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재

[포토포엠] 회랑(回廊)의 시 

 

유종인

▎서울 경희궁, 5월의 청춘들.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처마의 읊조림 따라 그윽이 걸어봐요
관복을 입은 반그늘과 도열한 기둥들,
어디가 가슴이고 등이고 옆구리인지
그대가 품는 방향에따라 부위가 결정되듯
세상의 길동무는 달라지죠

더러 돌계단에 앉아봐요 앉을깨가 생겨나죠
생각의 그윽한 짐승이 곁에 와
그대 마음의 품계를 달라 으르렁대죠

창조는 때로 중심을 물린 변두리에서 나죠
어떤 연애는 입술을 포개는 발명을 하죠
기둥을 따라 하늘을 임모(臨模)하는 구름을 봐요
천문(天文)의 옆트임과 인문(人文)의 앞트임이 예 있어요
고요라는 걸음걸이가 예 있어요

※ 유종인 - 1968년 인천 출생. 시립인천전문대학 문헌정보학과 졸업. 1996년 [문예중앙]에 시 ‘화문석’ 외 9편이 당선돼 등단. 2003년 [동아일보] 신춘문예 시조, 2011년 [조선일보] 미술평론에 당선. 시집 ‘숲시집’, 시조집 ‘답청’, 산문집 ‘염전’, 미술책 ‘조선의 그림과 마음의 앙상블’ 외 다수의 작품을 냈음. 지훈문학상 등 수상.

202206호 (2022.0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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