로 햇빛을 가리고 걸어가는 시민들. / 사진:연합뉴스
이글거리는 햇볕이 내리쬐는 폭염의 계절이다. 봄은 점점 짧아지고 그 자리를 여름 무더위가 차지했다. 벌써 30도를 오르내리며 여름나기가 만만치 않을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날이 더워지면 열을 발산하고자 땀을 많이 흘린다. 폭염에 오래 노출되면 체온 조절 한계점을 초과하면서 열 스트레스로 생명까지 위협받는다. 종일 쨍쨍 내리쬐는 햇볕에 피부 노화를 재촉하는 자외선도 강해진다.

여름은 태양 고도가 높아 해가 떠 있는 시간이 길다. 그만큼 자외선 노출량이 불어난다. 게다가 여름은 다른 계절보다 자외선 강도도 세다. 기상청에 따르면 본격적인 여름인 6~7월은 월평균 총 자외선 지수가 가장 높은 때다. 평균 자외선 지수가 ‘매우 높음’ 수준인 8을 넘는다. 외출 시간이 짧다고 무심코 나갔다가 자외선으로 피부·눈 건강을 위협할 수 있다. 그렇다고 마냥 피하기도 어렵다. 뼈를 구성하는 원료인 칼슘을 흡수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비타민D는 햇볕을 쫴야 몸속에서 만들어진다. 그뿐만이 아니다. 비타민D가 부족하면 면역력이 떨어져 각종 질병에 취약해진다. 잠을 깊이 자기도 힘들다. ‘비타민D에 소홀하면 건강도 D 학점’이라는 말도 있다.

아무리 좋은 햇볕도 여름엔 하루 41분 넘으면 위험


▎지난해 여름 찜통더위가 계속되자 평택보건소 관계자가 밭에서 일하는 농민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자외선은 어느 만큼 노출되느냐에 따라 건강에 미치는 영향이 다르다. 노출량이 너무 많아도 적어도 문제다. 그렇다면 우리 몸에 필요한 적정한 자외선 노출 시간은 얼마나 될까. 이와 관련해 최근 충남대 대기과학과 이윤곤 교수팀이 흥미로운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팀은 2016~2017년 서울의 기상 관측값을 바탕으로 자외선 복사에 대한 적정 노출 시간을 산출했다. 인체에 미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면서 자외선의 이로운 영향을 최대화할 수 있는 노출 시간을 계산한 것이다.

그 결과 계절별로 큰 차이를 보였다. 여름철(6~8월)에는 정오를 기준으로 하루 26~41분이 적정 노출 시간이다. 하루 26분가량 햇볕을 쬐면 필요한 비타민D를 합성하는 데 충분하다. 하지만 하루 41분을 넘으면 피부가 붉어지는 홍반 발생 위험이 커진다. 겨울철(12~2월)에는 적정 노출 시간이 1시간28분에서 2시간14분 사이로 3배 이상 늘어난다.

자외선으로 손상된 피부는 이전 건강한 피부로 완벽하게 되돌리기 어렵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연구팀에 따르면 하루 평균 5시간 이상 햇빛에 노출된 사람은 1~2시간 노출된 사람보다 피부 노화 위험도가 4.8배 이상 높았다. 게다가 자외선은 국제암연구소(IARC)가 분류한 1군 발암물질이다. 누구나 충분한 시간 동안 자외선에 노출되면 세포가 돌연변이를 일으켜 암이 생긴다. 최용범 건국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평소 꼼꼼한 자외선 차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하루 중 자외선의 양이 가장 많은 시간대는 오전 10시부터 오후 3시 사이다. 하루 동안의 자외선 중 80~90%가 이때 집중된다. 최소한 이 시간대에는 자외선 차단에 더 신경 써야 한다. 우선 피부를 지키려면 긴 옷을 입고 모자·양산을 쓰는 것이 좋다. 하지만 옷감의 소재나 조직의 성김 정도에 따라 자외선 차단 효과가 제각각이다. 폴리에스터·청 소재로 만든 옷은 차단율이 높지만 얇고 착용감이 가벼워 여름옷에 많이 쓰이는 면·리넨·마 소재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모자·양산도 얼굴을 가리는 정도일 뿐 자외선을 방어하는 데 한계가 있다.

이런 빈틈을 채우려면 자외선 차단제를 잊지 말아야 한다. 얼굴은 물론 팔·다리·목·귓등 등 햇빛에 노출되는 신체 부위를 중심으로 충분한 양을 발라야 자외선의 공격으로부터 피부를 보호할 수 있다. 자외선 차단제를 고를 때는 ▷사용 편의성 ▷자외선 차단력을 고려한다. 자외선 차단제는 지속력이 약하다. 물·땀 등에 잘 씻겨 사라진다. 이예진 강동경희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자외선 차단제를 아침에 충분히 발랐어도 차단 효과가 오후까지 남아있지 않다”고 지적했다. 따라서 아무리 차단력이 높은 제품이라도 수시로 덧바르지 않으면 소용이 없다. 가능한 2~3시간마다 덧바르는 것이 좋다.

일차적으로 사용 편의성을 고려해야 하는 배경이다. 크림·스틱·팩트 등 다양한 자외선 차단제 중 자신이 매일 자주 사용하기 편한 제품을 선택하는 것이 유리하다. 예컨대 집에서 일상적으로 사용할 때는 얼굴은 물론 팔·다리 등 넓은 부위를 골고루 펴 바르기 좋은 촉촉한 크림·로션 타입의 제품이 좋다. 외출할 때는 휴대성이 높고 코·이마 등을 간편하게 톡톡 두드려 덧바르는 팩트형이나 땀·물 등에 강한 스틱형, 광범위한 부위에 빠르게 사용하기 쉬운 스프레이형 등을 고려한다.

제품마다 장·단점도 있다. 크림·로션 타입은 들고 다니기 불편하다. 스틱형은 주름이 많은 피부에는 잘 발리지 않는다. 스프레이형은 충분한 양이 골고루 도포됐는지 확인이 어렵고, 흡입 등 안전성 문제로 얼굴은 사용을 피해야 한다. 팩트형은 보조용으로만 써야 한다. 실제 사용할 때 권장량에 비해 적은 양만 도포돼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진다.

자외선 차단력도 살핀다. 자외선 차단력은 자외선 종류에 따라 다르게 표시된다. 자외선A는 플러스(+)개수에 따라 3단계로, 자외선B는 1~50까지 숫자로 표기한다. 플러스가 많고 숫자가 클수록 자외선 차단 효과가 우수하다. 이은소 아주대병원 피부과 교수는 “자외선 차단 효과가 높다고 무조건 좋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자외선을 차단하는 효과는 차단력과 정비례하지 않는다. 실제 자외선 차단율이 96.6%인 SPF30과 SPF50(자외선 차단율 98%)의 자외선 차단율 차이는 2%도 나지 않는다. SPF50 이상인 제품은 자외선 차단 정도에 의미 있는 차이를 보이지 않아 식품의약품 안전처에서도 ‘SPF50+’로 표기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자외선은 백내장·황반변성 등 시력에도 악영향


야외 활동 시간이 길다면 선글라스도 챙겨야 한다. 여름철 강한 자외선은 피부뿐만 아니라 눈 건강에도 치명적이다. 눈은 우리 몸 장기 중에서 피부와 함께 외부에 직접 노출돼 있어 자외선 공격에 취약하다. 자외선은 눈의 가장 바깥쪽에 위치한 각막부터 수정체·망막 세포까지 침투한다. 눈의 각막 세포가 화상을 입거나 사물을 보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하는 시각 세포가 서서히 망가지면서 시력이 떨어진다. 이지혜 누네안과병원 각막센터 원장은 “자외선은 도심 유리창이나 바닷가의 물에 반사돼 눈의 시신경을 자극한다”고 말했다. 그 여파는 수십 년에 걸쳐 천천히 나타난다.

백내장·황반변성 같은 안과 질환을 앓을 가능성도 크다. 이를 뒷받침하는 연구도 있다. 을지대 안경광학과 이군자 교수팀이 2011년부터 2012년까지 국민건강영양조사 자료를 토대로 45세 이상 남녀 6219명을 분석한 결과 자외선 노출 시간에 비례해 황반변성 발생 위험이 커졌다.

선글라스를 고를 때 디자인만큼 자외선 차단 기능성을 살펴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다행히 요즘 출시되는 선글라스 제품은 대부분 자외선 차단 기능이 포함돼 있다. 제품을 살 때 UV400 표시가 있다면 더 확실하다. 이는 400㎚ 이하의 파장이 있는 자외선은 모두 차단한다는 의미다. 선글라스를 산 지 오래됐다면 가까운 안경원을 찾아 선글라스의 자외선 투과율을 측정·확인할 수 있다.

렌즈의 크기도 고려해야 한다. 선글라스 렌즈는 눈 주변을 충분히 가릴 수 있을 정도로 큰 것을 고른다. 렌즈가 넓어야 여러 각도에서 반사돼 눈으로 직접 들어오는 자외선의 양을 최소화할 수 있다. 렌즈의 투명도·색도 따져본다. 투명도는 자외선 차단과는 직접 관련이 없다. 하지만, 눈의 피로도를 줄여주고 사물 식별 정확도 등에 영향을 준다. 대개 색이 짙을수록 빛(가시광선) 투과율이 떨어져 눈부심이 적다. 역효과도 날 수 있다. 짙은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깜깜한 방에 들어갔을 때처럼 동공이 커진다. 그런데 자외선 차단 효과가 떨어지는 선글라스를 착용하면 이렇게 확장된 동공을 통해 더 많은 자외선이 눈으로 들어올 수 있다. 또 너무 짙으면 가구 등 주변의 장애물을 제대로 보지 못해 넘어져 다치기 쉽다.

렌즈의 투명도는 선글라스를 쓴 상태에서 거울을 봤을 때 눈의 형태가 보이는 정도가 적당하다. 색도 살펴야 한다. 눈의 부담이 적은 색은 갈색·회색·노란색 등이다. 갈색은 눈부심을 줄여주고 색 대비가 명확해 시야를 선명하게 해준다. 회색은 색의 왜곡 현상이 적어 자연에 가까운 색을 보여준다. 선글라스를 착용했을 때 색이 달라 보이지 않는다. 노란색은 망막에 초점이 맺히는 허용 범위를 넓혀주고 움직이는 사물을 뚜렷하게 포착할 수 있어 야간 운전을 할 때나 낚시를 할 때 착용하면 좋다.

선글라스도 수명이 있다. 시간이 지나면 선글라스의 렌즈 표면이 미세하게 갈라져 자외선 차단 기능이 떨어진다. 송상률 건양의대 김안과병원 각막센터 교수는 “렌즈 교체 없이 선글라스를 2년 이상 사용했다면 불량 선글라스나 마찬가지”라고 말했다. 사용한 지 오래됐다면 안경원에 방문해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율을 확인하는 것을 권한다. 선글라스 보관·관리에도 주의해야 한다. 선글라스의 자외선 차단 코팅은 열·습기에 매우 약하다. 한여름 자동차 내부 온도는 80도 이상 치솟는다. 열로 선글라스의 자외선 코팅막이 벗겨진다.

땀 안 나고 피부 뜨거우면 더 위험


여름철 반복되는 ‘열(熱)과의 전쟁’은 건강에 다양한 영향을 미친다. 고온으로 인한 일사병·열사병 등 온열 질환만 위험한 것이 아니다. 에어컨·선풍기 등 냉방기기의 과도한 사용이 부르는 ‘냉방병’도 현대인을 괴롭히는 ‘여름 병’으로 자리매김했다.

온열 질환은 고온에 노출돼 발생하는 열사병·열탈진·열경련 등 급성 질환을 말한다. 두통·어지러움·피로감 같은 증상이 나타나고 방치할 경우 의식불명으로 생명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질환이다. 질병관리본부에 따르면 지난해 온열 질환자는 4526명이 발생해 이 중 48명이 숨졌다. 야외에서 작업하다 온열 질환에 걸린 환자가 10명 중 3명(28.1%)으로 가장 많지만 집안(13.8%)이나 길가(13.4%)처럼 일상생활을 하던 중 쓰러진 환자도 적지 않다. 뙤약볕 아래에서 일하지 않아도 온열 질환에 걸릴 수 있다는 의미다.

온열 질환 중 가장 위험한 건 열사병이다. 우리 몸은 외부 온도가 높아지면 땀·호흡을 통해 열을 발산하는데, 고온에 장시간 노출되면 이런 기능이 고장 나 체온이 과도하게 상승하는 열사병으로 이어진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열사병은 쉽게 말해 과도한 더위에 몸의 체온조절 중추가 파업을 일으킨 상태”라며 “체온이 40도 이상 오르는데도 땀이 나지 않아 피부가 마르고 뜨거워진다”고 말했다. 급격한 체온 상승은 혈액 응고를 방해하고, 뇌 등 주요 장기를 망가뜨려 생명을 위협한다. 실제로 지난해 온열 질환으로 인한 사망자는 모두 열사병이 원인이었다.

열사병 환자는 초기 심한 두통과 어지럼증을 호소하다가 시간이 지나면 의식을 잃고 쓰러지거나 헛것을 보기도 한다. 이 경우 무엇보다 최대한 빨리 환자를 병원으로 이송해야 한다. 구급차가 오기까지 30도 정도의 미지근한 물을 몸에 끼얹거나, 선풍기를 이용해 체온을 39도 이하로 낮추는 응급처치를 시행한다. 정성필 강남세브란스병원 응급의학과 교수는 “의식이 없는 열사병 환자는 질식 위험이 있어 음료 등은 억지로 먹이지 않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무더운 날씨에 땀을 많이 흘리면 체내 수분·염분이 과하게 빠져나가 열탈진·열경련 등 온열 질환이 발생할 수 있다. 열탈진은 열사병과 증상은 비슷하지만 땀을 많이 흘리고, 피부가 차가우면서 체온이 크게 상승하지 않고 의식도 분명하다. 일반적으로 서늘한 곳에서 휴식을 취하면서 수분을 보충해주면 자연히 회복한다. 단, 1시간 이상 지나도 증상이 낫지 않으면 병원에서 수액을 맞아 부족한 수분·염분을 보충해주는 것이 좋다.

낮에 축구·마라톤 등 격렬한 운동을 하다 근육이 30초 이상 심하게 떨리면 열경련을 의심해야 한다. 조비룡 교수는 “경기 전이나 중간에 염분·포도당이 함유된 스포츠음료를 마시고 스트레칭을 충분히 하면 열경련 예방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다. 온열 질환은 심장병·당뇨병·갑상샘 질환자나 소아·노인·임산부, 그리고 고혈압·감기약을 복용하는 사람에게 잘 발생한다. 이런 사람은 정오부터 오후 5시 사이 야외 활동을 자제하고, 꼭 나가야 한다면 모자·양산을 쓰거나 통풍이 잘되는 헐렁한 옷을 입는 등 예방에 힘써야 한다.

실내 공기 오염도 냉방병 불러


▎눈 주위를 가려주는 적당한 크기의 선글라스가 여름철 자외선을 효과적으로 차단한다.
냉방병은 에어컨·선풍기 같은 냉방기기를 과하게 쓰거나 잘못 사용할 때 발생한다. 차갑고 폐쇄된 실내 공간에서 이유 없이 피로감·두통·위장질환 등의 증상을 호소하면 흔히 냉방병이라고 한다. 선우성 서울아산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는 “날이 더울수록 역설적으로 냉방병 환자도 증가한다”며 “호흡기·위장·눈·피부 등 거의 모든 신체기관에 다양한 이상 증상이 나타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냉방병은 원인이 다양하다. 첫째, 실내·외 온도 차다. 뇌의 시상하부는 체온 조절을 담당하는 ‘컨트롤 타워’다. 호르몬 분비 등 자율신경계 활성을 조절해 체온을 일정하게 유지한다. 예컨대 추울 때는 갑상샘 자극 호르몬 분비를 늘려 기초대사량을 높이고 몸에 열을 만든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더운 야외와 추운 실내를 오가면 이런 뇌의 시상하부에 과부하가 걸린다. 조비룡 서울대병원 교수는 “실내·외 온도 차가 크면 자율신경계가 이에 적응하느라 일종의 탈진 상태가 된다”고 설명했다.

자율신경계의 문제는 체온 조절뿐 아니라 전신 건강에 악영향을 미친다. 두통·오한·피로감 등 감기와 비슷한 증상을 겪거나 변비·설사 등 전에 없던 위장질환이 발생하기도 한다. 여성은 호르몬 균형이 깨져 생리불순이, 노인은 근육의 대사작용이 교란돼 안면 마비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 선우성 교수는 “심장병·당뇨병·관절염 등 만성질환자는 앓고 있던 질병이 심해지기 쉽다”고 경고했다.

둘째, 실내 공기 오염이다. 냉방을 위해 창문을 닫고 에어컨을 한 시간 연속으로 가동하면 습도가 30~40%로 떨어진다. 여름철 적정 실내 습도는 60%다. 코·입 등 호흡기 점막이 마르고 세균·먼지를 배출하는 콧속 섬모 운동이 둔해지면서 오염된 공기에 무방비 상태가 된다. 실내에 축적된 먼지나 카펫·가구 등에서 방출되는 화학물질이 눈·코·목을 공격해 피로감·두통 등을 유발한다.

마지막으로 오염된 에어컨 냉각수로 인해 냉방병이 발생할 수 있다. 에어컨 냉각수에서 자란 레지오넬라균이 공기를 통해 인체에 침투하면서 두통·근육통·고열 등의 증상을 유발한다. 일반적으로 가정용 에어컨은 냉각수를 사용하지 않아 문제가 없지만, 규모가 큰 대형 빌딩이나 쇼핑센터·종합병원 같은 다중이용시설에 오래 머무른다면 위생 관리가 잘 되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 2017년 질병관리본부가 대형빌딩 등 다중이용시설을 조사한 결과 10곳 중 1곳(9.4%)에서 레지오넬라균이 검출됐다. 레지오넬라증 신고 건수는 2015년 전까지 50건 미만이었지만 2016년 128건, 2017년 198건으로 최근 급증하고 있다.

레지오넬라증은 일반적인 냉방병과 증상이 비슷하지만 제때 치료하지 않으면 폐렴·신부전으로 악화할 수 있다. 선우성 교수는 “레지오넬라증은 특히 고령층에 치명적이다. 에어컨을 자주 이용한 사람이 열이 38도 이상이거나 가래·기침을 심하게 호소하면 의사를 찾아 진료를 받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냉방병을 예방하려면 실내·외 온도 차를 가급적 5도 이내로 유지하고, 아무리 더워도 8도를 넘기지 않는 게 좋다. 에어컨 바람을 직접 쐬지 않도록 냉방기기에서 멀리 떨어져 생활하고, 체온 유지를 위해 카디건 등 얇은 겉옷이나 무릎 담요 등을 이용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에어컨 필터는 2주에 한 번은 청소하고 3시간마다 한 번 이상 창문을 열어 신선한 공기를 공급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면역력이 떨어지면 냉방병도 잘 걸린다. 조비룡 교수는 “수면·식사 시간을 일정하게 유지하고 규칙적인 운동 등으로 건강을 관리하는 것이 냉방병 예방의 첫걸음”이라 말했다.

201907호 (2019.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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