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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갈피] 여섯 번째 지구 대멸종 전주곡인가 

자꾸 뜨거워지는 여름밤의 공포 

45억 년 지구 역사상 유례없는 대규모 자연환경 파괴
온난화 안 멈추면 100년 이내 생물 70% 멸종 경고


지구에서는 지금까지 다섯 번의 대멸종이 있었다. 고생대 오르도비스기 말(약 4억4500만 년 전)과 데본기 후기(약 3억7000만 년 전) 그리고 페름기 말(약 2억5200만 년 전), 중생대 트라이아스기 말(약 2억100만 년 전)과 백악기 말(약 6600만 년 전)에 일어났다. 대멸종은 소행성이나 운석의 지구 충돌과 빙하기 도래, 대규모 화산 폭발과 지구온난화, 토지 사막화 등이 원인이 됐다.

페름기 말엔 96%의 종이, 백악기 말엔 76%의 종이 사라졌다. 현생 인류와도 관계 있는 약 5만 년 전인 신생대 4기 플라이스토세 말에도 대멸종 축에는 끼지 않지만 많은 생명이 멸종했다.

45억 년 지구 역사상 생명의 징후가 처음 나타난 건 약 6억3500만 년 전이다. 이로부터 약 1억 년 후인 캄브리아기의 대폭발로 지구상에는 동물이 급속도로 다양해졌다. 인류로서는 처음 겪게 될지도 모를 여섯 번째 대멸종은 과연 찾아올 것인가.

이 문제에 대해선 누구나 고개를 절레절레 내저을 것이다. 우리 시대 혹은 다음 몇 세대 같은 짧은 시간은 아닐 수도 있다. 하지만 지금 지구가 그 지점을 향해 달려가고 있는 것만큼은 어느 정도 사실로 드러나고 있다. [대멸종 연대기(The Ends of the World)]는 인류의 환경파괴로 하루 10여 종씩 멸종 중이며 100년 이내에 인류를 포함한 지구상 생물 70%가 멸종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적어도 인류에 의한 인위적인 멸종만큼은 어떻게 해서라도 막아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지질시대 분류상 신생대 4기 ‘인류세(人類世)’라 불리는 지금의 가장 큰 특징은 인류에 의한 대규모 자연환경 파괴다. 특히 이산화탄소 배출을 폭증시켜 온난화와 기후변화를 일으키는, 무분별한 화석연료 탕진은 지구 유사 이래 처음 겪는 일들이다. 소행성 충돌이나 대규모 화산 폭발과는 다른, 인간의 행위라는 생물적 변수가 지구 생명체를 위협하는 단계에 이른 것이다. 산업화 이전보다 단지 섭씨 1도 높아진 세상에서도 우리는 지구 곳곳에서 매일같이 이상 기온 뉴스를 접한다. 최근에는 사하라사막의 열파가 유럽 대륙을 덮쳐 수은주를 40도 가까이 끌어올렸다고 한다.

화석연료를 남김없이 다 불태운다면 지구는 섭씨 18도나 더 더워질 것이라고 한다. 세 번째 대멸종이 있었던 페름기 말보다 더 강력한 온난화다. 섭씨 7도만 올라가도 지구의 많은 부분이 인류를 포함한 포유류에게는 치명적인 환경이 된다고 한다. 2100년까지 섭씨 2도 상승으로 막아 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는 상황을 감안하면 이는 물론 최악의 시나리오이긴 하다. 2도 상승에서 묶어 놓으려면 화석 연료 사용이 21세기 중반까지 0으로 떨어져야 하고 세계가 거의 30테라와트(현재 소모량의 2배)의 새로운 무탄소 에너지를 끌어모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는 가만히 앉아서 “퍼펙트 스톰은 결코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마냥 안심할 수 있을까. [대멸종 연대기]는 ‘아마겟돈’ 예언서치고는 ‘지나치게’ 서정적이고 문장이 아름답다. 지구 생명의 역사를 이렇게 눈앞의 드라마처럼 생생히 묘사할 수 있다는 것이 믿기지 않는다. 하지만 그 속엔 너무나 준엄한 미래의 멸종에 관한 메시지가 담겨 있다. 올여름은 최악이었던 지난해보다 더 뜨거울 것이라는 예보가 나온다. 이 책의 경고가 ‘공갈포’였으면 좋겠다.

- 한경환 중앙SUNDAY 기자 han.kyunghwan@joongang.co.kr

201908호 (2019.0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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