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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3년 만에 ‘최악 폭염·태풍·장마’ 경험한 한반도 

시간당 100㎜ 호우, 40℃ 기온··· 다음 세대엔 일상이 된다 

한반도 접근 태풍도 매년 평균 6개에서 10개로 늘어날 것
지구온난화는 이미 상수, 이에 맞는 방재 시스템 마련해야


▎장마가 49일째 이어지던 8월 11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하늘에 비구름이 가득하다. / 사진:연합뉴스
요즘 내리는 비는 그야말로 하늘에 구멍이 뚫린 듯 쏟아지곤 한다. 과거와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많이 내려 강둑이 갈라지고 시내가 전부 물에 잠기며, 산사태를 부르는 가하면 토사가 마을을 덮치기까지 한다. 재산 피해는 말할 것 없고, 안타까운 인명 사고로 이어지는 경우가 허다하다. 올해 장맛비는 이런 식으로 내렸다. 국지적으로 시간당 100㎜가 넘는 비가 내리니 어지간한 강둑이나 산은 여지없이 무너져 내렸다.

대기과학자들도 올해 ‘마른장마’ 예상

사람들은 올해 장맛비의 위력을 한동안 기억할 듯하다. 장마 기간이 역대 최고로 길어서 거의 두 달에 이르렀고, 우리나라 전역에서 한 곳도 빠짐없이 물난리를 겪었기 때문이다. 피해 정도가 아직 집계되지는 않았지만, 근대 관측 이후 가장 심각한 피해를 낸 집중호우로 기록되리라 예상한다.

장마는 ‘여름철에 많은 비가 연속해서 오는 현상’이다. 얼마나 많은 비가 내려야 하는지, 얼마나 오랫동안 비가 내려야 하는지의 경계는 대기과학적으로 분명하지 않다. 그저 여름철에 긴 시간 추적추적 비가 내리면 장마가 시작됐다고 다들 생각한다.

대기과학적으로 장마를 정의하자면 이렇다. 여름철 북서태평양의 덥고 습한 공기덩어리가 한반도 부근까지 확장해서 상대적으로 차고 건조한 대륙의 공기덩어리와 만나면, 그 경계를 따라 수천 ㎞에 이르는 지역의 대기가 불안정해진다. 이 경계가 바로 장마전선이다.

전선이 형성되는 규모에서 알 수 있듯, 장마는 한국뿐 아니라 동아시아 전역에서 나타나는 대규모 기상 현상이다. 중국과 일본에서는 ‘梅雨(매우)’로 표기한다. 매실이 여물 즈음에 장맛비가 내리기 때문에 이렇게 부른다고 한다. 다만 부르는 이름은 달라서 중국은 ‘메이유’, 일본은 ‘바이우’라고 한다.

장마전선이 북서태평양과 동아시아 사이에서 만들어지기 때문에 해양과 대륙 공기덩어리의 상대적인 세기에 따라 전선의 위치가 달라진다. 북서태평양 공기덩어리가 더 강하면 전선은 한반도를 지나쳐서 만주지역에 머무를 것이고, 동아시아 대륙 공기덩어리가 더 강하면 제주도나 그 남쪽 지역에 머무를 것이다. 한반도에 장마전선이 걸치는 시기는 보통 6월 말부터 7월 초 사이. 두 공기덩어리의 세력이 수시로 변하기 때문에 장마전선이 오르락내리락하는 형태를 보인다. 아울러 주변 대기 순환장의 형태에 따라 장마 기간과 지속 일수, 그리고 강수량이 달라진다.

다시 말해 여름 장마철이 시작됐다고 해서 한국에 항상 비가 내려야 하는 것은 아닌 셈이다. 여름철 기상예측이 특히 어려운 데는 이런 변동성이 한몫한다.

매년 5월 말쯤 기상청에서는 그해 여름철 기상전망을 발표한다. 그해 5월까지 나타났던 전반적인 대기순환 상태를 바탕으로 예측한다. 올해 기상청은 여름철 평균 기온이 평년보다 높고, 폭염이나 열대야 일수도 평년보다 크게 많을 것으로 내다봤다. 상당히 무더운 날씨가 이어졌던 2016년과 대기순환 상태가 유사했기 때문이다.

기상청은 또 올해 장마가 그리 길지 않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지난 5월 22일 기상전망 발표 당시 기상청은 “최근 들어 장마가 지속성이 크지 않고 간헐적으로 생기는 경향이 크다”며 “올해도 유사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었다. 이런 전망에는 국내 대기과학자 대다수가 동의하기도 했다. 하지만 결과적으로 봤을 때 기상예측의 불확실성을 고려하더라도 장기예보가 틀린 데 관해선 변명의 여지가 없어 보인다.

지구온난화가 폭염·태풍·장마에 영향

기상청에서는 수치모델이나 기후모델 등 기상모델을 장기적분해서 여름철 장기전망 자료를 생산한다. 여기에 기상예보관이 지난겨울과 봄에 나타났던 기상 상황을 과거의 예에 비추어서 전망자료를 수정하거나 보완한다. 기상모델에 5월의 관측 대기 자료를 초기조건으로, 해수면 온도 등을 주변 조건으로 대입해 3~4개월간 적분한다. 기상청 슈퍼컴퓨터는 이 기상모델을 장기 적분할 때 사용한다. 컴퓨터의 성능이 좋을수록 고용량 자료를 효과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그런데 기상예측에는 슈퍼컴퓨터 성능 이외의 여러 요인에 따라서 어쩔 수 없이 오차가 만들어진다. 먼저 지구를 완벽하게 커버하는 관측자료를 얻을 수 없어서 기상모델에 대입되는 초기조건, 주변조건에 이미 오차가 포함된다. 또 기상모델 코드만으로 공기의 움직임을 완벽하게 표현하는 물리·역학·화학·통계 방정식을 만들 수가 없다.

설령 관측자료와 기상모델이 완벽하다고 해도 실제 대기는 비선형적인 형태로 움직이며, 무작위로 나타나는 현상들이 있기 때문에 일주일 후의 기상을 정확하게 예측하기는 무척 어렵다. 더군다나 한 달이나 한 계절 앞선 기상 및 기후를 예측하기는 사실상 불가능하기도 하다. 동아시아에 나타나는 국지 기상 현상인 장마를 정확히 예측하기는 더 어려워서, 장마 시작과 종료 시점을 예측하기란 현재 기술 수준으로는 불가능한 상황이다.

며칠이나 몇 달 뒤의 날씨를 예측하지도 못하면서 수십 년 혹은 100년 후의 기후를 어떻게 전망할 수 있을까? 그러나 현실적으로 장기예보보다 기후변화 예측이 더 수월하다. 장기예보를 하는 데는 관측자료의 품질과 기상모델의 부정확성, 그리고 일기 예측의 비선형성을 고민해야 하지만, 기후 변화 예측은 조금 다르다. 온실가스 배출의 변화, 극(極) 지역 동토층의 변화, 식물 생태계의 변화 등 기후변화를 만들어내는 요인들을 잘 예상하면 한다. 상대적으로 기후변화 예측의 신뢰성이 높은 이유다.

미래에는 어떤 양상의 기후변화가 한반도에 나타날까? 가장 큰 변수는 역시 지구온난화다. 세계 각국의 지도자가 모이는 기후변화 회의에서는 ‘지구온난화를 섭씨 1.5도 상승’만으로 억제하는 방안을 찾자고 입을 모은다. 그러려면 2040년까지 이산화탄소 등 온실가스 배출을 ‘0’으로 만들어야 한다. 이산화탄소가 지구 생태계에 흡수되는 것을 고려하면 아예 배출을 금지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금 배출량의 절반의 절반보다도 더 줄여야 하는 수치다. 앞으로 20년 이내에 이산화탄소를 이렇게 많이 줄일 수 있다고 생각하는가? 지구온난화에 따른 미래의 기후변화는 피할 수 없는 재앙이 될 것이다. 코로나19 바이러스처럼 사람을 안 만나면 피할 수 있는 재앙도 아니다.

지구온난화는 말 그대로 지구의 기온이 높아지는 현상이다. 하지만 지구 모든 곳에서 기온이 높아지는 것은 아니다. 주로 지표면과 대류권에 국한되는데, 그중에는 국지적이지만 기온이 내려가기도 한다. 반면에 성층권에서는 기온이 많이 감소한다. 대류권의 기온 상승과 성층권의 기온 하강에 따른 기후변화가 어떤 식으로 전개될지는 아직 연구가 많이 이뤄지지 않았지만, 지구온난화로 인한 과잉 열을 재분배하기 위해서 대류 활동이 활성화할 것이 틀림없다.

결과적으로 태풍은 더 강해지고, 국지성 집중호우가 더 잦아질 것이다. 지구 표면 온도가 높아지니 폭염 역시 극심해질 것이다.

2018년 폭염, 20년 뒤엔 일상화


▎2018년 8월 1일 강원 홍천군 홍천읍 일대 온도가 40.6℃를 가리키고 있다. 전국의 기상 관측 이래 역대 최고 기온이다. / 사진:연합뉴스
공교롭게도 최근 3년 동안 한반도는 앞으로 예상되는 기상 재해를 압축적으로 겪었다. 2018년에는 역대 최고 기온을 기록한 폭염이, 2019년에는 역대 가장 많은 7개의 태풍이, 그리고 올해는 역대 가장 긴 장마가 한반도를 찾아왔다. 단순한 우연일까?

장기적인 기상관측 자료를 바탕으로 한 기후모델을 보면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크다. 지난 112년(1908~2019년) 동안 서울의 기온 관측 자료(그림 1)를 살펴보자. 1908년은 근대적 장비로 기상관측을 처음 시작한 해다.

자료를 보면, 1990년경까지 서울의 여름철(6~8월) 기온은 23~25℃ 정도로 유지돼왔다. 그런데 1994년에 기록적인 더위가 나타난 이후 여름 평균 기온이 급작스럽게 27℃ 근처까지 상승했다. 1994년에 나타났던 정도의 극단적인 폭염이 2013년과 2016년에도 나타났다.

2018년 폭염은 1994년 이후 폭염의 절정이 아닌가 싶다. 2018년 8월 1일 서울은 39.6℃까지 올랐다. 이전까지 관측 사상 최고 기온이었던 38.4℃(1994년 7월 24일)보다 1.2℃나 높다. 같은 해 전국 95개 관측소 중에서 61곳(64.2%)이 역대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이런 여름 평균 기온이나 폭염의 변화는 서울뿐 아니라 한반도 전역에서 공통으로 나타나고 있다.


[그림 1]에서 보듯이 1980년부터 기후모델(빨간 선)이 예측한 서울의 기온은 지금까지 실제 관측 결과와 유사한 형태를 보인다. 그런데 기후모델 결과를 보면, 2030년 이후 기온이 크게 올라가는 모습을 보인다. 이는 2018년의 ‘역대급’ 무더위가 2040년 즈음에는 여름 평균으로 일상화한다는 것을 뜻한다. 생각만 해도 끔찍하지만, 현실로 나타날 가능성이 높다.

폭염도 문제지만, 태풍의 위협도 점차 강해지는 추세다. 이미 전체 재난 피해액 규모 가운데 태풍 피해액의 비중이 절반을 넘는다. 가까운 예로 2002년 루사와 2003년 매미 때문에 각각 6조원과 5조원에 이르는 재산 피해를 봤다. 루사와 매미뿐 아니라 미국에 손해를 끼친 허리케인 카트리나와 하비 등을 살펴보면, 공통으로 다음 세 가지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상륙 시점까지 강도가 유지되고, 느린 이동속도로 어느 지역에 오래 머무르며, 폭풍 해일 및 산사태 등을 동반한다.

과거 기준으로 대응하면 피해 커질 것


▎8월 13일 충남 금산군 인삼밭 침수 피해 현장에서 장병들이 복구작업에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기후변화의 여파 때문에 위 조건을 만족하는 태풍이 한반도로 올라올 가능성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한 태풍을 분석하면, 태풍의 일생 동안 가장 강한 상태에 이르는 ‘생애 최대 강도’가 과거와 비교해서 뚜렷하게 세지고 있다. 기후모델도 이런 추세가 지속되는 것으로 전망해서 21세기 중·후반에는 태풍의 최대 강도가 지금보다 5%가량 강해질 것이라고 한다. 게다가 생애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위도도 높아지고 있다. 태풍이 강한 세력을 유지하면서 한반도에 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얘기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지난 20년간 생애 최대 강도에 도달하는 위도가 1.5도가 북상했는데, 21세기 중·후반에는 10년마다 0.2도씩 북상할 것이라고 한다. 또 태풍의 이동속도는 지난 40년간 시간당 1.5㎞ 정도 느려졌는데, 대다수의 태풍 전문가가 이런 경향은 미래에도 지속될 것이라고 한다. 21세기 중·후반에 태풍에 따른 강수량도 16% 정도 증가할 것이라고 한다. 종합하면 가까운 미래에는 태풍의 강도 및 강수량이 늘어날 뿐만 아니라, 태풍이 한곳에 머무르는 시간도 늘어날 것이다.

태풍으로 인한 폭풍해일 및 산사태의 확률은 당연히 높아진다. 결정적으로는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 빈도가 21세기 중·후반에는 현재의 2배에 달할 것으로 전망된다.


[그림 2]에서 왼쪽 동아시아 지도는 북서태평양에서 발생하는 태풍 중에서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 유형 두 가지를 보여준다. 오른쪽 시계열 그래프는 각 유형에서 태풍 개수 추이가 어떻게 되는지를 보여준다. 기후모델(검은 선)은 2020년 이후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이 크게 증가할 수 있음을 보여준다. 2100년에 이르면 한반도에 접근하는 태풍이 10개에 달한다.

기후의 장기추세를 예측하는 기후모델이 말해주는 바는 분명하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폭염과 태풍, 국지성 집중호우가 빈도와 강도를 더해가며 번갈아 찾아올 것이다. 2018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급변했던 여름철 날씨가 우리 앞에 당장 닥친 기후변화의 징후였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올해 장마 기간 전북 진안군의 용담댐, 전북 임실군의 섬진강댐 등은 예상 강우량을 과소평가했다가 중·하류 지역에 큰 피해를 가져왔다. 사전 방류를 충분히 하지 않다가 위험 수위에 오르자 일시에 물을 쏟아낸 것이다. 변화하는 기상 재난과 변화하지 않는 방재 시스템이 만난 결과가 아닐까.

- 허창회 서울대 지구환경과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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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09호 (2020.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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