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생활

Home>월간중앙>문화. 생활

[신간] 포퓰리즘 다시 보기 

 


정치인에게 포퓰리즘은 욕설에 가깝다. 여러 뜻으로 쓰이지만, 정치인이 사익을 위해 대중을 현혹한다는 뉘앙스만큼은 같다.

그런데 저자들은 책머리에서부터 이런 뉘앙스를 뒤집는다. 한국 사회엔 포퓰리즘이 엘리트정치보다 어울린다고 주장한다. 어울릴 뿐만 아니라 바람직하다고도 말한다. 책 제목 [추월의 시대]에 비춰보면 다소 생뚱맞은 이야기로 들린다. 선진국을 앞지를 비책(秘策)이 포퓰리즘이란 말인가?

본문에 따르면,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대중이 직접 정치하지만, 정치인 입맛대로 휘둘리지 않는다는 점에서 그렇다. 대중이 스스로 판단하고, 때로는 과거 결정을 뒤집기도 한다. 판타지 속 대중이 아니다. 2017년 촛불집회가 좋은 예다. 18대 대선에서 박근혜 후보를 찍었던 유권자 중 다수가 4년 뒤 탄핵에 찬성 의견을 냈다. 저자들은 이렇게 결정을 뒤집을 줄 아는 대중정치를 ‘책임 있는 포퓰리즘’이라고 이름 붙인다. 어쩌면 두 진영으로 쪼개져 기능부전에 빠진 지금의 엘리트정치보다 더 정의롭고 효율적일지 모른다.

아니 잠깐, 그러면 모든 사안을 광장에서 결정하잔 말인가? 다행히 저자들의 생각이 그렇진 않다. 다만 중요한 건 대중의 요구를 얼마나 민첩하게 파악하고 정책화하느냐다. 이른바 ‘피드백 정치’다. 저자들은 피드백 정치야말로 한국이 단기간에 선진국을 추격할 수 있었던 원동력이었다고 주장한다. 앞으로도 그럴까? 책에서 확인할 수 있다.

- 문상덕 기자

202102호 (2021.01.17)
목차보기
  • 금주의 베스트 기사
이전 1 / 2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