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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 황교안 앞에 놓인 5개의 ‘허들’ 

그의 자산은 중도와 보수층에 어필할까?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극우에 휘둘리면 당 내부에서부터 회의론 대두될 수도
4·3 재·보궐선거 2곳 모두 이기면 롱런 발판 마련될 듯

자유한국당 전당대회가 열리기 이틀 전인 2월 25일 당 관계자와의 저녁식사 자리. MB 정부에서 핵심 요직을 거친 한 인사는 황교안 자유한국당 전대 후보와 관련한 에피소드를 입에 올렸다. 그는 “사실 MB(이명박 전 대통령) 정부 때만 해도 그렇게 잘나갈 거라 생각 못했다. 그런데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날개를 달던데”라며 의외라는 표정을 지었다.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가 3월 13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보건의료포럼 행사에 참석해서 박수를 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그의 말은 계속 이어진다. “2009년이던가? 검찰 인사 직전에 누군가 황교안 검사의 거취를 묻더라고. (인사발령이 어떻게 날지) 잘 모르겠다고 했더니 ‘잘돼야 할 텐데’라며 염려하더라. 며칠 뒤에 봤더니 2009년 1월 창원지검장으로 발령이 났고, 그해 8월 대구고검장으로 영전하더니 2011년 1월 부산고검장에 임명됐다. 부산고검장을 끝으로 검찰에서 나온 황 전 총리는 그해 11월 법무법인 태평양에 영입됐다. 사법시험 동기인 한상대 서울중앙지검장이 검찰총장에 오르자 옷을 벗었다. 결국 변호사의 길로 접어들었다.”

그랬던 그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승승장구했다. 박근혜 정부 초대 법무부 장관으로 2년2개월 재직했고, 2015년 6월에는 이완구 전 국무총리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리고 2017년 5월 10일까지 총리직을 수행했다. 박 전 대통령이 국회에서 탄핵당한 2016년 12월부터 정권교체가 이뤄진 2017년 5월까지는 대통령권한대행도 겸했다.

“문재인 정부의 독주를 막겠다”며 1월 15일 한국당에 입당한 황교안 전 국무총리는 2월 27일 전당대회에서 새 당대표로 선출됐다. 정계 입문 43일 만에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쥔 것이다.

황 대표는 이날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전당대회에서 6만8713표(50.0%)를 얻어 오세훈(4만2653표·31.1%) 후보와 김진태(2만5924표·18.9%) 후보를 앞섰다. 황 대표는 민심(民心)을 반영한 여론조사에선 1만5528표(37.7%)로 오 후보(2만690표, 50.2%)에게 뒤졌지만, 당심(黨心)인 선거인단 투표에서 5만3185표로 오 후보(2만1963표)를 크게 앞섰다.

黃의 든든한 후원군 ‘통합과 전진’

황 대표는 당선 뒤 “당의 외연을 넓히고 중도 통합을 위해 다양한 인재들과 협력해 나가겠다. 통합의 확산을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황 전 총리가 한국당의 새 대표가 되면서 “‘대선시계’가 빨라지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최근 각종 여론조사에서 황 대표가 선두로 치고 나오면서 ‘황교안 대망론’이 언급되기도 한다. 정치인으로 변신한 지 43일 만에 제1야당의 당권을 거머쥔 황 대표의 앞길은 탄탄대로일까. 현실 정치에서는 초년병인 황 대표 앞에는 넘어야 할 ‘허들’이 줄을 섰다.

1. 친박·신박·친황


▎자유한국당 일부 초·재선 의원들로 구성된 ‘통합과 전진’ 모임에서 민경욱 의원(왼쪽)이 발언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황 대표 체제 출범으로 친박계가 다시 주류로 자리매김할 거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에서도 친박 지원 사격에 힘입은 나경원 의원이 원내대표에 당선됐고, 황 대표 당선에도 일부 친박계 의원들의 물밑 응원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친박계 의원들은 자신의 보좌진을 황 대표 캠프로 보내기도 했다. 하지만 비박계는 발끈하지 않았다. ‘황교안 대세론’을 인정하며 관망하는 자세를 취한 것이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계파 갈등이 그리 크게 불거지지 않았던 이유다.

한국당 관계자는 “황 대표는 박 전 대통령 탄핵과 탈당으로 이어지는 당의 분열 과정과 직접 연관이 없다는 점에서 과거 당대표들보다 계파 구도에서 한결 자유로운 위치에서 당을 운영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고 분석했다.

한 비례대표 의원은 “친박과 비박이란 말 자체가 나오지 않도록 당을 이끌어가야 생산적 대안정당으로 거듭날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말했다. “한국당 의원들의 계파 갈등이 워낙 고질적이긴 하지만 황 대표가 공정한 자세만 유지한다면 의외로 쉽게 풀릴 수도 있을 것이다. 계파 갈등을 극복해야 외부 인사 영입, 범보수 통합 등 외연 확대가 가능할 것이다.”

그럼에도 황 대표 체제 첫 당직 인선을 두고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우선 내년 총선 공천 과정을 지휘할 사무총장에 ‘원조 친박’ 4선의 한선교 의원이 배치됐다. 전략기획부총장으로 임명된 초선의 추경호 의원은 기획재정부 1차관 출신으로 황 대표가 국무총리 시절 국무조정실장을 지냈다. 민경욱 대변인은 박근혜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냈고, 이헌승 당대표 비서실장은 김무성 전 대표 보좌관 출신이지만 범친박계로 분류된다.

김무성 전 대표는 3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열린토론, 미래: 대안찾기’ 토론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황 대표 당직 인선 과정에서 친박 색채가 강한 인사들이 많이 진입했다’는 질문을 받자 “아쉬운 감이 있다”고 말했다.

일각에서는 황 대표 체제 이후 신주류가 등장했다는 말도 나온다. 기존 친박계 중진 의원들 대신 계파색이 옅은 범친박 성향의 초·재선 의원들이 중용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당 관계자는 “2016년 총선 패배와 이후 박 전 대통령 탄핵 과정에 직접적 책임론이 제기되는 친박 중진들을 대신해서 중도보수 성향을 지닌 범친박 초·재선 의원들이 본격적으로 당을 이끌어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중에서도 핵심 역할을 하는 이들은 초·재선 의원 모임 ‘통합과 전진’ 소속 멤버들이다. ‘통합과 전진’은 비박계가 당권을 장악하고 있던 지난해 8월 합리적 보수를 기치로 내걸고 초·재선 의원 13명이 결성한 모임이다. 김기선·김도읍·박대출·박맹우·윤영석·이완영·정용기 의원(재선)과 강석진·민경욱·박완수·송희경·엄용수·이은권 의원(초선) 등이다. 김정재·백승주·송언석·이만희·추경호 의원 등도 나중에 합류하면서 현재 멤버는 20명 안팎으로 파악된다.

이들은 지난해 12월 원내대표 경선을 앞두고 나경원·유기준·김영우·김학용 의원 등 후보들을 초청해 토론회를 개최하는 등 존재감을 과시했다. 올해 1월에는 황교안 대표의 전당대회 출마 자격 논란이 불거지자 “불필요한 논쟁을 즉각 중단하라”는 입장문을 내고 진화에 나서기도 했다.

朴 관련 명확한 입장 밝힐 필요도

당 일각에서는 이들을 ‘신박’이라 부르기도 한다. 그런가 하면 차기 유력 대선주자로 떠오르고 있는 황 대표의 당권 장악과 함께 당 전면에 나섰다는 점에서 ‘친황’으로 분류하는 게 더 정확한 것 아니냐는 말도 나온다. 한국당 소식통은 “당내 권력 구도가 황 대표 체제 출범 이후 크게 바뀌고 있는 과정이라 앞으로는 친황과 비황으로 구분될 가능성도 있다”고 내다봤다. 그는 “탄핵 과정에서 탈당했다가 복당한 사람들과 남아있던 사람들 사이에 감정의 골이 깊었던 것도 사실이다. 황 대표 체제가 들어섰다고 해서 갈등이 당장 해소되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2. 태극기부대와 5·18


▎5·18단체 대표자들이 3월 13일 국회 정론관에서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제명과 처벌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2·27 전당대회는 당의 우경화 논란 속에서 치러졌다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태극기부대’라 불리는 극우 성향 지지층이 합동연설회장을 휩쓸었고,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 등은 국회에서 ‘5·18 북한군 개입설’을 주장한 토론회를 열어 여야 모두로부터 거센 비판을 받았다.

전당대회 토론회 등에서는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쟁점들이 핵심 이슈로 떠올랐다. 문재인 정부를 비판하면서도 제1야당으로서 대안은 제시하지 못한 채 과거에만 매몰돼 있다는 비판이 나왔다. 황 대표도 ‘탄핵 절차의 정당성 문제’와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언급함으로써 논란을 자초했다는 지적을 받았다.

한국당의 전직 3선 의원은 “황 대표뿐 아니라 다른 후보들도 이번 전당대회 과정에서 ‘태극기 세력’의 위력을 과대평가했던 것 같다”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에 대해 극도로 반발하는 일부 지지층 때문에 한국당의 정치적 부담이 상당한 것은 사실이지만 좀 더 냉정하게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당 안팎에서는 황 대표가 전당대회 전후 제기됐던 당의 우경화 논란에 과감하게 선을 긋고 나가야 더 큰 기회를 갖는다는 얘기들이 나온다. ‘태극기 세력’의 영향력이 제한적이라는 사실도 전당대회를 통해 확인됐다. ‘태극기 세력’의 전폭적 지지를 받았던 김진태 후보가 2위에 오를 거란 관측도 나왔지만 개표 결과 2위 오세훈 후보에게 1만6000여 표차로 뒤진 3위에 그쳤다. 김 후보 측은 “투표함을 열면 깜짝 놀랄 일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반면 ‘태극기 세력’의 집중적인 비난과 야유를 받았던 오 후보는 전당대회에서도 “‘5·18 망언’으로부터 시작된 전당대회는 온갖 분노를 표출하는 장으로 변해 버리더니, 탄핵 논란까지 가세해서 미래는 완전히 사라지고 과거로 뒷걸음치고 말았다”고 결기를 세웠다. “과거에 발목 잡혀 국민 여망을 담아내지 못하면 국민은 다시 우리 당에 회초리를 들 것”이라고 내부를 향해 쓴소리도 쏟아냈다. ‘저딴 게 대통령’ 등 전당대회 과정에서 막말 논란을 일으켰던 김준표 청년최고위원 후보은 신보라 의원에게 밀려 낙선했다.

또 다른 한국당 중진 인사는 “보수 성향이 가장 강한 지역이 대구·경북이라지만 이곳에서도 ‘태극기 세력’의 영향력은 제한적이다. 뿐만 아니라 정치를 하는 데 기본적인 품격을 지켜야 한다는 인식이 강하다”고 보수의 품격을 언급했다. 그는 “황 대표에 대한 지지도 그를 그런 자격을 갖춘 지도자로 보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거듭된 與 실정에도 한국당이 인정받지 못하는 이유

한국당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황 대표가 강경보수 성향을 보인다면 영남에서도 실망감이 클 것”이라고 귀띔했다. “다수의 한국당 지지자들은 황 대표가 박근혜 전 대통령 문제에 관해서도 입장을 명확히 밝혀주고, 나아가 정부·여당의 실정에 맞서 합리적 대안을 제시해 주길 기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김진태·김순례·이종명 의원 등의 ‘5·18 폄훼’ 논란을 두고 황교안 대표의 침묵이 길어지자 “뭉개기 전략”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당초 한국당은 5·18 폄훼와 관련해 이종명 의원은 제명, 김진태·김순례 의원은 징계 유예 결정을 내렸다. 김진태·김순례 의원이 전당대회에 출마하기 때문에 당규상 징계를 유보할 수밖에 없다는 논리였다. 전당대회를 마치는 대로 새 지도부가 이 문제를 매듭지을 것으로 전망됐다.

하지만 2·27 전당대회 이후 꽤 시간이 지났음에도 황 대표는 명확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되레 김영종 당 윤리위원장이 사퇴하면서 징계 논의 진행조차 가늠하기 어려워졌다. 황 대표는 “규정에 따라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윤리위에서 검토 중이니 기다려 보라”(3월 4일 최고위원회의 후), “면밀히 검토 중이다. 절차에 따라서 하고 있다”(3월 7일 최고위원회의 후) 정도로만 답했다.

한국당 관계자는 “여당이 실정을 거듭하는데도 (우리가)대안으로 인정받지 못하고 있는 이유를 잘 생각해 봐야 한다”고 강조하면서 “황 대표도 말로만 미래로 나가자고 할 게 아니라 자를 건 분명히 잘라야 한다”고 주장했다.

3. 종교, 군 면제 그리고 고액 수임료


▎박근혜 전 대통령과 그의 변호인인 유영하 변호사.
잘 알려진 대로 황교안 대표는 독실한 개신교 신자다. 교회 내에서 황 대표의 직책은 전도사다. 2017년 5월 10일 대통령권한대행을 내려놓은 뒤로 황 대표는 전국 각지 교회를 다니며 간증을 했다. ‘황 전도사’를 직접 만나 간증을 들어본 신도들은 반색했다. 수원에 사는 70대 주부는 “같은 기독교 신자이지만 황 대표를 별로 좋아하진 않았다”며 “그런데 가까이서 보니 달랐다. 사람이 바르고 겸손한 것 같아 인간적인 매력이 느껴졌다”고 반응했다.

이처럼 독실한 개신교 신자라는 점이 황 대표에겐 양날의 검이 될 수 있다. 다른 종교를 갖고 있는 사람들에겐 거부감을 줄 수도 있기 때문이다.

종교 편향 논란과 관련해서는 이명박 전 대통령을 반면교사로 삼을 만하다. 이 전 대통령은 2008년 취임 첫 인사 때 ‘고소영(고려대·소망교회·영남)’이란 달갑지 않은 신조어를 남겼다. 인사에서 특정 학교와 지역 논란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특정 교회가 거론된 것은 사실상 처음이었다. 이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시절에는 ‘서울을 하나님께 봉헌’ 발언으로 불교계 등의 반발을 샀다.

지난해 8월 취임한 김선수 대법관은 로펌에서 근무할 때 5년간 11억원가량 보수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30년 경력의 변호사가 연봉 2억원이라면 고액은 아니라는 의견이 많았다. 그럼에도 김 대법관은 “일반 시민의 관점에서 볼 때 연봉 액수가 다소 높다는 지적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몸을 낮췄다.

대검 중수부장 출신인 안대희 전 대법관은 변호사 개업 후 5개월 동안 약 16억원의 수임료를 챙긴 게 국무총리 청문회에서 논란이 됐다. 그는 “변호사 활동으로 늘어난 재산 11억원(세금 제외)을 모두 기부하겠다”고 했지만 낙마를 피하진 못했다. 박근혜 정부 출범 직후 김용준 총리 후보자는 로펌에서 7개월간 7억원을 받는 등 재산 문제로 곤욕을 치렀다.

황교안 대표는 고검장 퇴임 후 대형 로펌에서 17개월간 일하며 자문료·수임료 명목으로 월 1억원을 받았다. 고액 수임료가 법무부 장관, 총리 청문회에 이어 당대표 경선에서 또다시 논란이 됐다. 황 대표는 “법조계에서 초기에 나온 분들이 갖는 일반적인 현상”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고검장 출신임을 감안하더라도 월 1억원을 정당한 보수로 보기 어렵다는 게 중론이다. 그는 로펌에서 자문했던 19건의 사건 목록을 공개하지 않고 있다.

유연하고 융통성 있어야 판 키운다

군 면제 논란도 황 대표가 넘어야 할 허들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황 대표는 당대표 선거 과정에서 “나는 흙수저 출신이며 병역 비리를 저지를 수 있는 사람이 아니다”고 적극 해명했다. 황 대표는 대학 재학 시절인 1980년 ‘만성 담마진’을 사유로 5급 전시근로역(당시 제2군민역) 판정을 받고 징집 면제 처분됐다. 만성 담마진은 두드러기 질환의 하나다.

홍준표 전 대표는 지난 2월 자신의 페이스북에 “법무부 장관, 총리 때 검증받았다고 정치판에서 병역 면제 문제가 그대로 통하리라고 생각하나”라며 결격 사유에 해당할 수 있음을 암시했다. 홍 전 대표는 “2002년부터 2012년까지 10년 동안 두드러기로 병역이 면제된 사람은 신체검사를 받은 365만 명 중 단 4명이었다. 365만 분의 4를 국민이 납득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4. 원칙과 보신(保身) 사이


▎2월 27일 고양시 킨텍스에서 열린 자유한국당 전당대회에서 연설을 마친 뒤 큰절을 하고 있는 오세훈 당대표 후보. / 사진:연합뉴스
총리 재임 시절 박범훈 전 청와대 교육문화수석의 ‘외출 불허’와 관련해서도 황 대표의 판단이 새삼 화제가 되고 있다. 확고한 원칙주의자라는 평가와 지나친 보신이라는 비판이 엇갈린다.

이명박 정부에서 교육문화수석을 지냈던 박 전 수석은 2015년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뇌물 혐의로 구속 기소돼 2년형이 확정됐다. 국악계의 대가인 박 전 수석은 옥중에서 불교음악 작곡에 전념했다고 한다. 박 전 수석은 2017년 석가탄신일(양력 5월 3일)을 즈음해 연주회를 준비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박 전 수석 측은 ‘모범수로서 만기 출소까지는 한 달도 안 남았으니 석가탄신일 기념 연주회 당일에 외출만이라도 허용해 달라. 대신 형기(刑期)를 하루 늘려도 좋다’는 취지로 법무부에 외출을 요청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통상적인 경우라면 가석방까지도 가능했을 텐데 법무부는 ‘위에서 결정해야 한다’며 공을 총리에게 넘겼다. 당시 국무총리 대통령권한대행이었던 황 대표는 허락하지 않았다. 당시 박 전 수석이 ‘사회지도층이기 때문에 불가하다’는 얘기가 나돌았다.

이런 내용을 아는 구여권 관계자는 “박 전 수석의 외출 불허는 지나친 보신에서 비롯된 결정이라 생각한다”면서 “박근혜 전 대통령 책상·의자도 같은 맥락에서 읽을 수 있지 않겠냐”고 주장했다.

구속 수감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을 접견하는 유일한 인물로 알려진 유영하 변호사는 2월 7일 TV조선에 출연해서 황 대표에 대한 불편한 감정을 숨기지 않았다. 박 전 대통령의 허락을 받고 인터뷰에 응했다는 유 변호사는 “(박 전 대통령이) 수감 직후부터 허리가 안 좋으니 책상과 의자를 넣어줬으면 좋겠다고 교도소 측에 몇 번에 걸쳐 얘기했다. 전두환·노태우 두 전직 대통령 수감 때도 책상과 의자가 들어간 걸로 알고 있으니 똑같이 예우를 해달라고 했지만 계속 반입이 안 됐다”고 했다.

이어 유 변호사는 “확인해본 결과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 뒤인) 2017년 7월 21일 책상·의자가 들어간 걸로 알고 있다”며 “(반입이 되기 전) 교도소 측에서 당시 황교안 대행에게 보고를 했는지, (황 대행이) 보고를 받았는지는 제가 확인할 수 없는 부분”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황 대표는 월간중앙 3월호 인터뷰에서 “박 전 대통령과 관련해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최선을 다했다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검사 출신인 황 대표는 원칙주의자 이미지가 강하다. 실제로 황 대표는 원칙을 중시하고 원칙에서 벗어난 행동을 싫어한다고 한다. 하지만 원칙이 지나칠 경우 융통성은 설 자리가 줄어들게 된다. 박 전 대통령 책상·의자와 관련해서도 황 대표의 융통성 부족에 결부시키는 이들도 적지 않다.

한국당 관계자는 “당권을 거머쥐는 데까지는 거칠 것이 없었지만 범보수 통합, 나아가 총선과 대선은 경우가 다르다”면서 “유연하고 융통성 있는 모습을 보여야 판을 키울 수 있고, 결국 큰 선거에서 승리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5. 결국은 확장성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오른쪽)가 3월 11일 창원시 성산구 두산중공업 후문에서 강기윤 예비후보와 함께 출근길 인사를 하고 있다. / 사진 : 강기윤 선거사무소
정치권에서는 “황교안의 실력 평가는 이제부터가 진짜”라는 시각이 우세하다. 대세론을 앞세워 비교적 수월하게 대표 자리에 올랐지만, 한국당에는 난제가 산적해 있기 때문이다.

황 대표는 지난해 출간한 에세이 [황교안의 답]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바른 가치에는 자유민주주의, 시장경제, 그리고 법치주의 등이 있으며 이러한 바른 가치를 지키려는 것이 바로 참된 보수”라고 말했다. 책대로라면 적어도 보수 야당인 한국당 대표로서는 손색이 없어 보인다.

개혁보수 아이콘으로 평가받은 오세훈의 경우

그럼에도 보다 큰 꿈을 꾸려면 풀어야 할 숙제가 적지 않다. 우선 당의 ‘우경화’ 경향을 극복하는 것이 대표적인 과제로 꼽힌다. 전당대회 과정에서 한국당은 5·18 폄훼, 박 전 대통령 탄핵 정당성 논란, 최순실 태블릿PC 조작 가능성 등으로 여론의 반발을 샀다. 황 대표 본인이 태블릿PC 조작 가능성을 거론하면서 전당대회를 ‘퇴행의 늪’에 빠뜨렸다는 비판을 자초했다.

신율 명지대 교수는 “선명성이 강조되는 전당대회와 총선은 논리가 다르다. 쟁점을 중간지대로 옮겨와야 한다”고 말했다. 최창렬 용인대 교수는 “태블릿 PC 조작설, 탄핵과 5·18 폄훼 등에 대한 입장 정리부터 해야 한다”면서 “극우 세력에 휘둘릴 경우 당 내부에서부터 회의론이 대두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현실적으로도 우경화 논란을 해소해야 보수 대통합의 가능성도 커진다. 황 대표는 전당대회 정견 발표에서 “자유 우파 대통합은 총선 압승의 필수조건”이라며 “청년과 중도층도 우리 당이 큰 품으로 끌어안아야 한다”고 밝혔다. 고진동 정치평론가는 “유승민·안철수 등과의 연대·협력 성사 여부에 따라 황 대표의 정치력이 평가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전당대회에서 ‘개혁보수’를 자처하는 오세훈 후보는 ‘황교안 대세론’을 넘어서진 못했지만 수확이 적지 않았다. 급격한 우경화 분위기 속에서도 오 후보는 자신의 색깔을 분명히 하며 개혁보수의 아이콘으로 자리매김했다는 평가를 받았다. 한국당 당원이 아닌 일반 여론조사에서 50.2%를 얻은 건 ‘오세훈 확장성’을 증명한 대목이라 할 수 있다.

황교안 체제 롱런 여부의 첫 시험대는 4·3 재·보궐선거(경남 창원 성산, 통영·고성)다. 두 곳 모두 이기면 황교안 체제는 롱런 가도에 들어설 발판을 만들 수 있다. 1곳만 건질 경우 ‘황교안 체제’의 경쟁력에 의문부호가 제기되고, 전패하면 출항 직후 암초를 만난 격이 될 수 있다.

창원 성산은 역대로 한국당이 고전한 곳으로 20대 총선에선 고(故) 노회찬 정의당 의원에게 패했다. 통영·고성은 한국당 텃밭으로 이군현 전 의원이 정치자금법 위반혐의 등으로 의원직을 잃는 바람에 보궐선거가 치러진다. 한국당은 창원 성산에 20대 총선 때 출마했던 강기윤 전 의원을 내세웠다. 통영·고성에는 공안검사 출신 변호사인 정점식 후보가 출마한다.

배종찬 인사이트케이 연구소장은 “황교안 체제가 안정화되려면 당 지지율이 30%선을 확실하게 넘어야 한다”며 “황 대표의 가장 큰 숙제는 어떻게 중도보수까지 끌어안아 미끄러진 당 지지율을 회복하느냐에 있다”고 지적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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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04호 (2019.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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