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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중앙 특별기획] 고향사랑기부제가 지방 살린다 | 혁신 자치단체장과 차 한잔(3) SMR 국가산업단지에 사활 건 주낙영 경주시장 

소형 원자로 산업 메카로 세계 시장 두드린다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윤석열 정부 110대 국책과제로 소형모듈원자로 국가산단 지정 추진
풍부한 원전 인프라 내세워 620조 글로벌 시장 선점에 역량 총동원


▎2022년 10월 13일 주낙영 경주시장이 ‘경주 SMR 국가산단 유치 협력 및 지역 상생발전 업무협약’에서 SMR 국가산단 경주 지정의 당위성을 강조하고 있다. / 사진:경주시
세계가 소형모듈원자로(SMR) 시장 선점을 위해 치열한 개발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주낙영 경주시장이 SMR 전진기지를 자처하고 나섰다. 경상북도 경주시는 지난해 10월 말 국토교통부에 ‘SMR 국가산업단지’ 유치를 위한 제안서를 제출했다. 이르면 이달 말에서 2월에 결과가 나온다. 경주시는 SMR 국가산단을 유치하면 기존 원전 인프라와 함께 대한민국의 미래 먹거리 중추인 에너지 산업의 중추로 자리매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역 미래 먹거리를 확보하기 위해서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사업이다.

SMR은 한국 원전의 블루오션으로 불린다. 과거 대형 원전에 치중했던 세계 에너지 정책도 소형 원전으로 급변하는 중이다. 기존 대형 원전의 출력은 1000~1400㎿급에 달하는 반면, SMR 발전용량은 300㎿ 이하다. 대신 초기 투자비가 적고 건설 기간이 짧아 자금 회수가 빠르다. 또 기술 발전에 따라 경량화와 발전용량 증가도 가능하다. 물류와 국방,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분야에서 사용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되는 산업이다. 또 대형 원전보다 안전성이 뛰어나 원전 선진국들도 기술 선점을 위한 개발 경쟁에 앞다퉈 나서는 차세대 에너지원으로 꼽힌다.

현재 SMR을 개발하는 나라는 20여 개국에 이르며, 71종의 SMR을 개발 중이다. 영국 국립원자력연구소에 따르면 2035년 세계 SMR 시장 규모는 620조원에 이를 것으로 예측된다. 미국 정부도 마이크로소프트(MS)와 손잡고 2050 탄소중립의 핵심 전략으로 SMR 개발을 서두르고 있다.

윤석열 정부가 출범하면서 우리나라도 SMR 개발 경쟁에 뛰어들었다. 지난 정부에서 채택했던 탈원전 정책을 전면 백지화하면서 SMR 사업을 110대 국정과제에 포함했다. 지난해 5월 혁신형 SMR 기술개발사업이 예비타당성조사를 통과하면서 국내 기술개발의 토대가 마련됐다. 정부는 2028년까지 SMR 개발사업에 3992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삼성, SK, 현대, 두산 등 국내 대기업들도 SMR 개발에 뛰어들었다.

동경주 지역에 혁신원자로 산업기지 조성


▎2025년까지 동경주 지역에 들어설 혁신원자력 연구단지 조감도 / 사진:경주시
지난해 11월 국토교통부의 국가산업단지 공모에 전국 19개 지자체가 신청서를 제출했다. 정부는 종합평가를 거쳐 6곳을 국가산단으로 조만간 지정할 계획이다. 그중 SMR 국가산단을 신청한 지자체는 경주시가 유일하다. SMR 국가산단은 면적 150만㎡(46만 평)에 사업비 3046억원이 투입되는 대규모 인프라 사업이다.

경주시는 동경주 지역 부지에 2030년까지 3170억원을 투입해 SMR 등 혁신원자로 제조 및 소재·부품·장비 산업 육성과 집적화, 혁신형 I-SMR 수출모델 공급망 구축 등 산업생태계를 조성해 세계 원전 수출 시장을 선점한다는 계획이다.

경주시가 내세우는 강점은 풍부한 원전 인프라다. 경주는 6기의 원전(월성 4, 신월선 2기)과 한국수력원자력, 한국원자력환경공단, 중저준위방폐장, 고준위 임시저장소, 한전KPS 등 원전 설계부터 해체까지 전 주기 사이클을 보유하고 있다.

또 2006년부터 경상북도와 함께 ‘동해안 에너지 클러스터’ 조성사업을 시작해 원자력 인력 양성과 원전 기자재 지원 등 원자력 육성 기반을 구축해왔다. 이 계획에 따라 앞으로도 원자력 연구·실증·인력 양성, 산업 육성, 안전관리, 문화 공간, 공공기관 등 5개 분야 19개 과제에 2조4578억원을 투입해 대한민국 원전 수출의 전초기지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SMR 산업 부흥을 위한 선제적 준비도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다. 지난해 7월 사업비 6540억원을 들인 ‘혁신원자력 연구단지(문무대왕 과학연구소)’를 착공했다. 2025년 완공을 목표로 한 문무대왕 과학연구소는 원전 혁신기술을 개발하는 첨단 연구시설이다. 국책사업으로 진행되는 이 사업이 완성되면 석·박사급 전문인력 1000여 명이 상주하고, 관련 기업 유치와 원전 산업의 새로운 일자리 창출 등의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경제적 파급 효과는 1조334억원에 이를 전망이다.


▎2022년 10월 13일 주낙영 경주시장(맨 오른쪽)을 비롯한 산학연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경주 SMR 국가산단 유치 협력 및 지역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 사진:경주시
또 723억원을 들인 중수로 원전해체기술원을 2026년까지 설립해 중수로 해체기술 실증 및 고도화, 해체사업 지원·육성 기반을 구축한다. 기술원이 설립되면 국내 원전 30기를 해체한다고 가정했을 때 3조9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국내 관련 기업 및 기관들과의 협력도 잰걸음 중이다. 지난해 8월 경북도와 함께 ‘초임계 CO2 발전시스템 기술개발 협약’을 체결했다. 초임계 CO2 발전시스템은 초소형, 고효율로 축약되는 차세대 발전시스템으로, 원자력 발전과 연계가 가능할 뿐만 아니라 SMR에도 적용할 수 있는 기술이다. 이 협약에는 한국원자력연구원, 한화파워시스템, 현대엔지니어링이 참여했다.

이어서 포스텍, 포항공대, 한수원, 한국원자력연구원, 한전기술㈜, 한국원자력환경공단 등 기업과 학교, 관련 기관이 참여하는 ‘경주 SMR 국가산단 유치 협력 및 지역 상생발전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또 인접한 포항, 울산과 경제공동체인 ‘해오름동맹상생협의회’ 공동발전 협약을 체결해 원전과 SMR, 미래형 자동차 등 미래 산업단지 혁신기반 플랫폼 조성에 힘을 모으기로 했다. 경주시 관계자는 “경주의 원전, 포항의 철강, 울산의 완성차 등 3개 도시가 가진 산업 인프라를 상호 보완해 경제산업 공동체로 확장 발전해나간다는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국내외 225개 기업도 경주 산단 유치에 관심


▎2019년 4월 15일 주낙영 경주시장 (맨 오른쪽)과 원전 관련 기관 관계자들이 원전해체기술원 설립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기술원이 설립돼 국내 원전 30기를 해체할 경우 3조9000억원의 경제적 파급 효과가 예상된다. / 사진:경주시
경주의 기대만큼 관련 기업들도 대체로 호의적이다. 경주시가 SMR 연관 기업을 대상으로 한 SMR 국가산단 경주 지정 시 입주의향 등을 물은 조사를 보면, 225개 기업에서 275만㎡(83만 평)의 수요가 있는 것으로 집계됐다. 이는 전체 국가산단 예정 시설용지(97만㎡, 29만1000평) 대비 283%에 해당하는 것으로, SMR 국가산단에 국내외 기업들이 초미의 관심을 보인다는 방증이다.

주낙영 경주시장은 SMR 사업으로 경주의 미래먹거리를 확보하는 한편, 한국에서 20년 만에 열리는 2025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유치를 통해 국제 도시로 도약한다는 비전을 올해 핵심 과제로 꼽았다. 대구경북연구원 추산에 따르면, APEC 정상회의 경주 유치 시 경제 효과는 생산 유발 9720억원과 부가가치 유발 2654억원에 7908명의 일자리 창출 효과가 예상된다.

주 시장은 “에너지 자원 빈국인 우리나라의 에너지 수입 의존도는 90%에 육박하고 있다”며 “에너지 부족을 해결하면서 탄소중립을 실현할 수 있는 핵심 에너지원인 SMR 국가산단은 정부 원전 정책의 핵심이며, 그 장본인은 경주가 가장 적합하다”고 강조했다.

- 유길용 월간중앙 기자 yu.gilyong@joongang.co.kr

202302호 (2023.01.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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