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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모두의 강 

 

한영수

▎한강 다리 아래서 즐기는 피서 겸 낚시 / 사진:박종근 비주얼실장
자전거 페달을 밟고 강으로 간다 하루가 간다 여름이 간다 울울한 생각도 흘러가리라 물결에 숨결을 맡긴다
거기 낚싯대를 걸고
한낮의 땀방울도 풀어 놓는다

해 지는 강가에는 보내야 할 것이 있다 맴돌며 다리 아래서 소용돌이치는 이야기가 있다 늙은 자전거는 먼 곳의 바람을 돌리고
매미가 운다 우는 사랑을 어찌할 수 없다

순간, 찌가 오른다
휘어지는 낚싯대 기다림의 근육이 팽팽해진다 은빛 비늘이 팔딱거리고 새로 기쁜 손맛이다 방심하여 방생하는 손이 손을 잡는다

둥글고 커다란 바퀴가 구른다 모두의 강이 흐른다 나로부터 내가 멀어간다
어두워지며 강줄기에 빛나는 고요

물소리가 깊어진다 저녁 강은 다시 아침을 보려는 거다

※ 한영수 - 전북 남원 출생. 2010년 [서정시학]으로 등단. 2005년 ‘제1회 최치원신인문학상’ 수상. 시집으로 [케냐의 장미], [꽃의 좌표], [눈송이에 방을 들였다], [피어도 되겠습니까]가 있다.

202209호 (2022.0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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