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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심 인터뷰] ‘스피커’ 출력 높이는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내 편은 다 옳다는 文 정권 조폭들과 다를 게 뭔가” 

■ “나랏돈 마구 쓰고 다음 세대에 떠넘기는 이 정부는 패륜정부”
■ “대통령 현실 인식 부족 이은 참모 다주택 논란 국민 분노 불러”
■ “서울시장? 대선? 야권 전체 파이 키운 뒤 생각해도 늦지 않아”
■ “통합당 지지율 상승은 반사이익… 악순환 사이클 반복 말아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국민은) 혐오하는 정당보다 엄청난 실망을 안겨준 정당을 찍는다”고 말했다.
요즘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메시지가 선명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 간결한 워딩에 적절한 비유가 더해지면서 전달력이 강해졌다는 것이다.

안 대표는 8월 13일 최고위원회의 겸 확대당직자회의에서 “달나라 대통령 같은 발언에 수많은 국민이 분통을 터뜨렸다”고 일갈했다. 문 대통령이 8월 10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한 데 대한 비판이었다. ‘달나라’란 단어를 두고 대통령(Moon)이 상황 인식을 잘못하고 있다는 조소(嘲笑)를 담은 표현이란 해석이 나왔다.

월간중앙이 거대 양당 사이에서 독자적인 메시지를 발산하는 안 대표와 만났다. 안 대표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준비할 시간도 부족한데 정치권은 싸움에만 매몰돼 있다”고 더불어민주당과 미래통합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그는 또 “당세(黨勢)는 이전보다 작아졌지만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핵심을 잘 짚어서 확실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국민 신뢰가 커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안 대표와의 인터뷰는 8월 14일 서울 여의도 국민의당 당사에서 진행됐다.

시간이 지났지만 4·15 총선 결과가 아쉬울 것 같다. 총선을 반추해 본다면?

“총선이 어려울 거란 건 올해 1월 귀국하면서 이미 알았다. 2019년 가을 ‘조국 사태’ 이후 총선까지 좌우 양 진영의 극단적 대립이 이어졌다. 그러다 보니 중도에 있는 분들조차 둘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는 압박감을 느꼈을 것이다. 그래도 국민께서 주신 소중한 의석을 가지고 우리가 약속했던 일들을 차분히 해나가려 한다.”

“SNS 등으로 체급 한계 극복할 터”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왼쪽 넷째)와 당원들이 8월 13일 국회에서 청와대 개혁과 대국민 사과를 촉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176석의 더불어민주당과 103석의 통합당의 틈바구니에서 3석뿐인 국민의당이 어떤 역할을 할 수 있을까?

“정치가 패거리 싸움에 매몰되다 보면 국가적으로 중요한 문제들은 뒷전으로 밀려난다. 여권에서 총선 직후 ‘(1987년) KAL기 폭파사건 재조사’ 이야기를 하더라. 기가 막혀 말이 안 나왔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생각해보면 할 일이 태산이다. 그런데도 여권에서는 그런 논의가 전혀 없다. 통합당도 마찬가지다.”

구체적인 예를 든다면.

“코로나19는 결국 백신이 나와야 끝난다. 그 백신은 아무리 빨라도 내년 상반기 또는 중반기는 돼야 나올 것이다. 또 나온다고 해서 곧바로 우리 국민이 모두 안전하게 맞을 수 있는 것도 아니다. 내년 말은 돼야 국민이 모두 백신을 맞게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그렇게 따지면 지금까지 버텨온 기간보다 두 배 이상 더 견뎌야 하는 셈이다. 이 기간에 2차 확산 가능성이 있다. 스페인독감(1918년) 때도 2차 확산 때 규모가 더 크고 희생자도 더 많았다. 또 코로나19가 끝나고 나면 세상은 ‘언택트’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많이 바뀌어 있을 것이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맞춰서 준비해야 한다. 제대로 하면 우리는 세계 7대 강국을 목표로 올라갈 수 있겠지만, 못하면 추락할 일만 남아 있다. 해야 할 일을 우리 당이 선도적으로 추진하겠다.”

국민의당 의석수가 20대 총선 38석에서 21대 총선 3석으로 크게 줄었다. 안 대표의 ‘스피커’도 작아진 것 아닌가?

“사실이다. 어젠다를 우리가 먼저 던져도 한동안 묻혀 있다가 거대 양당 중 누군가 말하면 그게 처음인 양 보도되곤 하더라. 그런 경우를 여러 번 경험했다. 그래서 우리는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할 생각이다. 또 현안이 생기면 핵심을 잘 짚어 많은 사람이 수긍할 수 있는 대안을 제시할 것이다. 아울러 명쾌하게 비유하는 데도 노력하겠다. 이런 게 체급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대안 아니겠나. 유튜브를 통해서도 국민에게 직접 다가가겠다.”

지난 총선 때 주요 정치인 가운데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반대한 거의 유일한 정치인으로 알려졌다. 재난지원금과 관련한 안 대표의 소신이 궁금하다.

“재난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다. 총선 당시만 해도 코로나 초입이라 얼마나 많은 재정 소요가 있을지 누구도 예측하기 어려웠다. 또 코로나 말고 다른 재난 때도 긴급자금은 필요하다. 그래서 전 국민 지원이 아닌 코로나 직격탄을 맞은 사람들을 살리는 데만 쓰자고 했던 주장했던 거다. 돈이 좀 있다고 다 써버리면 나중에 무슨 일 생겼을 때는 어떻게 할 건가? 요즘 수해가 나서 난리인데 정작 정부는 쓸 돈이 없다. 우리는 기축통화국이 아니기 때문에 경제 규모가 비슷하다고 해서 유럽 국가와 비교해서는 안 된다. 재정 투입하다 나랏빚이 많아지면 국가 신용등급이 하락한다. 그러면 이자 부담이 커지고 심해질 경우 외환위기를 초래할 수 있다. 안타까운 건 통합당까지 전 국민 재난지원금 지급에 찬성했다는 점이다. 국민께서는 일부 정치인의 포퓰리즘에 흔들리지 말고 냉정하게 판단해주셨으면 좋겠다.”

예산정책처 국가채무시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국민 1인당 국가채무는 1540만원, 총 국가채무는 798조원이다. 2000년 237만원이던 1인당 국가채무가 20년 만에 6배 이상 증가한 건데 이 문제를 어떻게 보는가?

“공기업 부채도 굉장히 많이 증가했기 때문에 실제로는 더 끔찍한 상황이다. 어디 그뿐인가? 가계부채도 미국 금융위기(2008년) 때보다 현재 우리나라 상황이 더 안 좋다. 국가·공기업·가계부채는 국가 경제의 발목을 잡는 삼중고다. 그보다 더 고약한 건 돈은 현재의 정부가 쓰고 생색내면서 채무는 다음 세대에게 떠넘기는 것이다. 도덕적으로 옳지 않은 일이다. 은행 빚 잔뜩 얻어서 마구 쓰다가 자녀들에게 빚만 물려주는 부모를 패륜부모라고 한다. 마구 국채 발행하고 나서 다음 세대한테 ‘너희가 갚으라’는 것 역시 패륜정부다.”

“감사원장 임무가 감사(監査) 아닌 감사(感謝)인가?”


▎2017년 11월 당시 김종인 전 더불어민주당 비상대책위원회 대표(오른쪽)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대통령은 최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주택 시장이 안정화되고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는 양상을 보이기 시작했다”고 말해 비판을 자초했다. 이 정부 부동산 정책의 가장 큰 문제는 무엇이며, 해법은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부동산뿐 아니라 전반적으로 현실 인식을 제대로 못한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다시 말해 사실에 근거한 상황 인식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또 설령 상황을 인식하더라도 제대로 해결할 전문가들이 그 자리에 있지 않다. 부동산 정책은 국토교통부 장관만의 일이 아니다. 또 교육정책에 따라 집값 달라지는 게 우리나라다. 따라서 여러 부처가 머리를 맞대서 최상의 해결책을 찾아야 한다. 정부가 당장 해야 할 일은 국민께 사과하고 오류를 인정하는 것이다. 또 지금까지 잘못된 정책을 내놓은 책임자들은 전부 잘라야 한다. 우리나라처럼 모든 분야에 전문가를 보유하고 있는 나라는 거의 없다. 제대로 된 인사만 한다면 문제를 풀 수 있다. 그런데 우리는 자기편 중에서도 내가 만나본 사람만, 그중에서도 내 말 잘 듣는 사람만 쓰다 보니 전체 인재풀의 10%밖에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인사를 그렇게 하니 문제가 안 풀리는 건 너무 당연한 것 아닌가.”

여권 일각에서 윤석열 검찰총장 그리고 최재형 감사원장을 찍어내려는 움직임이 있는데.

“현재 여권은 한마디로 조폭과 다를 게 없다. 어떤 때는 조폭들이 나라를 이끄는 것 아닌가 싶기도 하다. 조폭들에게 모든 일의 판단기준은 단 하나, 내 편이냐 아니냐다. 조폭들에게 옳고 그른 건 판단기준이 아니다. 우리 편은 나쁜 짓 해도 괜찮고, 상대는 아무리 잘해도 잘못된 것이다. 검찰총장이 적폐청산 작업을 열심히 할 땐 다들 박수 치더니 칼끝이 자기들을 향하니까 몰아내려 한다. 감사원장의 임무가 감사(監査)가 아닌 감사(感謝)였나? 기본적인 상식이나 도덕을 가졌다면 그럴 수 없다.”

최근 검사장과 부장검사의 ‘육탄전’에 이어 사표를 던진 문찬석 광주지검장은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향해 ‘그분은 검사라고 생각 안 한다’고 비판했다. 일련의 사태를 어떻게 보나?

“예전에 의과대학 다닐 때 정신과 수업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부모의 말과 행동이 다르면 그 자녀가 정신병에 걸릴 수 있다’는 이론이 있다. 부모의 언행이 다를 경우 아이에게 굉장한 혼란을 줄 수 있다는 거다. 대통령은 윤석열 검찰총장에게 임명장을 주면서 ‘살아 있는 권력에도 엄정한 자세로 임해 달라’고 주문했고, 윤 총장은 대통령 말대로 했다. 그런데 여권에서는 그런 윤 총장에게 벌을 주려 하는 것 아닌가. 최근 검찰 사태는 그런 걸 하나도 이상하지 않다고 생각하는 사람들과 그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간의 갈등인 것 같다. 그런데 잘 살펴보면 옳지 못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검찰 내부에 더 많을 것이다. 검찰개혁은 필요하지만 이런 식은 절대 아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 김경률 전 참여연대 공동집행위원장,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민변)’ 출신인 권경애 변호사 등 이른바 진보 진영 인사들이 잇달아 정권과 각을 세우는 현상을 어떻게 해석하는가?

“그분들은 진정한 진보의 가치를 믿고 실현하려는 분들이라 생각한다. 그분들을 비난하는 사람들이야말로 진보라는 이름을 이용한 ‘진보팔이’들다. 안타깝게도 진보의 가치를 믿고 실현하려는 사람이 소수이고 어려움 처해 있는 게 현실이다. 지금은 그렇지만 그들에게 동조하는 사람이 곧 많아질 것이다. ‘용기를 가지시라. 외롭지 않을 것이다’라는 말을 전하고 싶다.”

안 대표는 진 전 교수가 만나는 거의 유일한 정치인 아닌가?

“예전에 그분이 제 욕을 많이 했다(웃음). 지난 대선 때 문재인 후보를 지지하는 편에 서다 보니 그랬을 것이다. 저는 그래도 그분을 참 좋게 생각했다. 무엇보다 말이 바뀌지 않았기 때문이다. 나와 생각은 다르지만 진정한 민주주의자였기에 많이 응원했다. 사실 어제(8월 13일) 진 전 교수와 함께 유튜브 영상을 찍었다. 대담 형식이었는데 3시간 정도 재미있게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다고 앞으로 또다시 진 전 교수와 유튜브 영상을 찍을 계획이 있는 건 아니다.”

“통합당 구성원들 생각이나 문화부터 바뀌어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와 부인 김미경 서울대 교수가 4월 27일 의료 봉사를 위해 대구동산병원으로 들어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최근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을 비롯한 청와대 참모들의 집단 사표 제출을 어떻게 평가하나?

“국민 평가는 이미 끝난 것 아닌가? 대통령의 현실과 동떨어진 발언에 이어 청와대 참모들까지 국민께 너무 큰 실망을 안겨 드렸다. 대통령의 비서라는 사람들이 직(職)보다 집을 소중히 여겼으니 누가 이 정부의 말을 믿겠나? ‘정부 말만 믿다간 내 생에 집주인 되긴 틀렸다’는 말이 왜 나오겠나? 그리고 사표를 낼 거면 국토부 장관이나 청와대 정책실장이 먼저 내야 한다. 그들은 주무 책임자 아닌가? 그런데도 청와대는 1주택자나 무주택자가 인사(발탁) 대상이라고 하니 이보다 더한 코미디가 어디 있겠나? 청와대 참모 인사 기준이 전 국민의 놀림감이 된 현실이 슬프다.”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통합당을 일으켜 세울 수 있을 것으로 보나?

“야권 전체가 혁신돼야 한다고 줄기차게 주장해왔다. 제대로 혁신하지 않으면 국민에게 결코 신뢰를 얻지 못한다. 김종인 위원장은 박근혜 비대위원회에서 비대위원을 지냈고, 민주당에서는 비대위원장을 경험했다. 김 위원장 혼자서 무늬만 바꾼다고 해서 당이 달라지지 않는다는 걸 경험을 통해서 잘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통합당은 구성원들 생각이나 문화부터 바뀌어야 한다. 단순한 정강 개정이나 정책 퍼포먼스로는 한계가 있다.”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지난 총선에 대한 객관적 분석이 필요하다. 그에 기반을 둬서 모든 구성원이 문제의식을 공감해야 한다. 둘째, 여권이 요즘 성 문제로 시끄러운데 통합당도 한때 성누리당으로 불렸다는 사실을 잊지 말아야 한다. 지금은 그런 문화가 바뀌었는지 묻고 싶다. 여당보다 도덕적으로 우위에 서야 국민의 시선을 다시 받을 수 있다. 셋째, 혁신이다. 당 내부 구조, 나아가 야권 전체를 어떻게 재편해야 국민 신뢰를 얻을지 고민하고 실천하는 게 혁신이다. 최근 통합당 지지율이 민주당과 비슷하다는 여론조사가 있다. 지지율 상승이 되레 악재가 되진 않을까 우려된다. 과거 통합당을 보면 지지율 상승→교만한 자세→대형 사고 발생→지지율 추락의 악순환 사이클이 있다. 지지율이 상승하는 데는 크게 세 가지 이유가 있다. 첫째 좋아서, 둘째 필요해서, 셋째 상대가 싫어서다. 통합당은 셋째에 해당한다. 셋째의 경우로는 지지율이 견고하게 유지될 수 없다.”

김종인 위원장과 만날 계획이 있는지.

“정치인들끼리 필요 때문에 만날 가능성은 늘 열려 있다고 본다. 다만 지난 1월 귀국 후 만난 적은 없다. 경우에 따라 공식석상에서 볼 수는 있겠지만 지금 당장은 우리 당 스스로 강해지는 게 먼저다.”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을 걸 생각한 사람들”


▎2011년 11월 1500억원 재산 사회 환원과 관련해 입장을 밝히는 당시 안철수 서울대 융합과학기술대학원장.
안희정 전 충남지사, 오거돈 전 부산시장에 이어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 추문 사태가 벌어졌다. 왜 이런 일이 발생했다고 보는가?

“안희정 전 지사와 박원순 전 시장은 성 평등 같은 말을 자주 강조했던 사람들로 기억된다. 그런데 말과 행동 중에 진심은 행동으로 나타난다. 그렇다면 지금까지 그들이 말했던 건 진심이 아니고 표를 얻으려는 행위에 불과하지 않았나 싶다. 사람은 진심이 있어야 행동으로 옮겨지게 마련이다. 또 하나, 전 국민을 충격에 빠뜨린 건 시민단체들이다. 시민단체는 영어로 비정부기구(Non Governmental Organization)다. 그런데 알고 봤더니 비정부기구가 아니라 친정부기구, Near Governmental Organization들이 있었다. 민주주의 발전에 시민단체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정부를 견제하는데 정치권과 언론 그리고 시민단체가 필요하다. 이 세 가지는 민주주의를 건강하게 만드는 필수 구성요소다. 시민단체가 살아 있는 권력과 결탁하는 순간 시민단체가 아니다.”

2011년 서울시장 보궐선거 때 당시 박원순 변호사에게 후보를 양보한 인연이 있다. 그런데도 박원순 시장 장례 때 ‘조문 가지 않겠다’고 확실하게 입장을 밝혔다.

“잘했든 잘못했든 나와 인연이 있는 사람이었으니 순수한 마음으로 조문 가려 했다. 그런데 서울특별시장(葬)으로 장례를 치르는 걸 보면서 경악했다. 그래서 가지 못했던 것이다. 저들은 서울특별시장을 추진함으로써 장례식마저도 퍼포먼스 무대로 만들었다. 장례를 정치에 이용하려는 것 자체가 인간의 도리가 아니다. 사람으로서는 생각할 수 없을 걸 생각한 사람들이다.”

일각에서는 ‘안 대표가 내년 서울시장 선거에 출마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이에 대한 입장은 무엇인가?

“지금은 서울시장 보궐선거는 물론이고 대선도 전혀 생각하지 않고 있다. 지금은 어떻게든 야권 전체의 파이를 키울 때다. 그게 가장 중요하기에 그에 전념하려 한다. 다시 말해 민심을 얻는 게 먼저다. 선거부터 생각하는 것 자체가 사리에 맞지 않는다. 최근 들어 20~30대 러닝 크루가 많이 생겼다. 제가 마라톤을 즐기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같이 뛰자는 제안이 많이 들어온다. 1주일에 두 번 정도 젊은 친구들과 함께 뛴다. 그들은 대부분 정치에 무관심하다. 여의도에서 난리가 나도 잘 모른다. 그런데 얼마 전 한 친구가 다른 친구에게 ‘총선에서 민주당이 왜 압승했다고 생각하냐’고 묻는 걸 옆에서 봤다. 질문을 받은 친구가 말하기를 ‘혐오하는 정당보다 엄청난 실망을 안겨준 정당을 찍었다’고 답하는 데 큰 충격을 받았다. 통합당은 자기들이 얼마나 혐오 정당인지 잘 모른다. 메신저에 대한 신뢰 자체가 없는 게 통합당의 현실이다. 메신저의 신뢰가 바닥인데 메시지가 무슨 의미가 있겠나. 신뢰 회복이 우선이다. 그건 통합당만의 문제가 아니라 범야권 전체의 문제다. 신뢰를 회복해야 선거도 있다.”

내년 보궐선거 때도 통합당과 연대하나?

“미국에서 귀국한 이유가 무너져가는 나라를 바로 세우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국민께 말씀드리는 데 있었다. 그래서 지난 총선 때 열심히 말씀드렸다. 의석수는 3석이지만 소중하게 생각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를 대비해 고민하고 또 대안을 찾는 게 우리 역할이다. 선거 일정은 이미 정해져 있다. 때가 다가오면 그에 맞게 고민하겠다. 당장 1주일 후 무슨 일이 일어날지도 모르지 않나.”

안 대표의 핵심 측근인 이태규 국민의당 의원은 얼마 전 라디오에 출연해서 “안 대표의 이미지가 왜곡됐는데 정상화하는 게 과제”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무슨 의미일까?

“러닝 크루들과 만나면 90% 정도가 ‘안 대표의 인상이 (언론에서 볼 때와) 너무 다르다’고 하더라. 도대체 어떻게 비쳤길래 그럴까 생각해보면 그만큼 내 이미지가 심하게 왜곡됐다는 걸 느낄 수 있다. 또 야당 정치인으로서 정부를 비판하다 보니 인상을 쓸 수밖에 없는 것도 사실이다. 이전과 비교해서 많이 개선됐음에도 여전히 실제 인상이 화면과는 다르다는 이야기를 듣는다. 더 많은 사람을 만나려 한다.”

“나라와 미래 세대에 도움되는 일이라면 뭐든”

한상진 서울대 명예교수는 월간중앙 8월 호 인터뷰에서 ‘야권이 다시 일어나려면 여권 흉내를 내려 할 게 아니라 보수가 더 잘할 수 있는 걸 챙겨야 할 것’이라는 취지로 조언했다. 어떻게 생각하는가?

“전적으로 동의한다. 보수의 가장 중요한 가치는 자유다. 그런데 말로는 자유를 외치면서도 정권을 잡으면 실제로는 자유를 빼앗는 행동이 많았다. 정치가 가장 위에 있다는 국가주의적 시각 때문이다. 진보 정당도 마찬가지다. 진보에 가장 중요한 가치는 평등이고 그 기반은 공정이다. 그런데 말로만 공정과 평등을 떠들 뿐 실제로는 무시되고 있다. 정확히 말하면 진보·보수 정당이 아니라 이념팔이 정당들인 것이다. 그게 나라의 불행이다. 그래서 제가 ‘기업과 개인에게 자유를 부여하고, 경쟁의 룰이 공정한 우리야말로 이념정당’이라고 말하고 다닌 적도 있다(웃음).”

입법부·사법부·행정부는 물론 지방권력까지 여권이 장악했다. 상황이 이런데도 내후년 대선에서 야권에 승산이 있을까?

“조폭이 다 장악했으니 굉장히 힘든 싸움인 게 현실이고 사실이다. 아무리 잘해도 범야권이 이기기 어려운 구조다. 요즘 지지율 좀 올라갔다고 내년 보궐선거를 만만히 보다간 또 질 수 있다. 범야권 모두 정신 차려야 한다.”

정권의 레임덕을 말하는 이들도 있던데.

“레임덕은 여권 내에서 그 단어가 언급되면서부터 시작된다. 그런데 여권 사람들은 레임덕이 아니라고 하더라. 그걸 보면서 ‘아, 레임덕이 시작됐구나’라고 생각하게 됐다.”

최근 청와대 참모진 교체 과정에서 잡음이 불거지며 문재인 대통령에게 ‘레임덕’ 징후가 나타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왔다. 이에 허윤정 민주당 대변인은 8월 12일 국회에서 “아직 그런 것을 제기할 상황은 아닌 것 같다”며 “청와대 인사 문제를 놓고 그런 얘기가 나오지만 우리는 그렇게 인지하고 있지 않다”고 일축했다.

2012년 9월 공식적으로 정계에 입문했고, 어느덧 만 8년이 됐다. 소회와 각오를 말씀한다면.

“1년 반 정도 해외에 나가 있었으니 실제 현실 정치 활동은 6년 반 정도다. 6년 반이라면 국회의원 임기 1번 반 정도에 불과한 짧은 기간이다. 그런데 그 짧은 기간이 20년 정도로 여겨질 만큼 치열하게 살았고 경험도 많이 했다. 다행히 초심은 변하지 않았다고 자부한다. 많은 분이 ‘당신을 지지하진 않아도 깨끗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건 알겠다’고 하더라.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다. 2012년 대선 당시 국정원 댓글 공작 때도 제가 가장 큰 피해를 봤다. 또 2016년 총선에서 38석으로 우뚝 서니 당시 정권은 존재하지도 않은 리베이트 의혹(대법원 무죄)으로 우리를 궁지로 몰았다. 저는 당을 살리기 위해 당대표에서 물러났고 그 이후 제3당 기능을 상실했다. 지난 대선 때는 드루킹의 8800만 개 댓글 조작이 있었다. 이건 인류 역사상 유례가 없던 여론조작 사건이다. 이런 고난을 거치면서도 살아남은 게 신기할 때도 있다. 국민께서 살려주신 덕분이기에 그 의미가 무엇일지 늘 고민하고 있다. 나라와 미래 세대에 도움이 되는 거라면 뭐든 마다치 않겠다. 내일 광복절에도 기념식장에 그냥 앉아 있는 것보다 수해 현장에 나가 벽돌 한 장이라도 더 치우는 게 국민께 도움이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직자 80여 명과 함께 충북 옥천으로 내려가려 한다.”

- 글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 사진 전민규 기자 jun.minkyu@joongang.co.kr

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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