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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밀예측 | 막 오른 ‘대선 전초전’ 4·7 보궐선거] 부산시장- 野 ‘빅3’와 與 ‘1강’ 구도 

전·현직 국회 사무총장 대결 유력 여성 후보(박인영 VS 이언주) 간 격돌 가능성도 

국민의힘 박형준·이언주·서병수 각축전에 민주당선 김영춘 선두권
‘가덕신공항’ 이슈 파괴력은 미지수, 지역 지지율 30% 尹이 더 큰 변수될 수도


▎2020년 4월 23일 오거돈 부산시장이 시장직 사퇴 의사를 밝히고 있다.
'PK지방권력 23년 만의 교체’. 지역 언론은 2018년 6·13 지방선거 부산·울산·경남 지역(PK) 결과를 이 한마디로 압축했다. 1995년 지방자치단체장 선거 실시 이후 민주당이 부산시장, 울산시장, 경남도지사를 처음으로 석권했다. 그간 중앙권력은 몇 번 바뀌었지만, PK 지방권력은 한나라당(국민의힘 전신)의 철옹성이었다. 그중에서도 부산은 민주당엔 동토(凍土) 그 자체였다. 시장은커녕 시의원 지역구 선거에서 민주당은 당선자를 한 명도 내지 못했다.

그랬던 부산에서 오거돈 후보(민주당)의 시장 당선은 커다란 정치적 변곡점으로 인식됐다. 현직 서병수 시장을 18%p나 앞선 55% 득표율. 거기다 시의원과 기초단체장 선거도 압승이었다. 시의회는 ‘2대45’의 민주당 절대 열세에서 ‘41대6’의 절대 우위로 뒤바뀌었다. 16개 기초단체장 선거에서도 13곳을 싹쓸이했다. ‘보수정당 일당체제 종식’이라는 평가가 나왔다.

그로부터 2년도 채 안 된 2020년 4월 23일, ‘여직원 성추행’ 사건 때문에 오거돈 시장이 불명예스럽게 물러났다. 시민들은 적잖은 충격을 받았다. 시정은 곧바로 2021년 4월 7일 보궐선거까지 행정부시장 대행체제로 들어갔다.

이렇게 마련된 부산시장 보선인 만큼 당연히 정당별 온도차가 느껴진다. 직전까지 부산 권력을 독식하다시피 해왔던 국민의힘은 ‘고토(古土) 수복’을 당연시하는 분위기다. 이미 다양한 후보군이 형성됐고, 내부 경쟁도 과열 조짐을 보일 만큼 뜨겁다. 민주당은 아직까진 자숙 모드다. 그렇다고 포기할 분위기는 아니다. 비판여론에도 ‘자당의 귀책사유로 인한 재·보선 시 무공천’ 당론을 전(全) 당원 투표로 뭉개버렸다. 무엇보다 그토록 어렵게 잡은 부산 권력을 결코 허무하게 내줘선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 있다. 또다시 지역주의의 정치적 질곡으로 추락할 수 있다는 위기감 때문이다. ‘열정과 냉정 사이’, 미묘하게 엇갈리는 두 당의 입장 탓에 4월 시장 보선을 앞둔 부산이 정치 안갯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4·7 부산시장 보선의 공식 레이스 첫 신호탄은 2020년 12월 8일부터 시작된 예비후보 등록이었다. 등록 첫날 이름을 올린 후보는 모두 6명. 이진복·유재중·박민식 등 전직 의원과 전성하 LF에너지 대표, 오승철 대한인성학회 이사장 등 새 얼굴이 등록했다. 이들 5명은 모두 국민의힘 소속. 이번 보선에 임하는 국민의힘의 자신감을 대변하는 한 장면이다. 나머지 1명은 노정현 진보당 부산시당위원장이었다.

박민식 전 의원(재선)은 지난 11월 9일 ‘1000만 부산 시대의 젊은 시장’을 캐치프레이즈로 가장 먼저 출마를 선언했다. 동래에서 내리 3선을 한 이진복 전 의원은 11월 23일 출정식을 열었다. 부산 앞바다 인공섬 조성을 골자로 한 스마트 ‘신(新) 시티(SEA:TY, Sea+City)’ 조성 계획을 대표 공약으로 내세웠다. 12월 1일엔 수영구 3선 출신 유재중 전 의원이 뒤를 이었다. 다대포와 가덕도 일원에 첨단 국제도시 조성, 부·울·경 경제 물류통합 등 ‘네 가지 새 판’ 공약으로 도전장을 내밀었다.

정작 세간의 시선은 각종 여론조사에서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는 박형준·이언주·서병수 등 국민의힘 ‘빅3’에 모이고 있다. 지난 11월 12일 잠정 확정된 국민의힘 서울·부산 시장 보선 경선 룰에 따르면 ‘100% 시민여론조사’로 예비경선을 실시해 후보를 4명으로 압축한다. 이 4명 안에 정치신인이 없을 경우 4위권 밖으로 밀려난 상위 1명에게 ‘결선행 티켓’을 주는 일명 ‘정치 신인 트랙’이 적용된다. 기성 정치인 중 톱3를 유지해온 이들 3명이 경선 결선에서 맞붙을 가능성이 그만큼 크다는 얘기다.

고지 선점 박형준, 흑색선전·계파 뛰어넘을까


▎박형준 전 의원은 오는 4월 부산시장 재보궐 선거 여론조사에서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여론조사 추세로 볼 때 빅3 간 초반 경쟁에서 고지를 선점한 이는 박형준 전 의원이다. 그는 12월 9일 발표된 여야 잠재 후보 모두를 대상으로 한 시장 적합도 조사(오마이뉴스·리얼미터 12월 6~7일,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 홈페이지 참조)에서 18.6%로 1위를 차지했다. 이언주 전 의원(13.6%)과 김영춘 민주당 국회 사무총장(12.3%)이 뒤를 이었다. 서병수 의원은 11.9%로 4위에 그쳤다.

박 전 의원의 지지율은 국민의힘 후보 적합도 조사에서 뚜렷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최근 한 달간 실시한 3차례 여론조사(프라임경제·싸이리서치 11월 14~15일, 일요신문·싸이리서치 11월 26~27일, 오마이뉴스·리얼미터 12월 6~7일)에서 16.3%→19.3%→23.6%를 기록했다. 같은 조사에서 이언주 전 의원은 14.7%→15.4%→15.6%를, 서병수 의원은 14.1%→16.0%→14.0% 추이를 보였다. 박 전 의원 이 두 경쟁자와 격차를 벌리고 있는 모습이다.

그의 초반 강세는 전국적 인지도와 합리적 보수지향점에서 비롯됐다는 게 중론이다. 각종 TV 시사 프로그램의 보수 논객으로 출연해 수구 보수와는 차별화된 중도통합적 해법을 제시해왔다. 실제 4·15 총선 직전엔 중도까지 아우른 야권 통합을 주도했다. 이 과정을 통해 시나브로 전국구 인물이 됐다. 부산시민 입장에선 “우리 동네에서 인물 하나 나왔네”라는 평가를, 중도 유권자로선 “한번 믿어볼까”라는 기대를 갖게 됐다는 분석이다. 학사일정(동아대 교수) 탓에 지난 12월 15일에야 공식 출사표를 던진 그는 기세를 몰아 최종 승리를 거머쥔다는 전략이다.

그러나 넘어야 할 장벽이 있다. 과거 부산 수영 국회의원 선거(18·19대) 낙선 당시 패인이었던 그를 둘러싼 흑색선전이다. 소셜미디어 발달로 가짜뉴스가 판치는 세태가 치열한 선거전과 맞물릴 경우 또다시 악재가 될 수 있다. 여전히 ‘박근혜 정서’를 내세우는 지역 보수 정서를 제대로 포용할 수 있느냐는 점도 과제다. 경선 결선 룰은 ‘당원 20%’와 ‘시민 80% 여론조사’ 방식이다. 지역당원들 표심이 승패 향방을 좌우하는 캐스팅보트 역할을 충분히 할 수 있다. 특히 그는 이명박 청와대의 정무수석을 지낸 대표적 MB맨. 토라진 보수 집토끼를 껴안지 못할 경우 투표율이 저조한 보선의 특성상 자칫 치명타가 될 수도 있다.

바로 이 지점을 자칭 ‘보수 여전사’ 이언주 전 의원이 강하게 파고들고 있다. 최근 그는 언론 인터뷰를 통해 “나는 친박도 친이도 아니다. 새로운 피를 수혈해야 한다”며 계파 굴레에서 자유로운 자신의 위치를 이점을 내세웠다.

그의 또 다른 강점은 투쟁력이다. 그는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철회를 요구하며 여성 국회의원으로선 최초로 삭발까지 감행했던 바다. 그는 “두루뭉술한 사람은 아무것도 할 수 없다”며 중도 지향의 박 전 의원과 대립각을 분명히 하고 있다.

이 전 의원의 가장 큰 무기는 당내 유일한 여성 후보라는 점이다. 11월 23일 서울 여의도에서 열린 자신의 [부산독립선언] 출판기념회에서 이렇게 말했다. “성추행으로 생긴 보선이 신공항 프레임으로 바뀌어 수세에 몰리는 일은 없어야 한다. 여성문제가 깨끗한 사람이 (시장이) 돼야 한다는 것을 말씀드린다.” 민주당 후보와의 보선을 ‘젠더 선거’로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동시에 과거 흑색선전에 곤욕을 치렀던 박 전 의원을 겨냥한 ‘양수겸장’ 전술로도 읽힌다. 이를 위해 경선 룰에서 유보된 여성 가산점 관철을 강력 요구하고 있다. 종전처럼 20% 가산점이 반영될 경우 경선 판도를 뒤엎는 결정적 변수가 될 수 있다.

보폭 넓히는 이언주, 장고 중인 서병수


▎이언주 전 국민의힘 의원이 2020년 12월 ‘더 좋은 세상으로(마포포럼)’ 정례 세미나에서 발언하고 있다. / 사진:국회사진기자단
그 역시 아킬레스건은 있다. 강성과 외지인 이미지다. 민주당을 박차고 나와 강경 보수로 돌변한 데 대해 중도 확장성을 우려하는 지적이 나온다. 줄곧 서울에서 생활해온 탓에 “진짜 부산 사람 맞나”라는 네거티브도 만만찮다. 사실상 출정식이었던 11월 23일 출판기념회를 서울에서 먼저 한 것을 두고도 “뜬금없다”는 쓴소리가 나왔다.

서병수 의원은 장고 중이다. 직전 시장이라는 타이틀과 인지도, PK 5선 의원이라는 이력만으로 볼 때 결심만 하면 경선 통과쯤은 일도 아닌 듯 보였다. 현실 흐름은 정반대다. 우선 그의 출마에 비판 여론이 만만찮다. 현직 시장 프리미엄에도 대패했던 당사자가 정치적 자숙은커녕 같은 선거의 연장선상인 보선에 다시 나선다는 게 도리가 아니라는 것이다. 여기다 당선된 지 1년도 안 된 국회의원직을 던져야 하는 점도 걸림돌이다. 지역구 우롱 못지않게 또 다른 보궐선거의 원인 제공자가 되는 탓이다. 대여(對與) 공격무기로 시장 보선 비용 267억원의 ‘시민 혈세 낭비론’을 준비 중인 국민의힘 입장에선 곤란할 수밖에 없다.


▎2020년 10월, 국회 국정감사에서 서병수 국민의힘 의원이 질의하고 있다.
뜸이 길어지자 조심스레 ‘서병수 불출마론’이 불거지고 있다. 이른바 ‘추격조’들은 벌써 그 이후를 노린 셈법에 분주한 모습이다. 당장 같은 친박계인 이진복 전 의원이 서 의원 조직 껴안기에 나설 채비를 서두르고 있다. 유재중·박민식 전 의원 등은 ‘추격조 단일화’로 기존 판세를 뒤엎는다는 구상이다.

국민의힘 일부 부산 의원의 생각은 다르다. 새로운 정치신인으로 아예 새 판을 짜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 연장선상에서 박성훈 부산시 경제부시장이 주목받고 있다. 기획재정부국장, 민주당 예결위 수석전문위원 등을 거친 1971년생 박 부시장은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말한 ‘경제를 아는 40대’에 안성맞춤이다. 이미 김 위원장이 그를 만나 영입 의사를 타진했다는 보도가 나오기도 했다. 물론 그는 즉각 손사래를 쳤다. 그럼에도 그의 등판 예측에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무조건 정치신인 1명을 경선 결선 무대에 올리기로 한 룰과 관료 선배 의원들의 적극적 채근이 계속되면서 출마 여부를 검토 중이라는 전언이다.

반면 민주당은 ‘원톱’ 독주세다. 그 주인공은 김영춘 국회사무총장. 그는 앞서 언급된 최근 3차례 여론조사(프라임경제·싸이리서치 11월 14~15일, 일요신문·싸이리서치 11월 26~27일, 오마이뉴스·리얼미터 12월 6~7일)의 민주당 후보 적합도에서 각각 18%, 17.1%, 16.3%로 1위를 차지했다. 같은 당 소속 김해영 전 최고위원(9.5%, 10.1, 13.5%)과 박인영 전 부산시의회 의장(2.7%, 3.6%, 5.4%)을 훨씬 앞섰다.

또다시 지역주의에 도전하는 김영춘


▎김영춘 국회 사무총장이 2020년 8월 국회 운영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업무보고를 하고 있다.
그의 강점은 역시 지역주의 도전과 극복 스토리다. 서울 광진갑에서 재선한 뒤 지역주의 타파를 위해 기꺼이 고향 부산으로 내려와 한 번의 실패를 딛고 3선을 쟁취했다. 이를 바탕으로 문재인 정부 초대 해양수산부 장관도 지냈다. 지난 4·15 총선에선 ‘김영춘 표적 공천’으로 전격 투입된 직전 시장 서병수 후보에게 석패했다. 공교롭게도 그의 낙선 직후 시장 보선이 결정되자 일각에선 보선 출마가 쉽지 않을 것이란 섣부른 관측을 내기도 했다. 특히 21대 국회의 전반기 사무총장으로 발탁되자 “승리가 어려운 보선을 피하려는 선택”이라는 말이 돌기도 했다.

하지만 부산시당 안팎에선 그의 출마를 전혀 의심치 않는다. 이번 선거가 쉽진 않지만, 지역주의와 과감히 싸워온 그가 다시 정면승부를 벌일 것이라고 보기 때문이다. 일부는 “충분히 해볼 만하다”며 조심스레 승산까지 점친다. 만에 하나 당선이 안 된다고 해도 개의치 않는다는 분위기도 엿보인다. 당장 이번 보선보다는 1년여 후 지방선거(2022년 6월)의 승리를 위한 디딤돌이라고 보는 탓이다. 그 역시 피해 갈 생각이 없는 듯 보인다. 최근 지역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9일 정기국회 폐막 뒤) 부산에서 집중적으로 활동할 계획”이라며 의지를 드러냈다. 공식 출사표는 12월 임시국회가 끝나는 대로 총장직 사직서와 함께 던질 것으로 알려졌다.

김 사무총장에 대한 기대와 지지율이 높아지면서 당초 도전이 예상됐던 김해영 전 최고위원과 박인영 전 시의장은 다소 주춤하는 모습이다. 당 최고위원 회의 때마다 40대 초선의 입바른 소리로 전국적 지명도를 누렸던 김 전 최고위원은 오히려 그 탓에 운신의 폭이 제한적이다. 매번 당내 주류와 다른 민심을 대변했던 그에 대해 열성 당원들의 항변이 커지면서 경선 도전에 빨간불이 켜졌다. 민주당 소속으로 처음, 무엇보다 유리천장을 깬 첫 여성 부산시의회 의장으로 주목받았던 박 전 의장은 출사표를 미루며 당 지도부의 선택을 좀 더 지켜보려는 듯 보인다. 여성·신인 가산점 반영을 주저하는 지도부를 압박하는 모양새다.

이들보다 내심 적극성을 보이는 쪽은 변성완 시장 권한대행이다. 행정부시장에서 시장대행을 맡은 그는 지난 11월 25일 부산시 선관위가 개최한 보선 예비후보자 설명회에 여권 쪽 인물로는 유일하게 자신의 대리인을 참석시켰다. 관심이 쏟아지자 그는 “참고용”이라고 둘러댔다.

시청 안팎에선 그가 도전할 수 있는 여건이 조성되고 있다고 입을 모은다. 실제 매일 코로나 대응 대책을 주도하고, 2021년도 국비 예산 확보를 진두지휘하면서 시민들도 그의 존재감을 인식하기 시작했다. 여기다 가덕도 신공항 유치전을 선두에서 이끌면서 정치적 무게감도 더해가고 있다. 얼마 전 부·울·경 행정통합토론회에서 김경수 경남지사, 송철호 울산시장과 어깨를 나란히 한 게 대표적 장면. 그러나 행정 관료로서의 정치판 경험이 전무한 그가 치열한 당내 경선을 통과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실제 도전에 나설 경우 ‘대행의 대행’ 체제라는 또 다른 행정 공백에 대한 무책임 비판도 이겨내야 한다.

부산시정 이끄는 ‘투톱’ 맞대결 가능성은?

현재 판세로 볼 때 가장 유력한 대진표는 기호 1번 ‘김영춘’과 기호 2번 ‘박형준’ 구도다. 실제로 성사되면 여러모로 흥미로운 대결이 될 전망이다. 우선 ‘전·현직 국회 사무총장의 싸움’이다. 박 전 의원 역시 19대 국회 후반기 정의화 국회의장 당시 사무총장을 맡은 바 있다. 한 해 7000억원에 육박하는 예산과 직원 3500여 명을 거느리며 국회 살림을 책임졌던 행정가로서의 치적 공세가 최소한 서로에겐 먹히지 않을 것이다. 대신 국회의장을 도와 여야 대결과 갈등을 물밑에서 중재하고 조정했던 두 사람의 경험칙상 사생결단식 이전투구보다는 미래 비전에 바탕을 둔 정책대결에 초점이 모일 공산이 짙다.

사실 두 사람의 정치적 뿌리가 같다는 점도 이런 관측에 무게를 더한다. 김 사무총장은 30대 초반에 김영삼 청와대 정무비서관을 지낸 대표적 ‘YS 키즈’. 박 전 의원은 당시 박세일 청와대 정책기획수석을 외곽에서 도왔던 YS의 소장파 브레인. 여기다 고려대 운동권 선후배로서 막역한 사이이기도 하다. 그러나 선거에서 2등은 아무 의미가 없다. 잘 아는 만큼 서로를 향한 공세의 칼날은 더욱 날카로울 수밖에 없다.

과거 인연을 따졌을 때 주목되는 또 다른 구도는 ‘김영춘 대 이언주’의 대결이다. 민주당 소속으로 19·20대 의원을 지낸 이 전 의원은 김 사무총장과는 과거 한솥밥을 먹던 동지적 관계다. 특히 둘 다 민주당에선 드문 부산 출신에다 친노·친문과는 거리를 뒀던 중도·비주류로 분류됐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교롭게도 모두 정치적 입지를 마련했던 수도권을 떠나 고향으로 돌아왔다. 여기다 지난 총선에서 똑같이 낙선의 아픔을 겪었다. 따라서 둘 다 이번 보선을 통해 정치적 재기가 절실한 상황. 그 누구도 결코 양보가 쉽지 않다.

‘한솥밥 인연’이라면 그 빅매치는 ‘변성완 대 박성훈’의 대진표다. 두 사람은 현재 행정부시장(권한대행)과 경제부시장을 각각 맡아 위기의 부산을 책임진 사령탑. 아직 두 사람 중 누구도 보선 출마 의지를 공개적으론 드러내지 않았다. 주변에선 여건만 마련된다면 출마를 마다치 않을 것으로 본다. 가덕도 신공항 등 부산현안 처리를 위해 이미 여권 핵심들과 긴밀히 협조해온 변 대행은 민주당의 대안 카드로 적극 거론되고 있다. 박 부시장은 국민의힘 영입대상으로 거론돼온 터. 상대진영 대표선수로 맞붙을 가능성을 전혀 배제할 수 없다. 정치에 때 묻지 않은 신인에다 행정 달인의 대결이라는 점에서 분명 신선함이 있다. 하지만 둘 다 한꺼번에 선거에 뛰어들 경우 초래될 행정 공백과 그에 못지않게 적수로 부딪힐 때 우려되는 조직 갈등 후유증을 걱정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무엇보다 각 당내 유력후보와의 경쟁과 그 과정에서의 조직과 경험의 열세를 극복한다는 게 절대 쉽지 않다. 양당 지도부의 전략적 결정이 전제돼야 가능한 대진표라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리턴매치 성사 여부도 관전 포인트 중 하나다. 지난 총선 때 부산진갑 선거에서 맞붙은 ‘김영춘과 서병수’의 대결이 시장 보선에서 재연될 수 있는 탓이다. 불과 3.5%p 차이로 분루를 삼켰던 김 사무총장 입장에선 서 의원과 1년 만에, 그것도 시장직을 놓고 다시 맞붙을 경우 ‘올인’ 자세로 임할 수밖에 없다. 반면 서 의원은 총선을 강타한 민주당 바람 속에서도 승리를 일궈냈던 만큼 ‘김영춘 잡는 서병수’ 이미지의 극대화로 맞설 것으로 보인다. 어떤 구도보다도 뜨거운 승부가 예상된다.

이번 보선이 치러지는 배경을 생각해볼 때 ‘박인영 대 이언주’의 여성 후보 대결도 조심스레 전망해볼 수 있다. 지지율 등 여러 정황상 박 전 의장이 당내 후보들을 뛰어넘을 가능성이 높진 않다. 하지만 서울시장 보선 구도가 현재 선두권인 두 사람, ‘박영선(민주당) 대 나경원(국민의힘)’ 대결이 되면 부산 판세도 출렁일 가능성이 없지 않다. 실제 국민의힘이 ‘서울 나경원, 부산 이언주’식으로 ‘젠더 선거’를 지향할 경우 ‘박인영 카드’가 힘을 받을 가능성은 남아 있다.

전국 평균보다 높은 PK의 윤석열 지지율


▎민주당 의원들이 2020년 11월 26일 ‘가덕도 신공항 건설 촉진 특별법’을 제출한 뒤 취재진과 질의응답을 하고 있다.
선거판에서 인물과 구도만큼 쟁점과 변수도 중요하다. 가장 뜨거운 쟁점은 역시 가덕신공항 문제다. 2020년 11월 17일 총리실 산하 검증위원회가 김해신공항 사업을 백지화하는 결정을 내리자 다수 언론은 강하게 질타했다. 부산시장 보선을 앞둔 “여권의 선거용 결정”이라는 게 비판의 요지다. 실제 민주당은 기다렸다는 듯 대안으로 가덕신공항을 들고 나왔다. 부산 여론은 적극 환영하고 나섰다. 그러자 국민의힘 부산의원들은 한술 더 떴다. 중앙당의 반대도 아랑곳하지 않고 특별법을 민주당보다 앞서 발의해버렸다. 가덕신공항 없이는 시장 선거 승리가 어렵다는 판단에서였다.

그러나 여론 흐름으로 보면 그 파괴력은 아직까진 제한적이다. 부산시민 절대다수가 찬성하는 가덕신공항 이슈를 제기한 민주당 지지율이 오히려 빠지는 양상이다. 앞서 언급된 최근 3차례 여론조사에서 검증위 백지화 이전의 29.1%(프라임경제·싸이리서치 11월 14~15일) 지지율에도 못 미치는 28.4%(일요신문·싸이리서치 11월 26~27일)와 25.8%(오마이뉴스·리얼미터 12월 6~7일)의 약보합세를 면치 못하고 있다. 신공항 문제가 2002년 이후 대선에서 매번 공약으로 제기된 묵은 이슈인 데다 번번이 엎어졌던 탓에 여전히 반신반의하기 때문이란 분석이다. 관건은 민주당이 공언한 오는 2월 임시국회에서의 가덕신공항 특별법 통과 여부다. 특별법이 제정되면 이젠 확실히 믿을 구석이 생기고, 이를 추진한 정파에 표가 쏠릴 공산이 크다.

또 다른 쟁점은 차기 대선구도와의 상관성이다. 이번 보선은 2022년 3월 대선의 전초전이다. 당연히 부산 시민이 선호하는 차기 대선주자의 지지율과 그의 동향에 적잖은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이와 관련해 단연 주목되는 인물은 최근 여론조사에서 선두로 급부상한 윤석열 검찰총장이다. 1위를 기록한 12월 5~7일 한길리서치·쿠키뉴스 조사에서 그의 PK 지지율(30.1%)이 전체(28.2%)보다 앞섰기 때문이다. 이틀 뒤 국민일보·리얼미터 조사에서도 PK가 전체(25.8%)보다 1.5% 많은 27.3% 지지율을 보였다. 현재 진행 중인 사상 초유의 검찰총장 징계건의 향배가 부산시장 보선 변수가 충분히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로나19도 판세를 좌우할 주요 요소다. 지난 총선에서 여당 압승의 빼놓을 수 없는 요인으로 코로나19 방역 성과가 꼽혔다는 점이 이를 대변한다. 당시와는 반대로 3차 확산이 진행 중인 현 상황이 악화일로로 치달을 경우 여당엔 최대 악재가 될 수 있다. 영국에 이어 미국에서도 시작된 코로나 백신 접종이 우리나라에서 얼마나 빨리, 또 효과적으로 시행되는지도 표심 결정의 잣대가 될 전망이다. 정치도, 선거도 결국 먹고사는 문제에 달렸기 때문이다.

- 차재원 부산가톨릭대 특임교수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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