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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풍향] 대세론에 비상등 켜진 이낙연의 승부수 

주무기 효용 가치 상실 새 동력 장착 가능할까 

독보적 주전선수에서 페이스메이커로 전락하는 듯한 모습
대표에 만족하거나 완주하면서 반사이익 모색해야 할지도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020년 12월 14일 국회 본회의에서 대북전단을 금지하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이 통과된 뒤 박병석 국회의장을 보며 손을 들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문재인 대통령이 후계자를 친문계 ‘아무개’로 정했다고 가정해보기로 한다. 이 아무개를 어떻게 당선시킬 것인가? 가장 먼저 고려해야 할 것은 경선 구도다. ‘참신한 신인 대 노련한 중진’ 간 대결이 역시 좋을 것이다. 이때 노련한 중진으로 이낙연 대표 정도면 차고 넘친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상대가 아니라고 모두가 여길 만한 중량(重量)급 정치인이다.

그래서 더 좋다. 극적인 반전 드라마를 쓰는 것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골리앗과 다윗의 싸움이다. 체구가 작은 다윗이 처음에는 일방적으로 얻어맞기만 할 것이다. 하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다윗이 기세를 올리더니 급기야 골리앗을 쓰러뜨린다. 그 순간 관객은 열광의 도가니에 휩싸일 것이고, 감정이입도 극에 달할 것이다.

이런 식으로 경선을 통과하면, 흥행도 흥행이지만 본선에서 이길 수 있는 지지기반을 폭발적으로 성장시키는 것이 가능해진다. 예선이 곧 본선으로 직결되는 구도다. 이른바 ‘노무현 모델’이다. 문재인 대통령의 측근 가운데 누군가에게 재집권을 기획하는 과제가 부여된다면 이런 그림을 그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이 경우 이낙연 대표는 보조선수, 곧 페이스메이커(pacemaker)에 불과한 존재가 되고 만다.

이낙연 민주당 대표의 현재 지위는 주전선수다. 하지만 서서히 보조선수로 전락하는 추세다. 2018년 9월 문재인 정부 들어 처음 실시한 차기 대선주자 선호도 조사에서 이 대표는 범진보 진영 내에서 박원순 전 서울시장에 이어 2위를 했다. 응답자 중 진보층에서 박원순 서울시장이 15.8%, 이낙연 국무총리가 15.3%, 심상정 정의당 의원이 13.2%,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12.8% 순이었다(해당 조사는 CBS 의뢰로 리얼미터가 2018년 8월 27~31일 전국 19세 이상 성인 2507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0%p. 이하 자세한 조사 개요와 결과는 중앙선거여론조사심의위원회 홈페이지 참조).

그로부터 불과 1개월 뒤 여론조사에서 이낙연 대표는 범진보 대선주자 1위로 올라섰다. 당시 조사에서 이 총리 14.6%, 박원순 서울시장 11.7%, 김경수 경남도지사 9.5%, 정의당 심상정 의원 8.2%,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 8.0%, 이재명 경기도지사 7.4% 순이었다(해당 조사는 CBS 의뢰로 리얼미터가 9월 27∼28일 전국 성인 150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것으로 표본오차는 95% 신뢰수준에서 ±2.5%p).

임기 연장론은 양날의 검일 수도


▎2020년 10월 13일 청와대에서 열린 제2차 한국판 뉴딜 전략회의에 참석한 이재명 경기지사(왼쪽)와 김경수 경남지사. / 사진:청와대사진기자단
당시 이 대표를 주전선수로 만든 가장 결정적 요소는 ‘무난함’이다. 국무총리로서 무난한 업무 능력, 무난한 대야 관계, 무난한 언어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민주당의 핵심 지지층인 친문계 역시 이런 이 총리의 무난함을 사랑했다. 본인들의 강성 이미지를 희석해주는 역할을 했기 때문이다. 이런 이 대표를 국민의힘 쪽에서는 ‘기름장어’ 또는 ‘기름 바른 공’으로 표현하기도 했다. 너무 미끄러워서 잡으면 빠져나간다는 자조 섞인 푸념이었다.

이런 무난함을 무기로 이 대표는 꽤 오랫동안 대선주자 여론조사 1위 자리를 유지했고, 황교안 전 자유한국당 대표와의 ‘종로 대전’에서 승리해 국회의원에 당선된 것은 물론 당 대표 자리에도 참으로 무난하게 안착했다. 그런데 2020년 8월 14일 비보가 하나 전해졌다. 한국갤럽이 8월 11~13일 전국 만 18세 이상 100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이재명 경기지사에게 뒤졌다는 소식이다. 이 조사에서 이 지사는 19%로 1위, 이낙연 대표는 17%로 2위였다(해당 조사는 오차범위 95% 신뢰수준에서 ±3.1%p). 이후 이 지사와 경쟁에서 좀체 반전의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왜 그럴까?

이재명 경기지사는 2020년 10월 24일 친형 강제 입원과 관련한 공직선거법상 허위사실 공표 혐의 사건과 관련, 무죄 확정판결을 받았다. 이것 역시 호재로 작용하면서 현재 순항 중이다. 12월 4일 발표된 한국갤럽 여론조사에서도 이 지사는 20%로 1위를 기록했다. 반면에 이 대표는 16%를 기록하는 데 그쳤다. 2020년 최저치다.

더욱이 본인의 출신지인 호남에서도 26%에 그쳐 27%를 기록한 이 지사에게 오차범위 내에서 밀리고 말았다. 이 정도면 특유의 그 무난함은 효용 가치를 이미 다했다고 봐야 한다. 대선 본선까지 가려면 새로운 동력이 필요한 시점이 된 것이다.

그렇다면 무엇으로 승부수를 던질 것인가? 당장 성과를 내야 하는 것은 내년 4월 보궐선거다. 서울시장과 부산시장은 물론 김경수 경남지사의 대법원 최종심 결과에 따라 경남지사 보궐선거까지 치러야 할지 모르는 초대형 보궐선거다. 이 정도면 누가 보더라도 대선 전초전이라 불러야 할 것이다.

여기에서 실력을 보여야 한다. 3곳 모두 민주당이 가지고 있던 자리다. 전부 이겨도 실은 본전이다. 지난 총선에서 부산과 경남 지역에서 의석수를 잃은 것을 고려하더라도, 최소한 서울시장 선거에서는 이겨야 체면이 선다. 서울시장 선거에서도 진다면 이 대표는 대표직에서 물러난 뒤에도 책임론에서 자유롭기 어려울 것이다. 이 대표로는 차기 대선을 치를 수 없다는 용도폐기론이 제기될 것이 분명하기 때문이다.

이런 와중에 2020년 11월 16일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가 갑자기 이 대표의 임기 연장론을 제기하고 나섰다. 당권과 대권을 분리하도록 한 민주당 당헌에 따르면 이 대표는 차기 대선 1년 전인 내년 3월 9일 전에 사퇴해야 한다. 그런데 불과 한 달 뒤인 4월 7일이 보궐선거다. 그러니까 당헌을 개정해서라도 이 대표의 임기를 연장해 보궐선거가 끝날 때까지 이끌어가도록 하자는 주장이다.

당헌 개정? 요즘 민주당에서는 힘든 일이 아니다. 2020년 11월 3일에도 중대한 귀책사유가 있으면 재·보선 후보를 내지 않도록 한 당헌을 개정해 내년 보궐선거 때 서울시장과 부산시장 후보자를 내기로 결정하지 않았던가? 이 대표의 임기를 연장하는 당헌 개정도 이런 식으로 순식간에 해치우는 게 가능하다.

하지만 임기를 연장하는 것이 이 대표에게 유리한 선택일지는 불분명하다. 이 지사는 당내 조직 기반이 취약하다. 그런 점에서 대표직을 더 오래 하는 것이 유리하긴 하다. 반면에 대표직을 원하는 시점에 그만두기 어려운 상황에 봉착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해야 한다.

대표의 임기는 본래 2년이다. 2022년 8월까지다. 차기 대선 뒤다. 자칫 본인은 뛰어들지도 못한 상태에서 대표로서 차기 대선 관리만 해야 하는 처지로 몰릴지도 모른다. 대선 주자로서 지지율이 앞으로도 계속 하락하면 스스로 접어야만 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다. 임기 연장론은 결국 양날의 칼인 셈이다.

또 다른 단점은 비전 부재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최근 언론 인터뷰에서 이낙연 대표의 임기 연장론을 주장했다. 오른쪽은 같은 당 윤호중 의원. / 사진:오종택 기자
이쯤에서 이낙연 대표의 리더십 스타일도 한번 점검해봐야 한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위기의 리더십과는 거리 멀다. 태평성대에나 어울릴 법한 리더십이라는 뜻이다. 코로나19 사태가 닥쳤다. 국가적으로 위기다.

이런 위기 국면에서 국민은 강력한 지도자를 갈구하기 마련이다. 한때 ‘보조선수’였던 이재명 경기지사가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이유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수많은 단점에도 불구하고 이 지사는 결단력을 지녔다. 판단도 신속하고 행동이 늘 앞선다. 위기 상황에서는 이런 지도자가 차라리 필요한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측면이 분명히 존재한다.

코로나19 사태도 언젠가는 끝날 것이다. 백신 공급이 시작됐고 치료제도 조만간 선보일 예정이다. 위기 국면이 끝나면서 불경기도 어느 정도 해소될 것이고, 국민의 불안감도 줄어들 것이다. 그래서 다시 태평성대가 도래한다면, 국민은 이 대표를 재평가하게 될 것이고 지지율도 재상승기를 맞을지 모른다.

반면에 코로나19 여파가 계속 미쳐 경기 회복이 더디게 진행된다면, 또는 코로나19 후유증으로 구조조정이 장기화하면서 서민 경제가 더 피폐해진다면 국민적 위기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당연히 위기의 리더십에 대한 갈구도 이어질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후자일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그런 점에서도 상황은 이 대표에게 결코 긍정적이지 않다고 생각한다.

이 대표의 또 다른 단점은 비전 부재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모든 국가가 엄청난 재정을 투입해 새로운 산업의 부흥을 시도 중이지만, 어떤 선택이 적중할지 여전히 불확실하다는 것이다. 모든 것을 정부가 해내던 시대는 이미 끝난 지 오래다.

하지만 재정이 중요한 역할을 할 수밖에 없는 현재와 같은 위기 국면에서는 정부의 한시적 선도 기능을 무시할 수 없다. 차기 대통령에게 비전이 필요한 이유다. 몇몇 대선주자가 출마를 기정사실로 하긴 했지만 아직 본격적으로 활동에 나선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 그래서인지 비전을 적극적으로 제시하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다. 그나마 이재명 지사가 기본소득을 포함한 이른바 ‘기본 시리즈’를 선보이고 있는 정도가 전부다. 아쉬운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이런 비전 고갈 시대에 비전이 없다고 해서 큰 흠결은 아닐지 모른다. 하지만 차기 대선에서 국민이 이것을 중점적으로 보겠다고 생각하기 시작하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앞서도 지적했듯이, 시대 상황은 ‘그렇다’고 본다. 이 대표가 결국에는 직위의 강점을 활용해 비전을 만들어낼 것으로 보인다. 민주당의 차기 정부 국정비전을 차용하는 방식으로 말이다. 문제는 이것을 완전히 자기 것으로 소화하지 못하면 오히려 악재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점이다. 이런 경우에는 대개 TV 토론에서 밑천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이슈 몰이를 잘하지 못하는 것도 이 대표의 단점이다. 비전 부재에 무난함이 더해지면서 발생하는 문제다. 간단히 말해 이 대표에게는 대통령이 되면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 잘 보이지 않는다. 이것도 중요하고 저것도 중요한 것은 맞다. 대통령이 국정 전반을 골고루 잘 살펴야 하는 것도 맞다. 그래도 대통령 후보라면 한 가지쯤은 필생의 과업 같은 것을 제시할 법한데, 없다. 이것도 차차 연구해서 내놓을 참이긴 할 것이다. 이 또한 대다수 대선주자가 공히 비슷한 처지라 큰 단점이 아니라 말할 수 있다.

친문 지지 든든한 정세균과 김경수


▎도종환 민주주의4.0연구원 이사장(앞줄 왼쪽 여섯째)과 민주당 의원들이 2020년 11월 22일 서울 용산구 백범김구기념관에서 열린 창립총회에서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 사진:오종택 기자
하지만 작은 차이가 큰 차이를 만들어낸다. 당장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과 비교하더라도 차이가 난다. 너무 ‘웰빙’(well-being)하고 계신 게 아닌가 하는 생각마저 든다. 당내 경쟁자인 이 지사와 비교하면 격차는 이미 크게 벌어진 상태라고 본다.

이런 상황에서도 이 대표가 가장 공을 들이는 부분은 역시 당내 조직 강화다. 국무총리 시절과 달리 핵심 친문계와 코드를 맞추는 발언을 쏟아내는 것이 대표적이다. ‘엄근진’(엄격·근엄·진지)을 반복하던 그도 유독 친문계의 관심 사안에 대해 발언을 할 때만은 독해진다.

2020년 12월 9일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와 관련한 발언도 그랬다. “개혁에는 고통이 따른다. 저항도 있다. 그런 저항을 포함한 모든 어려움을 이기며 우리는 역사를 진전시켜야 한다.” 사뭇 비장하다. 한마디로 현재 ‘이낙연은 노력 중’이다.

이낙연 대표가 당면한 3가지 악재는 모든 대선주자가 극복해야 할 요소이기도 하다. 비전-이슈-조직, 이 3가지 측면에서 만점을 받아 완벽한 정삼각형, 곧 골든트라이앵글(Golden Triangle)을 만들도록 노력해야 한다. 물론 만점은 불가능하다. 다만, 근접한 수준으로 만드는 것이 가능할 뿐이다. 목표 골든트라이앵글에 대비할 때 아직 이 대표의 삼각형은 정삼각형과도 거리가 멀 뿐 아니라 크기도 작은 편이다. 다른 대선주자와 비교하더라도 그렇다. 화려한 경력에 어울리지 않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저들이 몰려올 조짐이다. 강적들이다. 첫째 주자는 정세균 총리다. 정 총리는 최근 대권 행보를 본격화했다. 총리실에 대규모 특보단을 꾸린 것은 물론, 정세균계 전·현직 국회의원으로 구성된 ‘광화문 포럼’도 활발해졌다. 연초 개각까지 마무리하고 나면 정치권으로 복귀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정 총리와 이 대표의 가장 큰 차이는 당내 조직 기반이다. 친문계를 제외하면 규모가 가장 클 것이라는 평가다.

둘째 주자는 글머리에서 지적한 친문계 ‘아무개’다. 김경수 경남지사가 현재로서는 가장 가능성이 높다. 대법원에서 무죄 취지 파기환송 판정을 받고, 파기환송심에서도 무죄 확정판결을 받는 데 성공한다면, 거의 확정적이라고 봐야 할 것이다.

다만 유죄 판결로 지사직을 상실하고 만다면, 제3의 누군가가 될 것으로 보인다. 2020년 11월 22일 친문계 50여 명이 참여한 ‘민주주의 4.0’이 22일 창립총회를 열었다. 연구 단체라는 공식 설명에도 불구하고 이 모임의 주된 역할은 친문계 제3후보 발굴이라는 말이 정설처럼 정치권에 떠돈다.

이 단체 결성을 주도한 친문 ‘부엉이 모임’의 핵심 구성원인 홍영표 민주당 의원은 11월 24일 한 방송 인터뷰에서 이렇게 언급했다. “내가 대통령이 돼서 이 나라를 어떻게 하겠다는 청사진을 분명히 가진 분들이 있다면 서로 경쟁에 참여해서 대선에 대한 판을 좀 풍부하게 하는 건 나쁘지 않다고 생각한다. 제2, 제3, 제4의 후보가 등장해서 또 경쟁할 수도 있다.” 본인 포함, 제3후보를 만들어낼 것이라는 의지로 읽힌다.

정세균 총리나 친문계 제3후보가 당내 경선에 나선다면 이재명 지사마저 1위 자리를 위협받을 가능성이 높다. 하물며 2위인 이낙연 대표는 말할 것도 없다. 만약에 정세균 총리와 친문계 아무개가 범여권 투톱(two top)을 형성하는 구도가 만들어진다면, 이 대표는 그나마 대표직을 연장받은 것에 감읍해야 하는 처지로 몰릴지도 모른다.

친문이 제3후보 발굴에 실패한다면

물론 이 대표도 가만히 있지는 않을 것이다. 일단, 정 총리에 대해서는 밀어내기를 시도할 가능성이 없지 않다. 정 총리를 4월 보궐선거 서울시장에 출마하도록 은근히 등을 떠미는 것이 대표적이다. 지난 10월 이미 한 차례 정세균 서울시장 차출설이 불거진 바 있다.

정 총리가 실제로 서울시장에 출마해준다면, 이 대표로서는 그저 고마울 따름일 것이다. 내년 보궐선거 서울시장 선거 승리 가능성도 커지면서 동시에 당내 유력 경쟁자가 한 명 줄어드는 셈이기 때문이다. 정 총리가 서울시장 선거에 당선되면 이 대표로서는 그야말로 ‘임도 보고 뽕도 따는’ 일거양득을 거두는 셈이다.

친문계 제3후보는 정 총리에 비하면 오히려 대응하기 손쉬울지 모른다. 검증이 미진할뿐더러 경험도 일천한 정치 신인은 악재 ‘한 방’에 나가떨어질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김경수 지사는 그나마 선거를 통해 검증된 터라 까다로운 상대에 속한다.

자기 비전도 없고 당내 조직기반도 약하며 표현마저 두루뭉술한 후보자를 민주당 내 핵심 친문계가 선호할까? 그들이 이런 인물을 본선 경쟁력이 있는 후보자라 여길까? 이 대표가 보여줄 수 있는 최대 강점은 외연 확장력밖에 없다. 진보 색채가 뚜렷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호남 출신이라서 전통적 민주당 지지 세력의 호남 대통령 대망론을 기대할 수 있다는 것도 유리한 점이다.

그런데 중도 또는 보수 지지 세력 역시 무난한 그를 답답하게 느낀다면 상황은 달라진다. 위기 국면에 적합하지 않은 지도자라 여기더라도 마찬가지다. 앞서 언급한 민주당 내 핵심 친문계의 제3후보 발굴 움직임도 예사롭지 않다. 결국 이 대표의 선택지가 점점 줄어드는 상황이다. 결국 두 가지 방안 가운데 하나를 선택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한다. 대표로 주저앉거나 보조선수로 끝까지 뛰면서 반사적 이익을 볼 수 있는 기회를 모색하는 길이다.

마지막으로 친문계가 김경수 지사 포함 제3후보 발굴에 실패해 쇼다운(showdown)을 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 그리고 정세균 총리에게 본인들의 패를 보여주고, 그 패를 받을지 말지를 선택하도록 하는 경우다.

아마도 그 패의 핵심은 두 가지가 아닐까 한다. 문재인 정부의 국정 연속성 유지와 정치적 보복 금지가 그것이다. 그 패를 모든 후보자가 수용하겠다고 약속할 것이다. 그런 상태에서 친문계는 진정성이 있는 약속인지 여부를 가장 중점적으로 살필 것으로 보인다. 이 자가 정말 약속을 지킬까? 이것이 핵심 포인트가 될 것이란 의미다.

친문계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지사 그리고 정세균 총리 가운데 누가 가장 신뢰할 만하다고 판단할까? 이 대표는 최종 간택을 받을 수 있을까? 이 질문에 대한 답은 독자의 몫으로 남겨두고자 한다.

- 이종훈 정치평론가 rheehoon@naver.com

202101호 (2020.12.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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