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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한 현대자동차그룹 

세계 최고 로봇 기술 장착… 자율주행 ‘완전정복’ 나선다 

로봇 활용한 물류 자동화 등 계열사 간 시너지효과 기대
AI 컴퓨팅 기술 분야 강자 미국 엔비디아와 협력도 확대


▎지난해 12월 16일 일산 현대모터 스튜디오 고양에서 로봇 전문기업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로봇개 ‘스폿’이 첫선을 보인다. / 사진:현대자동차그룹
'정의선 회장 체제’로 새롭게 출범한 현대자동차그룹이 신년 벽두 빅딜을 추진했다. 4족(足) 보행 로봇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인 ‘보스턴 다이내믹스’를 약 1조원(약 10억 달러)에 인수한 것이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이 지난해 10월 그룹 총수로 추대된 뒤 처음으로 단행한 대형 인수합병(M&A)이다. 지분율은 현대자동차 30%, 현대모비스 20%, 현대글로비스 10%, 정의선 회장 20%.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1992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MIT)에서 분리돼 설립됐으며, 인간이나 동물 형상을 본 뜬 로봇 제조로 유명한 기업이다. 외부 환경 변화에 따라 움직이는 로봇개 ‘스폿’과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대표 제품. 2013년 12월 구글에 인수된 보스턴 다이내믹스는 2017년 7월 소프트뱅크에 다시 팔렸다. 이번에 소프트뱅크는 현대자동차그룹에 경영권 등 지분 전부를 넘길 전망이다.

현대자동차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추진한 것은 글로벌 로봇 시장이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 등으로 급성장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정 회장은 지난해 10월 임직원과의 대화에서 “(현대자동차그룹은) 자동차를 만드는 회사지만 미래에는 자동차 50%, 개인용 플라잉카(PAV) 30%, 로보틱스 20%가 될 것”이라고 그룹의 방향성을 설명한 바 있다.

보스턴 다이내믹스의 4족 보행 로봇 기술의 핵심은 딥 러닝(Deep Learning)에 기초한 인공지능(AI) 기술이다. 사람이 아닌 로봇이 스스로 판단하고 움직인다는 것은 자동차 자율주행에 바로 연결될 수 있다. 향후 자동차 산업의 승패는 AI에 기반을 둔 자율주행에 있다. 이 점을 정 회장은 주목한 것으로 보인다. 로봇의 센싱(인지) 기술은 자율주행차·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드론을 이용한 항공교통) 등의 기본 기술로 완전 자율주행 구현의 필수 요소다.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와 함께 엔비디아(NVIDIA)와도 기술 개발 협력을 확대한다고 밝혔다. 엔비디아는 AI 및 그래픽 정보 처리(GPU) 분야에서 독보적인 기업이다. 고성능 게임 컴퓨터에는 우수한 성능의 CPU(연산장치)와 함께 그래픽을 처리하는 GPU가 필수적이다. GPU 장치는 자율주행 차량에서 핵심 역할을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고성능 정보 처리 반도체인 ‘엔비디아 드라이브’를 적용한 ‘커넥티드 카 운영 체제’를 2022년부터 출시하는 모든 차량에 확대·적용한다고 지난해 12월 10일 밝힌 바 있다. 커넥티드 카(Connected Car) 운영의 핵심은 실시간 통신과 영상처리 소프트웨어다. 자율주행에서 사물을 인식하고 영상 데이터를 실시간 컴퓨터가 처리하는 부분에서 엔비디아는 가장 앞선 기술을 보유하고 있는 기업으로 평가된다.

글로벌 로보틱스 시장 2025년까지 연평균 32% 성장


4차 산업혁명 시대에 로봇 시장은 미래가 아니라 현실이다. 완성차, 정보통신기술(ICT) 업체 등 글로벌 주요 업체들이 경쟁하는 치열한 시장이다. 기술 혁신과 로봇 자동화 수요 증가로 서비스 로봇, 물류 로봇, 제조 로봇 등 다양한 분야에서 급성장하고 있다.

▷헬스케어, 안내 지원 보조, 개인용 로봇이 있는 서비스 로봇 ▷자율주행 이송, 피킹, 로봇 자동화 창고 등에서 활용하는 물류 로봇 ▷제어기, 협동 제조 로봇, 6축 로봇팔 등이 대표적인 제조 로봇 등 실생활, 물류 및 산업 현장에서 다양한 로봇을 만날 수 있다.

아울러 전 세계적인 고령화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팬데믹으로 언택트(untact)의 중요성이 나날이 증가하는 가운데 로봇 산업의 수요는 폭증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에 따르면 2017년 245억 달러 수준의 글로벌 로봇 시장은 연평균 성장률 22%를 기록해 올해 444억 달러 수준으로 커질 전망이다.

특히 코로나19 여파로 급변하는 경제·사회적 흐름에 따라 올해부터 2025년까지 연평균 32%의 성장세를 기록해 1772억 달러 규모로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측된다. 이는 로봇 기술이 적용된 다른 산업 제품인 자율주행차·드론 등을 제외한 결과이기에 성장세는 더욱 의미 있다. 또한 국제로봇연맹(IFR)은 산업용 로봇 시장의 경우 매년 14%씩 성장하고 있으며, 내년에는 63만여 대의 산업용 로봇이 판매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 확대 추세에 맞춰 우리 정부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10월 ‘2020 로보월드’ 개막 행사에서 2023년까지 로봇 산업 글로벌 4대 강국을 위한 지원 대책을 발표했다. 정부는 국내 로봇산업 시장 규모를 2018년 5조7000억원에서 2023년 15조원까지 확대하고, 다양한 분야의 로봇 사업을 추진할 예정이다. 2025년까지 로봇 전문기업 20개 육성, 국내 시장 규모 20조원도 달성할 방침이다. 특히 2023년 글로벌 4대 로봇 강국에 진입한다는 목표로 올해 로봇 예산을 지난해보다 32% 증액한 1944억원으로 편성하고 규제혁신 방안을 약속했다.

현대자동차그룹도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 합의 이전부터 꾸준히 로봇 사업에 대한 연구 개발과 투자를 이어오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은 향후 로봇 주요 부품 공급, 로봇을 활용한 물류 자동화 등 계열사 간의 시너지효과도 기대하고 있다.

현대자동차그룹 관계자는 “기술의 발전과 코로나19 펜데믹에 따른 고령화 및 언택트 트렌드 확산으로 이제는 로봇의 도입이 피할 수 없는 미래가 되고 있다”며 “현대자동차그룹은 보스턴 다이내믹스 인수를 계기로 로보틱스 분야에서 세계 최고 수준의 경쟁력을 갖춤으로써 미래 산업의 게임 체인저로서의 면모를 더욱 강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 최경호 월간중앙 기자 squeeze@joongang.co.kr

202102호 (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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