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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분석] 해남 지진 빈발로 본 한반도 안전도 

중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 여전히 높다 

2011년 동일본 대지진 이후 한반도 지각 약화… 대전·대구·울산, 지진 가능성
해남, 통상 5㎞ 깊이의 단발성 지진과 달리 20㎞ 내외서 집중 발생


▎2017년 경북 포항에서 진도 5.4의 강진이 발생한 가운데 경북 포항시 흥해읍 마산리 도로변에서 건물 외벽이 떨어져 주차된 차량 위를 덮쳤다. / 사진:경상일보
올 4월 26일부터 전남 해남에서 연거푸 발생한 지진은 국내외 많은 관심을 받았다. 특히 이 지진이 독일 언론[도이체벨레]에 보도되면서 해남 지진의 수상한 활동 원인과 한반도 지진 잠재성에 대한 우려가 커졌다. 해남 지진은 보름여간 총 400여 회 발생했다. 한곳에서 짧은 기간에 집중적으로 발생한 이례적인 지진이다.

5월 3일에 발생한 규모 3.1 지진이 가장 큰 지진이다. 이 지진은 진앙지를 중심으로 제법 큰 지진동을 일으켜, 지진에 익숙지 않은 지역 주민들에게도 큰 걱정을 안겼다. 특이한 점은 이번 지진은 반경 15㎞ 이내 지역에서 지난 40여 년간 한 차례도 지진이 발생하지 않았던 곳에서 일어난 것이다. 큰 지진 발생 이후 이어지는 여진이 아닌, 독립적인 군집형 지진은 우리나라와 같은 판 내부 환경에서는 이례적이다.

지진파 분석을 통해 확인된 단층은 지하 20~22㎞ 깊이에 북서-남동 방향으로 발달한 주향이동단층이다. 해남 인근을 지나는 전주단층, 광주단층과는 단층의 주향 방향이 수직에 가깝다. 따라서 이들 단층과의 연관성은 낮다.

지진은 가로 500m, 깊이 300m 정도 되는 좁은 단층면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했다. 최초 지진 발생 위치를 기준으로 후속 지진들은 단층면을 따라 상하좌우로 퍼져 나가는 형태를 띤다. 마지막에 발생한 지진들은 단층면의 양쪽 가장자리에 집중돼 있다. 현재는 지진 발생이 멈춘 상태다. 일련의 지진들로부터 배출된 힘은 단층면을 따라 북서-남동 방향으로 누적됐다. 단층에 쌓여 있던 기존 응력량에 따라 지진의 추가 발생도 예상할 수 있는 것이다.

이번 지진은 한반도 내륙 지진 중에선 이례적으로 깊은 곳에서 발생했다. 우리나라 내륙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주로 4~16㎞ 깊이에서 발생하고, 이 중 대부분은 5㎞ 내외의 깊이에 집중돼 있다. 지구 내부로 들어갈수록 온도와 압력이 증가하고, 지진 발생에 필요한 응력 임계치가 깊이에 따라 크게 증가한다. 깊이가 증가할수록 지진이 발생하기는 점점 어려워진다. 따라서 쌓인 응력이 효율적으로 배출되기에는 얕은 깊이가 효과적이다. 더구나 판 내부 환경에서는 응력이 빠르게 쌓이지 않기에, 지진 발생에 필요한 응력치까지는 오랜 기간의 누적이 필요하다.

때문에 한반도에서는 지진이 연쇄적으로 일어나기보다는 단발성으로 발생하곤 한다. 이런 점에서 20㎞ 내외의 깊은 땅속에서 집중적으로 발생한 해남 지진은 여러모로 특이하다.

인구 밀도 높고 인접 도시 많아 피해 규모 클 수밖에


군집형 지진 발생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13년 보령 앞바다와 백령도 근해에서 짧은 기간 동안 지진이 집중적으로 발생한 적이 있다. 백령도 근해에서는 약 6개월간 최대 규모 4.9에 이르는 지진이 45회 발생했다. 보령 앞바다에서는 규모 0.7~3.5의 지진이 3개월간 108회 발생했다. 두 해역 모두 내륙과의 거리로 지진계에 기록되지 않은 지진들도 많았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 군집형 지진들은 모두 그간 지진이 일어나지 않던 지역에서 발생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또한 2011년 규모 9.0의 동일본 대지진 이후 관측이 이뤄지고 있는 점도 주목된다. 동일본 대지진이 한반도 지진 활동에 영향을 미쳤음을 의심해볼 수 있는 부분이다.

한반도 지진이 주목되는 이유는 파급력이 작지 않을 것으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이것은 한반도의 지진이 가지는 특징에 기인한다. 먼저, 한반도의 높은 인구 밀도와 내륙과 해안에 고르게 발생하는 지진 특성을 꼽을 수 있다. 인구 밀도가 높은 한반도는 도시도 많고, 고층 건물과 주요 사회 기간시설물들도 많다. 도시에 인접해 발생하는 지진의 경우, 피해는 클 수밖에 없다.

얕은 진원 깊이도 특징이다. 한반도의 지진들은 깊이 4~16㎞ 내외의 지하에서 주로 발생하고 있다. 우리나라 지진 계기 관측 이래 가장 큰 지진으로 평가되는 2016년 9월의 규모 5.8 경주 지진도 지하 11~16㎞ 구간에서 발생했다. 한반도에서 발생하는 지진들은 일본 해안을 따라 발달한 지각판 충돌대에서 발생하는 지진들에 비해 매우 얕다. 지각판 충돌대의 지진들은 깊게는 지하 600㎞에서도 발생한다. 얕은 지진이라도 대개 깊이 20~30㎞ 내외에서 발생한다. 더구나, 지각판 충돌대가 해안선과 200~300㎞ 떨어진 곳에 위치한다. 규모 7 내외의 지진이 발생하더라도 거리가 떨어져 있는 일본 내륙의 지진 피해가 크지 않은 이유다.

반면 한반도와 같은 판 내부에서 발생하는 지진의 경우 지진의 깊이가 얕고, 내륙이나 해안가에서 발생하므로 지진과 가까운 도시에서는 지진에 의한 지진운동으로 큰 피해를 볼 수 있다. 지진으로 큰 피해를 본 경우 대부분은 규모 7 내외의 지진이 인구가 많은 도시 인근에서 발생한 것들이다. 1976년 중국 탕산에서 발생한 규모 7.5 지진으로 65만 명이 사망했고, 2010년 1월 아이티의 수도 포르토프랭스 인근에서 발생한 깊이가 얕은 규모 7.0 지진으로 31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인류 역사상 가장 큰 지진 인명 피해로 남아 있는 1556년 중국 산시성 지진 때는 83만 명이 목숨을 잃었다. 5만 명이 넘는 사망자가 발생한 지진만 헤아려도 20번이 넘는다.

지표와 가까운 곳에서 발생하는 내륙 지진은 규모가 크지 않더라도 큰 피해를 일으킨다. 우리나라의 경우 도시 간 거리가 가까워 지진이 발생하면 인접한 여러 도시가 동시에 피해를 볼 가능성도 높다. 단 한 번의 지진이 한반도에서는 매우 위험할 수 있는 이유이기도 하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규모 5 이상 한반도 지진 3.7배 증가


▎올 4월 발생한 전남 해남 지진의 진앙 위치와 지진 크기 모습. 동남동-서북서 방향으로 약 500m 범위에 분포돼 있다.
한반도 지진이 위협적인 또 다른 이유는 긴 재래주기 때문이다. 지진이 발생하려면 응력이 누적되는 시간이 필요하다. 판 내부에 위치한 한반도는 응력이 조금씩 쌓이기 때문에 응력 누적에 오랜 기간이 걸린다. 지진이 다시 발생하는 재래주기가 길다는 뜻이다. 긴 재래주기는 지진이 자주 발생하지 않는 장점이 있지만, 지진 유발 활성단층을 사전에 인지하기도 어렵다.

지진 활동이 낮은 단층이 지표에 노출되는 경우가 적은 것도 문제다. 한반도에서 지진은 늘 발생하고 있는데, 해당 지진을 발생시킨 단층을 지표에서 확인한 사례는 거의 없다. 우리나라 관측 역사상 가장 큰 지진으로 평가되는 2016년 9월 경주 지진 역시 그간 알려지지 않았던 단층에 발생한 지진이다. 이에 따라 한반도 지진은 숨겨진 지뢰와도 같다.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지진에 무방비로 노출되기 쉽다.

동해 지진은 또 다른 위험 인자다. 동해에서 발생하는 지진은 울릉도와 동해안 사이의 내륙과 인접한 지역에 집중돼 있다. 2004년 규모 5.2의 울진 앞바다 지진이 이곳에서 발생했다. 이곳은 내륙과는 60㎞ 이내의 가까운 거리다. 최근 연구 결과에 의하면, 이 지역에서 규모 6의 지진이 일어날 경우 동해안 지역에서는 진도 7 이상의 지진 피해가 발생한다. 진도 7은 무거운 가구가 넘어지고, 상태가 좋지 않은 가옥의 심각한 손상이 예상되는 수치다. 경주 지진 발생 당시 진앙지 주변에서 관측된 지진 피해다. 따라서 동해에서 지진이 발생할 경우, 동해안과 내륙 지역에 큰 피해가 생길 수 있다. 동해안에 위치한 원자력발전소 등 사회 기간시설에 각별한 관심이 필요한 이유다.

2011년 규모 9.0 동일본 대지진은 우리나라 동해안에서 1200㎞가량 떨어진 일본 열도 동쪽 일본 해구 지역에서 발생했다. 이 지진으로 큰 지진 해일이 발생했고, 높이 30m에 이르는 높은 해일이 해안을 덮쳐 2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목숨을 잃었다. 서기 869년에 발생한 규모 9.0의 조간(貞觀) 지진 이후 약 1142년 만에 이 지역에 발생한 초대형 지진이었다.

동일본 대지진은 열도뿐 아니라, 한반도에도 영향을 미쳤다. 우리 국토가 동쪽으로 끌려간 것이다. 동해안과 울릉도 지역에서는 5㎝가량, 서해안과 백령도 지역에서는 2㎝가량 이동했다. 결과적으로 한반도는 동일본 대지진 직후 3㎝가량 동서 방향으로 확장됐다. 한반도 지각의 확장은 지각 약화를 가져왔다. 동일본 대지진 직후, 한반도 지각 내에서는 지진파 속도가 3%가량 감소한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한반도 내 응력 불균형이 발생하고, 지진 발생에 필요한 응력 임계치가 낮아지면서 응력이 쌓여 있던 지역을 중심으로 지진이 증가했다. 지각과 응력 환경 변화가 한반도 지진 발생 빈도의 증가를 가져온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전 우리나라의 지진 발생 횟수는 규모 2 이상의 지진이 연 20~30회 수준이었다. 동일본 대지진 후 지진 발생 횟수가 크게 늘어 연 50~60회 수준을 보인다. 2배가량 지진 발생 빈도가 증가한 셈이다. 이번 해남 지진이 주목되는 까닭은 동일본 대지진 효과가 여전히 유효하게 남아 있고, 한반도 지진 발생에 영향을 미치고 있음을 방증하기 때문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 강한 지진 발생 횟수도 크게 늘었다. 1978년부터 동일본 대지진 발생 전까지 33년간 규모 5 이상의 지진은 모두 5차례 발생했다. 1978년 규모 5.2 속리산 지진, 1978년 규모 5.0 충남 홍성 지진, 1980년 규모 5.3 평안북도 의주 지진, 2003년 규모 5.0 백령도 인근 해역 지진, 2004년 규모 5.2 울진 앞바다 지진이 그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1978년 속리산 지진과 홍성 지진은 22일의 시간 간격을 두고 발생했다는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후부터 현재까지 9년 동안 규모 5 이상의 지진이 5차례 발생했다. 2014년 충남 태안 서해 먼바다에서 규모 5.1 지진이 발생했고, 2016년 울산 앞바다에서 규모 5.0, 2016년 경주 지역에서 48분 간격을 두고 규모 5.1, 5.8 지진이 연속적으로 발생했다. 이후 2017년 규모 5.4 포항 지진으로 이어졌다. 포항 지진은 기존 응력량이 지진 발생 임계치에 도달한 단층에서 지열발전소의 물 주입으로 촉발된 것으로 보고됐다. 응력 한계에 도달한 곳에서 지진이 발생한 것이다. 동일본 대지진 이전에 비해 규모 5 이상의 지진 발생 빈도가 3.7배가량 증가한 셈이다.

이러한 동일본 대지진 후 나타나는 한반도 지진 특성 변화가 영구적인지 일시적인 현상인지는 판단하기 섣부르다. 한 가지 분명한 것은 동일본 대지진이 새로운 한반도 지진 환경을 만들어냈고, 이 동일본 대지진 효과가 여전히 한반도 지진 환경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점이다. 따라서 한반도에 또 다른 중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은 여전히 높다.

역사서에는 수도권 지진 다수 기록돼 있어


▎깊이 20㎞ 부근 400m 범위에서 발생한 해남 지진.
동일본 대지진으로 중대형 지진 발생 가능성이 높아진 상황에서 발생 가능한 지진과 위치를 추정하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은 과거 발생했던 지진을 확인하는 방법이다. 하지만 지진계 기록을 통한 확인 방법에는 한계가 있다. 지진동을 기록하는 최초의 지진계는 1900년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활용되기 시작했다. 자료가 충분치 않은 것이다. 더구나 한반도에서의 지진계 기록은 1978년 시작돼 더욱 제한적이다. 이마저도 2000년대 들어서야 비로소 전 국토를 고르게 모니터링할 수 있는 상황에 이른다. 이렇다 보니 계기 지진 기록을 바탕으로 한 한반도 지진 특성 파악과 긴 재래주기를 가지는 지진에 대한 평가에 어려움이 있다.

대안으로 선택되는 것이 지질학적 조사 방법을 통한 단층 확인과 지진 규모 추정이다. 지질 조사를 통해 확인된 단층면에 드러난 변위 크기를 통해 당시의 지진 규모를 추정하고, 단층 연대 측정을 통해 지진 활동 시기를 결정하는 방법이다. 지진이 발생한 단층을 직접 확인하는 것이므로, 발생 가능한 지진의 규모 추정과 지진 임박 여부 확인에 효과적이다.

과거 발생한 지진의 크기와 시기를 추정하는 방법으로 역사기록물을 활용하기도 한다. 삼국사기·고려사·고려사절요·승정원일기 등 지진으로 인한 피해 기록이 다수 남아 있는 기록물을 통해 당시 지진의 크기와 지진 위치를 평가하는 방법이다.

조선왕조실록에만 1900회가량의 지진 피해 기록이 남아 있다. 이 가운데는 수도권의 지진 기록들도 다수 있다. 다음은 중종 13년 1518년 음력 5월 15일 조선왕조실록 기록의 일부이다. “유시(酉時)에 세 차례 크게 지진(地震)이 있었다. 그 소리가 마치 성난 우렛소리처럼 커서 인마(人馬)가 모두 피하고, 담장과 성첩(城堞)이 무너지고 떨어져서, 도성 안 사람들이 모두 놀라 당황하여 어찌할 줄을 모르고, 밤새도록 노숙하며 제집으로 들어가지 못하니, 고로(古老)들이 모두 옛날에는 없던 일이라 하였다. 팔도(八道)가 다 마찬가지였다.”

지진 빈발한 퇴적층 위 평양도 위험지대


▎2016년 발생한 규모 5.8 지진으로 경주의 한 초등학교 건물 2층 화장실이 심하게 파손됐다.
조선왕조실록 지진 기록은 500년가량의 긴 한반도 지진 정보를 제공한다. 이 역사 지진 분석을 통해 한반도에서는 규모 7 내외의 지진이 발생 가능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했다. 물론 한계가 있다. 정확한 지진 발생 위치 결정이 어렵고, 기록자에 의한 왜곡이나 선택적 기록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 보완하기 위한 다양한 수학적, 통계학적 방법이 동원되고, 지진동 크기 분포를 통해 지진 위치를 확률론적으로 결정하는 방법이 활용되고 있다.

눈여겨봐야 할 부분은 조선왕조실록 지진 기록에 남북한 수도권 지역에 큰 지진이 다수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진계 관측 기록에서도 평양 인근 지역은 우리나라에서 지진 발생 빈도가 가장 높은 지역 중 하나로 확인되고 있다. 평양과 가까운 황해북도 송림, 평산 일대와 평안남도 성천 일대에서 지진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특히 1952년에는 평양 남서쪽 강서 지역에서 규모 6.3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평양에서 남쪽으로 30여㎞ 떨어진 안악과 사리원 지역에서도 지난 1978년과 1982년에 각각 규모 4.6, 4.5 지진이 발생했다. 올 5월 11일에도 평강 지역에서 규모 3.8 지진이 발생하기도 했다. 북한 수도권 지역에는 규모 2.0 이상의 지진이 연 10~20여 회 가량 발생하고 있다. 이렇듯 북한 수도권 지역은 높은 지진 활동도를 보인다. 평양 인근에서 발생하는 이들 지진은 이 지역의 지질과 관련된 것으로 보인다. 지질학적으로는 평안 분지에 해당하는 이 지역은 약 3억 년 전에 형성된 수백m에 이르는 자갈과 모래로 구성된 두꺼운 퇴적층이 자리 잡고 있다. 지진은 이 퇴적층 일대에서 빈발하고 있다.

이에 반해 지진계 기록상 우리나라 수도권 지역은 지진 발생 빈도가 낮다. 이는 지질학적 특성과 관련이 있다. 수도권 지역은 경기 육괴라 불리는 단단한 화강암질 지반 위에 있다. 지반이 안정되고 견고해 지진 발생 빈도가 높지 않고, 지진 발생 재래주기가 길다. 지진은 오랜 기간의 응력 누적의 결과로 발생한다. 최근 연구 결과에서 우리나라 수도권 지역에서는 규모가 최소 5.3~6.8로 평가되는 6차례의 지진들이 확인되기도 했다.

역사서를 통해 확인된 우리나라 수도권 지역의 지진 가능성에 대한 우려로 수도권 지하 지진 유발 단층에 관한 조사가 진행되고 있다. 역사 기록에 남은 지진을 유발한 단층을 확인하고, 향후 발생 가능성을 추정하기 위함이다. 미소 지진 탐지와 인공위성을 활용한 지표 변위 조사를 통해 잠재적 단층 위치를 확인하고, 정밀 물리 탐사를 병행한다. 조사는 녹록지 않다. 많은 사람이 바쁘게 살아가고 도심의 소음과 아스팔트로 덮인 지표 아래에 숨은 단층을 찾아내기가 용이하지 않다. 수집된 정보와 연구는 수도권 지역 지진 대비에 한 걸음 진일보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지진에 대비하기 위해서는 정확한 지진 발생 가능성과 발생 가능 지역 확인이 필요하다. 이를 바탕으로 지진이 발생하는 단층을 확인하는 일도 필요하다. 활성단층의 지표 관측은 단층의 활동 빈도와 발생하는 지진의 규모에 달려 있다. 지진 규모가 커질수록 단층 파쇄 면의 크기도 증가한다. 따라서 지진 발생과 함께 단층면이 지표까지 발달할 가능성이 높다.

환경 변한 한반도, 대비 태세 갖춰야


▎올 5월, 전남 해남군 산이면 산이초등학교 학생들이 지진이 난 상황을 가정해 책상 아래로 몸을 피하고 있다. 이날 훈련은 전날 규모 3.1의 지진이 10㎞ 인근에서 발생한 데 따라 이뤄졌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이 지진 발생 빈도가 높지 않은 지역의 경우 보다 적극적인 조사 방법이 필요하다. 탄성파 탐사와 지구물리 탐사와 같이 지하 구조를 직접 영상화할 수 있는 방법이 활용 가능하다. 도시 지역과 같이 지표 지형 특성이 드러나지 않는 지역에도 효과적이다.

효과적인 지진 대비를 위해서는 지진이 발생할 경우 예상되는 지진동의 정확한 산정이 필요하다. 2016년 발생한 규모 5.8 경주 지진은 이듬해 발생한 규모 5.4 포항 지진보다 4배가량 강력했다. 하지만 포항 지진에 의한 피해가 경주 지진보다 컸다. 이는 포항 지진이 경주 지진보다 인구 밀도가 높은 지역에서 발생했고, 진원 깊이도 더 얕을 뿐 아니라, 포항 지역은 지표를 덮고 있는 퇴적층 내에서 지진파가 크게 증폭됐기 때문이다. 이렇듯 특정 지역에서 예상되는 최대 지진동은 발생 가능한 지진들의 위치와 해당 지역의 지표 지질에 달려 있다. 또한 해당 최대 지진동의 발현 주기는 그 지진동을 유발하는 지진들의 재래주기에 달려 있다. 이렇게 최대 지진동의 발현 주기와 그 크기를 전국적으로 계산한 결과가 국가지진위험지도이다. 지진·화산재해대책법에 따라 행정안전부 주관으로 5년의 주기로 국가지진위험지도가 제작되고 있다.

최근 결과에 의하면, 평양 인근 한반도 중서부 지역과 대전·대구·울산 등지에서 한반도 중부와 동남부의 다른 지역에 비해 높은 지진동 확률이 계산됐다. 특정 지역에서 예상되는 지진 피해는 예상 지진동 크기와 함께 해당 지역의 지진동 취약성에 따라 바뀐다. 같은 지진동이 발생하더라도 지역별 인구 밀도, 도시 크기, 건물 분포, 건물별 내진 성능에 따라 지진 피해 정도가 차이 날 수 있다. 결국 지진 피해는 지진의 크기뿐 아니라 해당 지역 여건에 크게 좌우된다. 하지만 긴 재현주기를 가지는 큰 지진동에 대해 지역별로 어떤 정도의 내진 성능과 대비를 해야 할지는 사회적 논의와 합의가 필요한 문제다. 몇 년에 한 번씩 재현될 가능성이 있는 지진동까지 대비해 건축물 설계나 내진 성능 구축에 반영할지는 많은 논쟁이 따르기 마련이다. 긴 재현주기를 고려할수록 예상 지진동의 크기는 증가하기 마련이고, 이에 대비하기 위해선 많은 사회적 비용 지출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향후 발생할지 모를 지진 피해를 줄이기 위해서는 다각적인 검토와 사회적 합의가 필요하다. 높아진 사회 안전망에 대한 국민의 요구에 부응하고, 새로운 지진 환경을 겪고 있는 한반도에 적합한 지진 대비 태세 완비가 필요하다.

- 홍태경 연세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과 교수

202007호 (2020.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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