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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만 논설위원의 ‘온 리버티(on liberty)’] ‘괴물 검찰’ 개혁한다는데 왜 文 지지율 떨어질까 

법치 거스른 법무부 장관 ‘칼춤’에 역풍 

공소장 공개 거부하고 ‘휴대전화 비번 강제해제법’ 추진 등
靑 선거개입 의혹 수사 막으려 윤석열 찍어내기 잇단 무리수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9월 21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2차 국정원·검찰·경찰 개혁 전략회의에서 모두발언하고 있다.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2020년 한 해 동안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윤석열’ 찍어내기는 법치주의를 정면으로 거스르는 여러 장면을 연출했습니다. 그 결과 문재인 대통령(이하 문재인)의 국정수행평가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죠. 여당 내부에서도 무리수라는 비판이 나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윤석열’ 몰아내기가 1년 동안 계속된 이유는 뭘까요.

명목은 검찰개혁입니다. ‘윤석열’이 개혁을 방해한다며 그를 궁지로 몰았죠.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의문이 듭니다. 과연 문재인 정부의 검찰개혁이란 도대체 무엇일까요. 아니 질문을 바꿔서 던져보죠. “지금의 검찰개혁은 누구를 위한 걸까요.” 왜 추미애 장관은 헌정사에 길게 남을 오점을 감수하면서까지 그토록 무리한 일을 벌인 걸까요.

[진보집권플랜]에서 조국 서울대 교수가 제안하고, 문재인이 동의한 개혁의 목표는 “괴물 검찰”을 개혁하는 것입니다. 온갖 위험한 짐승과 야수 등으로부터 백성들을 구해내는 길가메시(기원전 2000년 바빌로니아의 영웅)를 자칭하는 것이죠. 처음에는 자신들이 마치 히어로라도 된 듯 생각했을 수 있습니다.

그러나 괴물을 죽인 현재의 집권세력이 진짜 영웅인지, 아니면 ‘어두운 포스(영화 [스타워즈]에 나오는 불가사의한 힘)’에 휘둘려 악당이 돼버린 스카이워커(다스 베이더)인지는 역사가 평가할 것입니다. 동시대를 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것은 의심하고 또 의심하는 것뿐입니다. 좋은 질문이 본질을 일깨우듯, 날카로운 의문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듭니다. 지금 가장 필요한 의문은 개혁이라 불리는 검찰 흔들기가 누구를 이롭게 하고 있느냐 하는 것입니다.

‘온 리버티’에서는 추미애 장관의 칼춤이 덮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을 밀도 있게 살펴보려고 합니다. 핵심은 원전 수사와 송철호 울산시장(이하 송철호) 사건입니다. 이번 호에서는 원전 수사에 비해 상대적으로 덜 알려진 송철호 사건의 전말을 따져 보도록 하겠습니다. 정확히 말해 현 정권이 송철호의 당선에 실제 영향력을 행사했는지, 했다면 무슨 역할을 했는지 의혹이 되는 부분을 따져 보겠습니다.

“의심을 찬양하라”


▎독일의 극작가 베르톨트 브레히트 (1898~1956).
고대 인도 경전인 [베다(Veda)]는 산스크리트어 ‘비드(vid·안다)’에서 파생한 말입니다. 지혜와 혜안 등을 의미하며 성스럽고 권위 있는 지식을 지칭하기도 합니다. 초기 베다에는 신들에 대한 찬미가 가득했습니다. 기원전 1500~1000년경 쓰인 베다에는 만물의 원조가 되는 다양한 신들이 등장하는데 태양(Visunu)과 불(Agni), 뇌우(Indra) 등이 대표 신입니다. 농작물의 수확을 늘리고 자연재해를 피하며, 무병장수를 비는 것이 신들을 찬양한 목적이었죠.

그러나 기원전 800년 이후 인도 철학의 원류인 [우파니샤드(Upaniṣad)]가 나오면서 베다에서 강조되는 내용도 변화하기 시작합니다. 바로 의문이 시작된 거죠. 신들 또한 태초의 창조 이후 생겨난 것인데 그 원류는 무엇일까, 우리가 찬미하는 신의 모습을 누가 본 적이 있는가. 의문은 본질을 꿰뚫는 질문을 낳고, 다시 고민과 성찰로 이어져 더욱 탄탄한 논리를 장착합니다. 그렇게 종교(베다)와 철학(우파니샤드)은 서로를 자극하며 문명을 발전시켰죠.

베르톨트 브레히트는 “의심을 찬양하라”고 합니다(‘Lob desZweifels’). “당신도 옛날에 지도자들에게 의심을 품었기 때문에 지금의 지도자가 됐듯” 의심은 역사를 발전시키는 동력인 셈이죠. 그러면서 “새로운 경험은 절대불변의 교리에 의혹을 품게 하고, 불신과 의심이 일게 만든다”며 “겁 많고 허약한 사람들이 머리를 쳐들고 일어나 그들을 억압하는 자들의 강력한 힘을 이제는 더 믿으려 하지 않는다”고 말합니다.

브레히트에게 모든 혁명과 개혁의 성공은 그 자체로 모순이었습니다. 그가 바라본 나치의 독일과 공산당의 소련은 혁명과 함께 혁명의 본질을 망각하고 또다시 억압과 압제를 이어갔기 때문입니다. 노동과 인간의 해방을 외치던 자들이 생산수단을 점령하고 약자 위에 군림하며, 국가 권력에 맞서 자유를 목 놓아 부르짖던 이들이 공권력을 무기 삼아 자유를 옥죕니다. 그러므로 민초가 할 수 있는, 꼭 해야 하는 일은 의심에 의심을 거듭하는 것뿐입니다.

그럼 이제 우리의 정치 상황에 대한 의문을 던져보죠. 2017년 탄핵과 함께 촛불혁명이 이뤄낸 것은 무엇일까요. 이젠 촛불혁명이라는 표현조차 낯설게 느껴질 만큼 지금 우리가 겪고 있는 현실이 정말 원했던 게 맞는지 회의감이 듭니다. 아니면 혁명이란 게 정말 있기나 했던 걸까요. 뫼비우스의 띠처럼 우리는 다시 개혁하기 이전의 원점에 선 것일지도 모릅니다.

시민이 정부에 이양한 권력을 공적으로 쓰지 않고 사적으로 유용한 것이 2016년 국정농단의 본질이었는데, 현재의 집권세력 또한 이런 논란으로부터 자유로울까요. 가장 공적이어야 할 자리인 대통령의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국 전 법무부 장관에게 ‘마음의 빚’을 운운한 것은 사적인 미안함의 표시가 아니었던가요.

2016년 국정농단 사태에서 우리는 공화국의 공무가 사적인 사무로 전락할 때 선출된 민주 권력이 어떻게 농단으로 변하는지 똑똑히 경험했습니다. 그 반사이익으로 집권한 현 정권은 그 누구보다 공적인 것과 사적인 것의 구분에 엄격해야 했습니다. 하지만 집권세력의 검찰개혁은 조국·최강욱·윤미향 등 자기편의 비리 의혹엔 무딘 칼을 들이대고 반대편의 그것엔 날카로운 날을 벼려왔던 것은 아닐지 의문이 듭니다.

2018년 울산시장 선거 수사는 검찰이 2020년 1월에 기소는 했지만, 4·15총선을 앞두고 중단된 채 아직도 제대로 수사 개시를 못하고 있습니다. 청와대는 선거 직전까지 상대 후보의 수사 상황을 보고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경찰의 울산시청 압수수색 당일에도 해당 내용을 미리 인지하고 있었고요. 특히 이날은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이 자유한국당 공천을 확정받은 날입니다. 하필 그날 압수수색을 들어가면서 큰 타격을 입었죠.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가 시작된 이후 김기현 시장은 지지율이 폭락하기 시작합니다. 2014년 선거에서 65%의 높은 지지율로 당선한 그는 취임 후에도 줄곧 높은 지지율을 유지했습니다. 17개 시·도 단체장 직무수행 평가에서 줄곧 1~2위를 기록했죠. 선거 초기(2018년 2월)만 해도 그는 여론조사에서 송철호를 15%p가량 앞서 있었습니다. 울산은 보수당의 텃밭 중 한 곳이었기에 당연히 김기현 시장의 재선을 점쳤습니다.

그러나 경찰의 고강도 수사 후 낙선합니다. 그 대신 반사이익을 얻은 송철호가 당선된 것이죠. 이후 경찰은 김기현 시장과 관련된 70여 명의 인사를 계속 수사했지만, 검찰에서 결국 무혐의 처분되고 맙니다. 이 과정에서 당시 수사를 진두지휘했던 울산지방경찰청장 황운하(경찰대 1기, 이하 황운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으로 당선됐죠. 그는 현 정권에서 검경 수사개혁의 아이콘처럼 여겨지는 인물입니다.

선거 판세 뒤바꾼 경찰 무리한 수사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2020년 2월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공소장 공개 기준 및 절차에 대한 질문에 답변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울산시장 선거 사건의 개요는 대강 이렇습니다. 경찰의 강도 높은 수사 후 현직 시장이 낙선하고 새로운 후보가 당선됐는데, 알고 보니 경찰 수사가 무리였다더라. 그 결과 무혐의로 종결됐다는 것이죠. 그렇다면 경찰은, 정확히 말해 황운하는 왜 무리한 수사를 진행했던 걸까요. 그리고 직후 총선에서 민주당 공천을 받아 국회의원 배지를 단 것은 우연일까요. 김어준식의 표현대로면 참으로 ‘냄새가 나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그 냄새를 더욱 심하게 만든 사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입니다. 검찰이 1차 수사 결과를 토대로 관련자들을 기소했는데, 법무부가 갑자기 공소장을 공개하지 않겠다고 했습니다. 2020년 2월 국회는 법무부에 ‘청와대 하명수사 및 선거 개입 의혹 사건’ 공소장 제출을 요청했는데, 이를 거부하고 ‘공소사실 요지서’만 보낸 것이죠. 피의자 중 청와대 인사들이 다수 포함돼 있어 정권 타격을 우려해 공소장 공개를 거부한 것 아니냐는 비판이 나왔습니다.

기소된 피의자는 13명입니다. 법무부는 공소장 제출 거부 사유로 “형사 피고인의 공정한 재판을 받을 권리, 사건관계인의 명예 및 사생활 보호, 수사를 진행 중인 피의자에 대한 피의사실 공표 가능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했다”고 밝혔습니다. 그러면서 “이후 다른 사건에 대해서도 범죄로 의심되는 사실관계가 상세하게 드러난 공소장 원문이 아닌 간략하게 요약된 공소요지 형태로만 자료를 제공하는 것을 원칙으로 하겠다”고 해명했죠.

그런데 왜 이 사건부터 이런 원칙을 세우게 된 걸까요. 하필이면 포토라인을 없앤 것도 조국 전 장관 가족 수사 때였습니다. 우연이라고 보기에는 너무 ‘냄새가 나는’ 것 아닐까요. 어찌 됐든 이 사건의 피의자 중 정권 실세의 이름이 다수 등장해 추 장관 입장에선 부담이 컸던 것은 사실입니다. 한병도 전 청와대 정무수석, 백원우 전 민정비서관, 황운하 의원 등이 명시돼 있기 때문이죠.

지금까지 법무부는 주요 사건의 공소장을 국회에 공개해왔습니다. 국민의 알 권리를 지키기 위해서였죠. 그 결과 박근혜 전 대통령(이하 박근혜)과 양승태 전 대법원장 등 지난 정권 인사들의 공소장은 대부분 기소 즉시 알려졌습니다. 이런 전통을 만든 것은 노무현 정부 때입니다. 검찰 수사의 객관성과 중립성을 담보하고, 특히 권력 비리에 대한 성역 없는 수사를 보장하려는 목적이었죠.

과거 민주 정부가 만들어 놓은 전통을 깨려는 추 장관의 ‘열정’에도 불구하고 공소장 공개 거부 사태는 ‘일일천하’로 끝났습니다.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릴 수는 없는 법, 공소장 전문이 언론을 통해 공개된 것이죠. 문제의 공소장을 잘 살펴보면 추 장관과 법무부가 왜 그렇게 무리한 수를 두면서까지 비공개 방침을 강행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공소장에 나타난 주요 혐의 사실을 간략하게 따져보죠.

공소장에는 송철호가 김기현 당시 시장에 대한 수사를 황운하에게 요청한 경위가 나옵니다. 아울러 백원우 당시 비서관이 김기현 시장에 대한 첩보 문건을 경찰에 전달한 과정도 담겨 있죠. 즉, 송철호가 김기현 당시 시장에 대한 네거티브 전략을 짠 뒤 ‘선거용 수사’를 의뢰하고 이를 청와대가 도왔다는 것입니다. 특히 송철호의 선거 공약 중 ‘공공병원’ 유치 정책 등은 청와대의 도움으로 마련된 정황도 보입니다.

경찰 수사에서 영장이 기각되자 청와대에 도움을 요청하는 부분, 이를 조국 당시 민정수석이 보고받은 사실 등도 언급돼 있죠. 그러자 정무비서관은 반부패비서관에게 검찰에 영향력을 행사할 것을 요청합니다. 또 민주당 내부 후보 경선에서 송철호를 단일 후보로 내세우기 위해 교통 정리하는 모습도 보이고요. 다른 경선 후보에게 공기업 사장 등의 자리를 제안하는 모습이 담겨 있습니다.

이와 같은 내용을 포함해 청와대는 김기현 당시 시장에 대한 수사 보고를 21차례나 받은 것으로 나옵니다. 법조계에 따르면 선거 이전에 18번, 이후에 3차례 보고를 받았다고 합니다. 전체 기간을 놓고 보면 평균 6일에 한 번꼴로 보고를 받은 셈이죠. 공소장에는 당시 조국 민정수석이 박형철 당시 반부패비서관을 통해 보고받은 횟수도 15회 이상인 것으로 쓰여 있죠.

‘6일에 한 번꼴’ 보고받은 청와대


▎2020년 1월 30일 송철호 울산시장이 울산시청 프레스센터에서 검찰의 불구속 기소 결정과 관련한 입장을 밝히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오래가지 못해 공개될 공소장인데, 추미애 장관이 정치적 부담까지 감내하면서 공개를 거부한 목적은 무엇일까요. 그 안에 더 큰 무언가가 숨겨져 있기 때문입니다. 그것은 바로 이 수사가 어쩌면 대통령을 곧바로 향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입니다. 공소장에는 ‘대통령의 정치적 중립 의무’가 언급돼 있습니다. 송철호를 당선시키기 위해 공권력을 이용했다는 검찰의 문제의식입니다.

공소장은 “공무원은 누구를 당선되게 하거나 낙선시키기 위해서 정치적 행위를 해서는 안 되고 기타 정치적 중립을 지키는 자는 선거에 부당한 영향을 미쳐선 안 된다”고 설명합니다. 그러면서 대통령이나 대통령 업무를 보좌하는 공무원은 다른 공무원보다 선거에서의 정치적 중립성이 더 요구된다고 강조하고 있습니다.

이는 윤석열 검찰총장이 계속 밝혀온 선거 수사의 신념과도 일맥상통합니다. 선거 개입은 민주주의 가치인 공정과 정의를 해치기 때문에, 검찰권 행사의 첫 번째는 권력기관의 정치·선거개입이라는 것이 윤 총장의 일관된 메시지였죠. 이런 전제를 놓고 보면 피의자들의 혐의가 모두 인정될 경우 울산시장 사건은 청와대가 송철호의 당선을 위해 공권력을 동원한 부정선거인 셈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주요 탄핵 사유 중 하나는 2016년 총선에서 새누리당 공천 과정에 개입했다는 것입니다. 이 혐의가 인정돼 징역 2년을 선고받았죠. 공소장만 놓고 보면 청와대의 개입은 부인하기 어려운 팩트로 보입니다. 다만 청와대가 영향력을 행사하는 과정에서 대통령이 직접 개입했는지 여부는 수사를 더욱 해봐야 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울산시장 사건 수사는 기소만 된 상태에서 수사가 중단돼 지금까지 ‘개점휴업’ 상태에 빠져 있습니다.

여기서 제기되는 의문은 청와대가 무리일 것을 알면서도 왜 울산시장 선거에 개입했는가입니다. 그것은 문재인과 송철호의 인연 때문입니다. 송철호는 과거 노무현·문재인 두 사람과 함께 영남지역의 인권 변호사 3인방으로 불렸습니다. 30년 넘게 호형호제했고, 대통령의 복심으로 평가되고 있죠. 2014년 지방선거 때는 당시 문재인 의원이 무소속 후보였던 송철호를 지원 유세했습니다. 자당 후보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매우 파격적인 모습을 보였죠.

그러나 송철호는 1992년 국회의원 선거를 시작으로 8번이나 선거에 나갔지만 모두 낙선했습니다. 수차례 당적을 바꿨고, 울산 출신이 아닌 점 등이 약점으로 꼽혔습니다. 노무현 정부의 국민고충처리위원장 이외에는 이렇다 할 공직 경험도 없고 지역 기반도 두텁지 않아 당내 경선도 쉽지 않았습니다. 그렇다 보니 아픈 손가락과도 같은 ‘절친’을 돕고 싶은 문재인의 마음은 충분히 이해합니다. 사람이 먼저니까요.

문재인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 당선”


▎경실련 회원들이 2020년 3월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앞에서 비례대표용 위성정당 취소 헌법소원 청구서 제출에 앞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실제로 문재인은 2014년 울산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바보 노무현보다 더 바보인 송철호다, 나의 가장 큰 소원은 송철호의 당선”이라고 했습니다. 이때 송철호는 떨어졌지만 4년 후 울산시장으로 당선됐고, 제일 먼저 “문 대통령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했습니다. 그 정도로 두 사람은 매우 가까운 사이라는 것이죠.

송철호 역시 문재인과의 인연을 2018년 6월 ‘김어준의 뉴스공장’에서 밝혔습니다. 2011년 정치를 그만두려고 정치를 그만둘 생각으로 이사했는데, 문재인이 “형, 이사했다며? 다시 이사 가소”라고 했다는 겁니다. 그러자 “나는 내 맘대로 못 사나”라고 반문했고, 문재인은 “그게 운명인데 어쩝니까”라는 말로 달랬다고 합니다.

2020년 2월 28일자 중앙일보 1면 보도에 따르면 당시 이인영 원내대표를 비롯한 민주당 핵심 인사 다섯 명이 마포의 한 음식점에서 비밀 회동을 했습니다. 위성정당을 만들기로 결의한 모임이었죠. 그런데 여기서 위성정당을 만들어야 하는 이유 중 하나로 이런 말이 나왔습니다. “(대통령) 탄핵을 막기 위해서라도 우리가 어쩔 수 없이 해야 하지 않겠느냐”는 것이었죠.

위성정당을 만드는 목적은 총선에서 과반 의석을 얻기 위함인데, 그 이유 중 하나가 탄핵 저지라는 것입니다. 당시는 울산시장 선거 사건의 공소장이 공개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였습니다. 이날 모였던 민주당 핵심인사들 스스로도 탄핵의 우려를 인정한 것입니다. 그만큼 이 사건을 위중하게 받아들였단 뜻이기도 하고요. 공소장에서 대통령이란 단어를 35번이나 언급한 검찰도 분명히 그럴 만한 이유가 있기 때문에 이런 정치적 부담을 감내한 것 아니었을까요.

다시 2016~2017년 박근혜의 탄핵 당시로 돌아가 보죠. ‘국정농단’이라고 명명된 최순실 사건은 말 그대로 대통령이 국가를 통치하는 과정에서 일개 사인인 최순실이 깊숙이 개입해 국정을 농단한 사건입니다. 즉 주요 정책과 공직자 인사 등을 결정할 때 일반인인 최순실의 입김이 크게 작용하고, 사적 이익을 얻는데 국가가 동원됐다는 것이죠.

한 편에서는 박근혜가 개인적 이익을 위해 뇌물을 받아 챙긴 것도 아니고, 나랏돈을 빼돌려 비자금을 조성하지도 않았는데 이게 왜 탄핵까지 당할 사안이냐고 반문합니다. 아니 실형을 선고받을 만한 범죄도 아니라는 주장도 있습니다. 단순히 박근혜 개인에게 돌아간 이익만 놓고 따진다면 일각의 주장처럼 큰 죄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국민이 양도한 헌법적 권리를 공적인 시스템을 거치지 않고 사적으로 유용한 것은 민주국가의 근간을 뒤흔드는 중대범죄입니다. 왜냐하면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오며, 권력을 행사하는 것은 오직 법과 법이 정한 제도에 의해서만 이뤄져야 하기 때문입니다.

로크는 이를 국민주권의 원리로 설명합니다. 개인이 국가에 양도한 권력의 행사는 오직 국민이 합의한 원칙인 ‘법의 지배’를 통해서만 가능합니다. 아울러 국민 의사에 반하는 권력은 심판할 수 있습니다(저항권). 이를 일컬어 ‘법의 지배(rule of law)’라고 합니다.

탄핵에 대한 두려움


▎2017년 3월 11일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탄핵 환영 촛불집회에서 참가자들이 폭죽을 쏘아 올리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이와 달리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는 권력자의 입에 맞게 법이 악용되는 경우를 말합니다. 국민의 합의된 의지인법이 국가를 통치하는 것이 아니라, 한 개인과 특정 집단이 자신들에게 유리하도록 법을 해석하고 만들어 인민을 다스리는 것이죠. 법무부가 한동훈 검사장을 수사하기 위해 강제로 핸드폰 비밀번호를 열도록 법을 만들겠다는 것이 대표적 예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법치주의의 핵심은 국민더러 법을 잘 지키라는 것이 아니라, 통치자가 오직 법에 의해서만 권력을 행사하는 것입니다. 같은 의미에서 오랜 친구의 당선이라는 사적 이익을 위해 국가 권력을 사용한 게 사실로 밝혀질 경우 이는 최순실의 국정농단과 원칙적으로 크게 다를 바가 없습니다. 법과 제도, 즉 공적인 시스템을 통해 공무를 처리하지 않고 사적 이득을 편취한 게 드러난다면 여당 지도부가 느낀 위기의식대로 충분한 탄핵 사유가 될 수 있습니다.

1년여간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비롯한 여당 의원들이 그토록 모질게 윤석열 총장을 흔들어대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가 아닐까 생각됩니다. 조금이라도 틈을 주고 밀리기 시작하면 끝도 없는 나락으로 떨어질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인 것이죠. 박근혜가 탄핵된 이유인 국정농단의 혐의가 비슷하게 적용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미국의 유명 정치학자 후안 린츠는 “가장 위험한 적은 자신이 민주주의를 구하거나 개선하기 위해 투쟁한다고 확신하는 사람”이라고 했습니다([민주주의 체제의 붕괴]). 민주주의의 가장 큰 적은 독선과 자기 확신이란 이야기죠. 현재의 집권세력은 80년대 민주화운동을 통해 국가의 민주화를 이룩했다는 오만에 빠져 있습니다.

운동으로서 민주화엔 익숙할지 몰라도 제도와 실천으로서 민주주의에는 어설프기 짝이 없습니다. 제대로 학습돼 있지도 않거니와 현대 민주주의의 핵심 원리인 국민을 대의하는 집단으로서 의회에 대한 존중, 삼권 분립과 독립기관(감사원·검찰청 등)을 통한 견제와 균형, 소수자 보호를 위한 자유주의의 원리 등 개념 자체에 무지한 것 같습니다. 그렇지 않고서야 지금처럼 민주주의의 위기를 심화시키는 일들을 계속할 순 없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에 민주주의자가 없다”는 원로 진보 지식인 홍세화 선생의 이야기를 깊이 되새겼으면 합니다. 아울러 ‘가짜 민주주의’를 극복하려는 깨어 있는 시민들의 노력도 필요합니다. 미국 부통령 당선인 카멀라 해리스의 말대로 “민주주의는 저절로 주어진 게 아니라 행동을 통해 얻어내는 것”이기 때문입니다.

※ 윤석만 논설위원/중앙일보 - 국회·청와대·교육부 등 다양한 출입처를 거쳤다. 2012년 한국기자상을 받았다. 고려대에서 사회학을 전공하고 경희대에서 미래 사회를 주제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을 과학·기술·산업만이 아닌 인간과 문화, 의식과 제도의 측면에서 조망하며 미래인문 분야의 전문가로 활동 중이다. 저서로 [휴마트 씽킹] [리라이트] [인간혁명의 시대] [미래인문학]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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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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