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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취재] 민주당 ‘전당대회 등판설’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대통령 지지율 반등이 출마의 필요충분조건? 

차기 민주당 당권 쥘 경우 자연스레 대선 관리 들어갈 듯
송영길·설훈·홍영표 등 예비후보들 노 실장 거취에 촉각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0월 28일 국회에서 2021년도 예산안 시정연설을 마친 뒤 국회 본청을 나서고 있다. 오른쪽은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 사진:오종택 기자
수차례 요청 끝에 월간중앙이 친문 거물급 정치인과 마주앉은 건 2020년 11월 중순 어느 날 아침. 이 인사는 원조 친노와는 결이 다른, ‘순수 친문’ 중진이다. 그는 이런저런 라인을 통해 청와대 쪽 ‘기류’를 감지할 수 있는 인물로도 알려졌다.

머지않은 시점에 청와대에서 나오는 것을 전제로,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차기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을 이 인사에게 물었다. 민주당은 2021년 3월 당대표를 선출하는 전당대회를 계획하고 있다. 당헌(黨憲)을 규정해야 하는 등의 돌발변수가 없다면, 대권·당권 분리 규정에 따라 차기 유력 대선주자인 이낙연 현 민주당 대표는 제20대 대선 1년 전인 3월 초에 직(職)을 내려놓아야 한다.

“….”

기자의 질문에 이 인사는 긍정도 부정도 하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여건이 갖춰지면 출마할 수 있지 않겠느냐”는 추가 질의에는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당의 또 다른 중진 의원도 노 실장의 전당대회 출마 가능성에 무게를 실었다. 이 의원 측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여러 변수가 있긴 하지만 노 실장이 당권에 도전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며 “친문이 절대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당내 권력 지형만 보면 노 실장이 차기 당권에 가장 근접해 있는 인물 아니겠느냐”고 말했다.

이처럼 연말·연초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의 행로(行路)에 여의도 정치권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노 실장이 현재는 대통령 비서실장이라는 중책을 맡고 있는 만큼 가볍게 움직이진 않겠지만, 조만간 청와대 개편을 통해 비서실장직을 벗게 될 경우 정치적으로 새로운 길을 모색할 거란 관측에는 이견이 별로 없다. 노 실장은 2019년 1월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뒤를 이어 청와대에 입성했다.

노 실장 입장에서 시야를 좁히면 우선 3월 전대가 눈에 들어온다. 이번 전대에서는 최고위원들은 그대로 둔 채 당대표만 선출한다. 새로 뽑히는 임기 2년의 대표는 사실상 문재인 대통령 재임 중 마지막 대표다. 또 이변이 없는 한 차기 대표 체제로 2022년 3월(예정) 대선도 치르게 된다.

좀 긴 호흡으로 본다면 2022년 6월 지방선거도 노 실장의 시야에 포착될 수 있다. 같은 당 소속인 이시종 현 충북지사는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만큼 다음 지방선거 출마가 원천적으로 불가능하다.

민주당 출신 정치 컨설턴트의 진단이다. “노영민 실장의 전대 출마 여부는 당 안팎의 여러 상황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결정할 문제다. 대통령을 지근(至近)에서 보필했던 인사가 대통령의 의중과 무관하게 자신의 정치적 진로를 결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조 친문… 친문 일색 비판 부담도


▎2012년 9월 당시 민주통합당 문재인 후보 ‘담쟁이 기획단’ 1차 회의에 참석한 김부겸 전 의원, 노영민 의원, 문 후보, 박영선·이학영 의원(왼쪽부터).
노 실장은 17~19대 총선 때 청주(흥덕을)에서 내리 3선에 성공한 친문 중진이다. 그는 노무현 정부 시절 대통령정책실 신행정수도건설추진기획단 자문위원으로 활동하면서 문 대통령과 가까워졌다고 한다. 이후 2012년 문 대통령이 대선을 앞두고 고(故) 김근태 의원이 이끌었던 민평련(민주평화국민연대) 출신 인사들을 중용할 때 당시 문 후보의 비서실장을 맡으며 측근으로 부상했다. 노 실장은 2012년 대선 때의 인연을 바탕으로 2017년 대선에서는 선대본부 조직본부장을 맡아 문재인 선거 캠프를 지휘했다.

전해철·홍영표·윤호중·김태년 민주당 의원 그리고 박남춘 인천시장과 함께 6인회 멤버이자 문 대통령의 복심(腹心)이라 할 노영민 실장. 그가 청와대에서 나온 뒤 차기 전대에 출마한다면 친문 세력이 다시 한번 결집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친문 입장에서는 문 대통령을 레임덕 없는 최초의 대통령으로 만듦과 동시에 자신들이 원하는 방식과 인물로 차기 정권 창출에 성공하는 게 최상의 시나리오다. 이처럼 중차대한 역할을 수행하는 데 노 실장만 한 인물은 없다는 게 친문 일부의 생각이다.

채진원 경희대 공공거버넌스연구소 전임연구원은 “만일 노영민 실장이 3월 전대에 출마해서 당권을 잡는다면 당장 4월 서울·부산 시장 보궐선거에 총력 대응하게 될 것”이라며 “나아가 당·정·청 일체감을 고조시킴으로써 대통령 레임덕을 막는 경호대장 역할도 맡게 될 것으로 본다. 긍정적 효과도 있겠지만 그에 상응하는 부정적 효과가 있을지도 모른다”고 내다봤다.

노 실장이 당권을 거머쥔다면 자연스레 대선 관리가 가능해진다. 민주당 당헌 88조에 따르면 대통령 후보는 선거일 180일 전인 2021년 9월 9일까지 선출해야 한다. 따라서 차기 민주당 대선후보는 새 당대표 체제에서 선출될 수밖에 없다.

정권 임기가 채 1년 반이 남지 않았는데도 현재 여권 유력 후보 가운데 대통령과 각을 세우는 주자가 보이지 않는다. 이른바 ‘빅2’라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모두 청와대와의 보폭 맞추기에 신경 쓰고 있다. 과거를 돌아봤을 때 전례가 없는 일이다.

역대로 집권 4년 차 전후, 차기 유력 주자들은 청와대와 목소리를 달리하며 자신들의 존재감을 드러내왔다. 현 정권 들어 나타나는 ‘기현상’은 역대 대통령과 비교했을 때 문 대통령 지지율이 아직은 견고한 편인 데다 당·청 호흡에도 큰 문제가 없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이런 점들을 고려하면 ‘대통령의 복심’이 전대에 출마해서 당권을 잡는 데 큰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반면 노 실장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리스크가 만만치 않을 거란 시각도 있다. 최근 들어 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의 갈등, 부동산 정책 논란, 코로나19 방역 책임론 등의 이슈가 불거지면서 대통령과 민주당 지지율이 동반 하락세에 놓여 있다. 이런 와중에 친문 핵심, 그것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노 실장이 등판할 경우 되레 역풍을 몰고 올 거란 주장이다.

민주당 수도권 중진 의원실 관계자의 말이다. “원내내표(김태년 의원)에 이어 사무총장(박광온 의원)과 정책위의장(한정애 의원) 등 당 3역이 모두 골수 친문이다. 이런 마당에 당대표까지 강성 친문으로 채워진다는 건 청와대나 당에 부담이 될 수 있다.”

김민준 한국정치커뮤니케이션센터 소장도 비슷한 지적을 한다. 김 소장은 “여당이 연말에 각종 법안을 힘으로 밀어붙여 통과시킨 데 따른 유권자들의 거부감이 적지 않다”며 “그런 상황에서 친문 핵심이자 강경파라 할 수 있는 노 실장이 당권마저 장악한다면 중도층의 외면을 초래할지도 모른다”고 전망했다.

노 실장이 청와대를 나올 경우 비서실장 바통을 누가 이어받을지에 대해서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월간중앙 취재에 따르면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등으로 차기 비서실장 후보를 압축해볼 수 있다.

총리·개각·비서실장 등과 맞물린 고차방정식


▎차기 대통령 비서실장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들. 왼쪽 사진부터 우윤근 전 러시아 대사, 최재성 청와대 민정수석, 양정철 전 민주연구원장. / 사진:연합뉴스
3선 의원 출신인 우 전 대사는 2012년 대선 당시 선거캠프 공동본부장을 맡으며 문 대통령과 가까워졌다. 그는 2015년에는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표를 지내며 문재인 대표와 호흡을 맞추기도 했다. 우 전 대사는 노 실장과는 1957년생 동갑내기이자 17대 국회 등원(登院) 동기다. 둘은 사석에서는 스스럼없이 이름을 부를 정도로 가깝다.

온화한 성품인 우 전 대사가 관리형이라면 4선 의원 출신인 최 수석이나 전략가인 양 전 원장은 돌파형으로 분류된다. 문재인 당대표 시절 새정치민주연합 총무본부장을 맡았던 최 수석은 이른바 신문(新文) 핵심으로 꼽힌다. 양 전 원장은 이호철 전 노무현 정부 청와대 민정수석, 전해철 민주당 의원과 함께 ‘3철’로 불렸던 원조 친노·친문이다.

세 사람 중 누가 차기 비서실장으로 낙점되느냐에 따라 노 실장 행로의 궤도도 수정될 수 있다. 정권 임기 말일수록 여당 대표와 대통령 비서실장의 호흡이 잘 맞아야 ‘누수(漏水)’를 최소화하는 한편, 레임덕을 최대한 늦출 수 있기 때문이다.

내각 개편이 임박했다는 점도 주의 깊게 볼 대목이다. 문 대통령은 이미 12월 4일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을 비롯해 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 진영 행정안전부 장관, 이정옥 여성가족부 장관 등 4명의 정부 부처 장관을 바꾸는 1차 개각을 단행했다. 앞서 정세균 총리는 “개각은 두 차례 나눠서 할 것”이라며 순차적 개각을 예고한 바 있다.

2차 개각 대상으로 산업통상자원부와 고용노동부 등 여러 부처 장관이 거론된다. 또 홍남기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과 유은혜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도 개각 대상에 오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차기 서울시장 보궐선거 후보 중 하나로 꼽히는 박영선 중소벤처기업부 장관도 이름을 올릴 수 있다.

역시 가장 큰 관심 대상은 국무총리다. 정 총리는 “코로나19 극복에 전념하겠다”고 여러 차례 공언한 만큼 연말·연초가 아닌 봄쯤 직을 내려놓을 가능성이 있다. 하지만 약간의 시차만 있을 뿐, 정 총리가 조만간 내각에서 나와 ‘대선 열차’에 몸을 싣게 될 거란 전망에는 이견이 많지 않다.

중요한 건 후임자, 차기 총리다. 이와 관련해 한 민주당 의원은 “김부겸 전 4선 의원을 주목하라”고 귀띔했다. 그가 김 전 의원을 차기 총리 유력 후보로 예상하는 데는 나름대로 이유가 있다. 첫째, 김 전 의원은 민주당으로서는 최대 험지(險地)라 할 TK(대구·경북)를 대표하는 정치인이다. 그는 21대 총선에서는 석패했지만 20대 총선에서는 ‘대구의 강남’이라는 수성갑에 민주당 깃발을 꽂았다. 대선을 앞두고 ‘김부겸 역할론’이 나오는 이유다. 둘째, 임기 말로 접어든 만큼 온건하고 원만한 성품의 김 전 의원이 화합형 총리로 제격이라는 것이다.

이 의원의 설명이 이어진다. “사실 김 전의원은 2016년 총선 직후 친문으로부터 그해 8월 전대 출마를 권유받기도 했다. 하지만 당시만 해도 김 전 의원이 대권 직행을 노리던 터라 정중하게 고사했던 것으로 알고 있다. 비문(非문재인)이자 온건·합리적 성향의 김 전 의원이 내각의 수장으로 발탁된다면, 상호 보완적인 측면에서 볼 때 원조 친문인 노 실장의 당권 도전에 도움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공교롭게도 김 전 의원 역시 76학번으로 노 실장과 동기다.

결국 노 실장의 당권 도전 여부는 청와대 개편, 개각 등 여러 정치 일정을 종합적으로 고려한 뒤 결정될 공산이 클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 중진 의원실 관계자는 “한마디로 설명하면 노 실장의 당권 도전은 인물·시점·지지율 등과 맞물린 고차방정식”이라고 주장했다.

구문·신문 간 미묘한 온도 차 왜?


▎문재인 대통령이 2020년 12월 14일 청와대에서 열린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안경을 고쳐 쓰고 있다. / 사진:뉴시스
2020년 21대 총선에서 친문 성향의 의원이 대거 국회에 진입하면서 민주당 전체가 사실상 친문 일색이라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민주당 현역 초선 의원 가운데 문재인 청와대 출신만 15명에 이른다. 여기에 참여정부 청와대 출신을 더하면 20명이 훌쩍 넘는다. 그렇다 하더라도 면면을 살펴보면 그 안에서도 구문과 신문으로 나뉠 수 있다. 그리고 구문과 신문 간에 미묘한 온도 차가 감지된다.

구문이 친노를 모태로 해서 친문으로 확장한 경우라면, 대체로 신문은 2017년 대선을 전후로 민주당에 합류해 주류로 발전한 세력이라 할 수 있다. 윤건영·고민정·박주민·윤영찬 의원 등과 최재성 청와대 정무수석이 신문 핵심이라 할 수 있다.

특히 21대 총선을 통해 국회에 입성한 뒤 신문 주류로 자리매김한 이들의 경우 노 실장의 당권 도전에 거부감을 가질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친문이 다 해 먹는다”는 세간의 비판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비문 의원실 관계자는 사견을 전제로 “신문 입장에서 보면 구문은 ‘할 만큼 한 선배들’일 것”이라며 “그러잖아도 친문 일색이라는 시선이 따가운데 강성 이미지의 노 실장이 당대표로 나선다는 건 신문에 마뜩잖을 수 있다”고 꼬집었다.

당권 주자로 꼽히는 중진 의원들도 ‘노영민 행로’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자천타천 차기 민주당 당권주자로 거론되는 인사로는 송영길·설훈 5선 의원과 홍영표 4선 의원 등이 있다. 송·설 의원은 비문, 홍 의원은 친문으로 분류된다.

친문·비문을 떠나 당권 예비후보들로서는 노 실장의 등판 가능성 소식이 달가울 리 없다. 특히 같은 친문인 홍 의원의 경우 노 실장이 출마 결심을 굳힌다면 내부 교통정리를 피하기 어려울 수 있다. 2016년 추미애 대표, 2018년 이해찬 대표 그리고 2020년 이낙연 대표를 선출할 때 친문은 단일대오를 형성하며 전대를 장악했다.

특히 지난번 당대표와 최고위원들을 선출하는 전대 때는 문파(文派)들 사이에서 ‘118 운동’이 벌어졌다. 당대표는 기호 1번 이낙연 후보, 최고위원은 기호 1번 김종민 후보와 8번 신동민 후보를 찍자는 것이었다. 김 후보는 물론이고, 낮은 인지도의 신 후보도 문파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은 덕분에 최고위원에 선출됐다.

비문인 송·설 의원도 떨떠름하긴 마찬가지. 두 의원은 2020년 8월 전당대회를 거르면서까지 차기 전대를 준비해왔다. 그러나 노 실장이 전대 출마 결심을 굳히고, 친문이 대거 결집한다면 아무래도 전황(戰況)이 불리해질 수밖에 없다.

이낙연 대표, 이재명 지사 등 당내 대선후보 빅2도 노 실장이 당대표가 될 경우 셈법이 복잡해질 수 있다. 친문 성골인 김경수 경남지사가 ‘드루킹 사건’ 항소심 재판에서 유죄를 선고받는 등 친문 진영에 ‘적자(嫡子) 주자’가 부재한 상황에서 ‘대통령의 복심’인 노 실장이 당권을 잡는다면, 향후 대선후보 선출 과정에서 친문의 그립이 세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나 이 지사나 친문이 아니긴 매한가지다.

김민준 소장은 “노영민 실장이 차기 전대에 출마한다면 비문 진영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모색할 수 있을 것”이라며 “전대가 친문 대 비문 간 일대일 대결 구도로 치러진다면 승패를 떠나 모양새가 좋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어 “누가 차기 당대표가 되느냐에 따라 예비 대선후보들의 희비도 교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당권 안 되면 2022년 지방선거?


▎설훈 위원장(왼쪽 둘째)이 2020년 1월 3일 국회에서 열린 더불어민주당 검찰공정수사촉구특별위원회 회의에서 이종걸(왼쪽)· 홍영표(왼쪽 셋째)·송영길 위원과 이야기하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청주 출신으로 고향에서만 내리 3선 국회의원을 지낸 노 실장의 선택지 가운데 하나로 2022년 지방선거 출마를 생각해볼 수 있다. 이시종 현 충북지사는 3선 연임 제한에 걸린 터라 다음 선거에는 출마할 수 없다. 3선 의원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이력’만 본다면 노 실장의 충북지사 도전은 이상할 게 없다. 더구나 이 지사 3선 과정에서 충북 도내 민주당의 기반도 잘 다져졌다.

그런데 한 가지 변수가 생겼다. 노 실장의 청주 집 처분이다. 2020년 7월 노 실장은 “다(多)주택자 (청와대) 참모들은 실거주 1주택 외에는 처분하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자신이 보유하고 있던 아파트 2채(서울 반포, 충북 청주) 가운데 청주 아파트를 매물로 내놓았다. 당초 첫 발표에서는 서울 반포 아파트를 팔겠다는 언급이 있었지만, 청와대는 50여 분 뒤 “반포 자택이 아니라 청주 자택”이라는 수정 공지를 내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이에 대해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결국 자신을 뽑아준 지역 유권자들을 처분한 것이나 다름없다”고 꼬집었다. 청주를 비롯한 충북 지역 정가에서도 노 실장의 청주 집 매각은 신중하지 못한 처사라는 비판이 나왔다. 충청 출신 민주당 관계자는 “노 실장의 청주 집 매각이 지역 유권자들에게는 ‘이제 고향과는 안녕’이라는 메시지로도 읽혔다”고 일갈했다.

청주 집 매각과는 별개로 노 실장의 2022년 지방선거 도전 가능성을 달리 해석하는 시각도 있다. 노 실장이 청와대에서 나온 뒤 한동안 선출직은 자제한 채 막후에서 정권 재 창출에 역할을 다한다면, 지방선거 출마에 별 무리가 없을 것이란 설명이 곁들여진다. 여당 일각에서는 2022년 3월 대선과 지방선거 동시 실시 주장도 나오지만 아직 결정된 건 없다. 예정대로라면 지방선거는 같은 해 6월 치러진다.

민주당 친문 의원은 “지역구 국회의원과 대통령 비서실장 등을 지낸 인사가 지사직에 도전한다면 지역민들 입장에서는 도리어 반길 일”이라며 “충북 지역 정가에서는 벌써 노 실장의 2022년 지방선거 출마 가능성을 두고 설왕설래한다는 소식을 들었다”고 귀띔했다.

노 실장의 행로를 두고 여러 시나리오가 난무하는 가운데 결국 대통령의 국정 지지도가 열쇠가 될 거라는 주장에 무게가 실린다. 대통령의 지지율이 나름대로 버텨준다면 차기 전대에 자연스럽게 청와대의 의중이 반영될 수 있다. 그럴 경우 당대표로 노 실장만 한 카드가 없다고 할 수도 있다.

대통령 국정 지지도는 하락하는데…


▎김경수 경남지사가 2020년 11월 6일 항소심 재판이 끝난 뒤 고개를 떨군 채 법정을 나서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반면 앞으로도 지지율 하락세를 면치 못한다면 대대적인 쇄신 카드로 유권자들에게 어필할 수밖에 없다. 친문 천하라는 비판의 목소리가 거센 만큼 비문 또는 중도 인사를 내각과 당 전면에 내세우는 게 현실적으로 도움이 될 수 있다.

이런 가운데 최근 발표된 여론조사 결과도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아 보인다. 리얼미터가 의뢰로 12월 7∼11일 전국 18세 이상 2531명을 대상으로 조사(신뢰수준 95%, 표본오차 ±2.0%p)한 결과 문 대통령의 국정 수행에 대한 긍정평가가 전주보다 0.7%p 떨어진 36.7%로 집계됐다(발표는 12월 14일).

리얼미터 조사에서 대통령에 대한 긍정평가는 2주 연속 반등 계기를 찾지 못한 채 30%대에 머물렀다. 반면 부정평가는 0.8%p 오른 58.2%로 긍정·부정 평가의 격차가 20.8%p까지 벌어졌다.

특히 눈여겨볼 대목은 진보층 지지율이 전주보다 4.2%p 떨어진 59.6%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전주에도 8.2%p 떨어진 데 이어 2주 연속 하락세였다. 진보층 지지율이 60% 아래로 떨어진 것은 문 대통령 취임 이후 처음이다. 중도층도 3.2%p 하락한 33.9%에 그쳤다(자세한 내용은 리얼미터나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고).

여론조사·정치컨설팅 업체 ‘티브릿지 코퍼레이션’의 박해성 대표는 “최근 각종 여론조사를 분석해보면 부동산 문제, 추미애-윤석열 갈등 등의 과정에서 정부여당의 태도에 실망한 진보·중도 유권자들의 이탈이 눈에 띈다”며 “정부여당으로서는 사과할 건 사과하고 설명할 건 설명함으로써 이 같은 이슈에서 빨리 빠져나와야 반등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정부여당의 핵심 인사라면 정권 임기 말 자신의 정치적 거취를 결정하는 데 가장 중요한 요소가 대통령 지지율일 것”이라며 “대통령 지지율 반등이 출마의 필요충분조건인 셈”이라고 진단했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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