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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 특별 인터뷰] ‘방역 야전사령관’ 정세균 국무총리 

“백신은 3월, 치료제는 1월에 풀린다” 

■ 10일 동안 일일 신규 확진 1000명 나와도 감당할 의료시스템 준비 중
■ 30차례 진행된 ‘목요대화’ “소통 통해 상생과 타협 모색하는 것이 중요”
■ 대선 출마? “지금은 코로나19 방역에 전념할 때… 시대정신은 경제와 통합”


▎정세균 국무총리는 “2021년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가 미래를 선도하는 발판이 되는 해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2020년 1월, 정세균 국무총리는 “경제·협치 총리가 되겠다”고 취임 일성을 밝혔다. 하지만 임기 시작 6일 만에 ‘코로나 총리’가 됐다. 그렇게 1년이 쏜살같이 지났다. 1차(대구·경북), 2차(광화문 집회) 코로나19 위기를 넘겼지만, 그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3차 대 유행 확산세가 거세다. 12월 13일, 국내 환자가 발생한 이래 처음 1000명이 넘는 신규 확진자가 발생한 데 이어 3일 만인 12월 16일에는 일일 최다 확진자 수(1078명)를 경신했다.

월간중앙이 만난 정 총리는 “코로나19 발생 10개월여 만에 최대 위기국면에 봉착했다”며 위기의식을 가감 없이 드러냈다. 사회적 거리두기 격상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면서도 “파급효과가 너무 크다”며 고심하는 모습이었다.

정 총리는 국민적 관심사인 코로나19 백신에 대해 “2021년 1/4분기, 3월 접종을 기대한다”면서도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정부와 계약은 했지만, 아직 개발을 진행 중인 제약 업체도 있고 부작용과 같은 돌발 상황에 대해서도 고려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월간중앙은 2021년 신년호를 맞아 ‘방역 야전사령관’ 정세균 국무총리를 만나 정부의 코로나19 대응 상황과 대책에 대해 들어봤다. 아울러 2021년 1월로 취임 1년을 맞는 정 총리의 소회를 들어보는 시간을 가졌다. 인터뷰는 2020년 12월 14일, 서울 세종로 정부서울청사 총리접견실에서 1시간 동안 박신홍 월간중앙·중앙SUNDAY 정치에디터가 진행했다.

확진자 수보다 의료시스템 상황이 더 중요


2020년 1월 20일, 국내에서 첫 코로나19 확진자가 발생했다. 원대한 포부와 야심 찬 각오로 임기를 시작하려던 차에 예상치도 못한 복병을 맞이한 셈이었다. 그는 “원래 복병은 중간 지점이나 막바지에 만나는 건데 시작할 때부터 만나 옴짝달싹하지 못하게 됐다”고 말했다.

약 한 달 만에 대구·경북 지역에서 확진자가 폭발적으로 증가하자 정 총리는 중앙재해대책본부(중대본)를 대구에 설치하고 본부장을 맡아 코로나19 방역을 진두지휘했다. 총리가 직접 ‘컨트롤타워’를 맡는 건 2003년 중대본으로 지휘 체계가 일원화된 후 처음 있는 일이었다. 정부의 기민한 대처와 전국에서 모인 의료진의 헌신으로 대구·경북의 확산세는 진정됐다. 이후 5월 이태원 클럽발(發) 집단감염, 8월 광복절 집회 등으로 인해 하루 확진자 수가 세 자리를 웃돌았다. 또다시 마주한 난관에서 전자출입명부(QR코드) 도입, 생활치료센터 확충 등 이른바 K방역을 통해 고비를 다시 넘겼다. 그러나 진짜 위기는 지금이다. 정 총리는 “현재의 유행이 우리가 경험한 코로나19와의 전쟁 중에 가장 힘들고 어려운 마지막 고비가 아닌가 생각된다”고 말했다.

3차 대유행의 추이를 어떻게 예상하나?

“아주 엄중한 상황으로 보고 있다. 이번 유행은 초기 대구·경북 상황이나 5월과 8월에 있었던 확산과는 확연히 다른 특성을 보여주고 있다. 지난 유행 때는 특정 집단이나 시설을 중심으로 대규모 감염이 발생했다면 지금은 일상생활 모든 곳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감염이 발생하고 있다. 국내 코로나19 발생 10개월여 만에 최대 위기국면에 봉착했다고 생각한다. 여기서 코로나에게 지면 지금까지 우리가 쌓은 평판이 수포가 될 소지가 있기 때문에 확산세를 막아내기 위해 더더욱 최선을 다해 노력하고 있다. 정부는 더는 물러설 곳이 없다는 사생결단의 각오로 가용한 모든 행정력을 코로나19 위기 대응에 집중하고 있다.”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격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크다.

“거리두기 격상 문제는 단순히 확진자 수만으로 판단하는 것은 아니다. 종합적으로 봐야 한다. 특히 3단계는 그 파급 효과가 너무나 크다. 방역만 고려하면 봉쇄하면 된다. 법적으로 못하게 되어 있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경제와 민생을 생각해야 한다. 방역에 치중하면 경제가 울고 경제를 고려하면 방역이 우는 상황에서 양립하기 어려운 방역과 경제가 공존하는 방법을 찾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고도의 판단력이 필요한 부분이다.”

바로 결단이 가능한가?

“정부는 모든 가능성을 열어놓고 각 중앙부처와 지자체, 생활방역위원회를 포함한 관계 전문가의 의견을 적극적으로 검토하고 있다. 아울러 거리두기 격상은 국민의 수용성까지도 고려해서 심사숙고해야 하는 부분이다. 3단계로 가더라도 국민이 준비할 수 있도록 말미를 드려야 한다. 당장 바로 내일 격상한다는 식은 적절하지 않다.”

일일 최대 확진자를 기록한 12월 16일, 정 총리는 코로나19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 회의를 열고 “정부는 우선 현재의 거리두기 단계를 제대로 이행하고자 총력을 다하고 있지만, 상황에 따라서는 마지막 수단인 3단계로의 상향 결정도 배제할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무작정 3단계 조치를 단행하기보다는 경제와 민생에 미치는 파급효과를 고려해 분야별로 지원 대책을 준비해둘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말미라 하면 2~3일인가 아니면 일주일 정도인가?

“상황이 얼마나 엄중하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속단하기는 쉽지 않다. 가장 중요한 것은 확진자 수가 아니라 의료시스템이 감당할 수 있느냐다. 다른 나라의 사례를 많이 보지 않았나. 일일 확진자가 단 100명이 나와도 의료시스템이 무너질 수 있고 확진자가 1000명이 발생해도 버틸 수도 있다. 의료시스템이 무너지지 않으면 서두르지 않고 침착하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다.”

정부에서 생각하는 의료시스템이 버틸 수 있는 기준은?

“현재 정부는 일일 신규 확진자 1000명이 열흘가량 발생해도 의료시스템이 무너지지 않도록 준비하고 있다.”

‘일일 확진자 1000명 10일 연속 발생’이 3단계 격상의 하나의 기준이 될 수 있나?

“중요하게 영향을 끼친다.”

병상이 부족하다는 얘기가 나오면서 최근에 대비가 부족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지금까지 의료 시스템이 무너지지 않고 잘 유지하지 않았나. 넉넉하게 준비하면 좋지만 그게 공짜가 아니다. 대구에서의 1차 유행을 겪으면서 보건당국에서는 시뮬레이션 등을 통해 수도권에서 1000명이 나왔을 때도 감당할 수 있는 준비를 계속해왔다. 현재 중증환자 병상이 타이트하기는 하지만 입원을 못해서 집에서 대기하다 돌아가셨다는 경우는 없지 않았나. 의료시스템이 작동하는 한 패닉 상태로 갈 일은 아니다.”

K방역에 취해 3차 대유행 준비에 안일했다는 지적도 있다.

“그 부분은 지금 왈가왈부해도 의미가 없다고 본다. 결국 시간이 지나면 국민과 전 세계가 평가할 부분이다. 중대본부장인 저와 방역에 책임지고 있는 사람들은 최선을 다할 뿐이다.”

백신 대량 구입해놓고 못 쓰면 재정 부담돼


▎정세균 국무총리가 지난 11월, 정부서울청사 합동브리핑실에서 열린 코로나19 극복 긴급 기자 간담회에 참석해 발언하고 있다.
백신 얘기를 해보자. 다른 나라에 비해 확보 물량이 적다는 비판이 있다.

“정부는 ‘필요한 백신을 제때에 확보한다’는 방침을 갖고 있다. 백신 확보에 국민의 생명이 달려 있고 세금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판단을 잘해야 한다. 원래 백신 개발에는 10년 정도 기간이 걸린다는 거 아닌가. 그런데 코로나 백신은 속도전이다 보니 백신을 공급하는 측에서 부작용 면책권을 요구한다든지 개발 도중 실패해도 책임지지 않겠다는 식의 일방적인 조건을 제시한다. 그런 조건들을 무작정 수용할 것인가 따져볼 것인가의 문제다. 나는 무조건 빨리 확보하기보다는 당연히 따질 건 따져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구의 2~5배 물량을 확보하는 국가들도 있다.

“정부에서 무상공급하려고 확보한 인플루엔자 백신은 70%밖에 접종이 안 됐다. 인플루엔자 백신은 가격이라도 싸다. 코로나 백신을 대량으로 구매해놓고 못 쓰는 상황이 생긴다면 그것도 재정에 엄청난 부담이 되는 부분이다. 이런 것들을 종합적으로 잘 판단해서 진행하고 있다. 지금 현재는 아스트라제네카와 계약을 완료했고, 화이자·얀센과는 12월내, 모더나와는 1월내로 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권준욱 질병관리청 중앙방역대책본부 제2부본부장은 12월 15일 브리핑에서 “4400만 명분 백신을 선구매하는 계약을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고 사실상 확보된 상황”이라며 “추가 물량도 확보함으로써 우리 국민 전체가 접종하는 데 절대 부족하지 않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안정성 문제는 어떻게 보고 있나?

“이번에 도입하는 백신은 안전성·유효성 측면에서 비교적 공개된 정보가 많은 백신이다. 화이자와 모더나 백신의 임상시험 최종 결과 각각 95%, 94.1% 예방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아스트라제네카의 경우 1상 90%, 2상 62%로 평균 70% 예방 효과를 보였다. 이러한 정보들을 토대로 ‘백신 도입 전문가 자문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쳐 결정했다.”

당초 발표보다 접종 시기를 앞당겨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있다.

“아직은 개발된 백신에 대한 안전성·효과성 등에 대한 우려가 여전히 있는 만큼 코로나19 상황, 해외 접종 동향, 국민 수요 등을 고려해 실제 접종을 시작해야 한다고 본다. 우선 오는 2월에 아스트라제네카 물량이 들어오기로 돼 있다. 이후 식약처가 심사를 통해 사용승인을 하면 접종이 가능하다.”

예상하는 접종 시기는 언제인가?

“3월 중으로 접종이 시작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1/4분기 중에는 접종이 시작될 것으로 보고 있다.”

앞으로 5~6개월 후 마스크 벗을 수 있기를 기대


▎2020년 1월, 제46대 총리 취임식에서 정세균 국무총리가 기념촬영을 위해 자리로 이동하며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등 장관들에게 축하받고 있다. / 사진:연합뉴스
치료제 개발 상황은 어떤가?

“치료제 도입 시기는 더 빠르게 보고 있다. 현재 국내기업에서 경증, 중등도, 중증 환자에게 필요한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이르면 2020년 말이나 2021년 1월쯤에는 상용화가 가능하다고 전망하고 있다. 치료제가 더 필요하다면 해외에서라도 살 것이다. 그런데 백신이든 치료제든 말을 조심스럽게 해야 한다. 지금 말하는 시기는 계획대로 진행됐을 때의 얘기다. 얼마든지 임상 도중 부작용과 같은 돌발상황이 생길 수 있다. 항상 유보해야 할 부분이 있다.”

우리가 마스크를 벗고 이야기할 수 있는 상황을 언제쯤으로 예상하나?

“우리가 10개월 넘게 고통을 겪어오지 않았나. 저는 우리가 그 고통이 끝나는 날의 3분의 2쯤 왔기를 바란다.”

앞으로 5~6개월 정도 더 보는 건가?

“물론 코로나 종식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우리의 방역 역량과 백신, 치료제를 통해 코로나를 관리 가능한 상황을 뜻한다. 이전과 같은 생활과 경제활동을 하는 일상을 국민들에게 돌려 드리는 시간이 그보다 빠르면 좋겠지만, 내년(새해) 봄 즈음에는 정상화되기를 바란다.”

자영업자나 소상공인 등 취약 계층을 비롯해 많은 국민이 오랜 기간 힘들어하고 있다.

“국민이 정부를 신뢰하고 방역에 협조하고 함께해주신 것에 대해 감사드린다. 그러나 앞서 말씀드린 것처럼, 터널의 끝에서 가느다란 희망의 빛은 보이지만, 아직은 좀 갈 길이 더 멀다. 우리가 위기를 극복할 때까지 지금까지 해주셨던 것처럼 정부와 함께해주시면, 틀림없이 우리가 기대하는 세상, 우리가 바라는 일상을 회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 총리 지명 당시 정치권에서는 삼권 분립 우려의 목소리가 있었다. 그가 국회의장을 지냈기 때문이었다. 문재인 대통령도 정 총리를 후보자로 지명하면서 “입법부 수장을 지내신 분을 국무총리로 모시는 데 주저함이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다. 하지만 정 총리는 “국민을 위해서 할 일이 있다면 그런 것은 따지지 않을 수도 있는 것 아닌가 하는 판단으로 지명을 수락했다”고 밝힌 바 있다. 정 총리는 국회 인사청문회에서도, 취임식에서도 “경제활력을 위한 기업 살리기와 협치를 통한 사회통합에 정부의 사활을 걸겠다”고 밝혔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인해 아쉬운 점이 있을 듯하다.

“인사청문회 모두 발언에서 ‘경제 총리가 되겠다. 통합 총리가 되겠다’고 포부를 밝혔는데 둘 다 제대로 못하고 있다.”

방역과 경제를 동시에 챙기는 게 쉽지 않은 한 해였다.

“OECD 국가 중에서는 그래도 성적표가 제일 낫다고는 하지만 국민이 겪은 고통은 심각하지 않았나. 국민 관점에서 봤을 때는 기대에 못 미쳤다.”

12월 1일 OECD는 ‘세계경제전망’을 통해 한국의 2020년 성장률 전망치를 -1.1%로 예상했다. 코로나19 재확산 영향 등으로 지난 9월(-1.0%) 전망보다 소폭 낮아진 수치다. 다만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는 OECD 회원국 중에서 가장 높다. OECD의 2020년 세계 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2%다. OECD는 한국의 2021년 성장률을 2.8%, 2022년은 3.4%로 안정적인 성장세를 이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OECD는 “효과적인 백신 출시에 따른 거리두기 완화 등으로 서비스 부문에 점진적 회복이 나타나고, 고용도 서서히 증가할 전망”이라며 “정부소비와 이전 지출의 견고한 증가세가 경기 회복을 주도하고, 한국판 뉴딜이 투자를 견인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2021년 세계경제 성장률 전망치는 4.2%, 2022년은 3.7%다.

‘목요대화’ 대국민 소통창구로 사회통합 기여하길


▎정세균 국무총리가 2002년 10월, ‘코로나19 극복을 위한 예술계와의 대화’라는 주제로 열린 제23차 목요대화에 참석해 있다. / 사진:연합뉴스
정 총리는 취임 후 1년 동안 코로나19 방역에 집중하면서 “아쉬운 점이 많다”고 말했다. “4차 산업혁명 시대를 제대로 대비하는 기틀을 만들고 싶었다. 또 원래 우리가 과거에 잘하던 추격 경제에서 선도 경제로 체질을 바꾸기 위한 산업 생태계 조성도 구상했다. 아직 큰 성과를 냈다고 보기 어렵다.”

그러나 코로나19 방역 가운데서도 ‘통합 총리’의 행보는 꾸준히 이어가고 있다는 평가다. 대표적 사례가 ‘목요대화’다. 매주 목요일, 재계 주요 인사와 노조 대표들과의 만찬을 노사정 상생 모델로 발전시킨 사회적 대화 모델인 스웨덴 목요클럽에서 착안해 시작한 ‘목요대화’는 지난 4월 23일을 시작으로 30차례 가까이 진행되고 있다.

목요대화를 통해 정 총리가 만난 사람들은 현재까지 200여 명으로 2030 청년, 4050 중장년, 전국 소상공인·농업인 단체, 예술계, 관광항공업계 등 세대와 계층이 다양하다. 다루는 주제 역시 바이오·헬스, 원격교육, 기후변화, 저출산·고령화 등 우리 사회가 직면하고 있는 현안이다.

어떤 만남이 가장 인상 깊었나?

“두 차례 청년들과의 대화를 하면서 우리와는 여러 가지가 다르다는 것을 많이 느꼈다. 쉽지 않은 대화였다. 그래도 대화를 하고 나서 마음이 편안해졌다. 청년 세대에 대해서 많이 배우게 됐고, 이들을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됐다. 청년으로부터 얻은 정책적 영감은 청년정책 기본계획 수립에 참여하는 청년정책조정위원회에 반영되도록 지시했다. 청년들의 의견이 빠진 청년 정책은 의미 없지 않나.”

실제 현장에 반영된 사례들도 있나?

“9월에 만난 소상공인 단체들이 서울시 공공상가 임대료 인하 기간 연장을 건의해 서울시와 이를 협의했다. 그 결과 2020년 9월부터 4개월간 임대료 50%와 공용관리비를 감면하고, 임대료 납부유예를 하기로 결정했다. 약 1만 개 점포에 숨통이 트이게 하는 조치였다. 코로나19로 생존을 위협받는 공연 업계의 고충을 듣고 ‘방역’과 ‘공연’이 양립할 수 있는 공연장 좌석 거리두기 개편안을 마련하기도 했다.”

‘목요대화’가 횟수를 더해가며 한국형 대화모델로 떠오르자 이를 벤치마킹하는 곳도 생겼다. 크리스티아 프릴랜드 캐나다 부총리는 지난 5월 정 총리와의 전화통화에서 “정 총리의 목요대화를 인상 깊게 보고 캐나다판 목요대화를 시작했다”고 밝혔고, 김태년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국회판 목요대화를 추진하기도 했다.

각계각층의 의견을 들으면서 느낀 점이 남다를 법하다.

“꾸준한 대화를 통해 신뢰를 쌓고, 소통과 협치의 기반을 넓히는 데 기여한다는 점에서 좋은 평가를 받는 것 같다. 다양한 분야에서 목요대화 진행을 요청하시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어 큰 책임감을 느끼고 있다. 무엇보다 우리 국민께서 얼마나 소통에 갈증을 느껴오셨는지 체감할 수 있었다. 중요한 것은, 여건이 좋지 않다고 소통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마지막 순간까지 상생과 타협을 모색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앞으로도 목요대화가 대국민 소통창구로 활용되어 민생 현안과 갈등과제를 해결하고 우리 사회의 통합에 기여할 수 있도록 운영할 예정이다.”

‘경제와 통합’이 시대정신 될 것


▎정세균 국무총리는 “지금까지 해주셨던 것처럼 정부와 함께 해주시면 우리가 바라는 일상의 회복이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 총리가 내각에 몸담은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6년부터 1년간 산업자원부 장관으로 재임한 경력이 있다. 당시는 내각의 일원이었지만 13년 만에 돌아온 그는 이제 내각을 통솔하는 위치에 있다.

1년간 어떤 기조로 내각을 총괄했나?

“총리는 장관들이 일을 잘하게 도와줘야 하는 자리다. 내가 장관 일을 뺏어서 하면 안 된다. 또한 부처 간 갈등이 생기면 협력하도록 만들어주는 ‘조정자’ 역할을 해야 한다. 계기가 있을 때마다 내가 가진 원칙을 얘기하는데 장관들이 비교적 잘 받아들이고 있다고 생각한다.”

정 총리가 보는 2020년 내각 성적표는 어떤가? 논란이 된 장관들도 있었다.

“내가 산자부 장관 할 때보다 다들 열심히 한다. (웃음) 언론에 지적받는 장관들이 있는데 누군들 비판하려 들면 비판받을 것이 없겠는가. 또 비판을 받아가면서 성장하는 것이다. 그걸 고깝게 생각할 일은 아니다. 지적을 받으면 잘 수용해서 더 나은 성과를 보여주면 된다. 나는 그저 그들이 일을 잘 할 수 있도록 도우려고 노력하고 있다.”

지난 11월 기자간담회에서 “개각은 작게, 두 차례 나눠서 할 것이다. 연말 연초보다는 빠를 수 있다”고 말한 적 있다.

“밥 먹으면서 지나가는 말로 한마디했는데 그게 또 기사화가 됐더라. 기사에 쓰라고 한 말이 아니었는데. 아무튼 총리의 역할도 있지만, 인사는 대통령의 몫이질 않나. 그렇기 때문에 개각 얘기가 총리 입에서 나가는 것은 별로 바람직하지 않다.”

앞으로 거취는 어떻게 되나?

“거취는 무슨…. 코로나 잘 극복하는 데 전력해야 한다.”

대선도 다가오는데 언제까지 총리를 할 생각인가?

“설마 나한테 그 답을 들으려고 질문하는 건가? (웃음) 답을 들으려 한 질문은 아니라고 간주하겠다.”

이제 선거 정국으로 들어간다. 정 총리가 생각하는 시대정신은 무엇인가?

“쉬운 질문이 아닌데…. 2020년은 우리 경제가 IMF 이후 처음으로 다시 역성장하게 된 해 아닌가. 그렇다고 하면 어떻게 다시 V자 반등을 이룰 것인가, 국민의 생활을 윤택하게 할 것인가를 매우 큰 과제로 봐야 할 것이다. 아울러 분열과 갈등에 국민이 많이 지쳐 있다고 본다. 그런 면에서 통합 또한 중요한 화두가 될 것이라 본다. 또 그런 면에서 경제와 통합이 중요하다. 총리 시작하면서 경제 총리, 통합 총리를 얘기한 것도 경제와 통합이 시대정신이 될 것이라 봤기 때문이다.”

무게감 있고 중요한 메시지였다고 생각했을까. 시대정신을 언급하는 부분에서 정 총리는 한참을 뜸 들였다. 답을 피했지만 정 총리 역시 여권의 잠룡으로 꼽히는 상황이다. 특히 최근 들어 정부정책 홍보를 위한 미디어 노출 빈도가 높아지고 있다. 아울러 지난 10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유죄 확정판결과 지난 11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유죄 판결, 지난 12월 10일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 설치법 개정안 통과 등과 같은 정치적 현안에 대해 적극적으로 SNS 메시지를 내고 있다. SNS로 김대중 전 대통령이나 노무현 전 대통령을 언급하기도 했다. 정치인 출신 총리라는 점을 고려해도 보폭이 큰 행보다.

북·미 관계, 한국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2021년 화두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다. 사회적 요구가 많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부가 디지털 뉴딜, 그린 뉴딜과 지역균형 뉴딜을 바탕으로 하는 ‘한국판 뉴딜’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는 이유다. 한국판 뉴딜은 단순히 토목공사를 통한 당장의 경기부양 효과를 노리는 것이 아니다. 근본적인 체질 개선과 사회·경제의 대전환을 통해 선도국가로 도약하기 위한 국정철학이 담겨 있는 셈이다. 아울러 우리 경제의 지속가능 성장을 위해 2050 탄소 중립 전략을 단계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친환경·저탄소 경제로 성공적으로 전환하는,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성장의 모범이 되고자 한다. 차원이 다른 변화를 만들어보자는 계획이다.”

한국판 뉴딜 못지않게 공동체를 유지하는 노력도 필요하지 않나?

“그 일환 중 하나가 전 국민 고용보험 추진이 아니겠나. 그 첫걸음이 12월 11일부터 시작된 예술인 고용보험이다. 이를 포함해 양극화가 더욱 심해지지 않도록 복지 수준 향상을 위해 재정의 마중물 역할을 더욱 강화할 계획이다.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혁신기술’과 ‘사람 중심의 가치’를 접목해 코로나19로 단 한 명의 국민도 소외되거나 차별받지 않는 ‘포용 사회’를 이루는 것이 목표다.”

오는 1월, 바이든 정부가 출범한다. 한·미 관계는 어떻게 전망하는가?

“한·미 간의 협력이 많아지고 동맹이 더 공고해지면서 정상화될 것이라 본다. 그렇지만 전통적인 미국 민주당 정부가 공화당 정부에 비해 보호무역에 가깝다는 점에서 대비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기본적으로 한·미 관계가 호전될 것이라 보지만 그래도 장애 요인도 많이 있을 것이다.”

북한과의 관계는 어떻게 바라보는가?

“트럼프 대통령이 두 차례 북·미 정상회담을 했지만, 순항 만을 기대하기는 어려울 수 있다. 그래서 우리가 조금 더 운신의 폭을 넓혀 주도적으로 상황을 만들어가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고 본다.”

신축년 새해를 앞두고 국민과 독자들에게 덕담 한 말씀 해 달라.

“2020년은 코로나19 때문에 정말 힘든 한 해였다. 지금의 위기를 잘 극복한다면, 새롭게 맞이하는 2021년은 코로나19 이후 변화된 세계질서 속에서 우리가 미래를 선도하는 발판이 되는 해가 될 것이다.

새해에도 정부는 코로나 종식과 경제회복이라는 목표 달성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다. 국민 여러분께서도 새해에 희망을 가져주시기를 바라며, 앞으로도 손 씻기, 마스크 쓰기, 불요불급한 모임 최소화하기 등 생활 방역수칙을 잘 지켜주시기를 당부드린다.”.

- 대담 박신홍 월간중앙·중앙SUNDAY 정치에디터 / 글 허인회 월간중앙 기자 heo.inhoe@joongang.co.kr / 사진 신인섭 선임기자 shini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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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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