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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 특집] 유럽 통산 ‘150골 고지’ 손흥민, 진화는 어디까지 

천생 축구 바보… 아직 정점 아니다! 

천부적인 스피드에 전매특허 감아 차기도 장착
세계 최고 클럽 레알 마드리드 이적 가능성 고조


▎손흥민은 토트넘 통산 100골, 유럽리그 통산 150골 고지에 올라섰다. 역대 한국 선수 중 단연 최고 기록이다. / 사진:토트넘 인스타그램
이젠 ‘월드 클래스’라는 수식어로도 살짝 아쉬운 느낌이다. 유럽 무대에서 활약 중인 한국 축구대표팀 에이스 손흥민(29·토트넘)의 질주가 멈출 줄 모른다.

새해 벽두부터 토트넘 통산 100호골, 유럽리그 통산 150골을 터뜨리며 포효하더니, 이후에도 꾸준히 공격 포인트를 추가하고 있다. 한국 축구 역사를 통틀어 국제무대에서 이토록 강한 존재감을 드러낸 선수가 또 있을까. 독일 분데스리가를 평정한 ‘갈색 폭격기’ 차범근(68)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 활약한 ‘산소 탱크’ 박지성(40)도 인정했다. 손흥민이 최고라고. 바야흐로 손흥민의 시대라고.

더욱 놀라운 건, 한국 축구의 유럽리그 도전 관련 각종 기록을 줄줄이 갈아치운 이 청년이 아직 갈 길이 멀다는 사실이다. 이제 갓 전성기에 접어든 손흥민의 질주는 어디까지 이어질까. 그 끝엔 어떤 미래가 기다릴까. 이른바 ‘성공을 위한 4가지 ㄲ(끼·꾀·깡·꿈)을 중심으로 손흥민의 진화 발자취를 추적해본다.

끼 | 흥민이가 마음 먹고 뛰면?


▎토트넘의 간판 스타인 손흥민과 케인. / 사진:토트넘 인스타그램
손흥민은 유럽 무대에서 뛰는 동안 아름다운 골을 여럿 넣었다. 그중 최고는 단연 ‘70m 드리블 골’이다. 2019년 12월 7일 잉글랜드 프로축구 프리미어리그(EPL)에서 번리를 상대로 손흥민 축구 인생 최고의 골이 탄생했다. 하프라인 부근에서 출발해 쾌속 드리블로 상대 수비수 6명을 잇달아 벗겨낸 뒤 골키퍼와 맞선 상황에서 침착한 슈팅으로 득점을 완성했다. 이 골로 한 해를 통틀어 가장 아름다운 골을 넣은 선수에게 주는 국제축구연맹(FIFA) 푸스카스상을 거머쥐었다. EPL 올해의 골이자 이달의 골이기도 했다. 소속팀 토트넘과 영국 현지 언론이 주는 득점 관련 각종 상도 쓸어 담았다.

이 골은 손흥민이 EPL에서 톱 클래스 공격수로 자리매김한 첫 번째 이유를 보여준다. ‘압도적 스피드’다. 손흥민은 빠르다. 그냥 빠른 게 아니라 어마어마하게 빠르다. 내로라하는 날쌘돌이가 모두 모인 EPL에서도 손흥민의 속도는 톱 클래스다. 영국 현지 언론이 측정한 결과에 따르면 번리 전 당시 손흥민의 순간 최고 스피드는 시속 33.41㎞에 달했다. 100m로 환산하면 10초77이다. 스파이크를 신고 트랙에서 직선으로 뛰어도 내기 힘든 속도인데, 상대 수비진과 동료들의 움직임을 읽어가며, 드리블까지 하면서 이 정도 스피드를 냈다.

손흥민은 유럽 축구 선수 중에서 어느 정도나 빠를까. 간접적으로 비교 가능한 자료가 있다. 국제축구연맹(FIFA) 산하 국제스포츠연구센터(CIES)는 지난 2015년 ‘세계에서 가장 빠른 축구선수 10명’을 발표했다. 1위의 영예는 당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잉글랜드) 소속이던 안토니오 발렌시아(LDU 키토)에게 돌아갔다. 최고 시속 35.1㎞. 그 뒤를 토트넘 동료 개러스 베일(34.7㎞)이 이었다. 3~5위는 애런 레넌(번리·33.8㎞),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유벤투스·33.6㎞), 시오 월콧(사우샘프턴·32.7㎞) 순이었다.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32.5㎞)가 6위에 이름을 올렸다.

6년 전 자료지만, 이 순위에 대입하면 손흥민은 5위권에 해당한다. 참고로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에서 손흥민이 ‘전차군단’ 독일을 무너뜨릴 당시 최고 스피드도 시속 32.83㎞에 달했다. 하프라인 근처부터 독일 골대 앞까지 50m가 조금 넘는 거리를 7초 만에 주파했다. 이 기록을 적용해도 세계 5위다. 손흥민은 학교 근처에선 뛰면 안 된다. 최고 시속 33.4㎞로 질주하면 스쿨 존 제한 속도(시속 30㎞ 이하)를 위반하기 때문이다. 축구 팬들 사이에서 자주 회자되는 손흥민 관련 유머다.

스피드는 후천적인 노력으로도 끌어올릴 수 있지만, 큰 틀에서 보면 ‘타고나야 하는’ 영역에 속한다. 손흥민 부친 손웅정씨가 “아들을 세계 최고의 축구 선수로 키워보겠다”고 결심한 배경에도 ‘천부적 속도’에 대한 기대감이 있었다. 손씨는 현역 시절 현대(울산 현대의 전신)와 일화 천마(성남 FC의 전신)에서 뛰었다. 유명 선수가 아니었고 체격(키 1m67㎝)도 작았지만, 스피드 하나만은 대단했다고 한다.

2008년 17세 이하(U-17) 축구대표팀에 손흥민을 처음 발탁한 송경섭 16세 이하(U-16) 대표팀 감독은 “당시 여러 지도자로부터 ‘마음먹고 뛰면 누구도 쫓아오지 못할 정도로 빠른 선수가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게 손흥민이었다. 직접 뽑아서 살펴보니 발재간도 좋고 영리했다. 첫눈에 크게 될 선수라는 걸 알아봤다”고 했다. 청소년 대표팀에서 처음 태극마크를 단 손흥민은 2년 뒤 A대표팀에 뽑혔다.

한 가지 오해하지 말아야 할 부분은, 손흥민의 성공 비결을 스피드 하나로 단정해선 안 된다는 점이다. 엄청난 속도를 지닌 데서 자만하지 않고, 유효 적절하게 활용하는 방법을 터득했다. 손흥민의 드리블 질주는 그가 지닌 다양한 장점과 어우러지며 위력이 극대화됐다는 평가다. 상대 수비수는 마주 선 손흥민이 왼쪽으로 빠져나갈지 또는 오른쪽인지, 드리블을 이어갈지 또는 슈팅으로 전환할지, 그게 왼발인지 또는 오른발인지 끊임없이 갈등해야 한다. 뿐만 아니라 비슷한 고민을 경기 내내, 손흥민이 볼을 잡을 때마다 계속해서 되풀이해야 한다. 공격수가 선택할 수 있는 옵션이 많을수록 수비수는 괴롭다.

꾀 | 손흥민 존, 그리고 2인자


▎손흥민은 2019년 12월 7일 번리를 상대로 뽑아낸 70m 원더걸로 국제축구연맹(FIFA) 푸슈카시상을 받았다. 푸슈카시상 수상은 한국 선수로는 처음이자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다. / 사진:연합뉴스
손웅정씨는 남들과 달랐다. 어린 아들을 학교 팀에 입단시켜 동료 선수들과 함께 훈련받게 하는 ‘흔한 과정’을 최소화했다. 성적 지상주의가 만연한 대한민국 체육계에서, 선수의 성장이 우승 트로피에 밀릴 가능성이 높다고 봤기 때문이다. 손씨는 아들의 팀플레이 적응을 돕기 위해 육민관중 축구부에 입단시켰지만, 이후에도 개인 트레이닝을 거르지 않았다. 한국식 체력 훈련을 생략하고 볼을 다루는 기술 위주의 훈련에 집중했다.

손씨의 교육 방법은 당시 축구인들 사이에서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손씨는 현역 시절 불 같은 성격으로 유명했는데, 이를 빗대 몇몇 선배는 “선수 시절에도 튀던 (손)웅정이는 축구를 가르치는 방법도 특이하다”고 비아냥댔다. 그때 ‘손웅정은 틀렸다’고 목소리를 높이던 사람들이 지금 손흥민을 보며 어떤 감정을 느낄지 궁금해지는 대목이다.

탁월한 스피드와 테크닉을 장착했지만, 손씨는 아들이 최고로 올라서기에는 2% 부족하다고 봤다. ‘킬러 콘텐트’를 궁리하던 그가 탄생시킨 게 바로 ‘손흥민 존(zone)’이다. 상대 페널티박스 양쪽 모서리 부근, 이른바 ‘손흥민 존’에서 볼을 잡으면 지체 없이 슈팅해 골을 넣는 기술을 연마시켰다. 왼쪽 모서리에서는 오른발로, 반대쪽에선 왼발로 정확히 감아 차 골대 구석에 꽂아 넣는 게 목표였다.

찬스가 생기면 곧장 득점으로 연결하는 마법의 슈팅을 완성한 비법은, 아이러니하게도 ‘기계처럼’이다. 손흥민은 아버지와 함께 훈련하던 시기뿐만 아니라 독일에 건너간 이후까지도 매일 1000개의 슈팅을 거르지 않았다. 왼쪽 45도 각도에서 오른발로 슈팅 500개, 오른쪽 45도에서 왼발 슈팅 500개를 비가 오나 눈이 오나 반복했다.

결과는 모두가 알다시피 대성공이다. ‘손흥민 존(Son’s zone)’이라는 표현은 이제 영국 현지에서도 고유명사처럼 쓰인다. 손흥민은 2018 러시아월드컵 본선 멕시코전에서 후반 추가 시간에 ‘손흥민 존’ 언저리에서 골을 넣었다. 당시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감아 차기 슈팅은) 몸에 밴 패턴”이라며 “때로는 눈을 감고도 골을 넣을 수 있다고 느낄 정도다. 이 감각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손흥민이 성공을 거둔 이후 ‘손흥민 존’을 정복하는 게 후배 축구선수들 사이에서 일종의 유행이 됐다. 국내뿐만 아니라 영국에서도 페널티 박스 모서리 부근에서 감아 차기를 연습하는 어린 선수들이 대폭 늘었다고 한다. 그 아이들이 손흥민이 했듯, 매일 1000개씩 슈팅 연습을 거르지 않을 끈기와 집중력을 갖췄는지는 별개의 문제지만.

손흥민의 지혜를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게 ‘공생 능력’이다. 최근 손흥민의 재계약 협상이 영국 현지와 국내에서 함께 주목받는데, 내용을 들여다보면 손흥민의 경쟁력이 또 하나 드러난다. 토트넘은 2023년 여름에 끝나는 손흥민과 계약을 2025년 또는 2026년까지로 늘리려 한다. 대신 현재 14만 파운드(2억원)로 알려진 주급을 20만 파운드(3억원)로 올려주는 방안을 제시했다. 계약이 확정될 경우 손흥민은 향후 5년간 총액 5200만 파운드(770억원)를 확보한다. 각종 수당과 인센티브를 더한 총액은 6000만 파운드(890억원)까지 오를 수 있다.

이 협상 과정에서 주목할 포인트는 따로 있다. 손흥민이 ‘동료 공격수 해리 케인(28)의 주급을 추월하는 건 곤란하다’는 구단의 내부 방침을 거스르지 않으려 한다는 사실이다. 최근 여러 시즌 간 활약을 놓고 보면 토트넘의 실질적인 에이스는 손흥민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흥민은 케인의 존재감을 인정하고 존중하는 데 인색하지 않다. 케인은 토트넘을 넘어 잉글랜드 대표팀의 간판스타다. 세계 최고의 프로축구리그 EPL을 보유한 영국 축구의 자존심을 대변하는 존재다. 그런 케인과 에이스 자리를 놓고 갈등하는 것보다 공생할 길을 찾는 쪽이 서로를 위해 낫다는 게 손흥민의 입장이다.

불과 두 시즌 전만 해도 영국 현지 언론은 “케인과 함께 뛰면 손흥민이 피해를 본다”는 기사를 쏟아냈다. 최근엔 분위기가 확 달라졌다. 두 선수를 ‘EPL 최고의 공격 콤비’로 추켜세우는 분위기다. 스포트라이트는 간판스타에게 양보하고, 오롯이 팀플레이에 집중하려는 손흥민의 전략적 판단이 빚은 선순환의 결과로 해석하면 비약일까.

깡 | 그 색깔만 보면 불타올라


▎2011년 1월 축구 국가대표팀에 발탁돼 호흡을 맞추고 있는 박지성과 손흥민(뒤쪽).
한때 손흥민이 ‘옐로(yellow, 노랑) 킬러’로 불리던 시절이 있었다. 노랑과 검정이 섞인 유니폼을 입는 독일 분데스리가 강호 도르트문트만 만나면 펄펄 나는 기분 좋은 징크스 때문에 생긴 별명이다. 이후 왓포드, 브라이턴(이상 잉글랜드), 아포엘(키프로스), 유벤투스(이탈리아) 등 노랑 유니폼을 입은 상대와 만날 때마다 득점포를 터뜨리며 신바람을 냈다.

스포츠심리학 전문가 정용철 서강대 교수는 “상대 유니폼 색상과 득점력의 상관관계를 보여주는 근거 자료는 없지만, ‘손흥민이 노란색 팀에 강하다’는 이야기가 반복되다 보면 무의식중에 해당 조건에 맞는 팀을 만났을 때 자신감이 높아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최근엔 별명이 바뀌는 분위기다. 노랑 못지않게 하늘색이 손흥민의 골 폭격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손흥민이 EPL의 대표적인 강호 맨체스터 시티(이하 맨시티)를 상대로 종종 골맛을 보면서 ‘맨시티 킬러’라는 별명이 생겼다. 하늘색은 맨시티의 고유 색상이다.

실제로 손흥민은 맨시티에 강하다. 맨시티를 상대로 통산 6골과 도움 1개를 기록 중인데, 손흥민이 공격 포인트를 올린 날 토트넘은 4승 1무 1패로 압도적인 승률을 내고 있다. 2019년 유럽 챔피언스리그 8강 두 경기(홈&어웨이)에서 세 골을 몰아친 것을 포함해 최근 5경기에서 5골을 기록 중이다.

강팀을 만나면 더욱 빛나는 손흥민의 강점은 특유의 ‘깡(악착같이 버티어 나가는 오기를 속되게 이르는 말)’에서 나온다. 이는 경기 중 높은 집중력으로 치환해 나타나는데, 손흥민의 집중력은 득점 찬스를 만났을 때 극대화된다. 영국 일간지 [인디펜던트]는 최근 “올 시즌 유럽 리그에서 10골 이상 넣은 선수들을 대상으로 2016년부터 5년간 득점과 ‘기대득점(xG)’을 비교한 결과 손흥민이 ‘골 순도’ 면에서 가장 뛰어났다”고 보도했다. 기대 득점은 결정적인 골 찬스를 의미하는데, 득점 상황에 따라 가중치를 다르게 둔다. 예를 들어 상대 문전에서 발만 갖다 대 넣은 골은 xG 값이 0.96이다.

반면 중거리 슈팅에 의한 골은 0.12로 매우 낮다. 손흥민의 경우 최근 5년간 61골을 넣었는데, 같은 상황에 대한 xG는 42.4골로 나타났다. 기대 득점 대비 실제 득점 비율이 44.41%에 달했다. 통계적으로 42.4골을 넣을 만한 상황에서 61골을 뽑아냈다는 의미다. 찬스가 열리면 어떻게든 득점으로 만들어 냈다는 뜻이기도 하다.

이 통계에서 손흥민은 팀 동료 케인(21.33%), 리오넬 메시(바르셀로나·21.31%)를 각각 2위와 3위로 밀어내고 전체 1위에 올랐다. 인디펜던트는 “손흥민이 메시와 호날두보다 득점 찬스를 만들어내는 능력이 탁월하다고 말할 순 없다. 다만, 어렵게 잡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골로 연결하는 능력만은 톱 클래스라 평가할 만하다”고 짚었다.

손흥민의 집중력은 ‘오프 더 볼(off the ball, 볼을 가지고 있지 않을 때의 움직임)’ 상황에서 더욱 빛난다. 2015년 8월 손흥민이 레버쿠젠(독일)에서 토트넘으로 이적한 직후에만 해도 영국 언론이 종종 “손흥민이 오프 더 볼 상황에서 움직임을 개선해야 한다”는 지적을 쏟아내곤 했다. 토트넘 유니폼을 입고 몇 시즌을 거치는 동안 단점이 장점으로 바뀌었다. 상대 수비진은 물론, 주변 동료들의 움직임까지 두루 살피다 이때다 싶으면 급가속해 슈팅 찬스를 만들어내는 손흥민의 득점 패턴은 정교하다. 이 모든 과정이 고도의 집중력을 요구한다. 손흥민은 그걸 갖췄다. 그리고 제대로 활용할 줄 안다.

꿈 | 도전의 문이 활짝 열렸다

시즌 중 손흥민의 삶은 수도승과 닮았다. 오전 7시에 일어나 간단히 식사를 마친 뒤 9시부터 훈련한다. 오후 2시까지 다양한 훈련 스케줄을 소화하고, 남은 시간은 메시·호날두를 비롯한 톱 클래스 공격수들의 움직임을 연구하며 보낸다. 특별한 사정이 없으면 오후 10시에는 잠자리에 들고, 음주를 포함해 경기력에 해가 되는 행동은 삼간다. 구도자들이 진리를 깨닫기 위해 고행을 마다치 않는 것처럼, 손흥민은 축구만 생각하며 자신을 다스린다. 일주일에 3억원씩 벌어들이는 혈기왕성한 20대 청년에게서 기대하기 힘든 생활 패턴이다.

손흥민에게 ‘실력과 비교하면 저평가된 선수’라는 꼬리표가 따라붙는 건, 사생활과 관련한 이슈가 거의 없다는 점이 한몫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조제 모리뉴 토트넘 감독은 지난해 10월 영국 현지 매체와 인터뷰에서 “손흥민은 최고의 선수가 받아 마땅한 찬사를 누리지 못하고 있다”면서 “세상 사람들은 신중하고 겸손한 아이, 평범하고 조용한 삶, 놀랍도록 사회성이 뛰어난 아이들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기자가 “록스타 같은 선수가 돼야 한다는 것인가”라고 되묻자 그는 “손흥민은 경기할 때만은 록스타”라고 받아쳤다. 실력만큼의 인기를 누리지 못하는 제자에 대한 안타까운 마음을 드러낸 것으로 읽힌다.

오직 축구만 생각하는 손흥민의 무미건조한 삶은 ‘아직 정점에 오르지 못했다’는 판단에서 비롯됐다. 최고의 팀에서, 최고의 공격수로 인정받으며, 우승컵을 신나게 들어 올리는 꿈을 꾸며 절제한다.

때마침 기분 좋은 러브콜이 밀려들고 있다. 스페인 프리메라리가 강호 레알 마드리드가 적극적인 관심을 보인다. 스페인 주요 매체들은 “지네딘 지단 레알 감독이 손흥민과 킬리앙음바페(파리생제르맹), 엘링홀란드(도르트문트) 등 새로운 얼굴을 영입해 공격진을 재구성하려 한다”고 앞다퉈 보도하고 있다. 현 소속팀 토트넘도 명문이지만, 레알 마드리드와 위상을 견줄 바는 아니다.

선수 본인은 관망하는 분위기다. 이적설에 대해 입장 표명을 삼가고 있다. 단, 레알의 관심이 싫진 않은 눈치다. 레알이라면 손흥민의 꿈에 매우 근접한 팀이다. 외신 보도에 따르면 레알은 손흥민의 이적 협상을 7000만 유로(930억원) 선에서 시작할 모양새다. 물론 흥정을 벌이는 과정에서 금액이 얼마든 달라질 수 있다. 스페인 매체 돈 발롱은 “본격적으로 협상에 불이 붙으면, (이적료가) 1억 유로(1300억원) 수준까지 오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공교롭게도 토트넘은 레알과 여러 차례 선수를 주고받으며 좋은 관계를 이어왔다. 루카 모드리치, 개러스 베일, 세르히오 레길론 등 두 팀이 주고받은 톱 클래스 선수들이 여럿 있다.

박문성 해설위원은 “레알 마드리드는 손흥민이 어릴 때부터 동경해온 팀이다. 레알 입장에서도 최고 수준의 경기력에 ‘아시아 최고 축구 스타’라는 상품성까지 겸비한 손흥민을 마다할 이유가 없다”면서 “당장 이번 겨울에 이적이 성사될지는 알 수 없지만, 손흥민의 재계약 여부와 상관없이 이적 가능성이 커지고 있는 것만은 분명하다”고 강조했다.

- 송지훈 중앙일보 축구전문기자 milkyman@joongang.co.kr

202102호 (2021.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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