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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어디서 고요를 데려와야 하나 

 

이돈형

▎강릉 앞바다에서 파도를 즐기며 떠 있는 요트.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작은 생활이 웃음의 뒷목을 잡고 어디론가 가버려 잠시 숨 좀 쉬어야겠는데 어디서 고요를 데려와야 하나

조용히 하라던 시간이 실례를 무릅쓰고 이 몰아치는 아침을 질주하듯 함부로 버릴 수 없는 생활의 흠들이 나를 질주해

고요를 아시나요?

기척 없는 생활에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인 사람처럼

나야 나, 그래 잘 지내냐고? 나야 뭐 늘 똑같지 그냥 숨만 쉬고 살아 언제부턴가 그게 편하더라고

식은 평안처럼 말해놓고

숨 좀 고르겠다고 찾은 바닷가에서 파도가 앞선 파도를 밀치며 먼저 숨 좀 쉬면 안 되겠냐는 말이 하도 간곡해

나는 쥐죽은 듯 숨죽이다가 큰 생활의 뒷목을 잡고 오늘은 그냥 지나가기로 한다

불량한 참담을

※ 이돈형 - 충남 보령 출생. 2012년 [애지]로 등단. 시집으로는 ‘우리는 낄낄거리다가’(천년의시작, 2017), ‘뒤돌아보는 사람은 모두 지나온 사람’(걷는사람, 2020) 등이 있음. 2018년 김만중 문학상, 2019년 [애지] 작품상 수상

202207호 (2022.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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